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05)
가짜 용사 이야기-205화(205/310)
시즌 3 : 13화
“후, 후, 후후후후후후후.”
라미네아는 당황해야만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랑스러운 제자의 정수리를 목검으로 톡 건드렸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발끈하며 일어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렇게 큭큭대는 것이 아닌가?
“어, 어라? 왜 그래, 카미. 혹시 라디스가 뭘 잘못 먹이기라도 한 거니?”
“그런 게 아니고요. 흐흐흐, 저 있잖아요, 결국 이 천재가 알아냈어요, 돌발격의 첫 동작의 노하우를 알아냈다고요.”
뭣이…… 라미네아가 흥분한 나머지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서, 성공? 성공했단 거야? 세상에, 카미, 아직 보름밖에 안 됐는데……?!”
뭐야, 뭐야뭐야…….
아무리 짧아도 내년 봄을 생각했는데, 연말에 돌발격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 시행착오를 꼭 해봐야만 해.
말을 그렇게 멋있게 해놓고, 지금까지 일일이 가르쳐주지 못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
“물론, 전 천재니까요. 못 믿겠으면 한번 보실래요?”
“아냐아냐, 안 봐도 돼! 난 카미를 100% 믿으니까!”
“훗, 그렇게까지 말하면 보여줄 수밖에 없…… 뭐요? 아니, 안 본다고요?”
“응, 안 봐도 돼. 믿을게!”
“아니, 잠깐만요. 뭔가 이상하잖아요. 안 봐요? 진짜?”
“응응응! 우리 카미 너무 장하다! 벌써 돌발격을 쓸 수 있게 되다니! 천재! 천재 중의 천재! 천재 중의 천재 중의 천재!”
“아니, 진짜! 머리 그만 좀 쓰다듬고 떨어져 봐요! 됐고, 일단 좀 보고 이야기해요!”
라미네아를 겨우 진정시키고 멀찍이 떨어뜨린 이후, 카밀라는 목도를 쥐고 자세를 잡았다.
응……?
라미네아의 왼쪽 눈썹이 무심결에 치켜 올라갔다.
‘발도 자세?’
돌발격의 통상 자세가 아니라, 저건 기본 초식인 제4식, 발(發)이 아닌가?
“좋았어, 간다! 잘 보세요!”
눈을 질끈 감은 카밀라가 숨을 한껏 삼켰다. 그리고 이윽고 그 눈이 번뜩 뜨였다.
“우선, 마력의 집중……!”
전신을 순환하던 마력이 칼집 내부와 양발에 집중된다.
그 집중이 극한에 달한 순간, 마력이 폭발. 그 폭발력을 각력과 절삭력으로 치환시킨다.
여태까지 허수아비 앞의 공간(이곳에 도달하는 게 1차 과제였다)에 도달하지 못했던 카밀라의 몸이 그 공간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칼집으로 지면을 내리꽂는다.
돌진의 격세를 관성으로 바꾸기 위해, 그 관성의 힘을 칼날 위에 싣기 위해.
지면을 내리친 충격에, 칼집 내부에서 들끓던 마력이 역류하며 쏟아져 나왔다.
그 힘.
바로 그 힘을.
더 이상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힘의 순류(順流)로 만들며 발검. 칼집을 중심축으로 회전하는 몸의 회전축이 칼날의 궤도가 된다.
“읏쌰아아아아앗!”
그 회전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이 빙글 돌다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하지만 칼은 확실히 돌았다.
쓰러지면서도 카밀라는 허수아비를 보았다. 그리고 또 보았다. 선명히 그어진 절단면으로 마력의 입자들이 새어나오는 걸.
“앗싸! 성공! 봤어? 봤죠?! 아직 하나밖에 못 벴지만, 그래도!”
라미네아는 박수를 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벅차오르는 눈물겨움에 잠시 어떻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발(發)을 사용해서 유년기의 부족한 힘을 보충하다니, 정말 독특한 발상으로 스스로의 길을 찾아냈구나.’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런 고뇌가 하나하나 모여서 너를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어줄 거야.
‘그리고…….’
바로 그런 너로부터, 네 제자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 될 거야.
‘아라다만텔, 네가 나 대신 끝까지 지켜봐줘.’
저 아이가 미래에 어떤 용사가 되고.
또 어떤 제자를 받게 될지.
그리고…… 그 제자를 어떤 가르침으로 어떤 용사(勇士)로 키워 내는지까지.
“대단해! 보법 쪽은 완벽해. 마력 쪽만 보충한다면 참격까지 한 번에 완성시킬 수 있겠는데?”
“그쵸? 천재인 나한테는 이제 얼마 안 남은 거나 진배없어요!”
