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77)
가짜 용사 이야기-277화(277/310)
시즌 3 : 85화
시공섬(時空殲).
모든 극위성검의 절원 중 최강이자 최고의 위력을 자랑하는 비기.
시공간 위로 일선(一線)이 그어지더니, 그 주위로 균열이 거미줄처럼 퍼지더니 이내 파열한다.
쩌적, 쩌저저적…… 채애애애앵!
본래 피 안개로 육신의 형상을 뒤바꾼 혈귀 왕족에게는 일반적인 참격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피 안개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중인 공간 전체가 파열한다면?
“끄,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일순간 차원이 찢어졌다.
그 찢어진 공간 위에 있던 모든 것을 섭리 저 너머의 진공 영역으로 게걸스럽게 빨아들인다.
피 안개 상태로 그 차원의 절단면으로 흡수되나 싶었던 시예트라는 핏덩이가 되어 모래밭 위로 떨어졌다.
‘끝장을 못 냈어……!’
카밀라가 코와 입으로 피를 쏟아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창백한 준남작은 살아 있었다.
팔다리가 잡아 찢긴 듯이 뜯겨나가고, 내장이 비어져 나온 상태였으나 숨통은 붙어 있던 것이다.
“감히, 감히…… 나 시예트라에게 미물만도 못한…… 너희들 따위가……!”
한 번, 한 번만 더 싸울 수 있으면 확실하게 끝장을 낼 수 있을 텐데.
‘아, 아아, 아아아아, 젠장……! 끝장을 냈어야 혈노들까지 전부 없애버렸을 텐데, 내가, 내가 부족해서, 조금만, 1초만 더 붙잡아 놨어도……!’
자괴감에 가까운 자책을 거듭했으나 카밀라는 중상을 입어서 호흡조차 엉망이었다.
[타르스 : 가지 마, 카밀라! 우리 목표를 잊지 마! 열차를 타고 이탈하는 거야!]타르스도 절원의 반동으로 쉬르팽을 지팡이 삼아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
[카밀라 : 하지만, 하지만!]그뿐인가. 주인의 일갈을 들은 혈노들이 태산진을 무너뜨리고 그 사이로 몰려와 육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타르스 : 이게 퇴각 작전이 아니라 토벌 작전이었다면 놈을 곧 끝장낼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작전의 핵심을 기억해!] [카밀라 : !] [타르스 : 열차가 곧 발차할 거야! 여기서 이탈해서 늦지 않게 달리면서 탑승해야 해! 자, 이쪽이야!]그때 마지막 112번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승강장을 박차고 튀어나왔다.
[타르스 : 뛰어!]태산 병단은 타르스와 카밀라를 중심으로 태산진을 형성, 혈노들의 돌진을 분쇄하면서도 질서 정연하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타르스 : 뛰어, 늦으면 안 돼!]시예트라가 무력화되면서 위협적인 사술은 닥쳐오지 않았으나, 역시 창백한 준남작이 거느리는 혈노의 숫자는 그 자체로 살인적이다.
[타르스 : 열차로 뛰어올라! 차례로, 전위는 적을 막으면서, 반복해!]철도를 따라 뛰며 혈노들을 막아내던 태산 병단의 장병들이 하나씩 뛰어올라 열차에 올라탔다.
[카밀라 : 로베리스, 가!]로베리스가 스승의 명령에 따라 도약, 열차 지붕 위로 사뿐히 착지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열차에 점차 속도가 붙고, 철도를 따라 달리던 병단 장병들이 몇 명을 제외하고 전부 열차 위로 올랐을 즈음.
“단장님, 어서!”
“뛰십시오, 빨리!”
“곧 가속합니다!”
타르스는 스스로도 한계이면서도 카밀라를 업다시피 하고 뛰고 있었다.
[타르스 : 카밀라, 로베리스 쪽으로 던질 테니 착지 잘해. 로베리스, 너도 언니 잘 받아주고.] [로베리스 : 네, 스승님.] [카밀라 : 몸도 제대로 못 가누시잖아요! 전 제가 알아서 갈게요!] [에쉬르 : 서둘러, 카밀라! 여기에서 보니 혈노들이 다 널 잡으려고 혈안이 된 거 같은데? 네 피가 얼마나 맛있으면!] [카밀라 : 무, 무슨 헛소리야!] [샤론 : 어쩐지 모기한테 잘 물리는 체질이더니, 혈족한테도 인기 폭발이구나!] [그리프베런 : 열차가 추진력을 얻소! 서두르십시오!] [타르스 : 이 거리면 충분하겠어! 카밀라, 간다!]타르스가 카밀라를 지붕 위로, 로베리스가 있는 곳까지 정확하게, 마력도 없이 근력과 완력만으로 내던졌다.
