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41)
가짜 용사 이야기-241화(241/310)
시즌 3 : 49화
“그러면 카밀라, 각 시험 내용에 대해 설명해줄게.”
에쉬르가 말했다.
왜인지 신난 표정이었다.
“맥케넌의 시험은 반사 신경이야. 맥케넌이 던진 20개의 비수를 모두 피하거나 막아내면 통과.”
맥케넌이 주먹의 관절을 풀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아니, 진짜 무섭다고요.
“레오네의 시험은 별것 없어. 술래잡기야. 레오네를 잡을 수 있게 되면 통과.”
레오네는 특유의 호탕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보였다.
“카밀라라고 했나? 너무 겁먹지 말고. 봐주면서 할 테니까.”
붉은 순례자들은 홍염의 아키레아를 닮아 모두 저렇게 웃음이 호쾌한 건가 싶었다.
“페닐의 시험은 저 영주(靈珠)를 마력만으로 깨트릴 수 있게 되면 통과.”
음……?
어, 음…….
저게 마력을 주입해서 깨트릴 수 있는 거였나? <골든로즈>에서 훈련할 때 파열은커녕 균열도 일으켜본 적 없는데.
“그럼 카밀라, 나는 스승님이 주신 임무가 있어서 가볼게. 2주 동안 바쁘겠구나! 힘내!”
두 번째 발돋움, 필두 페이쿼리어와의 동행 (4)
혈마 병단에 입단하기 위해, 별난 간부들에게 받은 시험의 나날을 간략하게 줄여서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
진실로, 그 과정은 험난했다.
진실로, 그 시간은 고달팠다.
그러나 그 험난함과 고달픔은 용사(勇士)라는 푯대로 나아가는 발돋움이 되었다.
“너 같은 애송이는 내가 진심을 내면 바로 죽어버릴 테니, 코딱지를 파면서 해주도록 하지.”
맥케넌의 철침은 그야말로 신기루였다.
철침을 던졌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이미 철침들이 혈(穴)을 꿰뚫고 있었다.
반응을 했다 싶어도, 허공에서 철침들끼리 서로 맞부딪치며 궤도를 변형시키는 게 아닌가.
“포기해라. 넌 100년이 흘러도 내 비수를 못 피해. 고작 2주 만에 눈으로 좇는 건 불가능하단 말이다.”
그 혈들이 3종 건강 특선 세트라는 건 나중에 친해진 뒤에야 알았다.
피부 미용!
피로 개선!
관절 건강!
어쩐지 그 미친 듯이 힘들었던 2주 동안 아무리 굴러도 지치질 않더라니…….
“자,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마! 그냥 술래잡기일 뿐이니까. 내 옷깃만 스쳐도 통과야.”
레오네의 몸동작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관절이 저렇게나 다채로운 움직임을 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총기의 등장 이후 100년, 권법은 점차 사장되어 가고 있었기에 이런 초일류 권법가를 만나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음, 아직 몸 구석구석이 유연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은걸. 원시화의 반동 때문인가? 노력 좀 해야겠어.”
그래도 맥케넌과 레오네의 시험은 몸을 움직이고 있으니 시간의 흐름이 빠른 편이었다. 페닐의 시험은 그야말로…… 가시방석이 뭔지를 알게 했다.
“마력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서 집중시켜라. 마력을. 그 정도 마력으로는 영주에 실금 하나 못 내게 한단 말이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아무리 마력을 일으켜 봐도.
영주를 너무 세게 잡은 탓에 손가락이 닿은 부분에 금이 갔을 뿐, 내부에서 시작된 균열은 일절 일어나지 않았다.
“마력의 순간적인 분출력은 지구력에서 비롯된다. 지금 너는 지구력도 뭣도 없어. 그러니까 뭣 좀 했다 하면 지치는 거다.”
페닐의 비아냥거리는 말투는 사람을 참으로 빡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델프레드도 그렇고 마법사란 것들은 모두 이런 것인가!
“정말 답도 없군. 이런 답도 없는 녀석을 맡기시려고 우리 셋을 임무에서 제외시키다니, 단장님도 나이가 드시면서 모정(母情)이란 게 생기셨나.”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가 지나도록.
맥케넌의 비수 하나 튕겨내지 못하고, 레오네의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페닐의 영주에 실금 하나 일으키지 못했다.
