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46)
가짜 용사 이야기-46화(46/310)
제46화
키랄 클랜을 격파한 일은 <아우렐리노플> 공략전의 서전(緖戰)에 불과했다.
제일 중요한 목표이자, 키랄과는 그 위험성이 비교도 안 되는 존재가 아직 남아 있던 것이다.
먼 옛날, 기원전의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은 그 존재를 두려움 속에서 ‘아사라칼트’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를 현대어로 풀면 귀족, 이라는 뜻이 된다.”
지금의 귀족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기에, 특별히 구별하기 위해 이들은 ‘옛 귀족’이라고 불렸다.
“옛 귀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책에 나와 있다.”
“어라, 교관님. 그 책은 금서가 아닌지요?”
“너희들은 신체 개조 과정을 마쳤다. 듄이 될지 알터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제 세간에서 통제되는 모든 금서에 접근할 권한이 주어진다.”
전장에서 나도는 불길한 소문으로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옛 귀족에 대해 상세히 배운 건 <위용검전>에서였다.
정확히는 『심연(深淵)의 역사』라는 책에서.
그 책은 살아 있었다.
그렇다는 느낌을 분명히 주었다.
낡은 장정을 이루는 올들 하나하나 살아 있는 듯, 손가락을 음란하게 매만지는 듯했다.
<잊혀진 왕들>.
태고의 시대, 천하를 겨누는 권(權)을 장악하여 세계를 호령하는 좌(座)에 오른 다섯 왕.
각기 ‘옛 귀족’이라 불리는 권신들을 두었으며, 신격을 지니고 있기에 봉인 이외에 저지법이 없다.
혼(魂)이 영원을 살아가기에.
그 혼이 입는 육신은 허상, 즉 계속 재생된다.
불합리하군…….
칼로 베어야 하나, 또 칼로 벨 수 없는 존재들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페이쿼리어들이 용혈을 주입해서 한정적으로 구현시키는 초고속 재생 또한 기본 소양에 불과했다.
지성을 가진 인류가 최초로 <잊혀진 왕들> 중 하나를 대면한 건 기원후 15세기.
거미 군주, 아쉬론.
이명은 세계를 삼키는 자.
그 진명을 함부로 읊는 것은 금기이다.
15세기, 아쉬론은 다섯 측근 오본위(五本位)를 대동하고 <설령장성>을 무너뜨리고 대륙 북부를 휩쓸었다.
1. [삽화] :
– 초토화가 된 <설령장성>.
아쉬론이 등장하고 십여 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만 제국군 절반이 전멸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2. [삽화] :
– 거미 군주의 오본위 중 서열 2위, 후신경(侯吲卿) 자윤.
페이쿼리어들의 합공으로 일시적으로 행동 불능이 되었으나 기포와 함께 몸을 고속 재생시키고 있는 모습.
후신경 자윤은 요슈하르의 힘으로 봉인되기 전까지 페이쿼리어 셋을 죽였다.
옛 귀족의 힘이 과연 이렇게나 되는지 믿기가 두려웠다.
페이쿼리어 셋을…….
책은 이토록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문자들로써 역사를 기록해 나가고 있었다.
ㆍ기원력 1434년.
– 용현(龍賢) 레인 루드윅, 거미 군주 토벌.
ㆍ기원력 1542년.
– 공허(空虛)의 사도 아르젠, 홍염의 아키레아의 도움으로 시간의 군주 토벌.
두 왕은 토벌(낡은 봉인진을 깨고 새로이 봉인)된 이후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왕은 아직 셋 남아 있다.
심해의 군주, 벌레 군주, 그리고 12세기의 동란기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도마뱀 군주까지.
용현과 공허의 사도…….
한 인간이 그렇게나 강대한 힘을 휘두른 건 전례가 없다고 한다.
ㆍ기원력 1671년.
– 정체불명의 인간 검사(흑교회의 첫 번째 기둥으로 추정)에 의해 마족들의 군세가 통합ㆍ집결되어 ‘검은 여름’이 시작.
