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42)
가짜 용사 이야기-242화(242/310)
시즌 3 : 50화
“준비는 됐냐? 라미네아의 장난감.”
비네사 알터 르노드는 정확히 14일 후에 임시 사령부로 복귀했다.
몰락지대 출정 전야였다.
비네사는 각종 일들을 마무리한 뒤 아이딘을 찾았는데, 겸사겸사 카밀라의 시험도 주재하기로 하였다. 호기심이 있던 건지, 나머지 5인의 간부진도 모두 동행했다.
“준위 카밀라, 준비됐습니다!”
“말은 청산유수지만 실제로는 어떨지. 그럼 한번 보여봐라. 맥케넌의 비수를 막거나 피하면서 레오네를 잡으면 통과다. 영주를 깨트리는 건 보여줄 필요 없다. 저게 가능하면 영주를 깨트리는 건 문제도 아니니까.”
비네사가 시험 내용을 꿰고 있단 것은 놀라웠다.
차후에 알게 된 내용인데, 사실 이 시험은 비네사가 용령석을 투입한 에쉬르가 바뀐 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었다.
어떤 페이쿼리어 못지않게 제자를 아끼고 또 사랑하는 스승이었던 것이다.
‘자, 가보자.’
마력의 지구력을 기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어.
마력을 상시 가동하는 것.
그것은 육체 능력의 증강을 상시적으로 부릴 수 있다는 것, 그 지구력이 분출력…… 이른바 폭발력으로도 직결된다.
“오호라, 저 꼬마, 레오네를 제법 잘 쫓아가고 있잖아…….”
“흐음, 심지어 맥케넌의 비수들을 쳐내면서…….”
“다 쳐내는 건 아니지만, 제법인데, 급소나 달리기에 지장을 주는 부위의 공격은 확실하게 다 방어해내는 게 훌륭한데…….”
그 소란을 듣지도 않는 무아(無我)의 집중 상태에서 레오네를 뒤쫓으면서 카밀라는 생각했다.
‘내 육신은 변했어.’
원시화(原始化)로 열일곱 살 부럽지 않게 팔다리가 성장하기만 한 게 전부가 아니야.
순식간에 장성한 몸을 통제할 수 있는 유연성과 마력을, 이 2주 안에 익혔다고!
필두 페이쿼리어도 아니고, 그 휘하 간부한테 2주 동안 배운 게 이렇게나 많은데.
‘그냥 페이쿼리어도 아니고, 필두 페이쿼리어를 곁에서 한 달? 3주? 아니, 1주만 모실 수 있어도 얼마나 많은 걸 배울 수 있을까?’
그걸 보고 배워 성장하면…….
스승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 거야.
예전보다 몇 배는 성장한 모습으로, 스승님을 놀라게 해드릴 수 있어.
‘그러니까 이 시험은 반드시 합격해야만 해. 합격해서, 저 뒤를 따라가야만 해. 세상에 두 번 없을 기회가 있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
카밀라는 교묘하게 레오네 뒤로 돌아갔다.
맥케넌과 자신의 사이에 레오네를 두는 방식이었는데, 허공에서 비수의 궤도를 통제하는 게 가능한 맥케넌에게는 무의미한 수였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때, 카밀라가 날았다.
“!”
“!”
“!”
두 발로 천장에 안착, 비수가 자신을 즉각 뒤쫓아올 때 천장을 진각으로 박차고 외벽에 착지.
그 궤도 위에, 레오네를 놓는다.
카밀라가 한순간 레오네를 앞질러 가면서, 수직 방향에서 대각선으로 진행 방향이 수정된 열 자루의 비수가 레오네를 노린다.
‘이야, 이 꼬맹이 제법인데!’
그리고 다시, 상시 유지해온 마력의 지구력을 모두 폭발력으로 집중시킨 진각으로 외벽에 균열을 일으키며 몸을 박찬다.
“으으으으읏────!”
전력으로 레오네에게 돌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 한순간에 패착이 갈렸다.
카밀라는 바닥을 나뒹굴고.
