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06)
가짜 용사 이야기-206화(206/310)
시즌 3 : 14화
성장의 모든 과정은 철도와 같아서, 인연(因緣)들과 무수히 포개어지고 또 갈라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 지금 생각건대 그러하다.
그때, 그 나날 속에서, ‘로베리스 로라디 페이지’와 ‘자발 루드윅’과의 만남이 그러하였듯이.
“이건 영주(靈珠)라는 거야. 여기에 마력을 담을 수 있어.”
페이지 가문은 최초의 현자, 에밋사 페이지의 후손들.
요컨대 전통의 강호로, 나름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는 루드윅 가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저택 내부에 축조된 마법 연구실이 있었다. 연구실 중심부에서 거대한 구슬 하나가 신묘한 빛을 띠고 있었다.
“마력 훈련은 대부분의 검사들이 정말 싫어하고 또 따분하게 여기는 거지만,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력 사용법을 전문적으로 배워야 해.”
라미네아가 구슬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십문자도의 모든 초식은, 마나하트의 마력을 마나체인의 마력으로 붙잡아놓는 게 가능해야 하거든? 자, 잘 보렴.”
라미네아가 구슬의 표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자, 그 중심부에서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아니, 폭발하기 직전 멈췄다.
폭발하려던 힘이, 새로이 일어선 빛의 사슬에 묶여 속박되었으니까. 그 속박 안쪽에서 폭발의 힘은 계속 증대되어 갔다.
‘이게 마나하트의 힘을 마나체인으로 억누르는 이미지…….’
카밀라는 마른침을 넘겼다.
이 마력의 사용법을 터득해야 심화 초식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거구나…….
제4식 발(發)과 느낌이 비슷해. 왜 발(發)이 잘 안 쓰이는 건가 했더니만, 마력을 잘 쓰면 필요가 없는 거구나.
“근데 말로만 들어서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케빈 페이지가 어린 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로베리스, 네 차례다.”
로베리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카밀라에게 다가왔다.
첫 만남의 순간, 케빈 페이지의 부름에 응했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그 첫 만남의 순간부터 카밀라는, 뭐라고 할까, 이 소녀가 불편했다. 그도 그럴 것이.
– 아홉 살? 이거 완전 애잖아요.
그 말에 케빈 페이지가 답했다.
– 로베리스는 마나와 소통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
– 네?
– 마나는 살아 있지 않지만 또 살아 있는 무언가다. 마나와 소통하는 재능을 가진 술사는 마법의 긴 역사 속에서도 드물어.
그런 재능을 가진 녀석이 왜 마법사가 되는 게 아니고 페이쿼리어의 제자가 되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부친이 나쁜 인간인가?
그래서 나처럼 도망치려는 건가?
표정을 보고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볼까도 했으나, 얼굴에 표정이란 게 없어서 언뜻 인형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림을 그려본 적 있나요?”
맑고 높은 목소리였다.
누구에게도 소녀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 정숙한 음성이었다.
책을 읽던 소녀가 아니라 어느 마탑의 학자처럼도 느껴졌다.
“눈을 감아보세요.”
“왜?”
“눈을 감고, 마음속에 도화지를 하나 펼쳐보세요. 그 중심부에 푸른색으로 원을 그리고, 붉은색으로 테두리를 감싸보세요.”
마음속의 망상이 마력 운용과 무슨 상관이 있겠나 싶었다.
그러나 라미네아가 고갯짓으로 로베리스의 지시를 따르라고 했기에, 속는 셈 치고 마음속에 도화지를 펼쳐보았다.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어떠한 손길이, 어떠한 온도가 등에 와 닿은 순간 모든 게 변했다.
“체내에서 마력이 순환하는 게 느껴지나요? 대답하지 말고, 눈도 뜨지 마시고 계속 집중하세요. 지금의 느낌을 기억해야 하니까요.”
눈을 감은 채로, 호흡을 멈춘다.
극한의 집중 상태에서, 영주의 내부에 가냘픈 빛 하나가 일어섰다.
광도(光度)가 극점에 달할 때, 사슬 두어 겹이 생겨나서 그 광원을 두르려 했으나 아직은 속도도 느리거니와 힘이 없었다.