로베리스가 마법의 장막으로 카밀라를 포근하고도 부드럽게 받아낼 때, 타르스는 두세 번 정도 도움닫기를 마치고 열차 마지막 칸으로 도약했다.
“너는, 너같이 추한 것은…….”
문제는 그때 터졌다…….
“……감히, 나 시예트라의 옥체에 손을 댄 너는 절대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겠다!”
반격의 초석, 동부 5번 철도 방어 (4)
불현듯 날아든 혈사병…….
시예트라의 사술이 타르스의 발목 힘줄을 절단하면서 각력이 몸을 완벽하게 허공으로 밀쳐내지 못한 것이다.
요컨대, 제대로 도약하지 못하고 그대로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려 지면에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로베리스 : 스승님.]타르스가 철도 위로 무력하게 엎어진 그 순간, 혈노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어 그 위를 덮쳤다.
[카밀라 : 타르스 님!]타르스가 순식간에 혈노들에게 뒤덮이나 싶었으나, 불현듯 쉬르팽의 검광이 찬란하게 폭발하며 혈노들을 흔적도 없이 일소시켜 버린다.
그러나, 그러나…….
타르스의 모습은, 그 검광의 폭주조차도 잔상으로 보일 정도로, 너무나도 빠르게, 지금 이 순간에조차도 계속해서 멀어지고 또 멀어져 가고만 있었다.
[카밀라 : 로베리스, 멈춰!] [로베리스 : 가야 해요.]위협은 혈노들뿐만이 아니었다. 키랄의 블라쉬우르프 하나가 열차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카밀라는 놈과 부둥킨 채 지붕 위를 수차례 나뒹군다.
사람의 주먹만 한 송곳니를 격렬하게 딱딱거리는 그 턱에 허리춤에서 뽑은 단검을 꽂아 넣었다.
[로베리스 : 언니.]그러고도 놈은 아가리를 다물려 하지 않았는데, 칼날에 마력을 깃들여 그 뇌까지 뚫어준 뒤에야 저항이 멈췄다.
[카밀라 : 가지 마! 저기 안 보여? 키랄도 쫓아오고 있잖아!] [로베리스 : ……!] [카밀라 : 지금 너까지 더 뛰어내렸다간 상황만 더 복잡해져! 타르스 님, 타르스 님! 정신 차리셨죠?]핏물과 침과 땀으로 온몸이 질척하게 물든 상태로 타르스는 몸을 일으켰다.
그때, 앞에서 열차는 저만치 멀리 떠나고 있고, 양옆에서 적들이 수도 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요란한 이명 속에서 정신을 잃을 뻔했으나, 단 하나 온전히 남아 있던 용혈 혈청을 주사해서 다리를 재생시키고 의식을 붙들어 맸다.
[타르스 : 카밀라 말이 맞아, 로로. 열차에서 절대 뛰어내릴 생각 하지 마.] [로베리스 : …….] [타르스 : 청성 각하, 열차에 타지 못하고 낙오되었고 적들에게 포위되었습니다! 10초 안에 상황이 정리될 판입니다!]순간, 저 먼 어디에선가, 악(惡)을 진멸하던 순백의 빛이 창공으로 솟구치는 모습이 보였다.
[청성 : 8초 안에 가겠다.]로베리스가 숨을 들이켰다.
사태는 절망적…….
스승님께서는 낙오되셨고 어떻게 수습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상식조차 초월하는 청성 각하가 도와주신다면, 늦지 않게 도착한다면.
[에쉬르 : 선배님, 아이딘 오빠가 마지막 칸으로 가고 있어요! 너무 멀어서 정확한 사격은 불가능해도, 그래도 조금 여유를 만들어줄 수는 있을 거예요!]이제 타르스의 목표는 명료해졌다. 청성이 구하러 올 때까지 버텨야 했다.
타르스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철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블라쉬우르프 기병대가, 다른 한쪽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혈노들이 달려온다.
[로베리스 : 스승님, 신중히, 신중하셔야 합니다.] [카밀라 : 타르스 님!] [에쉬르 : 선배님!]벤다, 꿰뚫는다, 계속, 힘이 빠지는데도, 계속 베고 또 베어서…….
버틸 수 있나……?
혈노는 점점, 점점 많아지는데, 혈노들로부터 피와 장기를 수급한 시예트라도 점점, 너무나도 빠르게 가까워지고…….
