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01)
가짜 용사 이야기-201화(201/310)
시즌 3 : 9화
가능성, 제자 적성 시험 (2)
함성을 내지르며 들이닥치는 우루크의 위세는 지축을 뒤흔드는 것이 꼭 태산이 다가오는 듯했다.
십문자도 1형, 원(圓).
칼과 칼집에서 발현된 마력을 둥글게 모아서 만들어내는 극한의 수세(守勢).
– 십문자도는 연계의 검술이자 반격의 검술.
원은 기초의 품세였으나 심화를 품고 있었고, 심화인데도 기초의 포석으로 세워지고 있었다.
– 그렇기에 대부분의 십문자도는 이 1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쇠붙이끼리의 격돌이 반향을 일으킨다.
불티가 시뻘겋게 흩날린다.
카밀라가 지지대로 삼은 왼발이 자갈밭 위로 마찰을 일으키며 한참 밀려나다가…… 다음 순간 그 몸이 붕 뜨며 자갈밭을 나뒹굴었다.
“……!”
라미네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저 나이에 우루크 전사를 상대한다는 건…….”
“일어설 수 있나……?”
“시험을 중단해야 하는 게…….”
그런 우려 섞인 수군거림을 쓸어버리듯, 지면을 튕기던 카밀라가 순식간에 일어나서 자세를 다잡았다.
“……정면으로 막아내고 타격이 없다고?”
“……그럴 리가.”
“……그 우루크의 공격이라고!”
검에 조예가 깊은 이들은 그 한순간 비쳤던 천재적인 센스를 알아보고 탄식을 흘리고 있었다.
“튕겨 나간 게 아니야. 직접 지면을 발로 찬 거다.”
“네. 충격을 온전히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거리를 벌렸네요.”
“아직 실전 한 번 안 치러봤을 텐데 저 정도 센스를 가진 아이는 드문데…….”
사냥감을 뒤쫓아온 우루크의 도끼날과 두 번째 원(圓)이 격돌했다.
경쾌한 파열음…….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표적의 머리와 심장을 겨누던 도끼날은 십문자를 뚫지 못했다.
‘막았다!’
라미네아가 주먹을 불끈 쥘 때, 대마법사 델프레드도 저도 모르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있었다.
‘체내 마력의 운용이 저렇게나 부드러울 수 있다니.’
검사들은 마나체인(鎖)이라는 방식으로 마력을 운용한다. 견고한 실로 몸을 잇는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십문자도 1식은 상대의 힘을 자신의 마나체인으로 누르고 빨아들이는 게 가능해야 하니…….’
저 녀석은 지금 그걸 제법 완벽하게 해냈어.
첫 실전, 우루크 전사를 상대로.
다른 꼬꼬마들은 우루크를 처음 대면했다 하면 오줌보를 터뜨리기 마련인데.
‘하…… 그래도 명색이 페이쿼리어의 제자란 거냐.’
침착한 원(圓)의 반복.
우루크의 공세 속에서 스스로를 둥글게 말며 흐름을 격변시킬 만한 전환 지점을 찾아낸다.
다섯 번째 격돌이 일어난 순간, 마침내 카밀라가 만들어낸 십문자가 살(殺)의 초식으로 변형되며 연계되었다.
– 2식인 충(衝)이냐, 3식인 둔(鈍)이냐, 4식인 발(發)이냐, 그건 때에 따라 취사선택하도록 해.
십문자 자세를 푸는 반동으로 우루크의 도끼날을 밀어냈다. 그 순간 열리는 찰나의 허점.
– 강한 힘으로 흐름을 바꾸려 하지 말고, 부드럽게, 느긋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는 게 중요해.
체중을 담는 발뒤축은 이어질 연계 동작을 예비하는 보법의 토대로서 초식의 발판이 된다.
십문자도 제3식, 둔(鈍).
십문자를 사용할 때 체내에 엮었던 마나체인을 외부로 방출.
마력은 둔화 역장이 되어 상대가 취하는 방어의 흐름을, 즉 동작을 둔하게 만든다.
내부 순환하던 힘을 외부로 순환시킨다는 감각으로, 몸속에서 끓던 열을 심호흡으로 밖으로 내보내는 감각으로.
– 상대가 뒤로 물러서는 동작의 허점을 포착하는 게 중요해. 그 허점을 꿰뚫을 줄 알아야 하거든.
