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25)
가짜 용사 이야기-225화(225/310)
시즌 3 : 33화
머릿속이 아뜩해졌다. 준사관 자격을 수료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지검제에서도 우승했는데.
그렇게 피나도록 노력했는데.
봄에 출병하는 스승님을 따라가지 못하고, 홀로 이 땅에 남아 있게 되는 건가?
싫다.
그건, 싫어.
방법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해…….
“요한, 넌 어떻게 그리 머리가 좋아?”
노트에 새로 배운 전술을 정리하고 있던 요한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
“음, 딱히 안 좋은 것 같은데. 스승님 같은 분들에 비하면.”
“야, 뒤질래? 네 머리가 안 좋은 거면 난 뭐 짐승이냐?”
“…….”
“뭐? 뭘 봐, 인마. 눈알의 먹물을 확 뽑아버릴라.”
“후훗, 짐승을 보는 게 아닐까?”
“너 이 씨!”
예나 다름없이 두 사람이 투닥거리기 시작하자(항상 샤론이 도망치고 카밀라가 뒤쫓는 구조다), 요한이 한숨을 내쉬고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사람마다 다 강점이 있는 거 아닐까? 난 그걸 최대한 살리는 거고. 너에게도 너만의 강점이 있을 거야.”
“내 강점?”
“너는 항상 너무 앞으로 튀어나가려 하더라. 그러면 당연히 부대의 상황을 볼 수 없잖아. 나는 마법을 쓰니까 후방에서 다 볼 수 있는 거고.”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야.
후방에 있더라도 너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아니, 잠깐만…….
– 사람마다 다 강점이 있는 거 아닐까? 난 그걸 최대한 살리는 거고.
나의 강점, 나만의 강점…… 그러자 번뜩, 하고 뇌리에 떠오르는 방법이 있었다.
밤새, 그 방법을 보완했다.
머릿속으로 수백 번…… 상황을 상정하고 가정하고, 그 상상한 실패로부터 보정하고 보완하여 방법의 형태를 갖춰나간다.
‘이제야 스스로의 해답에 도달한 모양이군.’
밤새 등불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숙사, 집중 상태의 카밀라를 창밖에서 흘끗 엿본 파티슈는 만족스럽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네 최대의 강점은 초 단위의 상상력…… 바로 그걸 살리는 거다.’
그리고 마침내 결전의 아침.
“59번, 최종 시험을 시작한다. 탈락해서 짐을 싸며 눈물을 질질 짤 준비는 됐겠지?”
“안타깝게도 그 준비는 안 했습니다!”
“흥, 그럼 어디 보자고.”
다가오는 여름, 약식 사관 훈련 (3)
‘종합 전투 지휘 시험…….’
파티슈는 궐련의 끄트머리를 성냥불로 점화시키면서 감독 평가서를 내려다보았다.
‘개인적 전투 능력에서 더 나아가, 집단적 전투의 지휘 능력을 평가하는 것.’
이 시험은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준사관 훈련의 수료생을 한 손으로 셀 수 있게 만들 정도로 가장 난해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한 정신력과 적확한 전술을 펼칠 수 있는 지휘력이 중대한 항목이 된다.
‘샤론 플라네스타, 기병대를 이용한 돌파 전술로 합격. 요한 프로스트, 철새진에 대한 남다른 이해력으로 최고점으로 합격. 그리고 다음은…….’
시험 합격을 통보받은 샤론과 요한이었으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긴장되는 심정으로 카밀라를 바라보았다.
‘카밀라…….’
‘너 정말 할 수 있겠어……?’
그때 카밀라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눈을 감았다. 추억을, 기억을, 마음속의 빛을 떠올린다.
– 마물을 상대할 때는 침착해야 돼, 카미. 어떤 순간에서든. 어떤 위기가 왔어도 절대로. 침착성을 잃어버리면 호흡이 흐트러지고, 호흡이 무너지면 검술 자체가 무너져.
– 어떻게…… 그럴 수 있죠?
– 상상하는 거야!
– 상상?
– 응, 상상! 먼저,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해보고 머릿속으로 대응법을 생각해봐. 그러면 위기가 와도 그리 당황스럽지 않아. 이미 생각해둔 거니까!
냉정하게…….
그리고 도전은 즐겁게…….
‘작전 시간은 대략 40분에서 60분 사이…….’
우선 가장 먼저 달려드는 우루크 전투 대장을 쓰러뜨리는 데 5초.
우루크는 전투 대장이 선봉이 되고 그 좌우를 따르는 놈이 있으니 그놈들까지 상대하는 데 총 15초.
