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67)
가짜 용사 이야기-267화(267/310)
시즌 3 : 75화
아직, 이바요른이 카밀라의 칼에 쓰러지기 전에 라미네아는 고단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십문자도, 연계식.
제2ㆍ3ㆍ5ㆍ7ㆍ11ㆍ12식.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났다가 저물듯이, 아름답고도 우아하게 펼쳐지는 칼의 궤적.
“하, 핫하하하하하! 좋은데! 그래, 이래야지! 이 피 튀기는 맛, 이게 전사의 싸움이지!”
그 궤적을, 깊은 바다의 광란으로 붙들고 막아 세우고 밀쳐내는 도끼날의 위압.
그뿐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저편, 이바요른의 문어발이 라미네아의 행동반경을 제어하고 위협하여 선택지를 줄이고 있었다.
“우루크 특징, 비겁하게 도움이란 도움은 죄다 처받으면서 항상 전사는 어쩌고저쩌고…… 아주 염병을 해요.”
그 신랄한 목소리보다도 더 빠르게 전장을 가로지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붉었다.
붉고, 푸르다.
블라도 가문의 혈마법으로 구축된 빙결 마법은 붉은빛을 띤다.
“피할 테면 피해봐라!”
일대의 대지가, 대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더니 냉각의 기류가 한 곳으로 집중된다.
즉, 라그바우그에게로.
길게 뻗어 나가면서 얼어붙는 기류는 자연적으로 날카롭고 예리하게 벼려지는 얼음송곳…… 공격 각도는 상하좌우 360도.
‘하, 그래봐야……!’
어렵지 않게 참격으로 장막을 만들어 이를 파훼하려 하던 라그바우그는 다음 순간 이변을 감지했다.
빠르다…….
아니, 내가 느려졌다고……?
그제야 어디선가 영창되는 중인 신성한 울림을 포착했다…… 이 얼음은 단독 기습이 아닌 협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태의 마녀, 멜레느.
극도로 연마된 염동력의 파장이 질척한 늪처럼 라그바우그를 휘감아 동작을 둔화시킨다.
“크, 크흐흐흐흐하하하하핫! 제법이잖아, 인간 놈들……!”
라미네아가 도약해서 내달려오던 그 순간, 라그바우그는 수비를 포기했다.
정확히는 동생에게 일임했다.
문어발이 방어를 대신할 때, 이 공격의 주체들을 해일참(海溢斬)으로 죽이고 그 힘을 돌이켜 라미네아의 배후를 잡을 생각이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팔 하나쯤은 내어주지, 뭐……!’
승리의 청사진은 완벽하게 그려졌다.
보인다, 당혹감으로 물드는 것이. 해일참이 자신을 멀리 비껴가 델프레드와 멜레느에게로 향하는 것을 본 라미네아의 눈빛이.
또 보인다, 급소를 겨누던 얼음송곳들을 문어발들이 깨부숴 버리는 ‘진정한 협동’의 광경 또한.
‘해일참에서 방어 자세로 수습하기까지, 놈의 공격보다 반 박자 느리겠지만 팔 한쪽 내어준다면 문제없다고!’
라미네아가 참격을 거두고 동료들에게로 발길을 황급히 돌리던 그 순간.
“하, 하, 하하하하하하!”
각력의 무리한 증폭…….
순식간에 델프레드의 앞으로 도착해, 어깨가 빠지는 격통 속에 해일참을 간신히 쳐내고…….
다시 지면을 발로 과격하게 내리찍어 멜레느의 방향으로 몸을 내던지려던 그 순간…….
“이런 멍청한, 지금 그 판단 때문에 내 팔을 자르고, 어쩌면 이겼을지도 모를 기회를 버린다고?”
라미네아의 도착보다, 안 돼…… 찰나에, 제발, 안 돼…… 정말 아주 짧은 찰나에, 그보다 더 빠르게 도착한 해일참이 멜레느의 몸을 찢어발기려던 바로 그 순간.
“─────참(斬)!”
예지안(豫知眼)이 찢어진 무지(無知)의 암흑 속에서 몸부림치던 이바요른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절단하는 쇳빛.
[아이딘 : 됐습니다! 성공입니다!]동시에 붉은 사제, 아이딘.
일대를 지배하며 뇌향심공명진을 교란하고 용의 힘을 차단하던 항룡(抗龍) 결계를 신성 주문으로 무효화.
이바요른이 죽어 환각 결계를 가다듬을 존재가 없으므로, 정확한 좌표 특정이 가능해진다.
[아이딘 : 좌표 연결 성공, 사령부, 여기 위험 수치의 심연 개체 두 기 출현! 말하는 좌표로 예비대 투입을……!]아이딘이 그렇게 요청하기도 전에, 정확히는 항룡 결계가 무력화된 그 순간에 즉시.
