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87)
가짜 용사 이야기-287화(287/310)
시즌 3 : 95화
위기는 기회의 뒷면, <슈리가나큐스> 철수 작전 (4)
[타르스 : 각하! 청성 각하!] [메이트 : 청성 각하와 통신이 닿지 않습니다. 제가 중심지로 가 보겠습니다.] [크라우잔 : 안 된다. 귀관들은 서둘러 철수하도록. 이제 도시가 용암에 수몰되기까지 3분도 채 남지 않았어!]그 자리의 모두가 알지 못했다.
[에쉬르 : 어서 오세요!]아니, 잊고 있었다.
어쩌면, 잊고 싶었던 걸지도.
[모즈나 : 피난 행렬은 모두 빠져나갔고, 이제 비격 병단과 태산 병단만 오면 됩니다! 어서요!]이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겨우 주어진 한 줌의 희망, 그 희망조차 짓밟히는 건…….
[메이트 : 키시엔, 먼저 선회해서 철도역으로 향해. 지금 그리핀의 체력으로는 <바네시스>까지 가는 것도 한계니 우리도 열차를 이용해야지.] [키시엔 : 네, 스승님.] [메이트 : 일단 네 편대부터…… 피해, 키시엔, 피해!]모든 상황이 끝나갈 때쯤, 이제야 악몽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 때쯤.
기다렸다는 듯이.
어쩌면 사연이 있었단 듯이.
꼭 반 박자 늦게 나타나, 더 크고도 강대한 악몽을 선사하는 존재…… 한때는 엘디아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빛.
[메이트 : 아, 아, 아아아아…… 긴급 상황, 긴급 상황! 예언자 출현! 반복한다, 예언자 출현! 키시엔이 당했다! 제3편대 전멸!]엘디아들의 갑주, 엘디아 프라이모아는 <온 것들> 병참 등급상 제10위계의 갑주라 한다.
[타르스 : 뭐 해! 어서 출발 안 하고! 너흰 뇌향 각하를 모시고 있다! 각하를 위험에 노출시킬 셈이냐?]4등급 심연의 영향조차 무력화시키는 갑옷으로, 쉽게 말하자면 그 육중한 발걸음 밑에서 용암이 짓눌리며 바스러진다고 보면 될 것이다.
[제로니 : 선배님이 안 오셨잖습니까!]고대의 용사, 어센시쿼리어가 용암 위에 발자국으로 이루어지는 길을 만들며 나아오고 있었다.
[타르스 : 열차가 이쪽으로 올 때 뛰어서 타면 돼! 출발해!]그 모습은 경이(驚異).
그 광경은 압경(壓驚).
[제로니 : 발차합니다! 준비하십쇼. 금방 갈 테니까! 현재 용암을 피해 성문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열차 세 대를 이어 붙였으니 무기를 버리면 어떻게든 전부 밀어 넣을 수 있을 겁니다! 기관사가 도중에 한 번 속도를 늦출 때!]얼마나 좋을까.
만약, 저런 존재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볼 수 있었더라면.
[메이트 : 저 망할 년, 죽여 버리겠어!]저런 존재.
즉 용사(勇士)가 어둠을 뚫고 빛을 만들던 광경을.
[타르스 : 메이트! 편대 수습해서 철도역으로 돌아가!]저 멀리서 다가오는 그 초월적인 빛을 바라보면서…… 타르스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바네사 선배님…….
어느덧 5년 전의 그날, 당신도 이런 마음이었던가요? 사람의 마음에, 이렇게나 복합적인 감정이 들 수도 있는 거군요.
[메이트 : 선배님! 못 들으셨습니까? 저, 저, 저 망할 년이, 키시엔을─!]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헤어져야만 해. 더 살아가고 싶은데, 죽어야만 한다.
후회는 없다. 다만…….
