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50)
가짜 용사 이야기-250화(250/310)
시즌 3 : 58화
도마뱀 군주, 네이갈라스에게 생멸(生滅)이 뒤틀린 네크론들은 기원의 시대부터 영생을 살아왔다.
사실, 네크론들은 필두 권속 골공왕 하이르칸의 비천한 하수인들이지만 팔크-샤는 달랐다.
한없이 비밀스러운 그들은 사실, 하이르칸의 심복으로 골공왕이 샤콘 왕국 전체를 네이갈라스에게 제물로 바칠 때부터 함께해온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팔크-샤들은 기원의 시대부터 작위를 누릴 수 있었다. 쿠즈 알두레(Kuz Aldure; 소공작), 이런 식으로 말이다.”
붉은 도마뱀, 히큐잔.
검은 살무사, 세르뷰트.
누런 전갈, 차칼로네.
“나열한 순서로 소공작, 소후작, 소백작이다. 세르뷰트와 차칼로네는 신하였고 히큐잔은 왕국의 차남이었다.”
“교수님, 히큐잔이라면…….”
“그래, 용사 리암의 무용담에 등장하는 맞수 중 하나지.”
힘의 서열 또한 나열한 대로인데, 히큐잔은 ‘붉은 여름’에 등장하나 거울의 용사 리암에게 토벌된다. 세르뷰트는 ‘검은 여름’의 중장에 출현한다.
“힘의 서열이 낮다고 차칼로네가 약한 건 절대 아니었다. 차칼로네는 본래 학자였기에, 융합 개체를 다루는 강령술에 있어서는 다른 소귀족들보다 뛰어났다.”
차칼로네는 실제로 ‘검은 여름’ 초기에 인류 연합군의 공세를 홀로 상대하고 압박하면서 그 힘을 증명했다.
“차칼로네는 가장 많은 원시인을 부릴 수 있었고, 또 용족의 사체 또한 원시의 군대로 일으킬 수 있었지…… 비네사 알터 르노드를 주축으로 개시된 토벌전은 바로 그런 거물과의 전면전이었다.”
두 번째 발돋움, 필두 페이쿼리어와의 동행 (13)
[비네사 : 별동대, 진입!]황색 도시, <라프타스>는 원시의 암흑으로 사특하게 일렁였다.
그 도시의 주민은 더 이상 인류가 아니었다. ‘뒤틀린 생멸’의 권능으로 새로워진 원시의 군대가 도시를 요새화해 두었다.
옛 왕국이 건재하던 시대, 최고 신관 팔크-샤는 노예들의 육신을 노역에 합당하게 통제하고 조율하는 임무를 받았다고 한다.
[아이딘 : 해골탑은 원시화 저주 증폭기입니다. 저걸 파괴해야 각지의 선발대가 도시 방어망을 뚫고 내부 진입이 가능합니다.]팔크-샤는 노예를 여섯 가지 개체로 분류해 부렸는데, 가장 위험한 것은 ‘융합 개체’였다.
‘전투 개체’와 마찬가지로 ‘융합 개체’는 팔크-샤에게 더 큰 저주를 받아 육체적으로 기괴한 변이가 일어난다.
전쟁에 합당하도록 수백, 또는 수천 명의 원시인을 얼기설기 엮어서 만들어내는 악몽의 집합체.
고대 개체가 곧 융합 개체다.
신관은 새로운 융합 개체를 만들지 못하고 고대 개체를 부리나, 팔크-샤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융합 개체를 만들 수 있었다.
[샤펠 : 융합 개체 접근, 도합 열 기입니다.] [비네사 : 아이딘, 해골탑을 처리해라. 샤펠, 너와 내가 아홉 놈을 처리한다. 에쉬르, 카밀라. 너희 둘은 저기 하나를 맡아.]체고만 15척에 달하는 악몽이 수백 개의 턱을 짤깍거리며 달려든다고 생각해보라. 끔찍하기 짝이 없다.
“카밀라, 보조해.”
“말 안 해도 알아.”
“믿음직스러운걸.”
십일자도의 기수식, 평(平)을 취하는 에쉬르 앞으로 튀어나가며 십문자도 제4식, 발(發)의 자세를 취한다.
총 세 개의 초식을 연계한다.
칼집 내부에서 들끓던 마력을 정형화된 틀로 엮는다. 십문자도 제7식, 진뇌룡.
발섬(發閃).
쇳빛을 흩뿌리며 칼집에서 뽑혀 나온 칼을 칼집과 교차시키며, 십문자도 제1식 원(圓)의 자세를 취한다.
터어어어엉……!
진뇌룡의 힘을 십문자 위에 얹는다. 마력의 결계가 융합 개체의 돌진을 받아쳐낼 수 있도록.
제4식, 제7식, 제1식의 연계.
충돌을 저지하면서 흩어지고 부서지는 마력의 결계, 지반을 디디고 선 군홧발이 모래밭 깊숙이 파묻혀 가는데…….
십일자도 제9식, 섬경(纖莖).