하늘로부터…….
뇌향(雷響)의 빛줄기가 산성비의 장막을 뚫고 눈부시게 내리꽂힌다. 그 빛이 인간의 형체를 제대로 입기도 전에 내달려서.
────채애애애애애앵!
멜레느의 목숨을 겨누던 해일참의 허점, 기(氣)의 응집 속에도 존재하는 연결의 허점을 정확히 꿰뚫어 흩어버리는 검극.
아라다만텔이 붉게 울었다.
안도감으로 온몸을 떠는 대리자의 한숨에 공명한 것이다.
“하아아…….”
그 울음에 극위성검 타스알포가 푸르게 울어 화답했다. 이 또한 그 대리자의 뜻에 공명한 것.
극주검법 제0식, 백조…….
이제야 완벽한 인영을 갖춘 빛이 우아하게 자세를 잡으며 씩 웃는다. 플로렛 알터 타스알포.
“끝까지 꿀 좀 빠나 싶더니만, 결국 이런 격전지에 투입되어 버리네. 어쩌겠어. 이게 바로 주인공의 사명인걸.”
중장의 종반전, <라프타스> 탈환전 (6)
‘뭐야, 환각이 사라졌다고? 그게 무슨 뜻이지?’
라그바우그가 뒤를 흘끗 바라보았다.
정확하게 두 토막이 난 남매의 사체가 보였다. 그 시체로부터 자신의 영육(靈肉)으로 흘러오는 바다의 물결도.
그것을 본 순간, 라그바우그가 터뜨린 건 분노의 포효가 아니라 기쁨의 홍소였다.
“크, 큿, 크하하하하하하하핫!”
그때, 라미네아는 떨리는 주먹을 쥐었다.
너무, 대견해서…….
또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요한과 에쉬르가 칼을 놓치고 쓰러진 그녀의 제자를 흔들다가, 부축해 일으키고 있었다.
‘나중에 잔뜩 칭찬해줄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라그바우그가 당혹에 잠겼다고 판단, 그 감정의 허점을 겨누고 동시에 내달린 라미네아와 플로렛은 다음 순간, 지면에서 솟구친 문어발에 역공을 당했다.
뭐지……?
술사는 죽었을 텐데, 누가 이 힘을 사용하고 있는 거지?
“멍청해, 멍청해멍청해멍청해! 인간 놈들! 아이딘이 말 안 해주더냐? 이기고 싶었으면, 날 먼저 죽이고 저 얼간이를 살렸어야지!”
그 이변은 라그바우그가 굳이 그 오만한 혓바닥으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아니…….
놈이 고대 심해어의 뼈대로 만든 골갑을 주먹으로 부숴버리자, 그 육신에 일어난 흉측한 변이가 보인다.
예지안(豫知顔).
동시에 등판에서는 십여 가닥의 문어발이 기괴하게 솟구쳐 꿈틀거리고 있었으니, 라그바우그가 이바요른의 힘, 아니, 이바요른이 왕에게 받았던 권능을 흡수했단 것은 자명했다.
‘두 개의 권능을 취했으니, 제 아비처럼 페이쿼리어 세 명의 힘을 가진 것이나 같다…….’
아이딘은 절망적으로 숨을 헐떡였다.
아니, 바그카르 로그쿠스는 두 왕의 권능을 동시에 받았으니 페이쿼리어 네다섯 명에 가까운 힘도 낼 수 있었으니 그보다는 덜 절망적이겠지만…… 그래도…….
라그바우그가 미친 듯이 웃어대고 있었다.
“최고로 Kabush한 기분이로군! 이제, 이걸로, 이로써 나는 완벽해졌다! 감사의 뜻으로 이 자리에 있는 놈들 전부 죽여주마!”
놈이 힘에 취해 그렇게 떠벌리고 있을 때, 라미네아는 오랜 친우의 곁에 서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때를 기다려 주겠어, 렛?”
“응?”
“저건 미래를 내다봐. 하지만 내다볼 수 있다고 해도 결국 필멸의 몸이야. 반응할 수 있는 범주에도 한계가 있겠지. 그 동작을 모두 차단할 수만 있다면.”
“그걸 할 수 있다고?”
“지금이라면…… 여태껏 해왔던 것들 중 최고의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라미네아가 아라다만텔의 칼등을 부드러이 쓸어 올리자, 플로렛이 헛웃음을 흘렸다.
“람, 너 설마…… 절원(切願)을?”
절원은 극위성검의 고유 능력을 해방시키는 힘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위해서는 성검과의 소통이 극에 달해야만 했다. 검의 기억을 계승할 그릇으로 완성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극위성검의 원류를 따라 올라가, 즉 진성검의 고유 능력의 편린을 모방하는 것…… 그것이 즉 절원이다.