빛의 사슬은 광원의 폭발을 억누르지 못했다. 카밀라가 화들짝 놀라며 물러서자 라미네아가 탄성을 내질렀다.
“좋아! 엄청 잘했어, 카미! 처음치고는 엄청 잘한 거야!”
타르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나이에 마나하트와 마나체인의 마력을 처음부터 이렇게 끌어내다니, 제법인데.”
그 찬사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대신 멍하니 몸을 돌려, 방금 막 자신의 등에서 손을 뗀 소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떻게 한 거야?”
“마력이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게 조작했어요.”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한 거야.”
그러자 로베리스가 시선을 슬며시 내리깔았다. 특유의 연보랏빛 눈꺼풀이 길고도 우아하게 그 눈동자를 가렸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예전에, 용현께서 제 선조님의 다리를 고쳐줄 때 사용했다는 방식을 응용했을 뿐이에요.”
케빈은 훗날 침묵백(沈黙伯)이라는 별호를 얻는 귀족답게 과묵하기 그지없었으나, 그날 카밀라가 본 표정은 자부심 어린 미소였다.
“내 아들 유리우스는 날 때부터 다리에 장애가 있었다. 로베리스는 동생을 위해서 용현의 마법을 공부하더니 마침내 고쳐냈지.”
용현이 위대한 모험가였던 카세나 페이지의 다리를 고쳐준 일화는 유명했다.
“너에게 이렇게 도움이 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 운명일 거다.”
카밀라는 궁금했다.
물어야 할 상황도 아니었고 예의도 아니었으나, 그 순간 치민 의혹을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 페이쿼리어가 되려고 해?”
이렇게나 훌륭한 혈통을 타고나서, 이렇게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아버지가 있는데, 어째서?
아무것도 없었다, 카밀라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라미네아가 빛으로 찾아와서 그 세상을 밝혀주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 녀석은 날 때부터 빛 속에서 거하지 않았나.
“카미, 그런 질문은─”
실례야, 라며 말리려던 라미네아의 어깨를 타르스가 붙잡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 자신도 궁금했으므로.
페이쿼리어의 제자가 되는 건 부모의 청탁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그 자신에게 분명한 목표와 소원이 있어야 했다.
“제 어머니는 몸이 약해요. 동생들도 다 어머니를 닮아서 몸이 약하고요. 그런데 세상에는 그보다도 더 약한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대요.”
그때, 훗날 필두 페이쿼리어로서 네이갈라스 토벌전의 주축이 되는 여덟 살의 소녀가 내놓은 소원은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소박하기에, 아름다웠다.
소박하건만, 찬란히 빛났다.
그 자리에서 그 원(願)을 들은 모든 이들의 눈을 크게 열게 만들고, 더 나아가 최강의 극위성검 쉬르팽이 탄복하게 할 정도로.
“그러니까 건강하게 태어난 제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용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존재라고 해서요.”
교차로, 인연의 선로 (4)
기원력 1670년의 새해가 밝았다. 4월의 생일이 지나면 열세 살이 된다.
페이지 가문에서의 훈련은 한 달이 넘게 계속되었다. 마력의 숙달에 있어서 지름길이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마력 단련이란 내면과의 소통.
신체 내외에서 움직이는 기(氣)의 흐름을 느끼고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
“용현께서는 마법이란 마음을 담는 거라고 했대. 마력의 흐름을 일정한 규칙으로 엮어서 사용하는 것이 마법이니, 마력의 사용법이란 마음을 담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
물론 마력 단련뿐만 아니라, 라미네아와의 검술 훈련도 매일 계속되었다.
하루하루가 촉박하게 흘러갔다.
그 나날 동안 라미네아와 로베리스에게 배운 것들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지루하기만 할 것이다.
“아니, 마력이랑 마음이 무슨 상관이 있어요?”
카밀라의 의문에 로베리스가 대답했다.
“저도 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용현이 제 조상님이신 카세나 페이지께도 똑같이 말씀해 주셨대요.”
하지만 그때 그 둘에게 받은 가르침은 검의 기원(祈願), 즉 용사로 가는 길 위로 진일보를 내딛게 해주었다.
“그래서 저는, 마력의 사용법이란 마음속에 풍경화를 그리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어려서부터 별난 소녀였던 로베리스는 카밀라에게 용사로 향하는 마음가짐 또한 가르쳐 주었다.