“근데 대체 어떻게? 겨우 보름 만에 저런 노하우를 알아낸 거니? 난 상상도 못 했어.”
카밀라가 팔짱을 끼더니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카밀라가 두 손가락으로 허공에 어떤 형태를 그렸다.
“딸기잼! 딸기잼이 알려줬어요.”
“딸기잼? 카미는 이제 잼이랑 소통하는 방법도 깨달은 거니? 그 정도로 천재인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요. 주방 아줌마가 딸기잼을 열려고 힘을 쏟아붓다가, 갑자기 확 열리는 걸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뭘?”
“나는 지금까지 실력이 없어서 계속 각력이건 마력이건 적당량을 끌어낼 수가 없었는데, 저 방법이면 내 힘을 최대한 끌어낸 다음 돌발격을 쓸 수 있겠다 싶어서…….”
거기까지 말한 카밀라는 겸연쩍다는 듯이 코밑을 쓱 훑었다.
“물론 편법을 쓰는 건 지금뿐이고! 나중에는 평범하게 쓸 수 있게 될 거니까 걱정 마요.”
“편법이 아니야. 그게, 카미가 새로 개척한 길이지.”
“네?”
“십문자도에는 습득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세분화시키거나 축약시킨 초식들을 포함하면 대략 500개가 넘는 초식이 있어. 여타 유명 검법들도 마찬가지고.”
“……?”
“여기서 심화 초식은, 대표 초식이라고도 해. 그러니까, 정통 초식이라는 거지. 카미는 지금 그걸 스스로의 방법으로 성공시킨 거야! 지금보다 더 기뻐해도 돼! 아니, 거만해져야 해! 그편이 더 귀여우니까!”
“아니, 귀, 귀엽긴 누가 귀여워요!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그만 달려들라고요!”
요한의 말대로야. 정말,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구나…….
라미네아는 카밀라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다짐했다. 반드시, 반드시 이 아이를 유명하게 만들어줄 거야. 모두가 이 아이의 재능과 노력을 알게 해주겠어.
제자가 이렇게나 노력하는데…… 스승인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나도 카미에게 더 좋은 교육법을 찾아내야겠어.
“베긴.”
라미네아의 부름이 들리자,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그 위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솟아올랐다.
“예, 큰아가씨.”
저택의 가사와 행정부터 방비까지, 그 전반을 맡고 있는 집사장이었다.
“마경(魔境)행 열차를 예매해줘. 제일 빠른 걸로.”
교차로, 인연의 선로 (3)
“지검제에 참가 신청을 하려면 두 개의 자격증이 필요해. 하나는 검술 검정 중급.”
“다른 하나는요?”
“마력 자격증.”
철의 고동이 들린다.
덜컹, 덜컹, 덜컹…… 일정한 리듬 속에서 산맥이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여러 강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쾌속 대륙 횡단 열차, ‘아르젠 2호’가 증기를 호쾌하게 뿜어내며 눈으로 덮인 철길을 내달리고 있었다.
“십문자도는 두 개의 마력을 다뤄. 심(心; 마나하트)과 쇄(鎖; 마나체인). 이 말인즉슨, 마력 사용이 어떠냐에 따라 검술의 위력도 달라진단 거지.”
“……!”
“그리고 마력 자격증뿐만 아니라 검술 검정 중급을 따려면, 마력 사용법을 확실히 익혀야 해. 지금 우린 그 훈련을 위해 가는 거야. 겸사겸사 시험도 보고.”
카밀라가 약간 난감한 기색으로 물었다.
“음, 역시…… 그 발(發)을 쓰는 편법은 별로 안 좋았죠?”
“아니? 그걸 더 보완하고 강화시켜줄 거야. 네 개성을 버리지 마렴.”
그러자 카밀라가 히죽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팔짱을 꼈다.
“하긴, 2년도 안 돼서 제자 시험을 합격한 천재의 개성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되죠. 신문에도 나왔잖아요. 그래서 지금 누구한테 가는 건데요? 델프레드 아저씨?”
라미네아가 히쭉 웃었다.
“아니, 이 스승님한테는 델프레드 말고도 인맥이 아~주 많단다.”
대체 그 인맥이란 무엇인가.
그 정답은, 쾌속 열차 아르젠호의 종점, <골든로즈> 역에 도착한 이후에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방식으로…….
“마력을 훈련하려면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어. 마법의 수도라고 불리는 곳이니까.”
<골든로즈>는 계획도시(計劃都市)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시가지가 황금의 장미처럼 펼쳐진다. <골든로즈>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의 조언과 지휘가 없으면 어떠한 증축도 행하지 않았다.
카밀라는 이 번화한 시가지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스승이 계속 사주는 군것질거리의 맛에서도.
