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57)
가짜 용사 이야기-57화(57/310)
제57화
“리아, 내가 가겠어. 나 혼자.”
혼자, 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반응이 조금 늦게 돌아온 이유는.
[고마워. 나머지 제3작전군 병사들은 빨리 3번 승강장으로 집결하여 1701호기에 탑승하세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작전 전부가 어긋납니다!] [여기는 세이라, 적 부대 격파 완료. 철성, 제1작전군을 모두 수용하여 출발할게.] [카이센, 로베리스다. 1701호기가 출발하지 못하면 궤도 위에서 1702호기와 1703호기와 충돌하게 된다. 서둘러라.]블러드윈드, 또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갈기를 쓰다듬어 주고 안장 위로 오르자마자, 블러드윈드가 바람처럼 모래 바람을 뚫고 내달렸다.
간신히 위치에 도달했을 때는 오직 죽음의 침묵만이 나돌았다. 렙틸리언들이 거신병들을 씹어 먹고 있었다.
돌아가야 하나……?
아니…….
누군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서, 도움이 오기만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래알 섞인 마른침을 삼킨 후, 가우므리스를 쥐고 블러드윈드에서 뛰어내렸다.
“여기는 카이센, 목적지에 도착했다. 생존자가 있다면 반응해라.”
[여기, 살아 있습니다!] [아, 아아, 놈들이 조종석 뚜껑을 뜯어내려고 한다!]그 한순간, 지축이 뒤흔들리며 렙틸리언들의 육신이 일제히 허공으로 들떠 올랐다.
그 요동침의 중심에는 극위성검 가우므리스가 있었다.
두 자루의 극위성검의 연계.
이어서 극위성검 아라다만텔의 뇌천(雷川).
강줄기 위로 실개천들이 합쳐지듯, 하나의 큰 벼락이 허공을 가르고 여러 갈래의 전류들이 그 주위로 퍼져 나가는 형상의 참격.
발(發).
십문자도 제12식, 영멸섬.
몸체가 갈기갈기 찢어진 렙틸리언의 몸체가 사방에 흩뿌려질 때, 카이센은 생존자들을 결집시켰다.
[카이센, 서둘러! 곧 출발하지 않으면 위험해!]“지금 가는 중이야.”
[페이쿼리어, 서둘러 주십시오!]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건만,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모래 폭풍…….
여기저기서 증오와 고통으로 가득 찬 소름 끼치는 비명이 내달리는 그 수라장을 헤집고 나와…….
고대의 파충류들이 쫓아오고…….
화산재의 검댕으로 새까맣게 변한 승강장으로 뛰어 들어가…….
이미 증기기관의 압력이 최고조에 달해 매연을 연거푸 내뿜는 장갑 열차…….
그 후미의 무개화차 위로 구조한 거신 6기가 오를 때까지 검을 거듭 휘두른 시간이.
[1701호, 마지막 부대를 수용했습니다. 바로 출발합니다!] [청성 각하, 사령보 리아 알터 타스알포입니다. 모든 열차가 예정대로 병사를 수용하여 출발했습니다.] [잘했다. 이제 작전의 마지막 단계로 전환한다.]그래.
그날은 열차 문 앞에 주저앉아 숨을 돌릴 여유조차 없었다.
[모든 병사들은 다시 한번 전선 배치도 및 명령을─!]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
침묵.
리아가 숨 가쁘게 소리쳤다.
[청성 각하, 각하! 무슨 일이신지요? 각하!] [여기는 철성, 데몬이야! 청성 각하를 모신 기관실을 공격 중!] [등급은?] [화신급은 아닙니다! 고위급 아니면 하급 같은데요! 제발 하급이길 바랄 뿐.] [당장 떨쳐내. 각하는 물론이고 기관에 손끝 하나 대게 해서는 안 된다. 메른, 네 차례다.] [맡겨주시죠, 단장님.] [하! 데몬이라? 한 마리 남아 있었던 게 하필 지금?]그때 카이센은.
좌우로 모래 바람이 회오리치는 열차 지붕 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극도로 증폭된 각력이 지붕에 발자국을 새기며, 1701호 후미 차량과 1702호 운전실 사이의 거리를 한 발로 지운다.
“세이라, 기관실 정확히 어디에 붙어 있지?”
[좌측 2시 방향 상단. 시점 기준은 남쪽에서 열차를 마주 보고 있다고 했을 때의 정면.]“확인했어. 아무도 나와 있지 마. 메른, 움직임만 묶어 주십시오. 제가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한번 해 보자. 하긴 열차에 피해를 안 주려면 네 힘이 제격이야.] [페이쿼리어, 1702호 기관사입니다! 곧 철도가 합쳐지고 1701호와 도킹합니다.]“속도를 늦춰.”
[그러다가는 1703호와 충돌할 위험이 있습니다.]“자네의 실력을 믿겠다. 이상.”
칭찬은 어느 순간에나 효과가 강력한 법이다.