절원의 터득은 평균 30대 중반에야 가능했는데, 이는 절원을 깨치지 못한 채 죽는 페이쿼리어들도 많단 것을 의미했다.
대심연 항쟁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긴 역사에서 예외는 둘뿐.
먼 과거의 영웅 리스타 알터 쉬르팽과 먼 미래의 대영웅 샤릴리온(그는 검의 기억을 한 번 엿본 것만으로 절원을 모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니 그 리스타조차도 한 수 접어야 하는 존재인 건 명백하다)이다.
“아이딘, 시운전 단계라 아직 많이 부족할 수 있어. 내 방어를 대신 해줄 수 있어?”
“부족한 실력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엄청 믿음직스럽더라. 델프레드, 멜레느를 지키면서 도와줘. 방금과 똑같은 일이 안 일어나게.”
동시에 내달려든 해일참과 문어발을 칼집으로 받아내고는, 라미네아가 아라다만텔의 칼을 천천히…… 아름답게 휘둘렀다.
그 궤적을 따라서, 세상이 붉게 물든다.
수평선조차 붉게 물들이던 검기는 적을 베는 것이 아니라 백 개의 파편으로 흩어지더니 지천에 씨앗으로 심어졌다.
“절원(切願).”
그 씨앗이, 이 악몽의 땅에 가냘프게 뿌리를 내리고.
가녀린 싹을 틔우고.
애달프게 생장하고 장성하여.
전장을 처연하게 밝히는 한 송이의 꽃, 검(劍)으로 피어난다.
“대홍련지계(大紅蓮地界).”
그곳은 더 이상 전장이 아니었다.
악몽이 지배하며 악취를 풍기는 땅이 아니라, 꽃향기가 생명을 노래하는 꽃밭이었다.
카밀라를 부축한 샤론을 심해목들로부터 지켜내던 에쉬르는 순간 멍하니 중얼거렸다.
“예쁘다…….”
새로이 생겨난 현상의 위험도를 점치던 라그바우그가 코웃음을 치더니 다시 힘을 휘둘렀다.
“화려한 눈속임 기술 몇 개 쓴다고 아무것도 안 바뀌어! 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모든 미래가 내 손안에 있다고!”
매섭게 소용돌이치며 쇄도해드는 옛 바다의 위험 앞에서, 연화(蓮花), 꽃의 춤이 시작되었다.
십문자도 제1식, 극원(極圓).
통상의 원(圓)과는 능력 자체가 완전히 다른, 그러니까, 연무의 절정에서 원(圓)을 썼을 때만 나오는 수세의 강도.
“!”
동시에 연격으로 밀려든 해일참과 문어발이 ‘어처구니없도록 쉽게’ 분쇄되었다.
십문자도 제2식, 극충(極衝).
십문자도 제5식, 극돌발격(極突發擊).
‘뭐냐?’
홍련의 검들은 기(氣)다.
본래 십문자도의 연계 속에서 정점까지 끌어 올려 한 번씩 결정타에 사용되는 기운이다.
홍련검들에 가까이 다가갈 때, 아라다만텔이 홍련검을 흡수하며 광포하게 포효한다.
‘이상한데, 난 지금 분명 미래를 읽고 있잖아.’
즉, 이는 십문자도의 최고 위력을 어떤 예비 동작 없이 모든 초식에 담을 수 있단 걸 시사한다.
‘근데 왜 모든 미래에서 이 계집년 하나를 상대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는 거지?’
끝도 없이.
숨을 쉴 틈도 없이.
낮에 해가 뜨고 저물고 밤에 달이 올랐다가 새벽이 올 때, 꽃이 피었다가 지듯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속에서, 이어지는 참격.
‘그렇구나…….’
에쉬르는 순간 숨을 삼켰다.
‘아라다만텔과 르노드의 원형은 갈라디엘…… 그 고유 능력은 광속.’
스승님이 그 광속의 편린을 순간(瞬間)에 담았다면, 라미네아 선배님은 영원(永遠)에 담은 거야.
“언니, 가줘…….”
그때, 카밀라가 숨을 헐떡이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샤론이랑 요한이 있어서 괜찮으니까, 스승님을 도와줘.”
비네사 님처럼 되지 않게, 그렇게 먼저 떠나시지 않게.
에쉬르는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요한과 샤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쥔 르노드가 자매검의 포효에 호응해 울부짖고 있었다.
“언니한테 맡겨둬.”
베고, 부딪치고, 또 베고, 쳐내고, 밀치고, 또다시 베고…….
홍련(紅蓮)과 해풍(海風).
홍련의 붉은빛과 심해의 푸른빛의 궤도가 눈에 비치지 않는 속도로 격돌하며 시가지의 잔해들이 허물어져 간다.