신념을, 한평생 지켜온 삶의 불꽃을 맡길 누군가가 있다는 건 든든하면서도 후련했고…… 어떻게 감당할 수 없이 슬펐다.
[타르스 : ─넌 이제 필두 페이쿼리어다! 네가 남은 후임들을 선도해야 한다고! 네 힘은 시간 끌기에 부적합해!]한순간, 뇌향심공명진이 끊어진 듯한 거대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시간이 필요했다.
저 말의 의미를 이해할 시간이, 저 말의 무게를 이겨낼 시간이. 필사적으로 덧대고 덧대어온 용기의 역사의 뒤를 잇는…….
[에쉬르 : 타르스 선배님, 설마.]흑, 누군가 울기 시작했다.
정식 페이쿼리어 중에서, 그러니까 에쉬르를 제외하면 모든 페이쿼리어 중에 막내인 모즈나 알터 솔랑이었다.
[타르스 : 울지 마라, 모즈나. 내 제자도 안 우는데. 네 제자 아레시아가 뭘 보고 배우겠냐?]지반은 이미 용암의 용해 작용에 한계를 넘어선 상태였다.
곧 지면이 뒤틀리기 시작하면서, 마법과 주술로 지켜온 이 생명선…… 바네시스행(行) 철도 또한 찌그러지고 구부러질 것이다.
유기물과 무기물, 그 모든 연결점을 찢어발기는 진성검 요니울란의 힘은 그 상황을 치명적으로 악화시켰다.
[타르스 : 제로니, 지금 예언자가 남서쪽에서 우리 태산진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 제자를 부탁한다.]악순환이 이어졌다. 구조물들이 격렬하게 무너지며 용암 속으로 쓰러졌다.
건물들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지반의 균열은 커져가고, 그 균열로 용암들이 더 솟구쳐 나왔다.
자세를 잡고 서 있기도 힘든 진동이 멀리서부터 다가올 때, 타르스는 등을 돌렸다.
“로베리스, 이제 이 쉬르팽을 네 손에 쥐여줄 때가 왔구나. 곧 제로니가 올 거야. 그때 열차에 탑승하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배움이 짧은 내가 영민한 너한테 뭘 더 가르치겠냐마는, 로베리스, 용사는 말이야. 철의 십자가를 지고 푯대를 향해 가는 사람이란다. 여기가 내 푯대고, 내 철십자가 세워질 장소야.”
검이란 곧 철의 십자가다.
핏빛 태양, 슈리간이 남긴 말이다. 그래서 슈리간의 상징은 붉은 십자가였다.
학식이 짧은 타르스의 신념을 주춧돌부터 구축해준 말이다. 저 한마디 말이, 타르스를 용사(勇士)로 만들었다.
“하지만 네 푯대는 여기가 아니야. 네 푯대는 더 높고, 먼 곳에 있어. 가, 로베리스. 쉬르팽과 함께, 미래로, 너의 푯대로 가는 거야.”
타르스가 극위성검 쉬르팽을 검대째 풀어서 내밀었으나, 로베리스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용암을 앞질러, 공멸을 위해 내달려오는 마족들의 맹공격 속에서 태산진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지반이 기울기 시작했다.
철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방열 마법과 주술도 깨지기 직전인지 힘없이 명멸하기 시작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그때, 항상 그토록 무감정하게 행동해왔던 로베리스가 고개를 떨구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헤어지는 게 아니야.”
그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이제는 그 혼자서 그 눈물로 밤을 지새워야 할 테니까.
꼭 안아주고 격려하고 싶었다.
이제는 어떤 포옹도 격려도 오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테니까.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먼저 가 있는 거지.”
제자의 등에 쉬르팽을 꼭 매주었다. 쉬르팽이 사무쳐 울며 고유 검광인 백광을 거듭 뿜었다.
타르스는 제자의 검을 쥐었다.
원래 전란 속에서, 실종(失踪) 직전에 모든 페이쿼리어들은 제자에게 성검을 물려주고 제자의 철검을 사용하게 된다.
