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56)
가짜 용사 이야기-256화(256/310)
시즌 3 : 64화
좋아.
한번 해보자.
“십문자도 제8식, 뇌염검무.”
첫 참격은 비스듬히 내리 벤다.
내리 베기가 끝날 때, 그 추진력이 몸 밖으로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육체를 원운동의 개념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다시 몸에 실어낸 힘으로 낮게 수평 베기를 행하고, 다시 검을 뒤로 빙글 돌려 수직 베기를 행한다.
“!”
초 단위로 행한 참격은 몸에 엄청난 부담을 주었다. 폐가 파열될 듯한 충격에 격한 숨을 토해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러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이건 세 번의 참격이 정확히 행해졌기에 몸을 덮쳐온 반동이었으니까.
챠챠챵───!
표적에 순식간에 세 번의 흠집이 새겨지자, 스승님이 손뼉을 마주치면서까지 기쁘게 웃었다.
“어떡해! 이걸 바로 해낸다고?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세상에세상에세상에세상에, 이런 세상에나! 발도 천재가 아니라 그냥 검술 천재였던 거 아니야?!”
사람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있다. 카밀라에게는 바로 이것이었다.
좋았다, 이 순간이.
기뻤다, 이 시간이.
아직 배울 수 있다는 게, 아직 배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이렇기에 즐겁기 그지없었다.
“그래! 뇌염검무의 시작은 첫 3번 참격을 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갈리는데, 지금 이 정도면 보름 만에 초급을 뗄 수 있을지도!”
“후, 후후, 후후후후후! 고작 이 정도야 대륙 최고의 검술 천재인 카밀라한테는 누워서 침 뱉기보다 쉬울 수밖에 없죠!”
“누워서 침 뱉으면 안 돼! 카미의 예쁜 얼굴이 더러워지니까. 침 뱉지 말고 창세의 섭리에 감사하렴.”
“말이 그렇단 거죠.”
“자, 이제는 내 지도에 따라 움직여.”
“네!”
“전쟁의 양상은 더욱 격화될 거야. 이제 공수가 바뀌니, 다음 전투에서는 마족의 육군 주력과 대거 평지에서 맞서게 될 테니까.”
카밀라의 자세를 하나하나 세심히 교정해 주면서, 라미네아는 말했다.
“우루크, 혈족, 네크론…… 우루크만 해도 지금까지 상대한 우루크와는 차원이 달라. 하이 쿤 타르크 락트리그지.”
“락트리그면, 맞죠? 미자리 대스승님을 해친…….”
“맞아.”
라미네아가 신경 쓰지 말란 듯이 카미의 이마에 바람을 훅 불었다.
“카미마저 락트리그를 증오할 필요는 없어. 증오심은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하거든? 진짜 중요한 걸 보지 못하게 만들어.”
“스승님은요?”
“나는 카미보다 실력이 있으니 괜찮지. 그리고 무엇보다 스승님을 해쳤던 놈들은 전부 <시라프> 회전에서 다 죽었어.”
락트리그를 증오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단지, 그분을 만나보고 싶었다.
자신이 세상 그 누구보다 존경하는 스승님이 그렇게나 존경하는 분인데,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어떤 방식으로 웃으실까?
어떤 마음을 품고 계실까?
대체 어떤 사람이었기에, 미자리 대스승님을 생각할 때면 비네사 님은 그렇게나 슬픈 미소를 지으셨던 것일까?
“봐야 할 건 작금의 전황이야. 장마 전선과 화산재 때문에 적정이 어떤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그러니까 이번 작전은 너무나도 위험한 임무지.”
“그런가요?”
“하지만 지금 카밀라의 실력이라면 문제없어. 군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을 기회란 말씀!”
라미네아의 눈에서 빛이 번뜩거렸다.
카밀라의 눈동자에도 엷은 들뜸의 무늬가 어른거렸는데, 아주 잠시뿐이었다.
문득 드리워진 비탄의 그림자에 그 들뜸의 빛이 파묻혔다.
“또 많은 사람이 죽겠네요.”
이런 순간마다…….
칼의 길에서 이루어낸 스스로의 성장이 만드는 들뜸보다…….
지금까지 스러졌고 또 스러질 생명의 슬픔을 우선시하는 제자를 볼 때마다…….
‘아아…….’
라미네아는 칼날로 묶인 사제의 운명이 슬프게 느껴져 밤에 남몰래 울었다.
“카미!”