– 필두 페이쿼리어 라미네아 알터 아라다만텔이 이를 토벌, 바다 너머로 마족을 퇴출시킴.
ㆍ기원력 1692년.
– 봉인에서 빠져나온 옛 귀족들의 축복을 받은 마족 주력들에 의해 ‘붉은 여름’이 시작.
– 고위 마족들마다 신체적 변형이 일어나, ‘검은 여름’보다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음.
– 필두 페이쿼리어 카밀라 알터 아라다만텔을 위시한 페이쿼리어들의 활약으로 5년간 전선 유지.
그때, 어째서였을까…….
절망을 기록하다 갑작스럽게 끝난 역사는, 꼭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 네 차례라고.
총력전(總力戰),
아우렐리노플 공략 (4)
[철십자, 현재 상황을 보고하라.]집중된 강철의 해일로, 황무지를 무자비하게 휩쓸던 철십자 깃발의 중심부에서 무녀가 답했다.
“카이센이 키랄 치프 키쉐를 베어 넘겼고 현재 키랄 잔당과 교전 중에 있습니다.”
[필중 병단이 성 내부에서 암술 결계진을 확인했다. 성벽의 일면마다 2개씩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부유성이 도시 상공으로 진입할 수 있게 즉각 처리해라.]“명 받들겠습니다, 각하.”
알리도나가 이 명령을 로베리스에게 전달했다.
로베리스가 즉시 종자에게 대장기를 쳐들라 명령했다.
대장기 주위로 기사들이 방진을 꾸리며 모여들자, 로베리스가 외쳤다.
“철십자, 나머지는 아군에게 맡기고 성내로 진입한다!”
“공성 병기 없이 괜찮겠습니까?”
“트발이랑 메른, 너희들이 해보고 정 안 되면 내가 처리하겠다. 누구 덕분에 시공섬을 아낄 수 있었으니까.”
로베리스가 카이센 쪽으로 턱짓하자 기사단원들이 존경심 어린 환호성을 보냈다.
“카이센, 명령은 그대로다. 용령 해방을 허가 없이 하지 않도록.”
“알겠습니다.”
“성문 돌입 직후 셋으로 나뉜다. 메른과 트발은 서북쪽, 카이센과 알리도나는 서남쪽이다. 나는 이대로 내성까지의 중앙 돌파를 마무리하겠다.”
작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알리도나의 주술이 말라비틀어진 도개교를 새로이 만들었다.
이어서 트발의 용골창과 메른의 천앵살이 서문을 깨부숴 길이 온전히 열렸다.
[로베리스 선배님, 철성 병단의 세이라입니다. 결계가 북문 진입로를 차단하고 있어요. 서문 쪽 결계 때문인 것 같아요.]“연쇄식 결계라 이건가, 지금 가는 중이야. 조금만 기다려.”
[로베리스 경, 제1전투비행단 단장 비에스입니다. 현재 트롤 방공 포대에게 요격당하는 중입니다! 놈들을 처리해주신 뒤에야 공중 지원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본래 중앙 돌파를 담당할 예정이었던 로베리스가 성곽의 방공 포대 공략에 나섰다.
상당히 위험한 임무였다.
트롤은 점심밥을 먹듯이 병사들을 찢어발길 수 있는 존재들이었으니까.
“트롤들은 내가 맡겠다. 너희들은 아까 지정한 작전 지역으로 이동해라.”
“하, 트롤 그놈들 대가리가 커서 골통 깨는 맛이 일품이라 제가 맡고 싶은데요.”
“오우거들이 상당히 많이 보이는데요. 조심하시죠, 단장.”
그래도 철십자는, 그 절망적인 종족적 차이를 극복할 만한 힘을 개개인이 갖추고 있는 집단. 그러한 임무 앞에서 일말의 두려움조차 보이지 않았다.
“메른, 내 걱정 할 시간에 너희들이나 잘하도록. 그러면 각자 최대한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합류할 수 있도록 한다.”
카이센은 알리도나와 함께 결계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결계는 혈노를 부리는 혈족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 공략법은 이미 많은 전투에서 터득한 뒤였다.