“기다리고 있을게. 로베리스가 푯대에 도착할 때까지.”
로베리스는 말하고 싶었다.
그 순간에 말해야만 했다.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 평생 어떤 기회도 오지 않을 테니까.
자신이 지금까지 태산가를 부르지 않은 이유는, 태산가가 부끄러워서가 아니었노라고.
[제로니 : 젠장, 젠장, 젠장, 이런 젠장, 이런 빌어먹을……!]부끄러운 건 나 자신.
미흡해서, 스승님의 제자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해서.
[제로니 : 좋습니다. 그 외팔이 꼬맹이 저한테 맡기시고, 자카드린 그 멍청이를 비웃으실 수 있을 정도로 화끈하게 가십시오. 곧 따라가겠습니다.]언젠가…….
어느 누구에게나 당당히 당신의 제자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미래의 어느 날엔가…….
그 누구보다도 힘차게 태산가를 부를 생각이었노라고…….
[제로니 : 거의 다 왔습니다! 준비하십쇼!] [플로렛 : 고위험 열 신호가 고속으로 접근 중! 30초 안에 열차와 충돌합니다!] [제로니 : 속도를 늦출 시간 없습니다! 마지막 칸에서 받아낼 테니, 꼬맹이를 잘 던지십시오!]용암과 마족을 무자비하게 도륙 내며 날아온 파열의 빛, 그 신묘하게 굽이치며 쇄도하는 검광을 타르스가 철검으로 튕겨냈다.
그 반동.
그 충격.
그 힘과 힘의 격돌만으로 지각의 붕괴가 더욱 가속화되었고, 태산 병단의 병사 몇몇은 무너지는 지반 속으로 쓰러지며 미끄러졌다.
[제로니 : 지금입니다!]그 한 번의 충돌로 철검은 거창하게 박살나며 흩뿌려졌다. 쉬르팽도 더 이상 이 검에 미련은 없었다.
막아낸 순간, 칼을 내팽개쳤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제자를 힘껏 안아 들었는데, 그 무게가 이렇게나 무거웠던가, 그 성장의 징표가 어찌나 눈물겹던지…….
“사랑한다, 로로.”
그 뭉클거리는 감동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 눈부신 감동을 표현할 어휘가, 배움이 짧아서 저거 딱 하나밖에 없었다.
표현할 수 없어서.
표현할 시간이 없어서.
대신 앞으로 더 지어줘야 했고 지어주고 싶었던 모든 미소를 입가에 맑게 그렸다.
“스승님, 저───!”
파공음을 터뜨리며 등 뒤를 가로지르는 열차 쪽으로 타르스는 제자를 내던졌다.
로베리스가 열차 속으로 날아가며 내뻗은 손은 스승에게 닿지 못했다.
그 순간뿐만 아니라, 그날부터 영원히.
“─────하고 싶었던 말이!”
제로니는 열차의 마지막 칸의 뒤편에 서 있다가, 쉬르팽과 로베리스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그 관성의 힘은 엄청났다.
쉬르팽의 무게도 있거니와 속도도 엄청났으므로, 몸을 뒤로 튕겨 충격을 줄여야 했다.
[제로니 : 몸에서 힘 빼! 힘 빼!]제로니의 몸은 마지막 칸 외벽을 뚫고, 내부의 중심부까지 밀고 들어간 뒤에야 멈췄다.
스승님……?
로베리스는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을, 부서져서 외풍이 짓쳐드는 외벽 너머로 바라보았다.
‘저,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아요.’
제자로 받아주시고 길러주시고 가르쳐주신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소심하고 말수가 적어서 말로 표현은 못 했지만.
용암의 폭발 때문일까.
아니면 진성검 요니울란의 포효 때문일까. 뇌향심공명진의 연결은 교란되거나 끊어져 닿지 못했다.
