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75)
가짜 용사 이야기-275화(275/310)
시즌 3 : 83화
[할바론 : 땅개 친구들, 관측 부대에 의하면 마족들이 고속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남쪽과 남동쪽에서 몰려들 온다는데, 20만은 족히 된다는군.]작전 목표는 112대의 열차(평균 20량에 900~1,000명 수용)가 모두 발차할 때까지 승강장과 철로를 사수하는 것이었다.
각 병단에 임무가 할당되었다.
총병대인 홍련 병단은 1번 열차 에 탑승, 차창을 통해 응사하다가 열차가 안전지대로 넘어갈 즈음 뒤쪽 객차로 이동하면서 사격을 반복한다.
– 그 행동을 마지막 열차까지 반복하라.
흑장미는 일선에서 충격 기병대로서 적의 진격을 저지하고, 혈마는 위급한 상황에 투입되는 예비대였다.
태산 병단은 제일 위태로운 격전지, 승강장 방어를 맡는다.
강철함대 제3특전단과 제3군수전단은 4번에서 44번 열차까지의 무개화차에 탑승하는데, 거신들 또한 포격을 가해 적의 진공을 저지할 것이다.
– 이후 임무를 마친 혈마 병단과 흑장미 병단이 순차적으로 열차에 탑승하고, 마지막으로 태산 병단이 탑승하면서 임무를 마무리하라.
카밀라는 이번 작전에서 흑장미 병단에 임시 배치되었다.
흑장미 병단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기도 하고, 혈마 병단에서 기병 전술을 전문적으로 배웠던 것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참, 흑장미 병단은 흉갑기병대였으므로 플로렛에게 군마를 선물받게 되었다.
검은색 몸체의 수말이었으므로 흑붕이라고 지었다.
적돌이가 날렵하고 유려한 체격이었다면, 흑붕이는 근육질에 투박한 체격이었다.
[플로렛 : 열차가 발차해서 안전지대에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 해! 모두 준비!] [샤론 : 근데 모두 떠난 뒤에 태산 병단은 어쩌죠?] [플로렛 : 태산 병단의 탑승은 청성 각하께서 보조하시겠다 했으니 걱정 마라.] [라미네아 : 렛! 지금 1번 열차가 놈들에게 둘러싸이기 직전이야! 우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플로렛 : 벌써부터 주인공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모두 전투 준비!]후일, 샤론의 손에 경기병대로 개편되기 전, 그러니까 플로렛 휘하의 흑장미 병단은 흉갑기병(胸鉀騎兵) 병과의 시초였다.
증기총의 보급과 함께 기병창을 사용하던 기존 중기병은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플로렛이 창 대신 기병용 권총을 사용하는 중기병대를 생각해 냈으니 그게 흉갑기병이었다.
‘정말, 페이쿼리어들이란 모두 기인(奇人)들뿐이구나.’
무장은 기병용 권총 두 자루.
갑옷은 기존 중기병보다는 경량화되기는 했으나 무릎까지 덮는 중갑을 입는다.
‘그러니까 이 미친 마족들에게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거야.’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옛 중기병만큼이나 강력한 기병 충격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단 것을 뜻했다. 키랄 늑대 기병과의 기병전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훗날의 샤론은 여름의 무더위 앞에서 중갑은 자살행위이며, 마족 앞에서는 경갑이나 중갑이나 큰 차이가 없단 이유로 병단 무장을 경기병대로 개편한다. 기동력과 편의성을 중요시한 것이다.
“엄청 오랜만에 페어를 짜보네, 카밀라.”
샤론이 옆으로 말을 몰아오며 빙긋 웃었다.
“최근에 데몬까지 토벌해본 이 천재님은 너랑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위치에 올라왔단 말씀. 발목이나 잡지 마.”
“후훗.”
“쪼개지 마, 확 그냥.”
반격의 초석, 동부 5번 철도 방어 (2)
[바로브 : 정면으로 적들!] [플로렛 : 카라콜! 반회전 사격 전술!]반회전 사격 전술이란, 1선부터 일제사격을 가하면서 기수를 트는 것으로 총기의 사거리를 극대화시키는 전술이었다.
즉, 나만 쏘고 튀는 것이다…….
원래는 대보병 전술이었으나 플로렛은 그걸 마족을 상대로 기가 막히게 써먹고 있었다.
[플로렛 : 이 전술을 대기병 전술로 사용하면 후미가 위험해지지만, 우리가 있으니 문제없지!]푸슈슈슈슉…… 흑장미 1열의 일제사격으로 블라쉬우르프와 우루크 전사의 골통이 쪼개지고, 놈들이 지면을 나뒹군다.