[청성 : 현재 좌표 상공에서 선회 중이나 화산재 때문에 네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 신호탄을 쏴라.]신호탄을 쏘려는데, 아까 한 발 쏘았던지라 장전이 필요했다.
[카밀라 : 타르스 님, 어디 계세요! 신호탄, 어서 신호탄을 쏴주세요!]손이 떨린다.
[에쉬르 : 선배님!]달리는 와중이라 온몸에 진동이 일고, 그 순간 발치를 때리며 폭발을 일으킨 시예트라의 사술에 탄을 놓칠 뻔했다. 아니, 놓쳤다.
[아이딘 : 지금 어디 계십니까!]남은 탄환은 그거 하나뿐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친 순간.
땅에 떨어지기 전에 손 위에서 몇 번이나 튕기던 신호탄을 겨우 붙잡은 순간.
탄환을 약실에 장전하고 하늘 높이 들어 발사한 순간.
그 순간, 혈노들의 손이 사지를 붙잡아 비틀려 하고, 시예트라의 사술이 눈앞까지 밀려들며, 그 타락한 핏물의 악취마저 선명히 맡을 수 있던 그 순간에.
모든 악을 태우는 광염(光焰).
도무지 눈을 뜰 수 없는 그 고고한 빛의 포화 속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타르스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하아…….’
정확히는 용의 몸을 입은 청성의 등에 태워진 채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던 것이다.
그건 정말, 아름다웠다…….
하늘에서 내다보는 북쪽 세계는 너무, 너무나도 아름다운 반면, 남쪽 세계는 악몽의 한복판인 화산재와 용암 속에서 기괴하게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라미네아 : 백부님, 백부님! 선배님은요? 어떻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됐나요?] [타르스 : 나 지금 여기 있다. 청성 각하 위에서 하늘을 보고 있어. 하늘이 엄청 예쁘다. 남쪽 말고, 북쪽 하늘만.] [라미네아 : 아 세상에, 아, 세상에…… 감사합니다, 백부님, 정말 감사합니다.] [플로렛 : 동감입니다. 이제야 한시름 놓았네. 어휴. 아이고…… 심장이 터질 뻔했어. 창백한 준남작은 어떻게 되었죠?] [타르스 : 각하께서 날 구할 때 마무리하신 것 같다. 어떻게 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어.] [카밀라 : 만약 못 돌아오셨으면 로로한테 평생 원망 들을 뻔했어요. 진짜, 너무 다행이에요.]타르스가 피식 웃었다.
[타르스 : 카밀라, 너 정말 대단하던데. 아무리 시공섬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고는 해도 창백한 준남작과 합을 겨루다니.] [카밀라 : 합은 무슨요. 그냥…… 바짓가랑이라도 어떻게 잡겠단 심정으로 그냥 달려들었을 뿐인데요.] [타르스 : 그걸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대부분은 그러다가 한 번에 죽었을걸.]카밀라는 쑥스럽게 머리를 긁어야 했다.
상대는 필두 페이쿼리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혈족한테 얻은 중상의 아픔조차 한순간 잊을 정도로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플로렛 : 맞아. 아까 우리랑 행동할 때도 엄청나던데. 순간 비네사 님을 보는 줄 알았잖아.] [에쉬르 : 카밀라가 저랑 같이 강습을 받아서요. 흐흐흣.] [샤론 : 몰래 성형수술도 받았고요.] [카밀라 : 야, 그거 작작 하라고 했지!]카밀라가 씩씩거리자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잔혹한 전장에서, 여전히 인간성을 잃지 않고 순수하게 빛나는 미소.
그런 반응 하나하나가 모두를 기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딘 : 돌아오셔서 천만다행입니다. 현재 인류 병력의 편제는 절망적이고, 만약 여기에서 필두 페이쿼리어를 잃었더라면 인류의 손실은 절망적이었을 겁니다.] [타르스 : 태산 병단은 어느 수준인지 모르겠군. 대검병 부사관들은 한숨 돌린 다음 각 조 인원 점호해서 나한테 보고해.] [로베리스 : 제가 받을 테니, 조금 쉬고 계세요.]무사 귀환을 자축하는 소란이 잦아들자, 아인 제독이 입을 열었다.
[할바론 : 이제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자고. 지금부터 태양성 <바라>로 가는군. 거기 음식은 뭐가 맛있지?] [플로렛 : 국가 전체가 음악에 미쳐서 밥 대신 악보를 씹어 먹는 곳이라던데요, 제독님.] [할바론 : 음, 나는 함대로 돌아가야겠다.] [라미네아 : 들어올 때는 자유였지만 나가실 때는 아니랍니다. 이제는 절대 못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