[타르스 : 기관사! 어서 여길 빠져나가라! 속도 더 높여!]오직 들려왔다. 네이갈라스의 마지막 발악, 용암의 폭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타르스와 태산 병단의 다급한 신음과 비명과 함성만이.
울린다.
울린다.
또 울린다.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폭음 저편에서, 열차까지 덮쳐온 화산재의 폭풍 속에서, <슈리가나큐스>가 완전히 주저앉으며 모든 신호가 끊어졌다.
“아…….”
이제, 아무것도 울리지 않는다.
“아아…….”
로베리스는 휘청거리다 다리의 힘이 풀려 쓰러졌다.
쉬르팽의 칼날이 신체보다 길고 또 검대는 몸에 비해 큰지라, 칼날이 먼저 지면을 때려 로베리스를 지탱해 주었다.
그뿐인가, 대리자의 후계자가 외벽에 기대앉게 되도록 무게 중심을 비껴냈다.
그 힘 때문에 검대가 벗겨졌는데, 이번에는 로베리스가 하나 남은 팔을 뻗어 벗겨지는 쉬르팽을 끌어안았다.
“드높은 태산, 깊은 골짜기…… 눈 내린 태산은 우리의 영혼…….”
로베리스는 외쳤다.
기억의 풍경 어딘가에서 스승님과 모두가 살아서 함께 이 노래를 복창하던 날을 회상하며 외쳤다.
“드높은 태산의 넋…… 절망의 산하를…… 일으켜 세우니…….”
그리고.
이 노래를 누구보다 크게 부르게 됐을 날.
태산 병단의 모두가 터트렸을 웃음과 스승님의 미소의 환영을 떠올리며.
“아아…… 놀라워라…… 상처…… 입은…… 노목……들……도 노……래…….”
그 환영 속에서, 목소리가 이울지는 틈새로 쏟아진 눈물 때문에 노래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갈 수 있을까…….
지금 여기서부터 거기까지…….
스승님이 기다리시겠다고 약속한 그 푯대 앞으로…… 이 모든 그리움과 아픔과 고통을 품고……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 * *
“기원력 1675년 12월 24일, 타르스 알터 쉬르팽과 태산 병단의 희생으로 <슈리가나큐스> 잔존 병력이 무사히 퇴각할 수 있었다.”
반면, 1675년 마족 대공세의 핵심이었던 중부군은 청성의 이 계책으로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다.
“이 승리는 인류 입장에서 엄청난 쾌거였다. 누위긴 클랜이나 네크론들은 이후 ‘붉은 여름’이 될 때까지 세력을 복구하지 못했으니까.”
역사는 이를 쾌거라 기록하나, 로베리스 알터 쉬르팽에게는 과연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까.
“로베리스는 후일 스승의 뒤를 이어 알터 쉬르팽이 된다. 그 병단명을, ‘철십자 기사단’이라 명명했다.”
이어 ‘붉은 여름’ 중엽, 스승과 마찬가지로 필두 페이쿼리어가 된 로베리스 알터 쉬르팽은 네이갈라스 토벌전에서 맹활약.
도마뱀 군주를 완전히 봉인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그녀는, 스승이 마지막에 지었던 미소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푯대에 도달했다.
“스승 타르스 알터 쉬르팽에게 받았던 빛을 샤릴리온에게 넘겨준 것이다. 샤릴리온은 회고한다. 로베리스 알터 쉬르팽은 삶의 두 번째 스승이었노라고.”
* * *
「네 딱한 꼴을 봐라. 모두에게 버림받고 홀로 남겨진 꼴을.」
용암의 쇄도 속에서 타르스의 명줄이 조금 더 길어진 건 오직 눈앞의 존재, 가짜가 아닌 진짜, 엘디아의 변덕 덕분이었다.
“한 가지, 질문해도 됩니까……?”
이미 신체는 한계를 넘었다.