그 비겁한 전술(?)에 격노한 적들이 뛰쳐나오지만, 흑장미 2열ㆍ3열ㆍ4열의 일제사격 및 반회전 앞에서 격퇴되고…….
마지막 열은 사격이 끝나고 뒤를 봐줄 열이 없지만, 이를 위해 간부진이 후미를 지킨다.
극주검법 제8식, 시랑(豺狼).
플로렛의 우익을 맡고 있던 샤론의 칼끝이, 블라쉬우르프들의 뇌를 정확히 꿰뚫었다.
‘나는 이 카라콜 전술이 익숙하지 않아. 애초에 총도 안 쓰고.’
하지만 문제는 되지 않는다.
마상 전투는 이미 전대 필두 페이쿼리어로부터 배웠으므로.
진용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가장 잘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된다.
‘마력 발판 형성.’
군마의 다리를 노리던 블라쉬우르프의 모가지가 느닷없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칼날이 쇳빛을 흩뿌리며 나아간 그 궤도 끝에는, 지면과 수직으로 생성시킨 발판에 착지한 카밀라가 있었다.
참격의 반동과 착지의 반동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새로운 힘으로 엮어낸다.
“!”
“!”
“!”
카밀라가 취한 행동의 결과를 요약하면, 공중 전투로 지그재그 움직이며 수십 마리의 블라쉬우르프를 도륙했다는 것이 된다.
‘저게 그때 그 꼬맹이라고? 지검제에서 왕녀님과 맞붙었던…….’
‘보병인데도 기병 부대에서 저만한 활약…….’
‘훈장 받을 만한데……?’
흑장미 병단 단원들은 그 모습에 감탄의 탄식을 흘렸다. 플로렛이야말로 그 성장의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지검제에서 샤론과 호각을 이루던 그 꼬맹이가 말도 안 되게 성장했잖아…….’
샤론도 잠시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으나, 곧 특유의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샤론 : 후훗, 제법이잖아.] [카밀라 : 이 발도 천재님 앞에서 감히 제법?] [플로렛 : 수다 그만! 돌아오는 1열, 다시 사격! 계속 갉아먹어!]반회전 전술 기동은 적을 돌파하는 전술이 아니다.
계속, 조금씩 갉아먹는 거지.
그러다 어느 한쪽의 진용이 무너지면 그 틈새를 돌파하는 것이나, 지금처럼 아군이 퇴각하는 상황에서 그건 미친 짓이다.
[라미네아 : 1번 열차가 안전지대로 빠졌어! 훌륭했어, 렛! 카미랑 론도!]카라콜이 반회전하며 만드는 원은 홍련 병단과 함께 계속 좌측으로 이동하며, 이어지는 열차 대열을 호위했다.
[요한 : 적이 열차에 붙었습니다. 3번 열차 7번 객차의 지붕 위에 올랐어요. 열차 내부에서는 대응 불가, 지붕을 부수려 하고 있어요!]카밀라가 즉시 흑붕이의 안장을 박차고 열차의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상대는 키랄의 전사.
철퇴로 지붕을 마구 내리찍던 놈이 카밀라와 시선이 맞닿은 순간, 일도양단(一刀兩斷), 그 모가지가 절단되며 열차 밖으로 튕겨나갔다.
[카밀라 : 뭘 꼬라봐, 이 십것이.] [라미네아 : 카미, 말은 예쁘게 해야지.] [카밀라 : 네. 뭘 꼬라봐, 이 상놈이. 어떤가요?] [요한 : 흠…….] [카밀라 : 뭐, 뭐! 말을 해!]그러는 동안에도 우루크들이 열차에 뛰어들면서, 지붕에서 난전이 계속되었고 카밀라는 흑장미로 복귀할 수 없었다.
끝이, 끝이 없는데…….
숨이 찰 즈음 열차 저편에서 문이 열리더니, 수인병들이 날개를 펼치면서 튀어나와 우루크들을 열차 아래로 몰아냈다.
[카밀라 : 그리프베런 아저씨!] [그리프베런 : 너의 용기가 모두의 길을 이끄는구나.]전장에서 만났을 때 이보다 더 든든한 사람이 있을까.
