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88)
가짜 용사 이야기-288화(288/310)
시즌 3 : 96화
“기원력 1675년 1월 15일, 새해가 밝고 종전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인(人)ㆍ요(妖)ㆍ아(兒)를 아우르는 삼족 패잔 부대는 <오르벤하임>에 총집결한다.”
<오르벤하임>.
‘시작의 도시’ 또는 ‘시작의 항구’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곳으로, 옛 리스타 파티의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역사가 깃든 땅이다.
“이제, <오르벤하임> 이남의 땅들은 인류에게 있어 모두 잃어버린 땅이 된 것이다.”
붉은 도시 <슈리가나큐스>.
솔론드의 궁성 <바라>.
이들을 비롯한 세계 11대 불가사의 중 7개가 모두 마계(魔界)로 편입된 것이다.
“요정의 관할지인 아드리온 대륙 동부 끝단은 아직 치열한 농성 중이었으나, 청성의 호출에 의해 요정왕 사오로 1세와 황은의 사사 발브레이 등의 핵심 인물들이 <오르벤하임>에 도착했다.”
청성은 이제 결전을 피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곳에서, 고대 전쟁에서는 최고의 변수였고 이번 전쟁에서는 최악의 변수였던 ‘옛 엘디아’를 토벌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잔존 병력은 130만이었으나, 대부분 물자나 무기 따위를 버리고 도망쳐온 것이므로 전황과 사기는 최악이었다.
“이제 ‘검은 여름’이 끝나기까지 단 하나의 전투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늘은 바로 그 ‘엘디아 참변’의 배경부터 결과까지 다루도록 하겠다.”
내가 보고 배운 용사(勇士), ‘검은 여름’의 종막 (1)
<슈리가나큐스> 패잔병을 태운 열차 ‘제롬-II’호는 <바라>와 라노아 대교를 지나 <오르벤하임>으로 향했다.
카밀라가 깨어났다.
라노아 대교에 도착하기 이틀 전쯤었는데, 혼수상태에 있어 영양분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에서 전보다 더 큰 힘이 넘쳤다.
“카미……?”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는데, 머리맡에서…… 이제는 그것이 사라진 세계를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음성이 들렸다.
“카미……!”
카밀라는, 스승님이 끌어안아 주실 때 암흑 속으로 빛이 비치는 듯한 그 슬픔의 출처를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슬픔은…….
촛불은 언젠가 꺼질 수밖에 없듯이, 세상 전체를 밝히는 태양조차도 밤이 되면 저물어 스러지듯이, 곧 끊어지게 될 인연의 직감이 아니었을까.
슬픔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요한은 침대 발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스승님의 말에 따르면, 열흘 밤새 카밀라의 간호를 봤다고 했다.
“전투는…… 전황은 어떻게 됐어요?”
“아~ 카미는 기절해서 못 봤겠네. 미르 백부님이 네이갈라스를 봉인시켜 버리셔서, 퍼버벙! 하고 폭발하던 화산들이 거기 왔던 마족들을 죄다 전멸시켜 버렸거든! 그야말로 엄청난 대승이지! 샤론도 어제 깨어났어. 만나러 갈래?”
“그러면, 모두 살아서 돌아온 건가요?”
‘모두’라는 언어에 포함된 사람의 숫자가 너무나도 적은 것이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그렇게 묻고 있었다.
스승님은 시선을 내리셨다.
그 내리신 시선 끝에, 억눌러지지 않고 비벼지지 않는 슬픔이 희미하게 매달렸다.
“그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백부님은 아직도 연락이 안 되고, 또 타르스 선배님은…….”
그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스승님이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 끄덕임에 눈을 빛낼 수 있었다면.
그래서 말할 수 있었다면.
‘시작’과 ‘끝’의 광경을.
하지만 다시 만난 스승님은…… 아니, 다시 만난 모든 이들의 슬픔이 너무나도 짙어 어떤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필두 페이쿼리어.
타르스 알터 쉬르팽 실종.
로베리스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며, 그저 열차 모퉁이에서 끌어안은 무릎에 머리를 박은 채로 있었다. 그 눈매가 슬피 부르터 있었다.
어떻게…….
어떤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스승님께서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걸로 족할 것이라 했다. 카밀라는 어색하게 머뭇거리다가 그 옆에 주저앉았다.
“저는 괜찮아요.”
“로로…….”