20초 뒤에 뒤의 전열을 확인하고 철새진의 방향만 재정비…… 적의 위치를 확인해서 선봉과 우익 중의 위치를 결정하고…….
‘자, 해보자.’
10초의 초읽기가 진행된 이후, 카밀라의 시험이 시작되었다.
창병 100명.
총병 500명.
카밀라가 선택한 병종 편성은 지극히 교과서적인 방식이었다. 파티슈는 궐련을 입에 꼬나물었다.
‘지금까지 네가 보여준 퍼포먼스, 30점대의 활약으로는 불합격이 당연한 수준이다.’
자, 어떻게 할 거냐?
보여줘 봐라.
넌 이런 곳에서 떨어질 재목이 아니라는 걸.
‘우선 첫 번째야.’
전장, 즉 환상 공간 속으로 접속한 카밀라는 즉시 ‘자신만의 강점’을 실행에 옮겼다.
“무슨, 프리스비아 코어를 내던졌다고……?”
“그 대신 창병의 장검을 강제로 징발했어……?”
“교관님, 이 방식은……!”
파티슈는 궐련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총 대신 칼을 쓰면 안 된다고는 말 안 했어. 대신 사격 점수가 0점이 될 뿐이지.”
있는 거냐? 사격 점수를 포기해도, 합격할 방법이?
아니…….
그 천재적 상상력으로는 포기하는 길에서 합격의 길이 열린다고 본 거냐?
‘첫 번째, 첫 번째 우루크를 제대로 쓰러뜨려야만 해.’
카밀라는 장검으로 십문자도의 자세를 잡으며 생각했다.
십문자도는 본디 태도에 특화된 검법이다. 태도를 통해서만 그 힘과 위력을 완벽히 발휘할 수 있지만, 다른 종류의 검으로 아예 쓰지 못하는 건 아니다.
장검으로 취하는 십문자도의 자세는 어정쩡하고 허술해 보였지만, 우루크 또한 힘이 1/4 수준으로 조정되어 있다니 문제없다.
‘이 시험에서는 병사들의 사기도 큰 영향을 미치니…… 우선 그 사기를 증강시키기 위해.’
우루크는 인류와 다르다.
지휘관이 뒤에서 병사들을 부리는 인류와 달리, 전투 대장이라는 병종이 누구보다도 먼저 선봉에 서서 내달려온다.
바로 지금, 다른 우루크보다 반 척은 큼직한 놈이 뛰어오는 이 순간처럼.
십문자도 제4식, 발(發).
칼집을 억누르는 칼날과 날밑의 압박감 속에서, 칼집에 응축되던 마력은 순환되지 못하고 폭발적인 역류성 기류로 일변한다.
한순간에.
그걸, 한순간에.
한순간에 집중시켜서 방출시킨다는 이미지, 느낌, 감각, 지면을 박차는 동작부터 칼을 뽑는 동작까지 한순간에 행하는 기염(氣焰).
십문자도 제5식, 돌발격.
돌격의 세는 폭발적이건만, 이대로 튀어 나갔다가는 그저 튀어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칼집으로 동작에 제동을 건다.
제동이, 관성과 회전력을 발생시키고 증강시켜 칼의 절삭력을 극도로 증폭시킨다.
채애애애앵────!
전투 대장의 도끼날이 그 회전 베기의 참격을 그대로 튕겨내고, 놈을 보위하던 양옆의 전사들이 각자의 병기로 자세가 무너진 카밀라의 숨통을 겨눈다.
“!”
요한이 입을 다물었다.
샤론이 손톱을 깨물었다.
“역시 부족했던 거야. 장검으로는 십문자도의 전력을 끌어낼 수가 없으니…….”
아무리 힘이 약하게 보정됐다고 해도 상대는 우루크 전투 대장이다. 조교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끝났군요.”
“이렇게나 빨리.”
“아니. 저 녀석,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데?”
조교들은 파티슈가 궐련으로 가리킨 곳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칼집……?
카밀라의 등허리에 두 번째 칼집이 매달려 있었다. 근데 칼이 칼집과 붕대로 몇 겹으로 휘감긴 채 고정돼 있었다.
“칼이 흔들린다……?”
“설마, 힘이 부족했던 건……?”
“저기에도 마력을 일으켜놓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 순간에, 카밀라는 생각했다. 심화 초식을 연달아 쓰는 건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무리야.
하지만 이 방법이라면.
나만의 십문자도라면.
사용할 수 있어. 지극히 편법에 가까운 것 같고, 또 정통적인 방식보다는 제약도 많고 위력도 많이 낮아지겠지만…….
“중요한 건 쓸 수 있단 것!”
모든 것을, 힘을 집결시킨다.