“네, 네?”
느닷없이 자신을 끌어안고 얼굴을 비비는 스승의 행동에 카밀라는 당혹스러워했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었다.
“우리 카미카미카미! 어쩜 이렇게 귀엽대!”
용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도, 하루의 해가 뜨고 달이 질 때쯤에는 이 아이는 벌써 저만치 멀리 성장해 있었다.
“왜, 왜 이러세요?! 저, 저, 지금 칼 잡고 있어요! 위험하다고요!”
칼의 살육에 중독되지 않고.
칼의 피비린내에 취하지 않고.
겨누는 칼이 아니라, 지키는 칼을 마음속 깊이 품고 있어.
‘대견해, 너무 대견해.’
분명, 저 영혼 안에 빛을 품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 빛은 언젠가, 이 소망 없는 세계에 빛을 비춰줄 거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카밀라는 정말, 그 누구보다도 존경받는 용사(勇士)가 될 수 있을 거야.”
“정말 그럴까요?”
“응. 내가 보증할게.”
제자의 눈이 기대감으로 커다래졌는데, 그 동공 속에 문득 일말의 어둠이 깃들었다.
“……스승님한테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은, 성검을 찰 때 정해지는 슬픈 이별의 운명을 반으로 가르려는 칼날처럼 느껴졌다.
끊어지려는 실을 강제로 붙들어 이어 붙이려는 황잡한 손짓처럼 느껴졌다.
그 말의 그림자 속에 숨은 속뜻, 애절한 바람을 알아보지 못할 라미네아가 아니었다.
“응, 물론이지.”
이 세계에서, 약속이란 얼마나 헛되고 덧없는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미소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미소로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아마도 약속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목숨을 이 가엾은 땅 위에 조금이라도 더 붙여놓아 달라는 절실한 기도였을지도 모른다.
“자! 수다 시간은 그만, 훈련을 계속하자! 보름 만에 뇌염검무의 초급 단계를 떼서 모두를 놀라 자빠지게 만들어야지!”
대공세의 시작,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1)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그치?”
“네!”
“오늘 밥이 너무 맛있다, 그치?”
“네!”
“오늘 그냥 아무튼 뭐든 다 좋다, 그치?”
이것이, 총공세 전날인 기원력 1674년 11월 31일 델프레드가 조식으로 나온 계란프라이를 한 입 우물거리는 동안 들은 말이었다.
“시끄럽단 말이다, 이 자식들아!”
델프레드가 호통을 치자, 라미네아와 카밀라는 서로를 마주 보며 능글맞게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
“흐흐흐흐흐.”
“키키키키키키.”
“후후후후후후.”
“헤헤헤헤헤헤.”
“아하하하하하하하!”
차갑게 정색한 델프레드의 손바닥 위에서 마방진이 회전하자, 식당을 급하게 빠져나가는 두 사람. 그때조차도 웃음이 멎질 않는다!
“왜 저래?”
빵을 손에 들고 우물거리는 것조차도 귀찮아서, 염동력으로 우유에 듬뿍 찍어 빨아 먹듯이 먹던 멜레느가 대답했다.
“카밀라가 새벽에…… 십문자도 8식의 초급 단계를 완벽하게 성공시킨 모양…….”
“8식? 잘됐네. 근데 왜 저렇게 깝쳐.”
수인 전사장 그리프베런이 대답했다.
“제자가 성장하는데 안 기쁜 스승이 어딨겠소.”
“저렇게까지 기뻐하는 게 비정상 아닙니까.”
델프레드는 거기까지 말한 이후, 옆자리에 앉은 제자를 흘끗 쳐다보았다.
요한은 바싹 익힌 베이컨을 포크로 찍어 입에 집어넣으면서도, 마도서를 열중해서 읽고 있었다.
글라도스(4성) 마법사,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스승의 뒤가 아닌 곁에 선 천재…… 델프레드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이 녀석은 딱히 칭찬을 할 필요가 없어. 칭찬하려 했다가는 하루 내내 칭찬만 하고 있어야 할 테니. 우수한 제자란 이런 거지.’
그날, 인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평화롭게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이튿날인 기원력 1674년 12월 1일, 인류는 마침내 모라 강 하류를 도하하여 마족의 최전선을 공격한다.
그것이 그 유명한, 기원력 1674년 12월의 ‘전승절 대공세’의 시작이다.
“거 강폭 한번 허벌나게 넓네.”