쇳빛과 마력의 빛이 한순간 급회전하는 팽이처럼 융화되며 전개, 융합 개체의 접합부들을 정확하고도 예리하게 도려낸다.
[레오네 : 이제 아주 호흡이 척척 맞는데? 누가 보면 자매인 줄 알겠어!] [에쉬르 : 카밀라는 내가 마음으로 낳은 동생 맞거든.] [아이딘 : 준비 완료. 해골탑을 붕괴시키겠습니다.] [비네사 : 메이트, 상황은?] [메이트 : 공중 지원, 대기 중입니다. 도시 상공으로 진입이 가능해지면 저희들이 다른 해골탑들을 처리하겠습니다.] [비네사 : 알았다. 아이딘, 해골탑을 없애버려.]신성한 빛무리가 안식을 선사한다.
원시인들이 기괴스럽게 얽히고설키며 탑처럼 솟아오른 무언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생멸을 뒤트는 저주로부터 해방된 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고마워, 라고 속삭이며.
[비네사 : 메이트, 최초의 해골탑을 무너뜨려 사념의 흐름을 끊었다. 5분의 시간이 주어졌을 것이다.] [메이트 : 도시 상공 진입, 해골탑 좌표를 탐색 중입니다.] [아이딘 : 4분 남았습니다.] [메이트 : 두 개째 파괴.] [아이딘 : 3분.] [자카드린 : 여기는 맹진, 도시 외곽에서 돌파 대기 중! 사념의 폭주가 끊어지면 바로 진입 가능!] [메이트 : 세 개째.] [플로렛 : 여기는 흑장미, 홍련 병단과 함께 성 밖 저항을 진압하고 진입 대기 중.] [아이딘 : 1분 30초.] [메이트 : 네 개째 파괴 완료. 저주 증폭을 차단했습니다. 앞으로도 보이는 족족 제거하겠습니다. 이상.]뇌향 세츠넨이 새로이 구축해낸 심상 속에서, 그때 인류는 원시의 저주 한복판에서도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심상 구축, 대마력방호(大魔力防護).」
지면에서 끓어오르는 원시의 저주를, 상공에서 질서 정연하게 회전하는 마력의 톱니바퀴가 억누르고 있었다.
저 신묘한 힘이 저주를 막는다.
용현 레인 루드윅이 이 땅에 남긴 세 가지 기적 중 하나가, 인류의 길을 인도하는 것이다.
[자카드린 : 도시 성문을 통과했습니다! 교전 개시!] [라미네아 : 마찬가지예요. 홍련 병단도 흑장미 병단과 함께 도시 내부로 진입합니다!] [비네사 : 알았다. 혈마 병단, 아랫것들에게 질 수는 없지. 우리도 진입한다.]코끼리 기병이 원시의 군세를 짓밟으며 나아가고, 그 위로 병단 소속 독립 포병대의 포탄이 끝없이 날았다.
그때 비네사는 본대를 이탈했다.
천오백 명의 최정예 용기병대가 그 뒤를 따랐다. 카밀라도 거기에 속해 있었는데, 에쉬르와 함께 우익을 맡고 있었다.
[맥케넌 : 조심하십시오, 전투 개체들이 접근합니다. 날짐승 골격으로 높은 도약이 가능합니다.] [샤펠 : 나 원, 이쪽이 지붕 위로 달리면 예의상 쫓아오질 말아야지. 거 인심도 안 좋군.] [레오네 : 원래 공화국 인심은 남서부 해안이 제일 안 좋다는데. 싱싱한 회 먹으러 온 사람들한테 바가지 씌우고.] [에쉬르 : 그럼 제국 서부로 오세요. 그냥 풀코스로 대접해드릴 테니.] [비네사 : 에쉬르, 수다 떨 시간에 저것들 차단해. 별동대는 멈추지 말고 사령부 건물로 향한다.] [에쉬르 : 좋죠. 가자, 카밀라.]십일자도와 십문자도가 등을 맞대고, 쏟아져 밀려오는 원시의 파도를 쇳빛의 번뜩임으로 차단한다.
베고, 막고, 또 베고.
십일자가 현란하게 베어내면서 생겨나는 틈새를, 십문자가 견고하게 막아낸다.
‘뭐야, 저 꼬마…….’
상공에서 별동대의 이동을 지원하던 메이트 알터 볼비에르는 눈썹을 치키고 말았다.
‘두 달 전만 해도 핵심 전력의 역할은커녕 응석받이로 보였는데, 언제 에쉬르를 제대로 보조해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거지?’
원시인의 숫자는 끝이 없는 듯 많았으나, 혈마 병단 본대와 다른 페이쿼리어 병단이 적의 주력을 받아내 주었기에 처리하면서 나아갈 만했다.
[에쉬르 : 이상 무. 별동대에 재합류하겠습니다.] [샤펠 : 조심하십시오. 오는 길에 원시인들이 해골탑을 재형성 중인 것이 포착됐습니다.] [메이트 : 포착 및 처리 완료…… 음? 선배님! 융합 개체 열다섯 기가 그쪽으로 이동 중이에요!] [비네사 : 호들갑은. 몸 풀기도 안 되겠는데.]비네사가 융합 개체들을 도륙 내며 사령부에 인접해가던 그때.