알리도나의 명세시편의 힘이 광역 둔화를 시전하여 일순간의 허점을 열어주었을 때.
“막내야, 실력 발휘할 시간이야.”
아라다만텔을 칼집에 꽂고.
허리를 반쯤 돌리는 것으로 육신에 필요 최소치의 회전력을 깃들인 다음.
일발(一發).
혈노들의 틈바구니 너머.
고고한 자태로 움직이던 혈귀들의 목이 순혈색의 섬광에 끊어지며 머리통이 솟구치고.
그것을 기점으로, 명세시편에 붙들렸던 혈노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전장 위로 적막이 깔린다.
“그 발도술, 볼 때마다 매력적이라니까. 그냥 여자 만날 때 아무 말도 말고 발도술만 보여줘도 뿅 갈 것 같은데?”
“페이쿼리어는 비혼입니다.”
“또 재미없는 소리만 한다. 누나가 지금부터 몇 가지 장난을 칠 건데 잘 봐.”
알리도나는 결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결계를 교묘하게 조작하여 그것이 불꽃으로 바뀌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그리핀들과 맞서던 날개 달린 뱀, 투아키들이 그 불꽃에 휘말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자 알리도나가 킬킬거렸다.
“들었어? 쟤들도 좋다고 하네.”
“저게 그렇게 들리시는지요?”
“원래 성 취향은 각자 달라. 고통을 즐기는 부류도 있다고.”
그렇다면 당신께서는 고통 주는 걸 즐기는 부류이신지…….
그걸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때쯤 메른과 트발로부터도 결계 무력화에 성공했다는 뇌향 통신이 들어왔다.
[사령부, 여기는 위대한 용 이슬라다! 북문 돌파 성공, 이제 성내로 진입하려는데 이상한 게 너무 많다! 꿈틀거리는 식물이다! 원시 식물인가 하는 놈 같닷!] [각하, 마법포대의 아벤 워든입니다. 폭격 준비 완료, 언제든 가능합니다.] [잘했다. 내가 부유성 활공 궤도를 변경하는 동안 용추 병단이 요구하는 좌표로 융단폭격을 지원해 주도록.] [이슬라는 좌표? 그런 거 볼 줄 모른닷!] [?] [그래도 그만큼 강하니 괜찮은 것이다!] [아…… 철성 병단의 세이라입니다. 제가 전송하겠습니다.]북문을 담당했던 제2방면군도 이슬라와 세이라의 활약으로 사령부에 승전보를 보내고 있었다.
자신의 무식함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슬라의 당찬 대답에 알리도나가 맑게 웃었다.
제2방면군뿐만 아니라, 이러한 승전보들은 다른 곳에서도 연달아서 계속 들어왔다.
[로베리스 경, 여기는 제1전투비행단. 방공 포대가 무력화된 걸 확인했습니다. 이제 언제든 지원 가능합니다!] [우리는 괜찮으니 성 밖 황무지의 제1방면군 본대를 지원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페이쿼리어!] [자네들도. 이상.]셋 중 제일 위험한 임무를 맡았던 로베리스 또한 임무를 완벽하게 마친 듯했다.
[여기는 로베리스다. 철십자, 결계 해제 임무가 끝난 분견대들은 도시 중심부로 집결해라.] [트발입니다. 이 염병할 구석기 시대 풀떼기들이 길을 막아대서 시간이 좀 걸릴 듯한데 코딱지라도 파면서 기다리십쇼.] [단장, 제가 정찰 임무 때 확인했던 대로 원시 식물이 시내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지금 집결은 좀 위험할 것 같은데요. 우선 저희도 융단폭격 명령을…….]그랬다. 시내는 숨이 막힐 만큼 건조하였으며, 예의 원시 식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괴하도록 굵은 가지와 덩굴.
송곳처럼 생겨서 살육에 특화된 잎사귀.
‘그리고…….’
제일 위험한 건 탄착 즉시 대상 수분을 모두 앗아가는 거품이다.
