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51)
가짜 용사 이야기-51화(51/310)
제51화
[목표가 목마를 삼켰습니다! 제2전함분대, 공격 대형으로 전환하겠습니다!]작전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어떤 희생을 디뎌야 하는지 그때 알 수 있었더라면…….
나는 그때, 그 작전이 첫 단추부터 실패하기를 바랐을까.
[아니, 제2전함분대는 이제 승강 기지에 남은 육전 부대의 소개 작전을 엄호하라. 용추 병단, 상태는?]이곳은 식도(食道)일까, 아니면 내장 안일까…….
돈유보다도 걸쭉한 안개와 점액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거신 10기가 양쪽 어깨로 뿜는 고성능 회중전등 불빛조차도 20미터 앞을 나아가지 못했다.
불빛이 닿는 곳마다, 먼 시대에 삼켜졌을 물체들이 기괴한 형상으로 녹아내린 채 방치돼 있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이 말도 안 되는 살인적 폭열…… 이것은 소화열인가?
더워도 너무 더웠다.
왜 할바론이 최신식 거신을 내준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701기, 통신 체계 정상입니다.] [702기, 마찬가지입니다.]……
……
[709기, 기체 이상 무.] [710기, 좌완에 경미한 손상이 있으나 문제없습니다. 일반적인 거신이면 증기기관이 폭주했을 텐데, 방열 처리가 엄청나군요.]용추 병단 거신들이 하나둘 보고를 마치자, 할바론에게서 회신이 돌아왔다.
[확인했다. 현재 폭식공을 바다 위에서 상대하고 있으나 상냥하게 대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충격에 대비하며 이동하라!]카이센도 무장을 점검하였다.
투구는 도무지 쓸 수가 없을 것이 분명하기에 버리고 가기로 결정했다.
“알겠습니다. 용추 병단, 심장부로 가는 길을 뚫는다.”
“용추는 이슬라 거다! 이슬라가 명령할 거닷!”
“알았어. 네가 다시 해.”
“용추 병단, 심장…… 아무튼 가즈앗!”
반격의 향방,
베헤─리크 토벌전 (4)
[한 방 더 간다! 서둘러라! 너희가 놈을 해치우지 못하면 여기서 내 주력부대는 모두 전멸이야!]베헤─리크는 그 체내의 모든 것이 음흉하고 불길한 생물체처럼 느껴졌다.
꼭 거미줄에 매달린 느낌이었다.
밟을 때마다 꾸물거리는 위장 안쪽으로 나아갈 때마다, 숨을 쉬기조차 버거워졌다.
“서두르고 있습니다. 작전이 진전될 때마다 통신을 보내겠습니다. 이상.”
공기가, 공기가 너무 습해…….
습한 게 전부가 아니야.
유독성 안개로 가득하군. 폐가 고대의 병균에 전염되는 것이 느껴졌다.
[경고, 열 신호 다수 감지! 체내에서 무수한 렙틸리언이 출현했습니다!]고대의 악마가, 세계를 삼키고 독기로 녹여내는 이 공간에는 원주민이 있었다.
영장류 같기도 하고, 파충류 같기도 한 혐오스러운 생물체들이 아인들을 씹어 먹고 있었다.
이 어둠 속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퇴화한 눈알에서는 옛 기생충이 꿈틀거렸다.
그 대가로 후각과 청각이 극도로 발달한 놈들이었다. 놈들이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주의하십쇼! 다수의 돌연변이 렙틸리언이 출현!] [어떻게 된 거지? 몸 안에 렙틸리언들이 어떻게 이렇게나 많이 있는 거야!] [용추 병단, 이미 옛 역사에서 그 약점을 공략당했으니 놈이 호위병을 두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체내에는 그 고대의 파충류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구역질 나는 악취가 끝도 없이 작렬하는 이유는?
“귀갑 대형으로! 하나하나 상대할 시간이 없어. 사격하면서 돌파한다.”