“사람이 엄청 많네요.”
“검사들의 마력 운용 시험이 항상 <골든로즈>에서 열리거든. 뭐, 여기가 설비가 제일 좋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골든로즈는 마법의 수도로서 마경(魔境)이라 불린다.
마법의 창시자, 검은 태양 카렌덴의 직계 제자이자 최초의 대현자인 에밋사 페이지가 세운 도시라는 역사에서 그 별명은 근거하고 있었다.
긴 역사 속에서, 페이지는 항상 <골든로즈>의 정당한 지배자로서 세상에 마법에 깃든 진리를 설파해왔다.
“아니 뭔 놈의 빌어먹을 여관이란 여관은 다 만실이란 건데?”
“우리는 어디서 자라고!”
제국 필두 마법대학 <델라이텐>의 입시와 마력 운용 테스트 시기가 겹쳤기 때문일까.
<골든로즈>에서 제대로 된 여관을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훈련 시설에도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카밀라가 그런 걱정이 담긴 표정을 짓자, 라미네아가 히죽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걱정 마렴. 이 위대한 스승님께는 다 계획이 있으니까. 오늘 카미는 날 더 우러러보게 될 거야.”
그 계획이란 게 설마…….
꽃송이 형상으로 펼쳐지는 시가지의 중심부에는 마법대학 <델라이텐>이 위치했다.
그 부지 내부에는 이 도시의 주인이자 필두 마도세가인 페이지 방백 가문의 대저택이 있었다.
라미네아가 그 대저택의 정문을 발로 힘껏 걷어차며 소리쳤다.
“이리 오너라!”
저택을 지키는 헌병들이 어떤 미친 광인이 습격해왔나 싶어 다급히 달려왔다. 하지만 상대를 알아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 저 양반이군.’
‘한두 번 겪어본 일이어야지.’
라미네아는 루드윅 가문 출생.
다섯 마도세가의 일원으로서, 어려서부터 세가회의가 열릴 때 이곳을 찾은 일이 많았다.
그리고 라미네아는, 어린 시절부터 아주 유명한 장난꾸러기였던 것이다.
“조, 조, 존경심은 개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거 완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존경스럽지?”
“아, 아니, 미치겠네, 진짜!”
어째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당당하게 징검돌을 밟으며, 황금정원을 가로지르는 라미네아로부터 카밀라는 조심스레 멀어졌다.
스승의 행동이 부끄러워서 그랬던 게 아니다. 한 소녀(小女) 때문이었다. 그쪽으로 시선이 쏠렸던 것이다.
‘예쁘다…….’
만약, 마력에 생명이란 게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마력의 광입자들이 새나 날벌레 같은 형상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춤의 한가운데 앉아 있는 건, 이제야 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소녀였다. 소녀는 다만 책을 읽고 있었다.
“언제 봐도 예절머리라고는 하나 없구나, 라미네아.”
그때, 이 저택의 주인이 하수인들을 거느리고 마중을 나왔다.
연극에 나올 법한 목소리였다.
근엄하고, 고요하고, 차분한…… 페이지 가문의 젊은 당주, 케빈 페이지였다.
케빈 페이지, 침묵백(沈黙伯).
후일 대재상으로서 제국의 내분을 수습하려 노력하나, 형장의 이슬이 되는 것으로 ‘종교 혁신’의 서막을 올리게 되는 그 인물이다.
“그게 제 매력인 걸 알면서 뭘 새삼스럽게 그래요, 오빠.”
“오빠라니, 심히 남사스럽군. 이제 나도 너도 성인이며 내 슬하에는 아이들이 있으니 그런 호칭은 옳지 않다. 또한 너도 제자를 받은 몸인데, 이러면 대체 뭘 보고 배우지?”
“흐흥, 본심을 딱 알겠네. 옛날처럼 오라버니라고 불러달라 이거지?”
“이것이…….”
케빈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자, 그만. 너무 그렇게 열 내지 마시죠.”
그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생물체가 아니었다.
극위성검, 아라다만텔이었다.
아라다만텔이 붉은 숨결을 힘차게 뿜으며 반가움을 표해냈다.
웅…….
목소리의 주인, 백발의 여걸의 등에 찬 성검 또한 은빛 섬광을 뿜어내 그 인사를 받았다.
“타르스 선배님?!”
라미네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소녀처럼 손을 마주치며 방방 뛰기까지 했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현 차석 페이쿼리어, 타르스는 가슴과 어깨가 떡 벌어진 근육질의 여걸이었다.
페이쿼리어들은 모두 큰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허우대가 제일 큰 편이었다.
본래 농부의 딸이었다는데, 추수철에 마을을 습격한 도적떼 30명을 혼자 식칼 세 자루로 몰살시킨 일화로 유명했다.
