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84)
가짜 용사 이야기-284화(284/310)
시즌 3 : 92화
“청성 지휘하 별동대의 활약으로 바야흐로 <슈리가나큐스> 철수 작전 본무대의 막이 올랐다.”
붉은 도시, <슈리가나큐스>에는 동부군 패잔 부대(80일 전에 개선식을 거행했던)가 모두 집결해 수성전을 치르는 중이었다.
“넓게 흩뿌려져 있던 피난민이 <슈리가나큐스>로 피난하는 걸 호위하는 과정에서 제4석 디고엘 알터 나이세이몬과 제9석 에이워디 알터 베룸페이라가 실종(失踪)되었다.”
나이세이몬은 대검형 성검.
베룸페이라는 사복검형 성검.
각각 쉬르팽과 플라디마르테와 자매검(姉妹劍) 관계였다.
“또한 그 휘하 병단은 궤멸, 두 페이쿼리어의 제자도 실종되었으며 나이세이몬은 소실되었다. 베룸페이라만이 어떻게 수습되어 법황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마족 총공세는 퇴로마저 포위망에 막아버리고 인류 패잔 부대의 숨통을 겨눈다.
이런 화급한 상황이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청성이 뚫어낸 <바네시스>의 퇴로는 그야말로 활로(活路)였다.
“먼저 <슈리가나큐스> 상공으로 진입해 반격 작전을 진두지휘하던 청성은, 뇌향을 태운 궤도차가 도시 내부로 들어서면서 뇌향심공명진이 모두와 연결되자 본작전을 시작하려 한다.”
‘검은 여름’의 끝머리를 장식하는 두 개의 대사건 중 하나, ‘<슈리가나큐스> 후퇴 대첩(大捷)’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시작되었다.
“카밀라 알터 아라다만텔은 혼수상태라 이 작전에 참가하지 못했으나, 당대의 대부분의 인류 영웅이 이날 이곳에서 싸웠다. 오늘은 청성의 활약을 통해 이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위기는 기회의 뒷면, <슈리가나큐스> 후퇴 작전 (1)
「<바네시스>는 홍련 병단이 확보해둔 상태다.」
인ㆍ요ㆍ아 삼족(三族) 통합 총사령관 ‘청성(淸聲)’ 미른가디아.
「곧 <바라>에서 발차한 열차들이 그곳을 지나 이곳 <슈리가나큐스>로 들어온다.」
이곳은 ‘순백의 장막’ 내부.
세계수와 그 호수가 눈물겹도록 고요하게 펼쳐지는 장소로, ‘순백의 꿈’의 정경을 간소화시켜 체현시킨 정신 공간이었다.
파문이 덧없이 번진다.
호면에 크고 작은 파문들을 일으키는 존재들은 제1위계 지휘관들이었다.
도원수 크라우잔과 죠젠나를 시작으로 임시 페이쿼리어 에쉬르까지 도열해 있었다.
이것은 본래 평시에 긴급명령을 하달할 때 쓰던 것이나, 뇌향심공명이 완전히 전개되지 않은 지금 임시방편으로 쓸 만했다.
「<슈리가나큐스>, 기원전의 시대 오랜 세월 심연(深淵)의 본거지였던 장소다. 그때는 <라리엔>이란 이름이었지.」
초월에 가까운 기억력이, 옛 문헌의 내용을 머릿속에 그대로 필사해 놓는다.
「고대에는 켈티무스 화산 지대 전체를 휩싸고, 그 분화구 내부에 궁성이 지어진 성채였어. 108개의 용철 기둥이 분화구 위의 도시를 떠받쳐 어떤 재난도 버틸 만큼 견고했다고 한다.」
세계수의 뿌리가 솟아올라 엮이더니, 백팔 기둥의 도시 <라리엔>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곳은 옛 왕국의 수도.
홀쉬베즈, 즉 렙틸리언 왕국의 수도로서 옛 인류에게 악몽의 원천이나 같았다.