발(發), 이 고대의 암흑을 홍염의 빛깔로 물들이는 뇌정.
일선(一線).
눈부시게 그어지는 죽음의 선 위로, 탁한 핏물이 뒤엉키며 그 죽음의 풍취를 완성시킨다.
[하나 잡았어!] [한 놈 뒤에 붙었다! 누가 이 도마뱀 좀 떼어줘! 빨리!]“이슬라가 간닷!”
[놈들이 더 몰려온다!] [좌측에서 공격!] [잡았다! 좋았어!] [포탄 장전 완료.]모래바람의 소리가 들린다.
이마의 땀을 닦아내면서, 심장을 진정시키면서, 아라다만텔의 검광으로 앞을 밝히며 나아갔다.
연대를 알 수 없는 고대의 문물들이 수없이 보였고, 방금 막 삼켜진 아인들의 함선들도 보였다.
시대를 뛰어넘어서, 모든 희생물들이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인가.
지금도, 눈을 감고 그때 보았던 것들을 떠올려보려 하지만 모든 정보가 아득하기만 하다.
주위 정보를 무엇 하나 머릿속에 담을 수 없었을 정도로, 그날은 모든 것이 혼잡했다.
[비상! 체내 소화기관이 수축하기 시작했습니다!]기생 렙틸리언이 적의 전부였더라면 그 작전이 얼마나 쉬웠을까.
소화기관이 수축하며, 방대했던 공간이 전율하며 협소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화액을 뿜기 시작했는데, 그 소화액은 소름 끼치게도 바로 용암이었다…….
[여기는 9호기, 시간에 맞춰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서 가십시오!]그리고 후미를 맡던 거신들은, 저 수축의 용암의 물결로부터 달아날 도리가 없었다.
“싫다! 남겨두고 안 간다!”
[이슬라, 여기에 계속 있다간 용암에 파묻혀 죽게 될 거야! 어서 와라!]“싫다!”
[페이쿼리어! 이슬라를 붙잡아 주십시오! 이리로 오게 하면 안 됩니다!]“놔라! 카이센, 놓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페이쿼리어.]그때 과연, 이슬라를 붙잡았던 자신의 행동은 옳았던 것일까?
모든 상황이…….
모든 목소리들이…….
그 영원처럼 길었던 5초 동안 난잡하게 교차하던 울림들은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죽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인연은 끊어질 수밖에 없다고, 작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용추 병단의 구성 인물 대부분은 선대 류넬이 거느렸던 이들이었다. 이슬라에게는 가족 같은 자들이었을 것이다.
백골 병단이 카이센에게 그런 존재였듯이.
……꾸르르르르륵……….
경사면을 올라가자 용암의 추격이 멈추었다.
용암이 경사면 저편에서 밀물로 올라왔다 내려가는 소리는 장송곡처럼 들렸다.
707호기와 708호기, 그리고 710호기는 저 보이지 않는, 내벽이 수축한 공간 너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슬라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카이센,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서 심장부로 들어가 창명검을 꽂아라! 창명검을 꽂아 놈을 닥치게 만들면 바로 구조대를 보내겠다.]“폐하, 놈이 내벽을 수축시켜서 길을 닫아 버렸습니다!”
[저놈이 무리를 하고 있군. 그러면 이쪽에서도 무리를 할 수밖에 없겠는걸. 관측반, 지금 페이쿼리어 부대의 위치는 어디지? 통신 좌표로 특정해라.]흐릿한 수백 개의 눈동자가 안개 속에서 이곳으로 다가오던 그때, 강렬한 충격이 내부를 흔들었다.
고오오오…….
세계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벽에 균열이 번지더니 거대한 손이 저 앞까지 뚫고 들어왔다. 49식이었다.