“지킬 때는 좋았는데 저걸 넘으려니 원. 헤엄치다 죽겠는데?”
“청성 각하한테 이 정도쯤은 코딱지 파는 것보다 쉬우니 닥치고 기다려.”
모라 강은 건너편이 가물거리도록 넓었다.
본래 뱃길로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려 2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능을 다루는 마법사와 마녀의 힘으로도 이 자연의 제약을 타개할 방법이 없었다.
「Gutes(대지)
Raquias(메우는)
Sorhaus(지평선).」
그러나 옛 수룡 예리세리카의 힘을 계승한 청성에게는 초자연적인 힘이 있었다.
신명(神命)에 자연이 전율한다.
본래 용언(龍言)이란 ‘검은 태양 카렌덴’이 창세의 조각들을 소리 나는 대로 엮어서 모아 삼신룡에게 가르친 것이다. 즉 그 힘은 창세의 섭리에 닿는다.
“강 아래에서……!”
“땅이 치솟는다……!”
본래 강 밑바닥이었던 지층은 지극히 섬세하게 계산된 경사를 갖고 솟구쳤다.
강 하류를 이루던 물살을 해일로 만들어 건너편 강변의 적진을 휩쓸게 하기 쉬운 경사였다.
이 천재지변(天災地變)에는 어떤 대응도 대비도 불가능했다. 미래를 엿본 게 아니고서야.
“와, 이런 미친!”
“젠장, 끝내주는구먼!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야!”
“청성! 청성! 청성! 청성! 청성! 청성! 청성! 청성! 청성!”
마족 술사들이 그 수폭(水爆)의 혼란으로부터 진용을 수습하는 데는 15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델프레드.”
“알아.”
그러나 이 반격 작전을 설계한 청성은 이 초자연적 재해가 여기에서 끝나게 두지 않았다.
현재 최강의 배틀메이지로 불리는 델프레드 울프 블라도에 의해, 강 저변을 휩쓴 모라 강의 물살이 얼어붙으며 팽창한다.
사방팔방으로 솟구치는 얼음송곳들이 마족들을 꼬챙이에 꿰뚫린 핏덩이로 만들어 놓았다.
“실라미네 님.”
“음. 멜레느, 거들거라.”
“으으…….”
그사이 무녀 실라미네와 멜레느의 주술이 진창에 가까웠던 땅을 단단히 굳게 만들었다. 견고해진 지반에는 자갈이 섞여 미끄럼을 방지하는 마찰을 발생시켰다.
마족이 할 수 있던 선택지라고는 암술과 투석기를 이용한 재래식 원거리 포격뿐이었다.
하늘을 가릴 정도였던 투사체들은 아쉽게도 각 병단에 배치된 마녀와 마법사, 사제들의 결계로 무력화되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 단 20분.
인류 선봉이 강을 도하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기갑부대 거신들의 육중한 괴력이 마족 일선을 짓밟고 으깨고 날려버렸다. 그 뒤로 철새진을 이룬 보병들이 전진한다.
좌측과 우측에서는 페이쿼리어 병단이 각자의 위용을 뽐내며 진군했다.
“맹진, 본대의 선봉을 맡는다.”
“홍련, 좌측을 선도하라.”
“태산 병단은 나를 따른다. 전진! 전진하라! 마족 놈들에게 인류의 힘을 보여줄 때다!”
핏방울이 흩뿌려지고 쇳소리가 깨지는 백병(白兵)의 접전이 개시되었을 무렵.
[좌측에서 트롤 다수 출현! 젠장, 어디서 이렇게나 많이 나타난 거지?] [덩치가 통상 크기보다 1.5배는 큰 놈 발견! 오우거입니다! 저지 불가능! 쓰러뜨릴 수가 없다! 목표 가속합니다!] [거신 부대, 적의 기갑부대가 출현했다. 선회 가능한가?] [여긴 지금 제일선을 맡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북쪽 강변에서, 접안경으로 전황을 유심히 살피던 제1방면군 도원수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크라우잔 : 페이쿼리어들은 맡은 위치를 사수하며 전진 대열을 유지하라. 변수 사태에는 예비대를 투입한다.]그렇게, 혈마 병단과 카밀라가 소속된 ‘제1방면군 독립 예비대’에 긴급 출정 명령이 떨어졌다.
[에쉬르 : 혈마 병단, 연결됐습니다. 임지로 전속력으로 향하겠습니다! 카밀라,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