고대 파충류의 대가리처럼 생긴 저 혐오스러운 꽃봉오리는, 저런 거품을 토해내거나 인간을 십여 명씩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렇기에 이 불길한 정원을 막무가내로 통과하여 집결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처럼 보였다.
[이미 제2방면군 이후의 폭격 명령을 부탁했다.] [기다리면 되겠군요.] [아니, 우릴 위해서가 아니다. 폭격이 끝나고 마법포대에 마법이 새로 장전되는 걸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려.]잠자코 로베리스의 명령을 듣고 있던 카이센이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나 서두르시는지 이유를 알려 주시겠습니까?”
[카이센, <아우렐리노플>은 대도시답게 내성이 있다. 그 내부에서 심연 위험도 등급 ‘재앙’에 속하는 존재가 감지되었다. 가용 가능한 모든 병단이 이동 중이다.]재앙……?
재앙이라면 설마…….
헛숨을 삼키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트발이 흥미와 놀라움이 섞인 탄성을 흘렸다.
[재앙? <잊혀진 왕들> 바로 아래의 고위험군 목표 아닙니까.] [그래, 옛 귀족이다. 사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었단 점에서 이미 그 존재가 암시된 거나 마찬가지야. 철십자의 제1작전목표가 그 옛 귀족 토벌로 변경됐다.] [그래서 서두르는군요. 그나저나 청성께서 이런 중대사는 늘 우리 철십자에게만 맡겨주시니 기분 끝내주는데요.]곰방대의 재를 떨어내던 알리도나가 피식 웃었다.
“지금 우리한테는 그 마우나 로아를 갖고 논 막내가 있는데 뭐 어때? 별것 아니겠지.”
[하! 그걸 저놈 혼자 했습니까? 다 같이 했지. 나 참, 누가 들으면 혼자 잡은 줄 알겠네.]“어머, 트발. 지금 막내를 질투하는 거야?”
[질투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단 겁니다. 허 참!] [무녀님, 트발 이놈 지금 얼굴 붉어졌는데요. 정곡을 제대로 찔린 모양입니다.] [하! 투구 쓰고 면갑까지 내리고 있는데 뭘 어떻게 보고 헛소리냐.]“막내가 그 질투가 어찌나 같잖은지 실실 웃는데?”
[하! 웃어? 네 녀석이?]“안 웃었습니다.”
[사이좋은 건 보기 좋지만 잡담은 그쯤 해라. 그러면 알리도나.]곰방대의 연기를 기분 좋게 내뿜던 알리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시적으로 상공에 다리를 만들겠어. 원시 식물이 못 까불게 다리 아래에 불꽃을 두를 테니 뜨거워도 대충 밟고 와.”
[흠, 그거 참 듣기만 해도 화끈한데요.]철십자는 이 고대의 정원을 알리도나 덕분에 장난처럼 쉽게 돌파할 수 있었다.
알리도나가 만들어낸 다리로 철십자는 도시 중심부의 교차로로 이어지는 대로에서 합류했다.
하지만 외곽 지대뿐만 아니라, 아니, 내곽 지대로 나아갈수록 식물의 크기는 더욱 커져갔고 숫자는 몇 배로 더 많아졌다.
“이 망할 것들이 아주 임자 제대로 만났군. <아우렐리노플>이 그렇게도 좋았나?”
물론 이러한 난관에 봉착한 건 철십자뿐만 아니라, 소집령을 받은 다른 병단들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청성 각하, 여기는 철십자. 내성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원시 식물들이 시가지를 아예 점거하고 있습니다.”
청성의 답신이 돌아오기 전에, 다른 통신이 들어왔다.
[여기는 흑장미의 리아. 병단 마법사 아르테가 내성을 둘러싼 원시 식물의 군락지를 확인했습니다.]“군락지?”
[군락 내부에 핵이 존재하며, 이 핵을 처리하면 원시 식물들을 대거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흑장미는 기동력이 강점인 경기병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알리도나가 놀랍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었다.
“영특한 아이네. 저걸 어떻게 알고 있대.”