[다행히 가장 장갑이 약한 부분이었군. 거기가 아니면 못 뚫었을 거다. 이제 서둘러서 이동해라.]그 대가로 49식은 오른팔 관절부가 손상되었고 연이은 전투에서 그 팔을 잃게 되었다.
[카이센, 외부에서 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조금만 더 가면 심장부에 도달할 수 있다.]심장부는 바로 앞에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뛰고 또 뛰어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폐하, 나가들이 출현했습니다! 전력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나가 전선은 에른스트 게데 대령에게 일임한다. 강철함대와 49식은 폭식공을 상대하는 데 집중한다. 에른스트 대령, 작전 교리대로 행동하라.] [예, 폐하. 나가 놈들이 바닷속에서 춤을 추게 만들겠습니다.] [카이센, 현재 우리 쪽은 최악의 상황이다. 물론 분발하고 있겠지만 서둘러 심장부로 이동해라.]혼란, 혼돈의 연속…….
내장 벽을 미친 듯이 헤집고 나아가 마침내 도착한 곳은 정말 심장부였을까.
아예 화산의 안개로 뒤덮여 사위가 그저 새까맣기만 했다.
그 안개는 살아서, 전율하며 꿈틀거렸는데 그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들이 움직였다.
이슬라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크르릉거렸다.
“앞이닷!”
신화 속 괴물처럼, 용암을 비늘처럼 뒤덮은 거구가 머리 위 안개를 헤집고 나타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703호기를 붙잡더니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마치, 그 안으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것처럼.
“지금 뭘 하는 거냐아아앗! 감히, 감히, 이슬라의 부하한테!”
이슬라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기다려, 라고 소리칠 틈도 없었다.
[후방에서 렙틸리언이 더 나타났습니다!] [이슬라, 후방은 우리가 맡겠어! 그러는 동안 영혼의 핵을 찾아서 창명검을 박아!]다급히 이슬라를 쫓아 그 내부로 들어가기 무섭게,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도대체 이건……?’
그것은 영혼의 분신.
광대한 크기의 육신을 통솔하는 귀족이, 스스로의 혼을 분산시켜 내부에 만든 화신.
‘자신의 약점을 지키기 위해?’
그렇군.
저렇게 지킬 이유는 하나뿐.
저 너머, 용암에 휩싸여 있는 혐오스러운 종양 덩어리가 핵(核)이라는 거다.
팅…….
그 옛 권능의 화신들 앞에서, 광룡의 힘이 필멸의 육신에 임하였으므로 그 또한 광룡의 화신이다.
광룡 하라데리만은 천공의 벼락으로 세상의 암흑을 밝혀 황금시대를 세웠다고 한다.
칼날 위에서 시뻘겋게 작열하며 그 힘과 권위는 이 고대의 어둠조차도 선명하게 베어냈다.
뇌정일각(雷霆一角).
파직, 전류가 튀는 소리와 함께 섬광이 분신의 육신을 찢어발겨 용암 뭉텅이로 흩어냈다.
그럼에도, 아니…….
용암은 다시 위아래로 흘러내리고 솟구치면서 그 절단면을 메워내 다시 형상을 이루었다.
‘렙틸리언과 마찬가지야.’
절망적인 깨달음에 호흡이 잠시 가팔라진다.
칼질 한 번으로는 벨 수 없나.
하지만 렙틸리언 잔챙이들처럼 간단하게 저 육신을 도륙 낼 수도 없어.
‘상성은 최악…….’
이슬라다.
이슬라가 활약해야 돼.
근데 이슬라가 아까부터 평정을 잃은 게 문제였다.
“이 미천한 것이, 이슬라의 부하들을 내놔랏!”
이슬라의 외침과 돌진을 비웃기라도 하듯, 분신은 붙들고 있던 거신을 그 앞으로 내동댕이쳤다.
용암으로 뒤덮인 거신을.
용암은 기체의 외부 표면을 녹이고 기체의 틈새들로 흘러들어가 거신병들을 산 채로 녹여버렸다.