「<온 것들>과 엘디아 알마(01) 알카이오스와 엘디아 베테(02) 카듀엘이 옛 왕국을 무너뜨리고 그들을 해방시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온 것들>의 문헌 속 풍경.
도마뱀 군주의 궁궐이 붉은 도시 <슈리가나큐스>가 되기까지…… 역사의 흐름에 따른 도시 내ㆍ외관의 변화가 호면 위에 떠오른다.
「그리고 슈리간께서는 배우자이신 졔안니르와 함께, 눈물과 기도로 이곳을 악몽의 중심지에서 빛의 땅으로 바꾼다.」
핏빛 태양 슈리간의 초상이, 미른가디아의 혼에 새겨진 옛 수룡의 여의주 속에서 나타난다.
<온 것들> 중 남성은 셋.
테르벨은 찬란한 무인의 표본이며, 카렌덴은 비밀스럽고 신비하여 후대에 남겨진 외형적 자료가 전무하나…… 슈리간은 온화하며 눈물이 많은 존재였단 기록이 도처에 존재한다.
「또한 슈리간께서는 네이갈라스의 봉인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놈의 육신은 아드리온 대륙 전체에 흩뿌려 봉인하고 핵(核)은 따로 이 <슈리가나큐스> 분화구 내부에 봉인했지.」
그건 아주 완벽한 설계였다.
인ㆍ요ㆍ아 삼족(三族)이, <온 것들>을 피해 남쪽 끝까지 달아났던 마족 잔당을 처리하지 못하지만 않았더라도.
「마족들은 네이갈라스의 육신을 통해 그 힘을 얻었고, 몇 번이나 동란을 일으켜 인류를 괴롭혀왔다. 완벽했던 설계가, 예기치 못한 변수로 오히려 흠이 된 셈이다.]
호면의 <라리엔>의 정경이 <슈리가나큐스>로 변화된다.
옛 왕의 흔적은 사라진다.
오직, 찬란하고 찬연한 핏빛의 은혜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도시만이 보일 뿐.
「네이갈라스의 봉인이 풀리는 건 기정사실이다. 이걸 막을 방법은 없어. 하지만 최대한 늦출 방도는 있다.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고 고통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슈리가나큐스>가 세워진 분화구 아래, 즉 <라리엔>을 매몰시키면서 건축된 ‘핏빛 성당’의 입체 정보가 확대된다.
「이곳에 봉인돼 있는 것은 네이갈라스의 핵(核)뿐이다. 마족들이 그 육신을 갖고 오고 있겠으나 아직 융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원수 크라우잔이 말했다.
“각하, 이제 저희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놈들이 뜻대로 하게 두어라. 너희는 피난민들을 철도역까지 엄호하며 승강장과 철도 모두를 사수하라.」
“<슈리가나큐스>에는 <바네시스>를 포함해 여섯 개의 위성도시가 있고, 그 통로마다 다 성문이 존재합니다. 그 방어선을 모두 포기하는지요?”
현재 차석, 메이트 알터 지에르다의 발언이었다.
「이는 비유컨대 줄다리기와도 같은 것이다. 밀리던 이들이 느닷없이 줄을 놓아버리면, 사력을 다해 잡아당기던 이들은 제 힘에 못 이겨 넘어지는 사달이 난다. 그 원리를 이용한다.」
“지극히 송구합니다만, 작전 개요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네이갈라스의 봉인을 깨트리기 위해 놈의 모든 병력이 이곳으로 집결하고 있으니, 역으로 선수를 친다. 봉인을 해제하고 내가 놈을 다시 봉인하겠다. 놈의 힘은 본래의 상태와 비교해 3할에서 4할도 채 안 될 것으로 계산된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도박…….
항상 이런 식의 승부를 즐기시는 건 모두 아는 바였지만, 이번에는 그 규격이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할바론이 말했다.
“<잊혀진 왕들> 중 하나의 봉인을 일부러 깨신다니,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옛 용현께서도 일부러 아쉬론의 봉인을 깨시긴 했습니다만.”