용혈 혈청으로도 수복할 수 없는 신체 관절들이 급격한 노화 속에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피가 흘러나오는 즉시 증발한다. 대기조차 태우는 지열 때문인지, 아니면 저 존재감 때문인지.
「예의가 바른 데다 내 참격을 쳐낸 상으로 허락해주마.」
“도대체, 뭘 원하시는 겁니까? 당신은…… 당신들은, 우리 모두의 꿈이자 이상향이었는데…… 왜 이런 짓을…….”
「이상향? 어이가 없군. 이렇게 처참히 구르다가 버려져 개죽음으로 내몰리는 꼴이 대체 뭐가 좋다고 이상향이 된단 말이냐?」
믿을 수 없는 말이었고, 또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뤼카엘은 웃고 있었다.
울음과 웃음이 섞인 표정이었다.
「아니,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슈르비엘도 그렇고, 모두 세뇌되어 버린 거다. 우주의 법칙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온 것들>에게.」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가 강하다면, 누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필요가 없을 텐데.」
“……!”
「누군가를 대신해서 싸울 필요도 없고, 홀로 사지로 내몰릴 필요도 없지. 모두가 심신이 강건하여, 전장으로 나와 제 몫을 하는 세계에서는 말이다.」
“…….”
「대심연 전쟁의 승리는 바로 그런 세상이 세워진 뒤에야 성립한다. 용사를 위조해서 만들면서까지 누군가를 사지로 내몰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 이 미친 세계가 아니라!」
처음 들어보는 말이고, 또 생각도 못 한 발상이었으나…… 타르스는 본능적으로 저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고(思考)에 놀랐다.
이렇게나 깊은 사고가 자신에게 있었던가 싶었지만, 어쩌면, 태어나면서 이미 알고 있었는데 살면서 확신하게 된 것 같았다.
“인간은 태어날 때 누구나 약하지 않습니까?”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도와주고, 그렇게 강해진 사람이 또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선순환…….
그것이 타르스가 본 빛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타르스가 지켜온 용사(勇士)였다.
로베리스.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가르침은 내 삶으로 전부 전했다.
그러니 너도 언젠가, 그 삶을 누군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제자를 향한 그 생각의 끝에, 검이라고도 할 수 없는 비루한 막대기 위로 휘황한 검광이 솟구쳐 칼날을 이루었다.
그것은 칼날.
신념의 칼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 마라. 난 너희를 버리는 저것들과 달리, 너희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니.」
뤼카엘은 타르스의 시선을 피해서 허공을 올려다보면서 요니울란의 힘을 끌어 올렸다.
이런 살(殺)의 순간마다.
죽여서, 잠시 잠재워야 하는 후임들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 망막에 비치는 과거의 환영, 옛 동료들의 눈동자 때문에.
「지금은 눈이 가려져 있어 잠들게 해야겠지만, 곧 깨우겠노라고 약속한다. 모든 것이 바로잡힌 세계에서, 너희들이 응당 누릴 수 있는 걸 전부 누릴 수 있게 된 세계에서.」
진성검 요니울란이 울부짖었다.
그 절대적 파열 앞에서 살점이 흩어지고 피가 튀는 타르스의 죽음은 고요하고 무기력했다.
아니, 무기력했기에 고요했다.
「이런 젠장…….」
진심 어린 탄식 속에서, 뤼카엘의 손에 힘이 빠졌다.
「너희들은 대체 얼마나…….」
요니울란이 붕괴한 지반…….
발목 높이까지 끓어오르는 용암(네이갈라스의 힘이 잠재워져서인지 서서히 그 수심은 얕아져가고 있었다) 위로 미끄러져 내렸다.
그러나 용암 속으로 떨어지기 직전, 진성검은 스스로의 의지로 날아 뤼카엘의 등에 매달렸다.
「이딴 참상을 얼마나 더 보고, 겪고, 또 느껴야만 눈을 뜰 거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