[……알겠습니다. 1702호는 지금부터 감속 절차에 들어갑니다. 모두 관성에 대비해 주십시오.]숨을 깊숙이 들이마신 일순.
호흡 활동을 중단해 몸의 상태를 그대로 고정한다.
[1차 감속 시작.]호흡 도중 횡경막의 움직임은 고요하게 집중되는 세(勢)를 흐트러뜨릴 위험이 있었다.
[2차 감속 시작, 후미에서 매연 발견! 3차 동력 파이프 차단, 준비하십시오!]모든 것이 멈춘 상태에서 오직 손만을 움직여, 등허리에 매달린 아라다만텔의 칼자루를 쥔다.
[카이센, 나는 준비됐어.]십문자도 제4식, 발(發).
동시에 1702호기 후미 차량의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착지할 정도로 과도하게 몸을 날린다.
[카이센, 세이라야! 데몬이 기관실 지붕을 뜯기 시작했어!]활시위를 당긴 채 대기 중인 메른의 옆으로 내디딘 발의 착지가 불안정하다.
그 착지의 불안정 속에서 태어나는 건 두 가지 힘.
열차 밖으로 튕겨 나가려 하는 몸의 관성. 그 튕겨냄을 돌이키려는 근섬유의 수축력.
[4차 감속 시작, 도킹 페이즈 개시! 1703호 기관사는 우리 신호에 맞춰서 감속하라!]그 두 힘을.
하나의 흐름으로 응집시킨다.
몸이 앞으로 쓰러지면서 발이 열차 가장자리 너머 허공을 내딛기 직전, 마력으로 발판을 생성.
[통제 불가능! 기관실에서 모든 인원이 후퇴해서 기관 조작이 불가능하다! 이대로는 충돌한다!] [카이센, 시간이 없다.]“카이센! 지금 쏘겠어! 기관실 내부로 침입하게 둘 순 없어!”
[카이센!]그 지면을 밟으며.
왼손으로 칼집을 뒤로 빼면서 오른손이 칼자루를 앞으로 당긴다.
칼집 내부에서 극한까지 소용돌이치던 힘이 폭발하듯 칼날을 총알처럼 쏘아내며.
발도일섬(拔刀一閃).
단 한 줄기, 눈부시도록 찬연하게 모래 폭풍을 가로지르는 붉은 섬광.
그 광휘는.
그 칼날 위에 담긴 빛은.
오직 단칼에, 화산의 암반을 갑주처럼 두른 고대의 악몽의 골육을 베어내고 그 너머 혼을 훑은 뒤에야 아스라이 흐드러졌다.
탁.
빛이 스러진 칼날을 한 차례 휘두르고 칼집에 납검.
옛 악몽의 육신이 열차 밖, 저 먼 모래밭 위로 나가떨어져 수차례 뒹굴며 멀어졌다.
푸하, 아까 참았던 호흡을 겨우 토해내는데 메른의 헛웃음이 들려왔다.
[이젠 데몬까지 단칼에…… 용령 해방도 안 한 상태지? 며칠 만에 더 엄청나져서 돌아왔는데.]“반쯤 도박이었습니다. 단단히 고정해주신 덕택입니다.”
[여기는 리아, 도킹 페이즈 성공. 장갑 열차 세 대가 모두 정상 궤도에 올랐습니다.]“이제야…….”
[정말 고생했어, 카이센. 본부로 연결되는 뇌향 공명에 다 네 찬양뿐이야.]피와 사체의 징검다리,
잊혀진 왕 네이갈라스 토벌전 (2)
집결지는 1703호의 후미 칸에서 앞으로 세 번째 칸이었다.
뇌향과 청성 모두 무의식 상태였는데, 각각 황금빛과 청광이 둘의 몸을 거룩하게 휘감고 있었다.
세이라가 턱짓했다.
“마지막 작전을 위해 두 분 다 준비할 게 있으시대.”
“마지막이라.”
마지막…….
마지막이라는 말은 신기하게도 단어가 가진 음색 자체가, 안타까우면서도 후련한 느낌을 주었다.
세이라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카이센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특유의 입꼬리 웃음을 지었다.
“신기하지 않아? 이 순간조차도 우리 시간은 똑딱똑딱, 점점 0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는 게.”
“…….”
“그래서 오히려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으니까. 당연하게 누리던 하루도 그 하루를 간절히 바라던 누군가가 있었겠구나, 싶고.”
그 말에는 허무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 누리던 하루…….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
그 하루와 일상 속에 당연하게 계시던 어머니, 아버지, 누나…… 삶의 톱니바퀴는 어디서부터 어긋나버린 걸까.
“꿈을 꿨어.”
“?”
“훗, 갑자기 어디선가 진짜 용사가 나타나는 거야. 그래서 우리더러 더 이상은 싸울 필요가 없다고 하는 꿈이었어.”
그런.
그런 게 존재할 리 없는.
그러한 꿈을 말하는 세이라는 그때 여기가 아닌 먼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용사…….”