「네이갈라스의 심연(深淵)의 형태, 용암은 모든 것을 녹인다. 그 하수인들이라고 다를 건 없어. 단지 놈의 축복이 존재할 때에 면역 상태가 될 뿐이다.」
청성은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네이갈라스를 다시금, 슈리간의 봉인과 비교하면 보잘것없겠지만, 봉인할 수만 있다면…… 순간적으로 그 힘을 끊어낼 수 있다면.
「그 한순간의 공백 동안, 네이갈라스의 용암이 너희가 아니라 놈의 하수인들을 모조리 삼킬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서둘러 북동(北東) 철도역으로 향하라.」
모두의 얼굴에, 이 절망적인 전황 속에서 피폐해져 가던 모두의 낯빛에 화색이 돌았다.
그 색의 이름은 희망이다.
‘검은 여름’의 모든 순간, 청성의 인도는 늘 그런 식으로 모두의 마음에 빛을 비춰주었던 것이다.
「이 정신세계에서 체감 시간으로는 5분 가까이 경과하였으나, 실제 시간은 5초도 지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하자.」
청성 미른가디아가 마침내 의식의 장막을 모두에게서 걷어냈다. 두 눈을 떠 세상으로 돌아왔다.
[타르스 : 뇌향 각하를 모신 궤도차가 철도역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모든 부대가 뇌향심공명진에 연결 중.]<슈리가나큐스> 상공.
마족의 진군으로 시가지가 용암으로 뒤덮여가는 가운데, 청성은 용의 형태로 도시 중심지로 향하고 있었다.
[청성 : 잘했다. 도시 중심부까지 150초. 그곳에서 핏빛 성당으로 향하는 통로를 열 수 있다.]메이트 알터 지에르다 휘하, 비격 병단의 그리핀 편대가 청성의 양익을 보위하고 있었다.
[메이트 : 각하! 적 항룡 결계 제압을 위해 성검 해방 대기 중! 절원을 사용하겠습니다!]그리핀의 옆구리에 박차를 질러, 청성 앞으로 튀어나온 메이트의 양손에서 지에르다가 주홍빛으로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지에르다는 궁검형 성검.
엘디아 베테(02) 카듀엘의 진성검 히스기비드의 능력, ‘차원 붕괴’의 힘을 조촐하게 모방할 수 있는 제7위계의 병기.
[청성 : 맡기겠다, 메이트. 가서 처리하도록.]하이 쿤 타르크 제3위, 누위긴.
우루크 최고의 병기공 집단으로 손꼽히는 누위긴 클랜은 그 기술력을 영약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왕의 축복, 즉 항룡 결계를 공성탑처럼 전개한 것인데…… 용암이 끓어넘치는 원시의 사탑(斜塔)이 북소리와 함께 진군 중이었다.
절원, 천쇄향경(千碎向鏡).
주홍색의 신묘한 빛줄기가 그 사탑의 중추를 정확히 꿰뚫었다. 관통의 순간, 사탑이 속한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붕괴되었다.
“위휴우우우우!”
“끝내주십니다, 단장!”
“언제 봐도 걸작이라니까!”
항룡 결계가 무력화되었다는 것은 청성의 힘을 원천 차단하는 족쇄가 사라졌단 뜻이 된다.
청성이 주둥이를 크게 벌렸다.
그 목구멍에서부터 시퍼런 빛무리로 솟구치는 힘.
용은 용언을 사용하지 않아도, 그 숨결 자체가 최강의 전투 기술이다.
공대지 광염이 지면 위의 누위긴 클랜 대열을 쓸어버렸다.
[메이트 : 이런 미친! 방금 대로변 하나를 날려 버리셨습니다! 절원 한 번 쓰고 낑낑대는 제 모습이 너무 처량해지는데요.] [키시엔 : 스승님! 각하는 삼영룡이고 스승님은 인간이잖아요!] [청성 : 맹진 병단, 적 방공망을 무력화시켰으니 진입해도 좋다. 메이트는 편대를 둘로 나눠 하나로 맹진을 엄호하라. 메이트는 날 따르라.]비격 병단의 편대가 둘로 나뉘고, 다른 편대는 제자 키시엔의 지휘하에 곧장 재편성되었다.