[끄, 끄으아아아아……!]그 안에서 마지막으로 몸부림치는 비명들이 터졌다.
“이슬라, 진정해!”
이슬라가 돌진했다.
가우므리스와의 충돌로 용암의 육신이 박살 나며 사방에 흩뿌려졌으나, 다시 부글거리며 솟구쳤다.
그 솟구침은 형상을 갖추어, 이슬라의 허점으로 손을 뻗어 그 몸을 움켜잡으려는 순간.
발도(拔刀).
아라다만텔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빛보다도 빠르게.
잔상조차도 뿌옇게 흩어질 정도의 발도가 순간조차 되지 못하는 시간 동안 12번이나 그어졌다.
「──!」
용암의 존재가 베어진 단면으로 피거품을 토하듯 고통스럽게 주춤 물러났다.
통한다…….
하지만 아라다만텔은 어디까지나 선(線)을 사용하는 칼. 결정타를 날리려면 면(面)을 사용하는 가우므리스가 활약해야 해.
“봐, 제대로 공격하면 통해! 그러니 둘이 협공해야 돼. 막무가내로 싸웠다간 답이 없다고!”
그러는 동안 뒤쪽에선.
[탄약 소진, 탄약 소진! 이 이상 발포 불가능!] [몸으로라도 막아!] [이슬라를 부탁합니다, 페이쿼리어. 705호기 아웃.]더 서두를 수 있었을까. 만약 내가 진짜 용사였더라면, 더 늦지 않게 모든 걸 끝낼 수 있었을까.
모른다.
항상, 모든 것을 모른다.
모르는 질문만이 모든 것이 끝난 이 순간 머릿속을 고통스럽게 날뛰기만 했다.
[강철함대, 49식 기체에 심각한 피해 발생! 원호하라!] [지원하겠습니다, 물러나십시오! 폐하!] [기체 하반신 파손! 통제 불가능! 이 자식이……!]치지지직…….
고막이 찢어질 듯한 치찰음이 통신기에서 비벼졌다.
“할바론? 이슬라에게 대답하는 것이다.”
[……이슬라, 에른스트 게데입니다. 폐하께서는 49식 거신과 함께 격추되셨습니다.]“할바론은 늘 이슬라를 도와줬는데, 이슬라는 왜 할바론을 도울 수가 없던 것인가?”
[이슬라, 함대장 구스타프다. 이제 이 이상 폭식공의 발을 묶어둘 수 없어. 초거대 거신도 없으니 구조 작전도 불가능하다. 핵을 파괴하고 서둘러 자력으로 탈출하라!]할바론의 비보로 이슬라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이슬라는 용의 육신을 갖고 있었으므로 사상 최강의 페이쿼리어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용의 육신은 있고 영혼은 없었으나, 페이쿼리어가 될 때 영혼을 받았기에 그 조건이 충족되었다.
통상적인 페이쿼리어와 달리, 어지간한 상처는 용혈 혈청이 없이도 재생시킬 수 있었다.
이제 필요한 건 경험뿐.
한 자루의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질 수 있는 시간뿐이었다.
용의 육신을 가졌으므로 수명도 길 것이었고,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사상 최강의 페이쿼리어가 될 수 있었다.
“다, 다 삼켜 버리겠다! 이슬라는 화났다!”
파츠츳──!
빛이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빛의 폭풍이 가우므리스로부터 휘몰아쳤다.
“이슬라, 신중하게 움직여! 쉽게 볼 상대가 아니야!”
모든 상식을 부정하는 단순무식한 존재감이 폭발했다.
외형적 변화와 함께.
머리 양쪽으로 돋아난 뿔 위로, 황금색 광휘가 이글거리며 포개졌다. 골반 뒤로 빛이 꼬리처럼 돋아났고 송곳니가 더 길어졌다.
용에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힘을 증폭시킨 건가?