중요한 건 초식 연계의 속도와 타이밍, 그게 너무 빨라서도 안 되고 느려서도 안 된다.
그렇기에 다음은 충(衝)이다.
균형을 잃은 우루크의 허점을 꿰찌르려 나아가는 검극. 모래밭 위로 피가 흩뿌려진다.
후두둑!
우루크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놈의 회피 기동으로 인해 참격은 얕게 들어간 것이다.
즉시 공세와 수세가 바뀐다.
공격의 주도권이 우루크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라미네아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양손을 모았다.
‘그래도 상관없어. 다시 재정비하면 돼. 침착하게. 그러면 기회는 다시 돌아오게 돼 있어.’
라미네아의 기대대로, 카밀라는 다시 원(圓)을 둥글게 말았다.
‘그래, 그거야. 허점은 다시 포착하면 그만이야.’
바로 다섯 번의 참격이 더 오고 가면서 포착할 수 있게 된 이 순간처럼.
“El Ba shi────!”
원(圓)을 파훼하지 못해 짜증과 조바심이 넘쳐난 우루크 전사가 도끼날을 휘둘렀다.
평소보다 크게.
크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이나 또한 그만큼 파고들 허점이 많다는 뜻이다. 일순간 카밀라 또한 십문자를 풀면서 공세로 전환하였다.
‘……여기에서 공세를?’
라미네아가 입을 벌렸다.
‘아무리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지만, 카미, 이건 너무 성급했어!’
도끼날이 일으킨 풍압에 카밀라의 앞머리가 요란하게 나부꼈다. 그러나 그 일격은 한 끗 차이로 사냥감의 피육을 취하지 못했다.
‘어?’
한 자루.
한 자루의 칼집 때문에.
‘뭐라고?’
칼을 내찌르는 오른팔 어깨 위로 칼집 쥔 왼손을 교차시키는 이것은 원(圓)과 충(衝)의 고급 응용 동작.
“아니, 대체 그 단기간에 어디까지 가르친 거냐?”
델프레드가 어처구니없는 어조로 말했으나, 라미네아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했다.
“……천재야.”
“뭐?”
“우리 카미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천재라고……!”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는데 알고 있어. 그리고 그걸 실전에서 쓸 수 있어.
“보는 눈이 엄청나게 좋은 걸지도 몰라요.”
요한이 말했다.
“어깨 너머로 훔쳐 배우는 것에 익숙해지면, 눈이 엄청 좋아지거든요.”
“뭐?”
“라미네아 님께서 한번 시범으로 보여주었던 동작을 기억해뒀다가 훈련한 거예요.”
사실, 능동 추적 마법으로 그 훈련을 도와준 게 바로 요한이었으나 그걸 자랑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저건, 천재성도 천재성이지만 노력이 뒷받침한 거라고 볼 수 있죠.”
카미의 노력이…… 라미네아는 눈물이 벅차오르는 심정으로 다시 제자를 바라보았다.
쩍, 쩌저적, 쩌저저저저적……!
칼집이 외력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질 때, 카밀라는 칼집을 놓고 양손으로 칼자루를 붙잡았다.
놓치지 않아.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이야아아아아아─────!”
이것이.
바로 이 상황이.
계속해서 겨눠온 노림수였으니까.
“─────아아아아아아앗!”
두 개의 기둥이 떠받치던 건물에서 기둥 하나가 사라지면, 힘의 균형이 엉망이 되고 건물이 기울어지듯이…….
우루크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이로써 우루크의 몸무게가 카밀라가 내뻗은 칼끝에 힘을 보태는 현상이 만들어졌다.
‘우루크의 살가죽이 강철처럼 단단한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어린아이의 근력으로 그걸 어떻게 뚫을지가 관건이었는데…….’
‘저걸 저런 방식으로?’
검사들은 생각했다.
우연인가?
아니, 저 상황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한 거라면?
‘……장래가 기대되는군.’
승부의 순간은 언제나 허무하게 끝나는 법. 풍압과 살기가 교차한 전장의 한가운데에서는 긴 적막만이 맴돌았다.
들리는 소리는 하나뿐.
태도의 칼끝에 심장을 꿰뚫린 우루크가 핏물을 껄떡이나 싶더니 곧 힘의 안개로 흩어지는 소리.