“비격 3-1 확인! 점호!”
……
……
“비격 3-15 확인!”
……
……
“비격 3-32 확인!”
옛 악몽 <라리엔>을 억누르는 힘이 깨어지며, 시가지 곳곳이 깨어지며 그 붕괴의 틈새로 용암이 솟구치고 있었다.
제3편대는 저공비행을 개시.
그 용암과 적들의 포화 속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철도역으로 향하는 맹진 병단을 엄호했다.
[청성 : 도착까지 30초.]청성을 따르는 메이트의 제1, 제2편대는 이미 적에게 장악된 중심 시가지로 진입했다.
[메이트 : 편대, 교전 개시!]<슈리가나큐스> 철수 작전.
공방전 36일째, 오전 07시 42분.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분명 아침이었건만, 화산재와 모래 폭풍에 뒤덮인 세계는 그 어떤 밤보다도 더 어두웠다…….
[청성 : 여기는 청성, 비격 병단 제1ㆍ2편대 전원에게 명한다. 이 위치를 사수하라.]제1ㆍ2편대가 활공 비행으로 폭렬탄을 투하, 중심 시가지로 달려오던 트롤 세 기를 격퇴했다.
정말, 끝이 없군…….
메이트는 네 번째 용혈 혈청 주사기를 손목에 꽂고 나서 식은땀과 호흡을 안정시켰다.
[메이트 : 병단, 선회 기동 개시! 각하께서 ‘문’을 여시는 동안 우리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 위치를 사수해야 한다!]청성은 용의 형상을 버리고 용인의 형상을 입었다.
두 눈을 감고, 공중을 부유한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고결하게 나풀거리는 가운데, 그 찬란한 광휘에 마족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반면 대자연은 기뻐 춤추었다.
[청성 : 1분, 단 1분만 벌어주면 족하다.]중심지 판석 틈새로 꽃들이 솟아나고, 메말라 죽어가던 나무들은 다시 생기를 얻고 더욱 생장하는 것이다.
[청성 : 검은 태양 카렌덴께서 수룡 예리세리카께 남기신 ‘핏빛 성당 진입 열쇠’를 사용하겠다.]청성이 두 눈을 감고 양손을 모으자, 옛 수룡의 빛이 지반 위로 내리꽂혔고…… 불현듯 중심지의 지각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이건, 지면이 붕괴하는 건가?
아니, 붕괴하는 게 아니었다. 챠라라락…… 질서 정연하게 펼쳐지며 새로운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언뜻 나선형 계단 같은데?’
이것이 바로 어떤 빛도 닿지 않는 고대의 분화구 속으로 들어가는 미로였다.
‘<온 것들>의 기술력은 현 인류를 몇 년이나 앞서는 건지 당최 모르겠다니까…….’
메이트가 그렇게 감탄하던 한순간, 고막을 찢는 울음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본능이었을까.
기수 메이트의 본능이 아니라, 그 애완 그리핀 메이핀의 야생의 본능이 몸을 살짝 틀었는데…… 거대한 무언가가 그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메이트 : 이건 설마…….]직격은 피했지만, 부차적 피해는 있었다.
그 여섯 갈래로 찢어지는 주둥이가 흘린 부식성 타액이 그리핀의 깃털과 메이트의 갑주에 튄 것이다.
이 고대의 괴물의 침은 생물체와 접촉하는 순간 끔찍한 산화 반응을 일으킨다.
[메이트 : 투아키, 투아키 출현! 투아키다! 편대, 산개해!]투아키, 고대의 악몽.
여섯 갈래로 찢어지는 아가리가 특징적이다.
본래 잿빛의 희끄무레한 육체와 날개로 고속 비행을 하는 놈들이건만 이놈들은 뭔가 달랐다.