[아이딘 : 남쪽에서 고위험 표적, 마우나 로아 접근 중! 하급 데몬입니다!] [플로렛 : 쳇, 바로브! 네가 대열 선도해! 에쉬르, 나한테 붙어! 데몬을 처리해야겠어!] [에쉬르 : 네, 선배님!]공중에 마력 발판 형성, 안장을 박차고 뛰어오른 에쉬르가 극위성검 르노드의 잔상을 붉게 끌며 초고속으로 데몬에게 접근했다.
십일자도 제10식, 현월(弦月).
십일자도 제11식, 반월(半月).
십일자도 제12식, 만월(滿月).
십일자도는 연계의 검법, 한순간에 떠오른 세 개의 달이 붉게 이지러지며 데몬의 양쪽 무릎에 깊은 균열을 일으킨다.
극주검법 제12식.
청풍명월(淸風明月).
그 한순간, 그 기동력에 이상이 생긴 단 한순간, 푸른 섬광이 예리하고도 거대하게 놈의 흉부를 꿰뚫는다.
[에쉬르 : 선배님, 나이스!] [플로렛 : 아니, 아냐! 한 끗 부족했어, 이런 젠장! 예상보다 너무 두꺼워서……!]핵(核)을, 저 화산암의 갑주 너머의 심장을 완전히 뜯어내지 못했어…….
마우나 로아가 발작한다.
용암이 폭발하는 듯한, 거칠고도 기괴한 울음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절망이 두 용사를 덮치려던 바로 그 한순간.
순백(純白).
시커멓게 나부끼던 화산재도, 미친 듯이 작열하던 아지랑이도, 그 모든 것을 새하얀 빛으로 정화하는 압도적인 순백.
그 빛이, 모든 것을 삼킨다.
그 빛 속에서, 모든 것이 새하얗게 새로워져서…… 창세 섭리에 어긋나는 것들은 종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다. 그것이 왕의 편린, 데몬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출현하는 모든 마우나 로아는 내가 맡는다. 너희들은 어서 돌아가 각 병단을 선도해라. 철수 지점까지 서둘러라.」
데몬이 화산재로 흩어지는 가운데, 순백의 머리카락과 소맷자락을 고고하게 나부끼던 존재가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이런……?’
카밀라는 두 눈을 의심했다.
온몸이 전율로 떨렸다.
그때, 혈마 병단 전체가 다 모여서 겨우 잡았던 하급 데몬을, 단 한 방에 날려 버렸다고?
[플로렛 : 이런 미친, 멋져도 너무 멋지신 거 아닙니까!] [에쉬르 : 각하, 와, 세상에, 방금 이 엄청난 걸 저희만 봤다는 게 너무…….] [플로렛 : 각하가 인간이셨으면 방금 반하지 않을 여자가 없었을 텐데!]아직, 인류에게 샤릴리온이라는 빛이 나타나기 전…….
그래, ‘검은 여름’의 어둠 속…….
당시의 인류에게도 모든 절망을 타파하는 초월의 빛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청성 미른가디아였다.
[샤론 : 스승님, 헛소리 그만하시고 빨리 오세요! 적이 계속 오고 있어요! 어서 대열로!]그때 그 작전을 성공으로 견인하는 건 틀림없이 청성이었다.
부대 전체가 10만 명을 상대할 때 홀로 2~30만 명의 적을 상대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바로브 : 단장님, 서둘러 와 주셔야겠습니다. 오우거입니다. 홍의 사제의 정보대로라면 십석두 같은데요.]오우거가 트롤들을 몰고 오며 지축을 뒤흔들면서, 흑장미와 혈마의 군마들이 겁을 먹고 또 발차하는 열차들마저 흔들리던 그때,
철탄(鐵彈).
그 주위로 철탄이 비처럼 쏟아지며 놈들의 바위 육체를 박살내고 쪼개고 으깼다. 제3특전단이다.
[할바론 : 땅개 친구들, 감탄하는 건 좋지만 서둘러라.]어느덧 열차의 절반이 안전지대로 벗어나고 있었다. 카밀라는 60번대 열차 위의 지붕에서 계속 키랄의 전사들과 맞서 싸웠다.
[그리프베런 : 훌륭한 솜씨다, 카밀라!] [라미네아 : 카미! 이제 지붕은 그리프베런 아저씨에게 맡기고 넌 다시 흑장미를 도와줘!] [카밀라 : 네!]검을 납도하고 손가락을 입에 넣어 휘파람을 불자, 계속 열차의 방향을 역행하던 흑붕이가 힘을 내어 그 앞까지 뛰어왔다.