레오네는 카밀라의 등 위에 유연하게 착지하고, 맥케넌은 날뛰던 비수들을 거두어들였다.
“어떻게 된 거야?”
그딴 하수(下手)나 할 법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 시험에 참관한 9인의 간부진 모두 내로라하는 고수들, 사태의 전말을 그 두 눈으로 확실하게 좇고도 남았다.
그러니, 당연한 일이었다.
카밀라가 쓰러진 채 왼손을 들어 올리기도 전에, 그 손을 펼쳐 레오네의 소매에서 뜯어낸 옷자락을 보이기도 전에…….
이미 에쉬르부터 시작해서 간부들이 하나둘씩 박수나 탄성을 흘리고 있는 건.
“좋아, 좋은데! 오랜만에 아주 피가 끓어오르던데! 스승님에게 권법을 배울 때 느낌도 나고.”
레오네가 카밀라의 겨드랑이에 양손을 끼워서 번쩍 일으켜 세워주었다.
레오네가 동료들, 맥케넌과 페닐에게 시선을 주자 두 사람도 이론이 없단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이제 이걸로 된 건가?
‘합격?’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 한순간에 장내를 뒤덮은 침묵을 모조리 압살할 정도로 큰 심박이 귓가에 울렸다.
필두 페이쿼리어를 따라갈 수 있는 거야? 곁에서 모시고 볼 수 있는 거야?
“십문자도를 라미네아에게서 어디까지 배웠지?”
“네?”
“그딴 얼빠진 반문을 한 번만 더 하면 턱뼈를 박살내 버리겠다. 초식을 어디까지 배웠냔 말이다.”
“제7식이요! 진뇌룡까지요!”
“흠, 그럼 결정됐군.”
비네사가 말했다.
극위성검 르노드의 칼자루에 손을 얹은 채 몸을 돌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내일 출정에 따라와도 좋다. 에쉬르, 저 애물단지는 전에 말한 대로 네 독립 분대에 배치한다.”
에쉬르가 양손을 모으고는 카밀라보다도 더 큰 환성을 질렀다.
“네, 스승님!”
뒷머리에 깍지를 낀 채 문가에 기대앉아 하품을 하던 샤펠이 불만족스럽게 혀를 찼다.
10인의 글라도스(4성) 마법사.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석장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며 턱수염을 벅벅 긁었다. 오사리우스 학파를 상징하는 물건들이다.
“저 한심한 것들이 왜 에쉬르 때처럼 전력을 다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네. 홀리기라도 했나? 전장은 놀이터가 아닌데.”
두 번째 발돋움, 필두 페이쿼리어와의 동행 (5)
“몰락지대(沒落地帶)는 <화염만리>와 인접한 땅으로 남부 경계의 끝이었다.”
몰락지대, 옛 렙틸리언 왕국의 폐허.
도마뱀 군주 네이갈라스의 저주와 사념으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범위는 점차 확장되어 왔다. 원래대로 회복되어 간다고 표현해야 맞겠지만 말이다.
그 타락의 물결을, 홍염의 아키레아가 남기고 간 불꽃이 제동을 걸고 있었다.
“황은의 사사, 발브레이는 바로 그 불의 수호자였다. 수호자가 자리를 비운다는 건 불가능했다. 발브레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만나러 가야 했다.”
문제는 황색 도시 <라프타스> 권역이었던 남서부 일대가 심연에 침식되면서 화산재에 뒤덮였단 점에서 발생했다.
“화산재의 폭풍 속에서는 모든 감각이 차단된다. 시각, 후각, 청각까지도. 눈 폭풍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재앙이다. 그 폭풍을 돌파한단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지.”
<아우렐리노플> 공략전.
‘붉은 여름’ 전쟁사의 분기점이었던 그 작전을 복기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당시 인류 총사령 청성 미른가디아도 샤릴리온을 필두로 선견대를 파견, 결계석의 힘으로 화산재를 우선적으로 걷어냈던 것이다.
“필두 페이쿼리어 비네사 알터 르노드는 3천 명의 용기병대로 바로 이 몰락지대 돌파를 시행한다.”