마치 트롤처럼, 화산암이 갑옷…… 아니, 용의 용린처럼 표피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메이트 : 중량이 늘어나 비행 속도는 느려졌어도 충격력은 배로 늘어났을 거야. 모두 조심해!]그러나 모든 그리핀들이 메이핀처럼 날쌘 것은 아니었다.
적지 않은 그리핀들이 고통스레 찢어발겨지고, 기수들은 추락하다가 공중에서 투아키의 주둥이에 집어삼켜졌다.
‘검은 여름’을 장식했고 또 12세기 동란기에 리스타 파티를 괴롭혔던 악몽 중 하나, 하이 쿤 타르크 5위, 칼트쿼린 클랜이다.
[메이트 : 청성 각하! 이 이상 선회 비행으로 위치를 사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편대 각개전투를 허가해 주십시오!]12세기, 투아키 중에 퓰라돈(Pulradon; 사막의 바람)이라는 통상 규격을 벗어날 정도로 거대한 놈이 있었다고 한다.
거대할 뿐인가?
대마법사 린의 기록에 따르면, 섭리의 질량 법칙을 무시하는지 통상 투아키보다 2배에서 3배는 더 빨랐다고 한다.
[청성 : 허가한다. 엄호 임무를 마무리하도록. 할바론, 포격 위치는 잡았나?] [할바론 : <슈리가나큐스> 성문 위쪽에서 포격 대열 갖추는 중입니다. 30초 안에 포격망 갖춰집니다.] [청성 : 아군 엄호 임무를 네게 맡긴다. 이제 비격ㆍ선견ㆍ맹진은 서로 협조하여 북동 철도역까지 퇴군하라. 핏빛 성당은 나 혼자서 해결하겠다.]이때 비격 병단과 맞붙은 건, 퓰라돈처럼(물론 퓰라돈만 한 놈은 없었다) 크고 빠른 종자만 포획ㆍ선별하고 또 최고의 기수로 모은 집단이었다.
그 이름, 퓰라도쿠닌.
지에르다의 화살로 두 놈을 격추시키면서, 메이트는 경악하면서도 안도했다.
‘니븐이 아니라 내가 여기 있어서 다행이야.’
니븐 알터 볼비에르, 즉 필중 병단을 이끄는 후배 녀석이 여기 왔었더라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아직 미숙한 점이 많으니까.
[메이트 : 니븐! 철도역 상황은?] [니븐 : 여기는 필중, 현재 철성 병단의 모즈나와 연계해 필사적으로 피난민들을 열차에 태우며 철도역을 사수하고 있습니다만 탄약이 이제 얼마 없습니다!] [메이트 : 이쪽도 마찬가지야. 염병할 투아키 놈들…… 선견과 맹진을 엄호하려면 잠깐 퇴각해서 재정비해야 되는데, 포탄 여분이 없다고?] [할바론 : 가엾은 너희를 위해 내 친히 포탄을 준비해 놓았다. 북동쪽 성문으로 오도록.] [모즈나 : 이런 미친…… 거만하기 짝이 없어서 아인도 요정처럼 나쁜 놈들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저리 스윗하지?] [제로니 : 모즈나, 그딴 인종차별 발언 한 번만 더 했다간 넌 내 손에 죽어. 병단 통솔이나 똑바로 해.]그때, 공중 부양 상태의 청성이 휘몰던 빛이 사방으로 폭발했다.
그 빛에는 생명이 있었다.
그 빛에 닿은 모든 마(魔)…… 즉, 투아키들의 육신을 빛이 나무뿌리 꼴로 휘감더니 뒤틀고 짓이겨 불살라버린 것이다.
청성의 형태가 이번에는 용인의 형상에서 빛줄기가 되었다.
핏빛 성당으로 향하는 나선형 계단을 단번에 급강하해 지하에 내려앉는 빛줄기가.
살인적인 고열이 끓어오르고, <온 것들>의 초미래적 설비가 불똥을 튀기거나 명멸하며 신음하고 있었다.
[청성 : 이미 봉인의 붕괴가 시작된 모양이다. 지금부터 너희는 3시간 안에 도시에서 전부 철수해야 한다. 서둘러라.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