그럼에도…….
1월이 끝나가도록 마력 사용 실력은 첫날과 비슷할 뿐, 이렇다 할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가 부족했다…….
로베리스가 마력을 느끼도록 보조해 주는데도, 여태껏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카밀라는 마력의 감각이 희미하고 낯설어서 자꾸만 놓치고 말았다.
“그게 문제라면 적임자가 있지 않나.”
케빈 페이지가 라미네아에게 말했다.
“네 동생, 자발 루드윅을 불러라.”
“안 돼. 자발은 지금 시험 기간이잖아. 이번에 가을학기 말고 겨울학기를 수강한다고 들었어.”
“어제 끝났다.”
“그럼 이제 학생회 임원으로 봄 축제를 준비해야 하잖아.”
“나는 늘 도시와 학교의 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데도 잘만 기생하는 주제에 말이 많구나.”
“아니, 그리고 자발은, 좀, 그렇잖아? 카미가 이상한 영향을 받아서 이상해져 버리면 어떡해!”
“그놈 성격이 특별한 거니, 걱정할 것 없다.”
라미네아의 억지를 완벽하게 논파하는 사람은 한나 루드윅 이후로 처음이었다.
여하튼 그런 대화가 오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대학 <델라이텐>의 문장이 찍힌 마차 한 대가 저택 앞에서 정차했다.
거기에서 내린 사람은…… 흑발의 맹인이었다. 붕대로 두 눈을 가리고 있기에 그렇게 보였다.
<델라이텐>의 교복을 입었는데, 수석 생도임을 증명하는 용골 장식 끈으로 순백색의 망토를 여미고 있었다.
“자발!”
라미네아가 반가운 목소리로 달려갔다.
“누님.”
저 사람이 스승님의 친동생…… 라미네아가 자발을 정답게 끌어안고 깔깔대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 어딘가가 공허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여러모로 이상했다.
분명 눈에 붕대를 감았는데, 기이하게도 걸음걸이에 문제가 없었고 지팡이를 짚지도 않는 것이다.
“나는 맹인이 아니다. 그런데 왜 눈에 붕대를 두르고 다닐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그 질문을 읽기라도 했단 듯, 자발이 카밀라에게 손가락 두 개를 치켜 보였다.
“첫째, 멋있기 때문이다.”
“?”
“붕대로 두 눈을 가리고 있지만 사실 붕대를 벗으면 누구보다 강력한 마법사? 오우 쉣, 그 설정이 너무 멋있기 때문이지.”
“???”
“둘째, 멋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첫 번째와 똑같은데요.”
로베리스가 지적했다.
시선은 책의 글귀에 꽂혀 있었다. 이미 세가회의를 통해 자발의 괴벽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말은 끝까지 들어. 페이지 애송아.”
옛날에는 다른 마도세가와 마찬가지로 루드윅 가문이 페이지 가문을 존대했다고 하나, 용현의 등장 이후에는 급이 비슷해졌다.
“내 맨얼굴이 너무 멋있어서, 이렇게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여학우들이 공부를 못 할 지경이기에 안대를 쓰는 거다.”
카밀라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 어디 아프세요?”
로베리스가 풋, 하고 웃었다.
물론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일부러 자발에게 들으라고 낸 소리 같았다. 자발이 말했다.
“훗, 나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한 여자는 실로 오랜만이군. 모두 이 몸의 목소리만 들어도 자지러지는데.”
카밀라는 질색이란 얼굴로 라미네아에게 시선을 주어야 했다.
그러나 라미네아는 다시 만난 동생이 어찌나 반가운지 마구 웃고만 있었다.
카밀라가 말했다.
“허세 부리겠답시고 안전을 포기한 거예요? 앞이 안 보이잖아요.”
“전부 보인다.”
“네?”
“누님께서 따로 설명을 안 해주셨나 보군.”
그때, 자발이 붕대를 풀어헤치며 두 눈동자를 드러낸 순간.
“벨 퀴리어스.”
혈계(血界)…… 붉은빛의 파장이, 넓게 퍼져나가며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 것만 착각이 일었다. 체내의 마력이 공포에 전율한다.
뭐지……?