당대는 물론이고 현대의 역사가들도 미쳤다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작전이었으나 비네사는 이를 결행한다.
‘검은 여름’은 대부분 그랬다.
모두가 불가능(不可能)이라고 말하는 작전을 가능(可能)으로 뒤바꾼 용사들이 있었기에, 시대가 대영웅 샤릴리온이 등장할 때까지 버틸 수 있던 것이다.
“당연히 혈마 병단에 임시 배속된 카밀라 알터 아라다만텔도 이 ‘미친 작전’에 참가했다. 오늘은 1671년 7월 8일부터 7월 18일까지 열흘 동안 결행된, 인류 반격의 기반을 쌓는 이 ‘몰락지대 돌파 작전’에 대해 설명하겠다.”
* * *
“와! 귀여운데? 위화감이 전혀, 아예 없는 수준이야!”
에쉬르가 만족스럽단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병단 제복이 카밀라한테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네. 어째 나보다도 비네사 스승님 느낌이 더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카밀라는 쑥스러움을 숨기며 제복의 옷매무새를 살폈다.
혈마 병단의 바탕색은 홍련 병단의 백색과 대조되게 흑색이었다. 문장의 색은 똑같이 적색이지만 말이다.
홍련 병단 제복은 원시화 과정에서 갈가리 찢어졌지만, 한철(寒鐵) 갑주는 어떻게든 복원해낼 수 있었다.
‘너비가 부족해진 품과, 길이가 짧아진 팔 쪽에 사슬을 덧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건 평범한 갑옷이 아니었다. 한나 루드윅이 준 선물이었다.
그래서 억지를 부리고 싶었다.
완전히 부서지는 일이 아니라면 끝까지 입고 싶던 것이다. 이 갑옷과 함께라면, 벨르윈 저택에서의 일상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으니까.
– 자, 카밀라.
그뿐만이 아니다. 에쉬르는 검순이도 개량해서 가져다주었다.
칼날의 철을 녹이고 새로운 철을 더 섞어서 검순이의 칼날을 지금 카밀라의 신장에 맞게 주조해준 것이다.
얼마나 더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비네사가 이걸 추진해 주었다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승마법은 배웠나?”
그 순간, 문득 비네사가 다가와 카밀라는 심장이 흉부를 뚫고 나오는 충격마저 느꼈다.
“준사관 교육 때 기초는 배웠습니다!”
화들짝 놀라면서도 즉각 경례를 붙이며 대답했다.
“첫날에는 좋은 핑계거리가 되겠지만, 작전 중에 어떻게든 익숙해져라. 쫓아내기 전에. 원래 실전에서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이 말을 타라.”
비네사가 자신이 끌고 온 군마의 고삐를 카밀라에게 내밀었다. 에쉬르가 휘파람을 불었다.
붉은 갈기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 수 있듯 최고 중의 최고로 손꼽히는 솔론디안 품종의 군마였다.
솔론디안 품종은 적게 먹고 멀리 달리며 뜀박질이 빠르고도 강인했으며, 겁이 없고 호전적이라 적을 물어뜯고 박찰 줄도 알았다. 왕족에게 진상되는 말이었다.
“이미 실력이 벌레 중에서도 벌레니, 장비라도 좋아야겠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만남부터 공포처럼 느껴졌던 전율이…… 이제는 경외의 전율로 뒤바뀌어 가고 있었다.
스승님과 다르지만, 닮았다.
스승님은 따스한 전율로 사람들을 이끌지만, 비네사는 위엄찬 전율로 부하들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래, 바로 제왕적 카리스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적돌이다.”
“예?”
“문제라도 있나?”
적돌이라니…….
너무 귀여운 작명 아닌가…….
그 냉혈한 비네사에게 이런 구석이 있었다니, 정말 사람은 겉만 보고는 판단 못 할 일이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적돌이와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혈마 병단의 교육이 만만치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 난이도는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지금부터 몰락지대로 가는 길을 뚫는다. 죽은 놈의 시체를 수습할 여유는 없다. 하지만 산 놈은 어디에 낙오되든 반드시 챙기고 간다. 알겠나?”