[카밀라 : 역시 내 흑붕이!]그 안장 위로 뛰어내린 카밀라는 만족스럽게 흑붕이의 갈기를 쓰다듬은 후, 흑장미 대열로 박차를 질렀다.
적돌아…….
만약 보고 있다면…….
섭섭해하지 마. 절대 너를 잊지 않았으니까. 잊지 않을 거고. 승마술이 이렇게까지 늘 수 있던 게 다 네 덕분이었단 것도.
[플로렛 : 조심해! 적들이 좌측으로 선회 기동한다!] [샤론 : 가자, 카밀라!] [카밀라 : 좋지!]샤론과 함께 대열 좌측으로 향한 카밀라는, 미친 듯이 달려들던 적의 예봉을 꺾어냈다.
[청성 : 혈마 병단이 열차에 탑승했다. 흑장미도 이제 승강장 쪽으로 이동하면서 교전하라. 남동쪽은 나 혼자 맡겠다.] [아이딘 : 각하, 남동쪽에서 초고도 위험 심연 인자 감지, 고위 데몬입니다!] [청성 : 문제없다. 흑장미 병단의 길을 열어준 뒤 나 혼자 감당하겠다.]그 말이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광(白光)의 업화가 전방에 내리꽂혔다.
그야말로 천벌(天罰)의 빛.
수평선을 시커멓게 메우고 밀려들던 우루크 대군세를 단번에 잿더미로 무너뜨리는…….
[플로렛 : 감사합니다! 병단! 쐐기 대형으로 승강장 쪽으로 이동한다! 가자!]승강장에서는 태산 병단이 혈족의 군세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태산 : 혈마 병단이 탑승한 열차가 이동 중이다! 흑장미가 우측 혈을 찌른다! 모두 준비!] [바로브 : 1시 방향 위쪽에서부터 치고 들어가겠습니다!] [에쉬르 : 아이딘 오빠, 열차가 승강장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 빛으로 혈족들의 눈을 가려주세요!]아이딘의 빛이 꼭두각시의 조종사인 혈족들의 눈을 가린 한순간, 태산 병단이 양쪽으로 길을 내었고 그 틈새로 흑장미 병단이 치고 나왔다.
혈노들을 꿰뚫고, 짓밟고…….
혈족들을 찾아 그 심장을 타스알포로 정확히 잡아 뜯은 플로렛이 기병대를 다시 선회시켰다.
[플로렛 : 이걸로 아까 데몬 못 잡은 망신은 다 갚았다, 그치?]그렇게 되돌아온 흑기병들을 반겨준 것은, 발차 준비를 마친 열차의 스팀코어가 기적(汽笛)을 토해내는 소리였다.
[타르스 : 열차가 출발한다! 너희들은 어서 타!]플로렛이 부하에게 자신의 말을 맡기며, 병단이 열차에 탑승하는 것을 지휘했다.
[플로렛 : 병단 간부진은 마지막으로 탑승! 그때까지 태산 병단을 돕는다!] [타르스 : 104번 열차, 빨리 출발해! 이제는 혈노들까지 몰려들고 있어! 혈족이 왔단 말이다! 우리가 다 타려면 열차가 7개는 더 출발해야 한다고!] [소푸키 : 104번 열차 기관사입니다. 출발까지 3분!] [플로렛 : 3분? 2분 안에 해! 지금 상황이 어떤데! 시집도 못 가보고 죽게 생겼어!] [샤론 : 페이쿼리어는 원래 시집 못 가잖아요.] [플로렛 : 말이 그렇단 거지, 인마!]흑장미 병단이 탑승한 열차가 발차하던 그때, 그 한순간, 핏빛의 서슬이 태산 병단의 우익을 덮쳐 백 명이 넘는 장병의 목과 몸통이 도륙 나며 피 보라가 일었다.
[샤론 : 카밀라?!]그때, 카밀라는 이미 열차 마지막 칸에서 몸을 밖으로 내던진 뒤였다.
[카밀라 : 로로, 엎드려!]로베리스를 덮치듯 넘어뜨리자마자, 머리 위를 핏빛 서슬이 훑고 지나가며 전신에 소름이 내달렸다.
“훌륭해, 아주 훌륭하다! 피의 축복을 받을 만한 걸작(傑作)들이 보이는구나.”
모래색이 드문드문 섞인, 별빛과도 같은 은발이 찬란하게 너울거린다.
시예트라.
혈족 오대성가 치게진 가문의 당주, 창백한 준남작 서열 2위.
“너, 너, 이렇게 두 명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필요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