“이슬라는 최강,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최강이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저 힘이라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근데, 근데 왜! 다, 다, 죽게 놔두는 것인가!”
빛의 소용돌이를 휘감은 가우므리스가 검은 안개를 모조리 집어삼키며 사위를 확실하게 열었다.
“이슬라한테는 용의 영혼이 없었다! 그래서 용사가 되었다──!”
검은 안개 속으로 숨어들던 용암의 존재가 이슬라의 눈에 포착되었다.
“──용이 있는 시대는 평화롭다! 용은 모두를 지킨다!”
파앗, 빛이 폭발하는 울림과 함께 이슬라가 높이 도약하며 가우므리스를 머리 위로 솟구쳤다.
“근데 왜──!”
가우므리스의 육중한 질량으로부터 비롯되는 중력의 힘을 더해 내리찍을 생각인가.
“──왜 항상!”
방어는 일절 생각지 않고, 오직 모든 힘과 자세를 공격에 투자하는 도박수.
“미천한 인간들이 옆에서 죽어 나가는가──!”
울고 있어서일까.
용의 포효라기보다는, 이 잔혹한 세상을 향한 어린아이의 절규처럼도 들리는 건.
─ 십문자도 제4식, 발(發).
베헤─리크의 분신도 그 도박의 허점을 꿰뚫어 보았을까.
일대에서 꿈틀거리던 용암들이 촉수처럼 솟구쳐 이슬라의 몸을 팔방(八方)에서 꿰뚫어 녹인다. 녹이려고 한다.
물론 그렇게 되게 놔두지 않는다.
─ 십문자도 제8식, 뇌염검무(雷炎劍舞).
칼집 내부에 응결시켜 폭주 직전까지 몰고 간 마력의 반탄력으로 도신을 뽑아낸다.
이때, 이 집중된 힘을 하나의 참격으로 끝내지 않고 도합 36번 휘두른다.
단발성 초식을 춤으로 엮는 십문자도에서 유일하게 연격을 취하는 제8식은 대체로 살(殺)의 마무리 동작으로 쓰인다.
“이───!”
그것은 참격의 소용돌이.
한곳에 자리를 굳건히 잡아서 마구잡이로 적을 베는 난폭한 칼의 노래.
그 칼날의 노래가 읊어지는 동안에는 자리가 한동안 고정되어 검사 자신도 일순 생사의 명멸에 내던져지는 단점을 갖는다.
“─슬─!”
지금은 바로 그 힘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용령 해방 상태인 지금 이 초식이 시작되고 끝나기까지는 일순간이면 족하다.
“─라─!”
하나, 칼집에서 아라다만텔의 칼날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는─!”
그 순간, 여섯 번의 참격이 먼저 내달려들어 용암의 육신을 베고 또 저민다.
“─용─!”
둘, 칼집에서 아라다만텔의 칼날이 모두 빠져나오고 살(殺)의 수평선을 그린다.
“─인─!”
그사이, 열다섯 번의 참격이 칼바람으로 솟구쳐 베어져 나간 용암 덩어리를 허공에서 다시 난도질했다.
“───데!”
셋, 수평 베기 동작을 마친 아라다만텔의 칼날이 다시 칼집으로 돌아와 꽂힌다.
탁.
납도의 소리가 맺어질 때, 또 열다섯 번의 참격이 유약해진 용암의 육체를 잔혹하게 찢어발긴다.
「───!」
이슬라의 짧은 외침이 끝나기도 전인 한순간에 행해진 이 동작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슬라의 호흡의 틈새로 짓쳐들던 용암의 촉수가 붉은 섬광의 연발에 모조리 끊어졌다.
그리고 가우므리스의 낙하 궤도에서 벗어나려던 육신 또한 일순간 이리저리 끊겨서 신체적 결속력을 잃고 동작이 둔화되었다.
─ 끝내버려, 이슬라.