‘왜? 왜 안 되는 거지?’
지검제(地劍祭)에서도 우승했잖아. 거기서도, 여기 와서도 적잖은 강자들을 쓰러뜨려 왔잖아.
근데 왜…….
일단 이 사람들은 속도 자체가 달라. 신체의 속도뿐만 아니라 반사 신경의 속도도.
“시험은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결가부좌 상태에서의 명상, 그 고요한 시간 속으로 스며든 목소리가 있었다.
홍의 사제(紅衣-司祭), 아이딘.
언제나처럼 엄격함의 그늘 뒤에 숨겨진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병실로 들어와 몸 상태를 내진해 주었다.
“아뇨, 뭐지, 여기 와서 보니 스승님이 얼마나 잘 가르쳐주신 건지 알겠더라고요. 다들 절 쫓아낼 생각만 가득이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당신을 정말 쫓아낼 생각이었다면, 그들이 당신에게 시간을 할애해 주었을까요? 상대조차 하지 않지 않겠습니까?”
“!”
아이딘과의 문답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카밀라의 말, 카밀라의 생각을 어둠에 잠기는 게 아니라 저편의 돌파구로 이어지도록 사고의 흐름을 조율해 주었다.
“장인들이 지켜온 식당에서는 새로 제자가 들어오면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 잡일만 시킨다고 합니다. 이게 왜인지 아십니까? 존경심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 성실성을.”
“존경심과 성실성이요?”
“됨됨이를 본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3년에서 10년 동안 잡일이라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습니까? 그렇다면 필사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카밀라, 배움의 나날 동안에는 개가 되십시오. 개는 주인의 탁자 밑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조차도 먹는 법입니다.”
“제가, 어, 불평하는 게 아니고요, 엄청나게 멍청해서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자세는 결코 멍청한 게 아닙니다. 쉽게 말씀드리지요. 존경심과 성실함의 자세를 모두 갖추게 된다면, 스승들이 어렴풋이 가르침을 줄 때 그걸 놓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아…… 벼락으로 머리를 얻어맞는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 포기해라. 넌 100년이 흘러도 내 비수를 못 피해. 고작 2주 만에 눈으로 좇는 건 불가능하단 말이다.
– 음, 아직 몸 구석구석이 유연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은걸. 원시화의 반동 때문인가? 노력 좀 해야겠어.
– 마력의 순간적인 분출력은 지구력에서 비롯된다. 지금 너는 지구력도 뭣도 없어. 그러니까 뭣 좀 했다 하면 지치는 거다.
세 사람 모두, 비꼬면서 내쫓으려고 한 게 아니었어. 가장 중요한 내용들을 가르쳐주고 있었어.
마음이 없던 건 나였구나…….
필사적으로, 전력을 다해, 어떤 것이든 배우려는 자세가 나에게 없던 것뿐이었어.
“지치지도 않고 또 왔냐? 야, 말했잖아. 너는 100년을 가도─”
“─오늘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눈으로 좇는 것은 불가능해. 불가능한 걸 자꾸 하려고 하니 실패하던 거다.
– 고작 2주 만에 눈으로 좇는 건 불가능하단 말이다.
그러니까 상상하는 거다. 아니, 생각해보는 거다. 비수를 던지는 상대가 어디를 노릴지.
혈(穴)의 위치가 제각각이라 해도, 살(殺)로 이어지는 위치는 대부분 비슷해.
예측하는 거다. 그렇다면 다 막지는 못해도 치명상을 피하는 것은 가능해. 전장에서 이탈하지 않을 수 있어.
“!”
티티티티팅…… 착탄의 순간, 신체 핵심 부위에 견고히 두르는 십문자도 제1식, 원(圓)에 철침들이 튕겨나갔다.
완전한 방어는 불가능.
팔다리에 철침이 꽂히기는 했으나, 지금까지처럼 중추 혈(穴)이 제압되어 꼴사납게 쓰러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녀석, 뭐지…….’
맥케넌은 하루 만에 카밀라에게 일어난 엄청난 변화에 두 눈의 눈썹을 치키고 말았다.
카밀라가 숨을 들이마셨다.
칼과 칼집의 교차, 십문자를 풀면서 명량하게 소리쳤다.