“좋은데? 좋은데좋은데좋은데, 끝내주는데에에에에에에!”
홍련의 사이사이, 힘의 사용법에 대한 미숙함으로 드러나는 허점을 철저히 틀어막는 광휘의 빛.
홍의 사제, 아이딘.
그리고 그 빛을 보조하여 심해의 기운을 억누르거나 역공을 가하는 빙결과 염동력의 조화.
“……그럼 어디, 이 쾌감, 이 쾌락을 될 수 있는 데까지 함께 즐겨보자고!”
심해의 역린이 폭주하면서, 일대 전체에서 문어발이 포효하고 바다가 일어서서 모든 것을 덮친다.
그 파도를 가르는 섬광.
십문자도 제10식, 극십자참수(極十字斬首)…… 한 줄기의 붉은빛이, 그 고대의 심해를 열십자로 베어내며 길을 열어낸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금 처연한 빛 속에서 매섭게 펼쳐지는 꽃의 원무(圓舞).
홍련검과 심해의 날붙이의 격돌은 불티의 폭주 수준이 아니라 빛과 어둠의 폭발을 일으킨다.
그 폭발음의 틈새에서 솟구치는 것은 의지의 충돌, 고대의 힘의 편린을 사용하는 존재들이 내지르는 기합의 상충.
“───아아아아아아아───!”
그 격돌의 반향, 수평선이 솟구치고 뒤흔들리고 무너져 내려앉는 혼란을 피하고 막아내며 에쉬르는 전투의 흐름을 읽으려 애썼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엄청난 힘이다, 끼어들 틈새가 보이지 않아. 하지만…… 홍련검의 숫자가 점차 줄어가고 있어. 저 숫자가 곧 힘의 한계인 거야.
어떻게든…….
카밀라와 라미네아 선배님은 지금까지 몇 번이고 날 도와줬는데, 나도 거기 화답해야만 해.
그런데…….
내가 끼어들 수 있는 싸움의 수준이 아니야. 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수 싸움이 아니야.
분해…….
또 이 무력감이…….
르노드를 꽉 쥔 채 전장 주위를 맴돌던 에쉬르는 그 순간 플로렛을 볼 수 있었다. 플로렛 선배님? 설마, 기다리고 계신 건가? 때를?
‘그래, 그렇다면.’
그 누구보다 허점을 잘 읽어내는 플로렛 선배님이 움직이는 타이밍이 곧 끼어들 타이밍이다.
그걸 돕는 거야.
내가 먼저 들어가서 주의를 돌리고, 그 허점을 노리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면 되는 거야.
“레에에에엣───────!”
한순간.
홍련의 칼날이 라그바우그의 오른팔을 베어내면서, 그 선혈이 흩뿌려지던 한순간.
심해의 도끼날이 라미네아의 칼집 쥔 왼손을 자르고, 문어발이 그 왼쪽 발목을 휘감아 으스러뜨린 한순간.
“───────읏!”
라미네아가 소리쳐 부른 순간, 플로렛은 자세를 주춤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못했다.
라미네아는 이게 라그바우그의 허점이라 판단했으나 플로렛의 판단으로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그렇기에 그 순간에 에쉬르가 전장으로 난입했다. 르노드가 아라다만텔의 분노에 공명하며 거칠게 울부짖는다.
십일자도 제12식, 만월(滿月).
라미네아와 라그바우그의 중간, 그 협소한 공간으로 붉은 칼날을 들이밀어 회전시킨다.
힘이, 기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완전한 원을 이루어, 그 관성과 원심력을 원동력으로 삼아 표적을 완벽하게 절단하는 십일자도 절식의 참격은 문어발을 얇게 벤 데에서 그쳤다.
아니, 이걸로 됐다.
애초에 힘을 위력에 집중시킨 게 아닌 것이기에 이런 것이다. 힘을 집중시킨 곳은 바로 검광, 눈부시게 타오르는 검광에 있었다.
‘지금 내 상태로는 저거 하나 베고 나가떨어지는 게 고작이겠지만……!’
하지만.
하지만.
‘미래시(未來視)에 의존하는 네놈에게는 오히려 이쪽이……!’
빛이 어둠에 비치매, 어둠이 이기지 못하고 그 계몽의 시야가 불태워지며 닫힌다.
한순간, 한순간 닫혔는데.
그 한순간으로 족했다. 극위성검 타스알포가 청명한 푸른빛으로 타오르더니, 긴 궤적만을 남긴 채 시야에서 소실되었다가, 라그바우그의 심장을 꿰뚫으면서 그 뒤쪽에서 다시 출현하기까지는.
“극주검법, 제12식. 청풍명월(淸風明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