우루크 전투 대장의 반격에 칼이 튕겨나가는 반동과, 몸이 날아가는 탄성과, 그 날아가는 몸을 아래로 붙드는 중력의 힘까지.
요컨대,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혼잡한 힘의 떨림을 칼날 위로 응집시켜 발산시키는 이미지.
‘하, 라미네아…….’
십문자도 제6식, 섬무참.
‘네 제자 녀석은 정말이지…… 질릴 틈을 안 준다.’
섬무참은 광역적인 횡렬 베기로, 후일 대영웅 샤릴리온은 수평선에 존재하는 모든 적을 ‘발(發) – 섬무참’ 한 번으로 쓸어버렸다고 한다.
정통 십문자도도 비슷했다.
위력은 크게 부족하지만 말이다.
카밀라가 이때 사용한 건 정통 십문자도, 즉 연계의 끝머리로 사용되는 통상 십문자도보다도 약했지만…… 이때는 이것만으로도, 이 힘만으로도 충분했다.
“!”
“!”
“!”
양옆에서 목숨을 겨누던 두 명의 우루크의 목을 한순간에 베고, 또 더 나아가 우루크 전투 대장의 병장기를 쳐내는 데에는.
쩌어어어어어엉……!
격렬한 파쇄음과 함께 힘의 충격파가 발산되고, 힘의 주인들이 각자 뒤로 밀려났다.
“지금이다. 발사!”
결과는 비슷해 보여도, 그 결과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르다.
일반적인 검무와는 달라.
혼자서 날뛰는 검무가 아니라, 뒤를 지키는 병사들이 있고 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푸슈슈슈슈슉……!
압축된 공기가 터지는 소리…… 증기총의 총성과 함께, 전투 대장의 몸이 수십 발의 총탄에 꿰뚫리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와아아아아아!] [전투 대장을 쓰러뜨렸다!]환상으로 구현된 병사들의 사기가 용기백배한다.
좋아, 사기가 올랐어.
이때 병사들은 전투력 상향 보정을 받아.
‘이 상황을 놓치면 안 돼.’
카밀라가 검을 치켜들었다.
“철새진 편성! 10ㆍ62ㆍ10! 사격 통제권은 각 병장들에게 할당! 내가 선봉과 우익의 위험 요소들을 맡는다! 고지대로 전진!”
해일처럼 밀려드는 적의 대열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가, 휘두르고, 베고, 찌르고, 다시 휘두르고, 베고, 찌르고…….
[전진, 전진……!] [준위님을 따르라……!]적의 선봉을 무너뜨려서 힘의 예봉을 꺾으면 사격 지원으로 잔적을 처리한다.
사격이 한 곳에 집중될 때.
반드시 발생하게 되는 다른 곳의 허점, 즉 적이 노리고 들어오는 게 당연한 진영의 허점을 막으러 이동한다. 지금까지 해온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기세……!”
“저게 곧 열네 살? 대단한데……?”
계속, 계속, 멈추지 않고, 지금 이게 내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십문자도.
내 칼의 연계다.
칼이 무뎌지거나 부러지면 다른 창병으로부터 검을 받는다. 마력의 잔량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한 가지 일이 끝날 때마다 진영의 허점을 관찰한다.
“사용하는 전술은 철새진 기본 전진 대형 단 하나, 그런데…….”
“말도 안 되는 활약으로 기본 대형의 허점을 혼자 메우고 있어.”
“병사들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잘 싸우고 있기도 합니다.”
베고, 찌르고, 휘두르고, 그 끝없는 참격의 연계를 바라보는 조교들의 탄성 속에서, 파티슈가 입을 열었다.
“기본 대형은 어떤 상황에서든 평균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에 기본 대형인 거다. 전술 활용에 취약한 자신의 단점을 저 기본 대형으로 메우고, 나머지는 강점으로 보완하고 있는 거지.”
물론 그게 전부가 아니야.
‘장수를 분류하는 큰 갈래로는 세 가지가 있다.’
덕(德)으로 부하들을 이끌어 사기를 충천시키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덕장(德將).
‘지혜로 적재적소에 최고의 전술을 끌어내는 지장(智將).’
그리고 스스로의 무위로 전술과 전략이 닿지 못하는 영역을 타파해가는 맹장(猛將).
‘이 시험은 애초에 전술의 능력을 보는 게 아니다. 지금껏 가르쳐준 전술로 후보생이 스스로의 기량을 어떻게 더 잘 살려낼 수 있는지를 보는 거지.’
지금까지의 전쟁사에서 많은 페이쿼리어들이 맹장으로서 불가능 속으로 뛰어들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무훈을 남겨왔다.