“스승님께서는 제 철십자를 짊어지고 제 푯대까지 오라 하셨어요. 그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이 녀석은 어떻게 이리도 강한 것일까?
만약 내 스승님이 죽었다면…….
하지만 곧 로로의 다리 사이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 로로가 결코 강하지 않은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정오가 될 즈음 샤론이 카밀라의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왔는데, 샤론이 대신 로로의 곁을 지켜주었고 카밀라는 점심을 가지러 갔다.
‘그분이 죽다니…….’
내 눈동자가 좋다고, 좋은 눈을 갖고 있다고 하신 게 엊그제 같은데…….
스승님이 참 잘 따르셨는데…….
그래도 타르스의 죽음은 조금 먼 세계의 이야기였다. 믿기 힘들었지만, 그 슬픔은 간접적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신경에 거슬렸다.
열차의 차창 너머로 보이는 황급한 퇴각의 흔적…… 온갖 주검이 산야를 뒤덮고 있었다.
시간 내에 가져가지 못하는 쇳덩어리나 병기들은 모조리 박살내고 불태워 녹물로 만들고 있었다.
무개화차(無蓋貨車) 위에서 아인의 신형 거신들이 아인 포병대의 야포 사격에 박살나는 것 또한 볼 수 있었다.
그 간접적이라고 변명할 수밖에 없는 이기적인 슬픔이, 몹시 거슬렸다.
하지만 다른 죽음은 달랐다.
에쉬르로부터 그 죽음을 들었다.
에쉬르는 철도를 내달리는 열차의 지붕 위에 꿇어앉아, 극위성검 르노드를 무릎에 얹은 채 기도하다 카밀라를 맞았다.
“아니, 이게 누구야. 오우거 피부과에서 피부 관리를 받고 온 카밀라 여사님 아니야.”
“뭐래, 진짜.”
열차가 일률적인 박자로 떨리면서 대륙을 가로지를 때, 에쉬르와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었다.
강이 휘돌 때는 카밀라의 검술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장난스럽게 나누었다.
야산들의 능선이 수평선 위로 구불거릴 때, 에쉬르는 그날 카밀라가 사라진 직후 일어난 일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무덤덤하게.
아무의 인연도 아닌 것처럼.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닌 듯이.
그 세 사람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나는데, 목소리도, 샤펠이 죽은 뒤로도 혈마 병단의 중추를 굳건하게 지탱해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들에게 동료에 대해 배웠다.
나도 언젠가, 이 네 사람처럼 서로 등을 맡기고 어떤 상황에서든 함께 웃을 수 있는 동료들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다 죽었다고?
“이제 혈마 병단은 백 명도 남지 않았어.”
“언니…….”
“거기서, 내가 제자로 들어갈 때부터 있던 사람은 아이딘 오빠 한 명밖에 안 남았고.”
무표정한 미소를 짓는 에쉬르의 눈매에는 짓무른 흔적 하나 없었다. 지금까지 눈물 한번 보인 적 없는 것이리라.
“한 명밖에 안 남았어…….”
에쉬르는 그렇게 말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가 저물어 수평선에 걸렸다.
빛의 귀환을 축복하듯, 저 멀리서 라노아 대교가 웅대한 위용을 뽐내며 드러났다. 그 골조 위로 황혼이 찬란히 비꼈다.
라노아 대교.
아드리온 대륙의 관문이라 불리는 대교로, 11대 불가사의답게 비현실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세상 모든 대교를 대교가 아니게 만든다’라는 말이 저 대교를 가장 잘 설명해 준다고 볼 수 있으리라.
두 사람은 황혼을 아름답게 반사하며 다가오는 대교를 말없이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황혼이 사라지고 어스름이 질 무렵, 에쉬르가 카밀라의 어깨에 머리를 묻은 채 울기 시작했다.
그 밤이 다 지나도록, 조용히.
* * *
<슈리가나큐스> 작전 병력은 마침내 라노아 대교를 넘어 해협을 통과했다.
시작의 도시, <오르벤하임>은 타신 섬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타신 섬은 아드리온 대륙의 바로 위에 돋아나 있는데, 지각적으로는 별개인 것이다.
섬은 공기조차도 좋았다.
아직 심연(深淵)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수목들이 철도 양옆으로 우거져 각양각색의 빛으로 여름을 노래하고 있던 것이다.
‘여기에 온 게…….’
카밀라는 생각했다.