[메이트 : 곧 사령부입니다!]종양처럼, 혈관처럼, 시가지 곳곳에서 꿈틀대던 저주의 암흑이 발광(發狂)하기 시작했다.
[에쉬르 : 뭐야, 이게 뭐지?] [아이딘 :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뇌향 각하, 저주 원진이 발동 준비 태세로 전환되었습니다! 반복합니다. 저주가 대륙 전역에 전개되기 직전입니다!] [뇌향 :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차단하겠으니, 너희들은 앞으로 나아가라.]빛으로서, 화산재의 암흑을 밝히는 태양으로서, 도시 상공을 활공하던 세츠넨이 정지 비행에 돌입했다.
<라프타스> 정중앙.
용의 형상에서 용인의 형상을 취한 세츠넨은 기도하듯 양손을 맞잡고 있었다. 그 경건한 떨림의 자세에서 이적이 발현된다.
「심상 구축, 대마력방호 결(大魔力防護 – 結).」
하늘에서 빙그르르 회전하던 톱니바퀴로부터 광선들이 쏟아져, 도시를 성벽을 따라 둥글게 격리시켰다.
저주가, 그 밖으로 새지 못하게.
그러나 낡은 삿갓 아래로 드러난 피부 위로 식은땀이 끝도 없이 흘러내리고, 입술을 드나드는 호흡은 점차 거칠어졌다.
[메이트 : 저주의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해골탑 출현 중, 선배님, 엄호 불능, 저것들을 차단하러 가야 됩니다!] [비네사 : 마지막 발악을 하겠단 거군.] [플로렛 : 저주의 파장이 한 번 더 퍼졌습니다! 원시인들이 더 포악해집니다!] [아이딘 : 예비대를 투입해야겠습니다, 각하.] [뇌향 : 본래는 팔크-샤 토벌에 사용하려 했건만, 그래, 어쩔 수 없구나.] [라미네아 : 예비대라니, 여기 우리 말고 누가 또…….]그 한순간, 차원문의 빛이 도시 어딘가에서 솟구치더니, 또 한순간, 황은(黃銀)의 사슬이 사방팔방에서 휘몰아쳤다.
창천의 태양, 테르벨이 부렸다는 빛의 사슬은 원시의 악을 멸하고 그 영혼을 부패시키던 심연을 단호하게 제한다.
융합 개체 수백 기와 전투 개체 수천 기가 그 빛의 선율에 잿더미로 변하는 데 체감상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테르벨의 기적은 거기에서만 발현된 것이 아니었다.
홍의 사제, 아이딘의 손에서 광염(光焰)의 창날로 연마된 빛이 하늘을 날았다. 사슬의 빛이 현란하다면, 창날의 빛은 눈부셨다.
그렇게 기적, 창천극의 빛이 사령부의 암흑을 꿰뚫었다. 원시의 장막이 젖혀지고, 침식되어 가던 사령부 청사가 빛 가운데 오롯이 드러났다.
[비네사 : 비네사다. 별동대는 현재 사령부로 진입한다. 반복한다. 사령부로 진입한다. 적의 주력이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아라.] [자카드린 : 하핫, 알겠습니다!] [라미네아 : 무운을 빕니다, 선배님. 그리고 카미…… 조금 있다 다시 보자.] [플로렛 : 인마! 지휘관 회선을 개인 회선처럼 쓰지 말라고! 다녀오십시오, 선배님.]창천극의 빛이 찢어냈던 원시의 장막이 다시 사령부 청사를 뒤덮으려 하고 있었다.
그 암흑을.
그 원시의 저주를.
너무나도 고고하고 고혹적인 빛으로 베어 찢는 극위성검 르노드, 그 검을 휘두른 비네사가 사령부 청사 회랑에 착지했다.
“찾았다.”
비네사는 고개를 들었다. 저기 저 위쪽, 청사 지붕 위에서 거대한 전갈에 올라탄 무언가가 이쪽을 도발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크론 최고 3인.
팔크-샤, ‘누런 전갈’ 차칼로네.
팔크-샤들은 렙틸리언 골격으로 이루어진 뼈 갑옷과 모래 망토를 최고 신관을 상징하는 관복으로써 입고 있었다.
“정보대로 쓰레기 같은 복장을 하고 있군.”
렙틸리언 두개골 투구 안쪽에서 강령술사의 안광이 검푸르게 빛나자 그 양옆에서 융합 개체들이 일어섰다.
그에 맞서듯.
비네사 알터 르노드 양쪽으로 제자 에쉬르, 홍의 사제 아이딘, 오사리우스 학파의 샤펠, 흑각검파 맥케넌, 붉은 순례자 레오네, 멜레브 학파의 페닐을 비롯한 별동대가 도착했다.
‘바로 저놈이구나…….’
카밀라도 에쉬르 옆에서 자세를 잡았다. 비네사가 르노드의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혈마 병단, 지금부터 팔크-샤 토벌 작전을 개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