카이센 입장에서는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예전에 <아리스타포>로 가는 여정 속에서 그 요한 울프 프로스트조차도 리아의 명석함에 몇 번이고 감탄하곤 했었으니까.
로베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다. 하지만 흑장미 병단 하나에게 맡겨 두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될 것 같다. 다른 군락지의 좌표를 보내줄 수 있나?”
[물론입니다.]“철성, 용추. 너희들은 흑장미가 전송하는 군락지를 없애도록.”
[캬캬캬캿! 이슬라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슬라에게 맡기는 것이다!]“?”
[네, 명령 확인했어요.]청성이 로베리스의 현장 명령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건 이 작전명령에 동의한다는 뜻이 된다.
“그럼 이제 저희들끼리만 하는 겁니까?”
트발이 그렇게 묻기 무섭게, 방금 막 새로이 연결된 통신선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귀여운 후배 녀석들. 나머지는 하늘 같은 선배님들한테 맡겨. 그럼 로로, 오랜만에 함께 놀아 보겠는걸.]고르고티아 알터 지에르다.
궁검형 성검 지에르다의 주인으로, 현 차석 페이쿼리어였다.
이렇게 옛 귀족 토벌은 필두 페이쿼리어 로베리스의 철십자와, 차석 페이쿼리어 고르고티아의 필중 병단의 몫이 되었다.
“청성 각하, 그러면 저희들은 이대로 대기하겠습니다.”
[지금 뇌향이 창명검(彰明劍)과 함께 내려가는 중이다. 그대들의 이동 문제는 뇌향이 해결할 테니 힘을 온존해 두도록.]“예, 그러시다면 기사단원들은 군락지 제압 작전에 증원하고 간부진들로만 진입하겠습니다.”
[그렇게 명령할 참이었다. 필중 병단도 병사들은 지원 병력으로 내보내고 간부진들만 대기하도록.]곧, 먹구름의 틈새를 뚫고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듯 도시 상공에 황금의 빛무리가 번졌다.
뇌향의 세츠넨…….
늘 보았던 용인의 모습이 아니라 고귀한 비룡의 모습으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곧 시작된다. 대기하라.]그 빛이 하나의 강력한 낙뢰로 결집되어 시내에 내리꽂힌 순간, 지계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그때 문득, 그러한 흔들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이유는…….
“!”
카이센은 철십자와 필중, 두 용사 파티 멤버들과 함께 도시 상공에 떠 있었다.
세츠넨의 공간 전송 능력이었다.
발밑, 휘몰아치는 대류 아래로는 낙뢰로 반원형 결계가 으깨진 내성이 내려다보였다.
“원시 식물이 결계처럼……!”
원시 식물의 덩굴이 원래 수없이 뒤엉켜서 내성을 휘감고 있었는데, 낙뢰가 그 위에 새까맣게 구멍을 뚫어놓았다.
‘저것들, 고통스러운 모양인데.’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어.
그나저나 꿈틀대는 모습조차 장난 아니게 혐오스러운걸…….
「한 자루씩 받아라.」
그때 세츠넨이 앞발로 쥐고 있던 무언가를 각 파티에게 하나씩 내밀었다.
그것은 신성(神聖).
신성이 칼날의 형태로 집약된 것처럼 보여서,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
「창명검. 창명시편의 힘을 검의 형태로 묶어둔 것이다.」
이것이 그 창명검인가…….
카이센이 멍하니 감탄할 때, 로베리스가 메른에게 명했다.
“메른, 우리 건 네가 받아라. 낙하가 시작되기 전에 빨리.”
“맡겨주시죠, 단장.”
“우리 건 내가 써야지. 자, 로로! 춤출 시간이야!”
흥분한 고르고티아와 달리 로베리스는 평소보다도 더 차분한 목소리였다.
“철십자와 필중, 이대로 내성 내부로 낙하 진입하겠습니다.”
부유성으로부터 즉시 회신이 돌아왔다.
[확인했다. 철십자 기사단과 필중 특전대에게 옛 귀족 토벌을 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