그 압도적 무력은 한 줄기 빛.
패색(敗色)이라는 어둠 속으로 눈부시게 비쳐드는, 용사(勇士)라는 이름의 빛.
‘그 빛에 이끌리는 거야. 사기가 충천하는 건 당연한 거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거야.’
단순무식한 방법이기는 해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적절한 상상력과 판단력도 필요하다.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힘…… 그래, 카밀라는 지금 자신이 가진 최고의 강점으로 최고의 단점을 보완해낸 것이다.’
파티슈는 뿌옇게 내뿜는 연기로 입가를 메운 미소를 감추었다.
‘그래, 이 심플한 답안이 네가 찾은 방법이구나.’
라미네아, 알고 있냐? 네 제자에게서는 벌써부터 용사의 자질이 엿보이고 있단 걸.
“카밀라.”
샤론이 양손을 모은 채 중얼거렸다. 요한이 긴장된 손동작으로 안경을 치켰다.
‘고지대는 점령했어. 이제 저길 방어하는 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런 체력이 된다면.’
베고, 베고, 또 베고, 베고, 베고, 베고, 또 베어내고,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둘러서.
숨이 차오르고.
땀이 끝없이 흐르기를 반복.
슬슬 적의 숫자가 줄어들고, 공세가 약해지고…… 더 이상의 적이 나타나지 않는 시점이 왔다.
“……?”
순간적으로 시험 진행에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 적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마법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땀방울 하나.
볼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의 감촉조차 느끼지 못하는, 극도의 무아지경 상태 속에서.
“뭔가 잘못된…….”
겨우 숨결을 토해내며, 환영 공간에서는 보이지 않는 감독관들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래, 잘못되어도 한참은 잘못되었지.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되다니.”
파티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59번 후보생, 고지대 점령 성공이다. 시험은 끝, 합격이다.”
마지막으로 쓰러뜨린 환영들이 광입자로 흩어지는, 그런 빛의 연회 속에서, 멍하니 숨을 헐떡거리던 카밀라는 이 현상의 원인을 마침내 이해했다.
끝……?
그러니까, 합격……?
무아의 상태 속에서 빠져나오는 탈력감은 쾌감처럼 전신을 훑었는데, 양쪽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승리의 함성으로 발산하지 않고는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읏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요한과 샤론은 미소를 주고받을 때 조교들이 갈채를 보냈다.
이 합격이 교관 파티슈의 주관적 가산점이 무수히 붙어서 가능했단 것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지적하지도 않았다.
조교들 또한 전심으로 고양된 것이다. 어린 준사관이, 미래의 용사 후보가 떨치는 활약에!
* * *
“제군들은 이로써 약식 사관 훈련을 마치고, 준사관으로서의 소질과 적성을 함양하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그렇게 마지막 시험이 끝난 날에는 단 여덟 명의 후보생들이 훈련소에 남아 있었다.
훈련 총책임자가 준위 계급장을 후보생들의 가슴에 달아주는 것으로 사관 교육이 종료된다고 했다.
파티슈 듄 제라예가 조교로부터 건네받은 계급장을 후보생들에게 하나하나 달아주었다.
“시건방진 녀석이, 한 번에 해냈군. 두 달 만에 키도 제법 컸고.”
“교관님 덕분입니다!”
“흥. 라미네아한테도 똑같이 말해라. 네가 잘한 게 아니라 다 내 덕분이었다고.”
파티슈가 카밀라의 가슴에 계급장을 달아준 다음, 어깨를 친근하게 두들기며 말했다.
“부사관 출신 준위, 즉 백인대장이었다가 승진한 현장직 준위들한테 같은 지위라고 말 놓고 그러지 마라. 골 빈 새끼란 소리 들으니.”
“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네!”
“죽지 마라.”
“명령인가요?”
“그래, 명령이다, 욘석아. 나한테 더 갈굼 받으러 와야겠지?”
카밀라는 왼발을 끌어 군화의 뒤축을 맞부딪쳤다. 동시에 주먹 쥔 왼손은 등허리로, 오른손은 가지런히 모아서 눈썹 옆으로 붙였다.
모든 동작에 절도가 살아 있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 모든 동작에 대조되는 앳된 입가에는 어린 소녀의 환하도록 순수한 미소가 실리고…….
“준위 카밀라, 명 받들겠습니다!”
파티슈는 성장한 소녀를 흐뭇한 가슴 떨림 속에서 바라보다가, 궐련을 조교에게 넘겨준 다음 각 잡힌 경례로 소녀의 마음을 받았다.
기원력 1671년 1월 29일.
역사에 ‘검은 여름’으로 기록된 악몽이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 단 4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