용의 포효와 함께 가우므리스의 빛이 절정에 달했다.
중력과 관성과 회전력 따위의 육체적 힘과 용령과 성검의 교차 폭주에 의한 마력의 힘이 쇄도한다.
용암의 육신이 망치에 짓이겨지고…… 튀어서 흩어지는 용암조차 광압에 휩쓸려 입자 단위로 분해된다.
빛의 폭주.
가우므리스의 특수 능력, 광압의 힘이 폭풍의 형태로 전개되면서 심장부의 모든 안개조차 광입자로 완전히 분해ㆍ소멸되었다.
“하아, 하아, 하아…….”
힘의 반동에 의해 한쪽 무릎이 제멋대로 꺾일 때, 혼의 핵의 위치가 확실하게 보였다.
몸보다는 마음이 더 만신창이가 된 이슬라는 저 뒤쪽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빛이 일렁거리며 형성시킨 뿔과 꼬리가 점차 작아져갔다.
“…….”
용추 병단의 거신들이 그저 돌 더미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조종석이 그들의 관이 되었다.
그 무참한 희생의 돌무덤을 타 넘고 돌연변이 렙틸리언들이 밀려들고 있었다.
“이슬라, 여긴 내가 맡겠어. 저 심장부 외피의 용암을 네 가우므리스로 걷어내고 창명검을 꽂아. 그리고 탈출해.”
[여기는 101호기, 전군 퇴각하라! 전선 유지 불능, 생존자를 가능한 한 구출하여 퇴각하라! 퇴각!]“들었지. 구조는 안 와. 네 힘이면 저기 창명검을 꽂고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어. 알아들었어?”
용령의 힘, 어느 정도 남았지?
대략 30초쯤 남았나.
그 정도면 충분해. 이슬라가 저걸 마무리하고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때까지.
‘그 이후에 난 어떻게 살아가겠느냐가 도박이란 점이겠군.’
이미 한계 시간을 초과하기 직전인데 과연…….
“──?!”
그 한순간, 너무나도 많은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순간 시야가 아뜩해졌다.
무슨, 무슨 일이……?
강대한 힘이 목뒤를 내리찍었다는 것을, 그래서 의식이 끊어져간단 것을 인지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분신? 아니…….’
후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을 텐데, 아니, 살기(殺氣)가 없어서 읽지를 못했다.
범인은 이슬라였다.
신체적ㆍ의식적 충격이 용령과의 연결을 끊었다. 쓰러지는 몸을 붙잡아준 이슬라와 눈이 마주쳤다.
“이슬라는 용, 미천한 인간들과 달리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 카세나가 그러라고 했고 류넬도 그러라고 했다.”
“너, 지금, 무슨…….”
“이슬라는 카이센을 지켜주기로 약속했다. 지금까지 한 약속들 다 지키지 못했다. 아무도 못 지켜줬다.”
야, 이슬라, 이 심각한 상황에 지금 무슨 장난을 치는 거야…….
지금 대체…….
반발의 아우성은, 감히 멀어져가는 의식의 틈새를 비집고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치만 카이센과의 약속은 지킬 거다.”
이슬라가 방그레 웃었다.
그 미소에…….
어린 날 죽었던 어머니와 스승님의 미소가 겹쳐지는 일순간.
‘하지 마.’
직감(直感)했다.
무언가, 두려운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고.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고.
‘제발, 하지 말아줘.’
그 아우성쳐지지 않는 애원의 침묵 속에서.
이슬라가 카이센의 몸을 빛의 장막으로 감싼 이후 영혼의 핵 앞에 내려놓았고.
돌연변이들은 이제 코앞까지 다가왔고.
“그럼 안녕이다, 내 미천한 친구 카이센.”
가우므리스의 끝에서, 빛이.
빛이 폭발하여 모든 것을 광압으로 찢고 불태우고.
의식까지도 새하얗게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