“예, 단장님!”
“아이딘, 선도해라. 2주 동안 편히 쉬었겠지? 이제 구를 시간이다.”
“맡겨 주십시오.”
“개문(開門)! 출정이다.”
종소리 속에서 관문이 웅장하게 열리는 동시에, 진지에 도열해 있던 주둔군 총병대가 총을 받들어 경례했다.
“무운을!”
“무운을 빕니다!”
이 세상 밖, 화산재가 휘몰아치는 악몽 속으로 진군하던 말발굽 소리는…….
쿵, 쿵, 쿵…….
심박과 공명하며 점점 커지나 싶더니, 대열이 주둔지를 완전히 빠져나오자 멀어지며 흩어졌다.
“전군, 어형진(魚形陣) 전개.”
* * *
한없이 비밀스럽고 신비한 네크론은 대사막의 모래 폭풍을 거느리고 역사에 출현해왔다.
모래바람…….
<잊혀진 왕들> 중 하나, 도마뱀 군주 네이갈라스의 심연(深淵)의 형상.
“위대한 신관이시여, 인간들이 콜디락스(Koldiraks; 마족들이 <화염만리>를 이르는 용어로 ‘불경한 불꽃’을 뜻한다)로 향하는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공화국 칠대도시 중 하나, 황색 도시 <라프타스>는 그 모래에 파묻혔다.
모래 속에서, 원시의 골근들이 딱딱거리는 소리들이 섬뜩하게 메아리친다.
의식도 혼도 모조리 빼앗긴 채, 영원한 노예가 된 원시인들이 범하지 못하는 장소에 네크론 강령술사들이 집결했다.
“저주 영역에 들어오려는 기색은 없사오니, 방치하는 게 옳겠사옵니까?”
네크론 강령술사 중 최고위 3인의 신관을 팔크-샤라고 한다.
도마뱀 군주의 필두 권속, 골공왕 하이르칸의 치세부터 인류를 겁박해온 기원의 악(惡)이었다.
지고한 팔크-샤 중 하나, ‘누런 전갈’ 차칼로네가 손을 까딱 흔들자 천지가 흔들렸다.
“!”
“!”
“!”
방금 발언한 강령술사를 통째로, 아니, 강령술사가 속해 있던 공간 자체를 압살해 버리는…… 초월적인 거구와 중량.
그 형태는 사룡(死龍).
한때 빛의 축복으로 세상을 비추던 존재가, 죽어도 죽지 못한 채 악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다.
이런 불경이 가능한 일인가?
통상적인 네크론 강령술사들은 불가능하지만, 기원의 시대부터 악을 떨쳐온 팔크-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방금 이놈을 죽인 일 하나에도 이유가 있다. 저토록 무지한 발언도 간언이라고 내놓으면 죽는 것이 마땅하다.”
“……!”
“이유란 게 그런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존재하지. 그것을 인과라 하고, 위대한 이들께서는 그 인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꿰뚫어 보시니 그걸 인과율이라 한다.”
차칼로네에게 ‘누런 전갈’이라는 이명을 준 원시의 식인 전갈, 비다쿠즈가 여섯 개의 독침을 흔들며 포효했다.
그 비상식적인 크기와 위압감은 감히 사룡에 육박하였다.
차칼로네가 비다쿠즈의 등 위에서 몸을 일으키자, 그 전신을 휘감고 있던 누런 누더기가 모래바람에 거칠게 휘날렸다.
“콜디락스…… 불의 벽으로 향하는 길에는 그분의 모래가 가득한데, 그걸 뚫고 굳이 그곳으로 향한다? 분명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을 터.”
“그 말씀이 옳사옵니다.”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참살하고, 그 피를 모래의 주인께 제물로 바쳐라.”
“분부대로 행하겠나이다.”
“나는 이곳에서 ‘의식’을 마무리하겠다. 융합 개체 10만 기와 고대 개체 800기를 빌려주겠다. 도시 방위 병력의 3할이다. 그러니 한 마리도 남기지 말고 박멸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