자발의 두 눈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고혹적으로 아름다운 빛. 그 각막에 새하얗게 피어난 칠망성의 꽃이 유유히 회전했다.
“내가 바로, 루드윅 가문에서 가장 용현에게 근접한 천재 마법사로 불린다는 사실을.”
* * *
다섯 마도세가 중에서 루드윅 가문은 ‘훔치는 마법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는 온전히 가문의 비전 마법, ‘벨 시디어스’와 ‘벨 퀴리어스’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현상의 근본(根本)을 수학식으로 해석해서 보는 눈동자.
벨 퀴리어스를 개안한 자는 이 수학식에까지 간섭하여 근본을 뒤틀어 버리는 것조차 가능했다.
요컨대 벨 시디어스는 상대방의 술식을 꿰뚫어보는 게 가능하고, 벨 퀴리어스는 대상의 술식을 조작하는 것까지도 가능했다.
그러나 벨 시디어스의 인재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했고, 벨 퀴리어스는 가문 역사상 개안자를 한 손으로도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엄청 드물다는 소리다.
로베리스에게 그 설명을 들은 카밀라는 입을 멍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뭐야, 여기 이 이상한…… 그러니까, 자발 님이 요한보다 더 뛰어나단 거예요?”
“요한? 지금 리미테스(2성) 등위의 애송이잖아. 나는 말이다, 제국에 단 열 명뿐인 글라도스(4성)다. 학장님이나 델프레드 형님이랑 똑같은 등위지.”
“델프레드 아저씨가 직접 가르치니까 요한의 실력도 금방 늘 것 같은데요 뭐.”
요한은 카밀라가 바깥 세계로 나오고 나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나쁜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그 이유가 전부다.
그러자 라미네아가 빙그레 웃었다.
“뭐야, 뭐야뭐야, 카미, 지금 요한 편 들어주는 거야? 좋아하는 남자라서?”
“그런 거 아니거든요!”
“델프레드 형님도 물론 뛰어나지만, 내게 마법을 가르쳐주신 스승은 뇌향이라 불리시는 세츠넨 고모님이시다. 비교가 안 되지.”
뇌향의 세츠넨은 용현 레인 루드윅이 이 세상에 남긴 세 가지 기적 중 하나. 그 용현에게 직접 마법을 배운 걸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학장님께서 보내신 편지 덕에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잘 알겠어. 한번 평소에 하던 대로 마력을 끌어 올려봐.”
대체 뭐가 이루어질까 싶어서 반신반의했으나, 평소대로 영주에 손을 얹고 로베리스의 도움을 받아 마력을 끌어내 보았다.
그런데…… 아니, 이게 뭐지?
달랐다. 찌릿찌릿하고 따끔따끔할 정도로, 마력의 움직임이 더없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엉성하긴 했으나, 마력의 사슬로 마력의 폭발을 억제하는 게 처음으로 1초쯤 성공한 것이다.
“뭐야, 대체 무슨…….”
카밀라가 멍하니 중얼거리며 고개를 홱 돌리자, 손으로 눈가를 가리는 모습이 보였다.
무리가 간 것일까.
이마에 한 방울 크게 맺힌 식은땀이 보였다. 자발이 말했다.
“간단해. 네 체내를 흐르는 마력의 속성을 잠깐 뇌전 속성으로 바꿨을 뿐이야.”
“그게, 가능하다고요? 뭐예요? 방법을 알려주세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알려줄 수가 없어.”
“아무튼 해줄 수 있단 거죠? 앗싸, 이거면 순식간에 마력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냐. 벨 퀴리어스를 쓰는 일은 머리와 마력에 부담을 아주 크게 줘. 나는 봄 축제 준비로 지금 여기에 내 시간과 체력을 할애할 수가 없이 바쁘단 말이다.”
카밀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니, 그럼 여긴 왜 왔어요?”
카밀라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자발의 말문이 막혔고 라미네아가 푸하하, 하고 배를 잡고 웃었다. 자발이 헛기침으로 다시 말문을 열었다.
“등가교환의 법칙 모르냐? 축제 준비를 도와주면 나도 도와줄게. 물론 로베리스, 너도 포함이야.”
책을 읽던 로베리스가 살짝, 정말 미세하게 살짝 가늘어진 눈매로 고개를 갸웃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