누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임기를 마치고, 승전보를 품에 안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이곳을 지나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얼마나 꿈만 같았을까.
‘응?’
모든 상념을 끊어내고, 길거리 위에 발걸음을 멈춰 세운 건 한 자루의 칼이었다.
제철소…….
쉴 새 없이 철을 두드려 새로운 병장기를 뽑아내고 손상된 철기를 수리하는 구식 제철소의 매대에 올려진 칼 때문이었다.
‘뭐지?’
그냥 갈까 하다가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고 자꾸만 그곳으로 돌아갔다.
“이거 파는 건가요?”
거의 5년 동안, 철(鐵)을 바라보며 살았다.
철을 주조하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칼을 만들 때 사용된 철광석과 그걸 제련하는 데 쓴 기술이 엄청나단 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칼날의 규격은 소검(小劍)이었는데, 쇠에는 비린내가 살아 있었고 서슬은 눈이 베일 듯 날카로웠다.
“파는 거요.”
“왜 안 팔렸죠?”
모루에 올려놓은 병기구를 망치로 두들기던 야장이 눈을 흘끗 치켰다.
카밀라는 바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야장의 이름은 스탠.
공장의 등장 속에서도 최고의 제철 기술로 그 자리를 유지하는 최고의 세 장인 중 하나였다.
“페이쿼리어의 제자답게 칼 좋은 걸 바로 알아보시는군. 35년 동안 쌓아온 실력의 혼신을 다해 만들었지. 그러나 요즘은 좋은 칼을 찾는 이들이 별로 없어 애물단지요.”
“얼마에 파는데요?”
“금화 열다섯 닢이오. 3대 강철인 북부의 한철(寒鐵)과 참철 군도의 참철(斬鐵), 그리고 아드리온 대륙의 열철(熱鐵)을 내 경험과 실력으로 섞어서 벼려냈소. 철조차 확실하게 베어낼 정도지. 못 믿겠으면 시험해 봐도 좋소.”
금화 열다섯 닢이라니…….
은화 한 닢이 공장 노동자의 통상적인 하루 일당이다.
금화 하나가 은화 백 닢이니, 일반인은 천오백 일 동안 쉬지 않고 일하고 저축해야만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흥정할 생각일랑 마시오. 나는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버리거나 녹일지언정 가격을 낮춘다든가 하지 않소. 그건 내 실력의 가치를 낮춘다고 생각하거든.”
팔리지 않은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검에는 사치스러운 장식은 무엇 하나 없었다. 그저 칼자루와 날밑과 칼날이 전부였다.
그러나 칼자루를 이루는 목재도 깊게 숙성된 삼나무인지 견고해 보였고, 그 위를 두른 가죽의 질감도 경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호화롭지만 않을 뿐, 이건 내가 지금까지 본 칼들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명품이야.’
스승님은 이런 걸 좋아하실 것이다.
사치적인 것보다는 실용적인 걸 좋아하시는 분이다.
남들에게 과시하고 으스대는 걸 극도로 싫어하시는 성격이니 말이다.
‘금화 열다섯 닢이면…… 으, 조금은 절약하면서 살걸.’
페이쿼리어의 제자로서 법황청에서 봉급이 나왔으나, 카밀라는 항상 통 크게 누구에게나 무언가를 선물해왔다.
베풀 수 있으면 베풀어라.
그게, 스승의 가르침이었으므로.
“지금 저한테 금화 일곱 닢이 있고…… 법황청에서 여덟 닢 더 인출할 수 있거든요? 라미네아 알터 아라다만텔의 제자 카밀라라고, 장부에 적어두시면 될 거예요.”
카밀라는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을 겪으면서 완성된 신념을 스승님에게 전하기로 결심했는데, 그때 이걸 선물한다면 아주 완벽할 것 같았다.
스탠은 장부에 카밀라의 이름을 적고, 그 서명과 지장을 받은 이후 기름기 먹인 헝겊에 소검을 투박하게 감싸서 내밀었다.
“뭘 상대하는지는 몰라도, 산 따위를 베려고 하는 게 아니면 절대 부러지지 않을 거요. 반년 안에 이가 나가거나 칼날이 부러지면 전액 환불해 드리겠소.”
카밀라가 피식 웃었다.
화자 스스로만 그 뜻을 아는 미소였다.
“그러면 안 돼요. 이거요, 이제 그런 걸 베지 마시라는 뜻으로 선물할 거거든요.”