이 칼질에 거부감은 없었다.
애초에 환상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이며, 핏물이 날리지도 않으며 피육을 찢는 감각조차 없었으니까.
“──푸하!”
우루크 전사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카밀라는 지금까지 내쉬지 못한 숨을 토해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모두가 놀랄 정도였는데, 카밀라 본인이 더욱 놀라고 양팔을 교차해 얼굴을 가렸을 정도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칼의 길 위에 피어나는 중인 한 송이 꽃, 사람들이 그 꽃이 내뿜는 덧없고도 무상한 향기에 웃음과 갈채를 보냈다.
“기대한다, 페이쿼리어 유망주!”
“라미네아 경이 제자 보는 눈도 있었네.”
“벨체스터에 카밀라라는 아이가 있단 건 처음 들어서 긴가민가했는데 저 정도면 엄청 괜찮은데?”
요한은 라미네아를 흘끗 보았다.
그리고 당황했다.
어깨를 마구 들썩이며 난리법석을 피우실 줄 알았건만…… 오히려 슬픈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는 게 아닌가.
‘페이쿼리어의 삶이란 벚꽃.’
라미네아의 속마음은 이랬다.
‘이 세상에 봄의 시작을 알리고 덧없이 지는 꽃…….’
너무나도 감사하다.
저런 아이를 제자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신 창세의 인연에.
그리고 너무나도 슬프다. 저 아이와 이 칼의 길 위에서 헤어지게 될 운명의 현실에.
‘올해 피어난 벚꽃이 내년의 벚꽃을 볼 수 없듯이…….’
나는 아마 볼 수 없겠지.
저 아이가 자신의 색과 향기로 이 세상에 봄을 알리는 모습을.
내 스승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라미네아 알터 아라다만텔이 선택한 카밀라, 너는 이로써 너 자신의 적성을 입증하였다.」
추기경 요슈하르가 말했다.
숨을 헐떡이던 카밀라는 얼굴을 가렸던 양팔을 내리며 멍하니 황룡을 바라보았다.
「내 말이 어려우냐? 네가 라미네아의 제자가 되는 것을 나 요슈하르가 허하겠다고 하였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아주 잠시, 그렇게 황룡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제…… 된 건가?’
이제, 그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건가? 계속, 스승님 곁에 있을 수 있게 된 건가?
‘앞으로 계속? 그러니까 쭉? 그, 그러니까, 뭐지, 그, 영원히? 합법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조차 없이 들뜨는 깨달음은 얼굴 위로 맑고 벅찬 미소로 피어났다.
물론 수줍고도 황급한 동작으로 그 미소를 감추었으나, 시험을 지켜보던 이들이 그 미소를 설마 놓쳤을까.
구경꾼들 대부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요한도 빙그레 웃었다.
‘가끔 보면 참 잘 웃는 녀석이라니까…… 평소에는 그렇게 불량스러워 보이는데.’
요슈하르가 황금의 옷자락을 나풀거리며 카밀라에게 다가갔다.
금빛 수염을 위엄차게 늘어뜨린 얼굴에는 자상한, 태양과도 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요슈하르가 카밀라의 머리에 손을 얹자, 빛이 머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듯한 따스함이 일었다.
「빛이 네 길을 축복하시기를. 이 눈부신 창세의 섭리가 너와 라미네아를 하나로 엮었으니, 이를 인연(因緣)이라고 하느니라.」
“저, 그, 뭐냐, 어, 가…… 감사합니다…….”
「라미네아가 내게 고한 그대로구나. 너의 그 수줍은 순수함으로 열어낼 미래의 빛이 진실로 기대되는 바다.」
그리고 요슈하르가 손을 떼자, 머리를 어루만지던 온기가, 빛이, 하나의 실체로 뭉쳐졌다.
황룡의 두상을 본뜬 머리핀.
이는 공식적으로 페이쿼리어의 제자로 인정한 소녀들에게 추기경들이 내리는 징표였으나 각 추기경마다 그 특징이 달랐다. 목걸이도 있고 머리핀도 있었다.
요슈하르의 것은 머리핀이었다.
「라미네아 알터 아라다만텔의 제자 카밀라. 앞으로 네가 이루게 될 모든 인연 위에 창세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내 열심과 성심으로 항상 간절히 기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