‘쉬르팽이다.’
카밀라는 그 여장부로부터, 아니, 그 등에 찬 검에서부터 시선을 도무지 뗄 수가 없었다.
그 쉬르팽이었다.
긴 역사 동안 무수한 전설을 만들어낸 극위성검. 극위성검의 서열을 따진다면 반드시 1위에 위치하는 최강의 성검.
어머니가 읽어주시던 용사 동화의 주인공이자, 법황청 영웅 광장의 주역인 리스타 알터 쉬르팽이 동란기를 평정할 때 사용했던 그 검이다.
“케빈 방백이 딸을 한번 봐달라고 부탁해서.”
“봐달라니, 설마.”
“그래, 나도 이제 다시 제자를 받아야 하니…….”
다시, 라고 말할 때 타르스의 눈을 스치고 지나간 슬픔의 빛은 짙고 깊었다. 라미네아가 타르스의 팔을 힘주어 잡았다.
“괜찮을 거예요. 정말, 엄청, 좋은 아이거든요. 케빈 오빠의, 아니, 오라버니의 딸이니 엄청 영특하기도 할 거고요.”
오라버니라고 해줬지? 라고 말하며 라미네아가 케빈에게 눈을 찡긋했다. 그녀는 언제나 이랬다.
늘 장난기가 넘치는 듯하면서도 상냥함의 미덕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녀를 사랑했던 것이다.
타르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너는?”
“저는 제자를 훈련시키러 왔어요. 여기 설비가 원체 좋아야죠.”
케빈이 무표정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여길 뉘 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건 이 광대한 창조의 세계에 너밖에 없을 거다.”
타르스가 카밀라를 보았다.
그 시선이, 비네사와는 달랐다. 호방함으로부터 우러나는 양기(陽氣)가 넘치는 기운이었다.
손 하나로 카밀라를 장난감 다루듯 손쉽게 들어올렸다. 장난감이라기보다는 조카를 대할 법한 애정이 서린 동작이었다.
“좋은걸? 좋은 눈을 갖고 있어. 좋은 페이쿼리어가 될 눈이야. 근육의 상태도 좋아. 착실하고 성실하게 훈련해온 노력이 느껴져.”
카밀라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쉬르팽의 대리자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그러자 아라다만텔이 높이 울었다. 쉬르팽이 그 울음에 반박하듯이 더 크게 울었다.
타르스가 쿡쿡 웃었다.
“아라다만텔이 너를 먼저 찜한 건 이쪽이니 침 바르지 말라고 하는 것 같네.”
“네? 그럴 리가요.”
“성검의 목소리를 정확히 듣는 사람은 없지만, 대충 뉘앙스는 파악할 수 있어.”
그렇게 떠드는 동안, 라미네아는 케빈의 핀잔에 조용히 반박하고 있었다.
“마법 훈련이면 너희 저택에서 해도 시설이 충분했을 터인데?”
“아니, 오빠! 훈련 시설 좀 빌려주는 걸로 이렇게 쩨쩨하게 굴래? 얼마나 한다고! 델라이텐 생도 여러분, 여러분들의 학장님이 사실 이렇게나 쪼잔하답니다!”
“하, 이것이…….”
라미네아가 손나팔을 만들어 고래고래 소리치자 케빈의 주위에서 마력이 폭발하듯 회오리쳤다.
라미네아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리고 이제 장난은 끝났다는 듯, 눈시울에 맺힌 눈물을 훔치며 진지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사실, 시설도 시설이지만 여기까지 온 이유가 또 있어.”
“음?”
“난 뇌향 고모님 덕분에 마력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攄得)이 아니라 체득(體得)해서…… 배울 때는 좋았지만 지도하는 데 부족한 게 너무나도 많아. 어머니나 라디스도 마법에 그렇게 능통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살아 계셨더라면 카미의 마력 교육을 맡길 수 있었겠지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래였다.
“하지만 오빠는 다르잖아.”
“그래서 날 찾아왔다? 그거 참 지극정성이군.”
라미네아가 먼 미래에 닥칠 슬픔을 예비하는 미소로 시선을 떨구었다.
“그렇지 뭐.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어서…….”
페이쿼리어의 삶이란 촛불…….
그 작고 가녀린 촛대 위에서 일렁이는 한 줌의 불꽃, 그 불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전부 녹이면서까지 헌신하는 존재…….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인가…….’
케빈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저쪽, 페이지 가문의 황금정원의 어귀에 앉아 있는 소녀에게 말했다.
라미네아와 마찬가지로, 이제 서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 자신의 ‘맏딸’을 향해.
“로베리스, 이쪽으로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