* * *
시작의 도시 <오르벤하임> 도착 이후, 청성 미른가디아가 합류해올 때까지 열흘이 더 걸렸다.
그때까지, 카밀라는 라미네아로부터 십문자도의 마지막 초식인 절식을 배워나갔다.
절식, 영멸섬(永滅閃).
“영멸섬은 십문자도의 마지막이야. 이걸 쓰려면 십문자도의 핵심 초식을 모두 완벽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해. 요컨대, 카미는 이제 준비가 됐단 말씀이지.”
단 한 번의 참격, 그 참격이 베어낸 차원에 수십 개의 검기가 잔류해 소용돌이친다.
단순한 소용돌이가 아니다.
그 소용돌이 하나하나가 바로 십문자도의 초식이었다. 검기가 십문자도를 행하는 것이다.
“전설의 검술인 어검술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려나? 그것보단 덜 화려하지만, 그래도 이걸 잘만 쓸 수 있으면 멋진 남자 꼬시는 건 일도 아닐걸!”
영멸섬의 습득 난이도는 모든 초식을 다 합한 것보다도 몇 배는 더 어려웠지만…….
그 나날은 행복했어.
그 순간은 행복했다.
스승님과 함께 웃고, 떠들고, 칼을 휘둘렀다가, 숨을 고르면서도 서로 장난을 치고, 또 웃고 떠들고…….
‘드려야 하는데.’
늘 봇짐에 소검을 숨겨서 가지고 갔지만, 그걸 선물로 드리기까지는 정말 긴 시간이 필요했다.
왜일까?
싸울 때의 용기는 참 잘 낼 수 있게 되었으면서, 왜 이런 선물을 드리는 용기는 잘 나오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스승님, 이거…….”
“응?”
“……생신 선물이에요.”
“어머, 이런 예쁜 걸…… 어떡하지? 나 지금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와.”
소검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그 칼날을 뽑아본 스승님이 진심 어린 탄성을 흘리자 흡족했다.
“별로 대단한 건 아니고요. 그냥 조금씩 모아서 샀어요, 스승님한텐 성검이 있어서 마음에 안 드실지 몰라도…….”
“아니야! 평생 보물로 간직할게. 내 평생…….”
그때, 그 첫 만남의 날 이후에, 처음으로 당신한테 받았던 생일 선물과 똑같은…….
그렇게 멋있게…….
그토록 눈물겨운 말을 해드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아니, 그런 걸 생각하지 말자. 그냥 내 진심을 정확히 전하는 데 집중하자.
“이제 머리도 죄다 새하얘져서 거의 할머니시네요.”
“그래, 딸이라곤 하나뿐인데 딸이 참한 소꿉친구를 언능 안 물어와서 손주도 못 보고 죽게 생겼잖아.”
“아오, 걔랑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요!”
“이렇게 발끈하는 거 보면 맞는 것 같은데?”
진정해. 진정하자.
지금은 농담을 하려는 게 아니잖아.
“스승님, 저요. 사실 지금까지 기원(祈願) 수련에 진척이 별로 없었잖아요.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저는 그냥 스승님 곁에 계속 남고 싶으니까 싸워왔던 것 같아요.”
“응?”
“하지만 이 5년 동안 제 마음을 알게 됐어요. 이제는 스승님의 뒤도 아니고 옆도 아니고 앞에서 걷고 싶어졌어요.”
“뭐?”
“20대 중반에 스승님보다도 더 뛰어난 페이쿼리어가 될래요. 그래서 아라다만텔을 계승할 거예요. 그러면 스승님은 이제 편히 은퇴하셔서, 뭐, 아이딘 사제님이랑 어디 벽촌에서 남몰래 가정이라도 꾸리시는 게 어때요? 아이는 입양하시든가 해서요.”
저요, 용사(勇士)가 될래요.
온 세상을 지키는 용사(勇士)는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스승님을 지킬 수 있는 용사(勇士)는 되어볼게요.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저를 지켜 주셨잖아요. 이제는 제가 스승님을 지켜 드릴게요. 그러면 스승님이 예전에 말한 그 허무맹랑한 꿈도 이룰 수 있지 않겠어요? 비스킷…… 항상 제일 맛있는 걸로 가지고 다닐 테니까. 거울 보면서 입술 앞에 검지 세우면서 웃는 연습도 좀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