“2주 만에 눈으로 좇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신 건, 눈으로 좇을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먼저 대비하라는 말씀이셨죠?!”
맥케넌은 그 순간, 하, 이 녀석이…… 자신의 복장에 복면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 감사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한순간 입가가 일그러지며 제멋대로 빚어낸 무방비한 미소를 이 녀석에게 보여주고 말았을 테니까.
“오늘은 날 쫓아올 수 있겠어? 조금 쉬면서 해도 되는데.”
배우는 거야.
하나하나, 차근차근.
내가 모르는 것, 약한 것, 부족한 것은 모두 배울 수 있는 것들.
‘레오네가 관절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고 배워. 그 유연성을.’
지금 복기해보면, 에쉬르의 십일자도는 관절의 움직임을 극한까지 구사해서 더없이 역동적인 검술로 완성시켰어.
에쉬르도 배운 거야.
이런 고수들한테, 하나하나.
알지 못했던 것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사람은 처음을 반복하면서 어른이 되어간다’고 했던 말이 바로 이걸 뜻한 거였어.
‘훌륭해.’
레오네는 씩 웃었다.
변했군.
어제까지는 그냥 무식하게 쫓아오려고만 하더니, 지금은 내 동작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있어.
‘그리고 그걸 바로 자신의 동작에 적용해보는 도전성…… 이 아이는 실패에 익숙해.’
실패를 해도, 실수를 해도, 다시 일어서면 된단 걸 알고 있어. 다시 일어나서,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않으면 된단 걸 알고 있어.
‘누가 가르쳐준 거지?’
무엇보다, 스스로의 성장을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저렇게 웃으면서 날 쫓아올 수 있는 거지.
‘나 원, 저렇게 순수한 웃음을 지으며 쫓아오면 괜히 잡혀주고 싶어지는데.’
페닐의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지구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분출력은 지구력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 말은 즉, 우선은 영주에 마력을 주입하는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라는 것이 틀림없다.
“으, 읏, 으아아아아아앗!”
“음? 야 이 얼간아! 경락계가 터지겠어! 그만해!”
“이 정도로는, 끄떡없어요, 저, 진짜 무식해서, 머리고 몸이고 죄다 돌이라서!”
페닐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력의 지구력이 가장 중요하단 말을 이제 알아들었나?
하지만 그걸 성장시키는 방식이 바로 이렇게 무식하게, 매일같이 마력을 영주에 최대한 오래 처박는 거란 건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저, 할 거예요, 할 수 있을 때까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
스승님과 그리프베런 아저씨와 델프레드 아저씨와 멜레느 언니와 요한은 나보다 강해.
그러니 무사하다고 믿자.
‘플로렛 님과 샤론도.’
지금은 내 길에서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뒤처지지 않고.
내가 앞서가는 거라면 저 앞에서 그 사람들을 기다려주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
‘힘들어.’
마력 때문에 온몸이 끓어오르는 것만 같아. 체력이 받쳐주질 못해.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저게 바로 카밀라의 최고 강점이에요.”
멀리서, 카밀라가 쥔 영주가 휘황하게 빛나는 광경을 바라보던 에쉬르가 말했다.
“결코 포기하지 않아요. 주눅이 들 때도 있을지 몰라도, 항상 앞으로 나아가려 하죠.”
그 옆에 서 있던 건 아이딘이었다. 아이딘은 야전 병동의 지휘관으로서 열흘 동안의 작전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다른 애들은 저만 보면 다 옆에 서는 걸 포기하던데 글쎄 어떻게 하면 저처럼 될 수 있냐, 날 이길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에쉬르가 맑게 들뜬 어조로 재잘대자, 아이딘이 고요한 미소를 지었다.
“제자는 스승을 닮는다고 하죠. 오직 앞을 올곧게 향하는 순수한 열정, 저 아이도 커서 라미네아 경처럼 마음으로 사람을 탄복시켜 따르게 하는 존재가 될 겁니다.”
카밀라를 향한 아이딘의 칭찬에 뛸 듯이 기뻐하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에쉬르의 시선이 카밀라의 하얗게 센 머리로, 그리고 살가죽을 꿰매다시피 이어 붙인 흉터로 향했다.
곧 처연하게 깔린 시선은 오직 땅바닥만을 맴돌았다.
“네, 그때까지 성장할 수 있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