세이라의 혼잣말 같은 꿈에 그런 말을 꺼내던 그때, 문이 열리고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화룡 벨’다키둔과 적룡 군단의 성역이었던 곳이 이렇게나…… 아니, 막내야!”
“무사했군, 하! 꼴에 제법이야.”
알리도나와 트발.
용골창의 그 거대한 질량과 크기를 차량에 들여놓느라 낑낑거리는 트발에게 가우므리스를 으쓱였다.
“……이게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
미천한 카이센은 이슬라 덕분에 산 것이다……!
이슬라의 위대함에 감복하여 무릎 꿇는 걸 허락하는 것이다…… 결코 들릴 리 없고, 들을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와 손이 떨렸다.
“하, 우리도 마찬가지야. 필중 병단이 전멸했다. 갈 때도 아주 화려하게 갔지, 그 양반.”
“용사 파티도. 그렇게 헛되이 죽을 인물들이 아니었는데…….”
“전력 손실이 너무 커.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용추 병단에 필중 병단까지 없다니.”
알리도나가 곰방대를 물고 담뱃잎을 넣으려다가, 뇌향과 청성을 보고는 바로 손을 거두었다.
로베리스가 말했다.
“용추와 필중은 용사의 임무를 수행한 것뿐이다. 그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게 이제 우리 임무고.”
미른가디아의 눈꺼풀에 미세한 경련이 인 건 그즈음이었다.
그 몸을 휘감고 있던 빛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의식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세이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청성 각하, 예전에 네이갈라스 토벌에는 네 명의 용사가 필요하다 하셨지요. 그러면 이제 흑장미도 토벌전에 투입되는 건가요?”
미른가디아의 몸에서, 나뭇가지들이 돋아나 허공에 문자를 엮어내기 시작했다.
[흑장미는 토벌전에 투입되지 않고 방어선의 진두지휘를 한다.]“그러면 세 명인데, 나머지 한 명은 어떻게 되는 거죠?”
[곧 만나게 되리라. 이는 설명한다고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천국에서요?”
[죽음이 두려우냐, 세이라 알터 솔랑.]“죽을 각오는 이미 되어 있습니다. 근데 제 사명이 이 싸움에서 끝나는지, 아니면 더 이어지는지를 알고 싶어요.”
고오오오오오오……!
한순간 위압감이, 모래에 뒤덮인 도시, <아우렐리노플>을 모조리 집어삼키며 폭풍처럼 밀어닥쳤다.
열차가 탈선할 듯 뒤흔들렸다.
열차 내부의 등불들이 정신 사납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저 초월적 공포에 몸서리치는 것처럼.
모두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질서를 초월하는 우주적 존재의 위압감.
민첩한 동작으로 뚜껑 문을 열고 지붕 위로 올라간 메른이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다급히 소리쳤다.
“네이갈라스입니다! 왜 갑자기 저렇게 짖는 거죠?”
“우릴 찾아냈군. 1701호기를 찾아냈거나. 도시 권역에 들어왔으니 당연한 결과다.”
“네이갈라스의 요격이 옵니다! 용암의 파도로!”
“알리도나, 일단 저걸 막아야겠다. 도와줘.”
“응, 로로.”
로베리스가 허공에 룬의 획을 그리고 알리도나의 입에서 룬의 울림이 소리를 입고 흘러나올 때.
문득 청성의 몸이 움직였다.
20여 년이란 세월을 잠들어 있던 육신은 병든 나무처럼 삐걱거렸으나 그런 움직임조차 거룩히 보였다.
어떤 영창도 없고.
어떤 계산도 없고.
먼저 룬을 구축하기 시작한 로베리스와 알리도나의 힘이 구축되기도 전에, 청성이 병든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뭐……?”
“아니……?”
“허…….”
해일처럼 밀려들던 용암에 맞서, 고결한 거대함으로 솟구친 얼음의 장벽…….
아니, 저건 얼음의 산맥이다.
수평선의 상하좌우를 완전히 메운 얼음의 산맥은 용암과 뒤엉키며 겨울날 호수가 쪼개지는 듯한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말도 안 돼…….’
눈도 깜빡거리지 못했다.
요한 울프 프로스트 곁에서 자라왔기에, 그보다 더 대단한 빙결 마법은 못 볼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차원 자체가 다른 힘이다.
‘이게 청성이 직접 사용하시는 힘인가? 기적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때 <케르크누드>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대단해.’
카이센보다 이런 계열의 지식이 더 높은 로베리스와 알리도나 또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단 눈빛이었다.
「이제, 네이갈라스 토벌전을 개시한다…….」
그렇게 말할 때, 청성은 숨이 끊어질 듯 입을 헐떡거렸다.
그 가슴 깊숙이 뚫린 구멍에서 심연의 벌레들이 무수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숙주의 부활을 깨닫고 심연 또한 다시 왕성히 깨어나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그대들에게 다시 명하니…… 나를 믿고 이곳에서 죽어라. 그대들의 죽음을…… 반드시 승리로 엮어낼 것을 약속한다…….」
마지막 시대를 밝히는 빛. 그 빛을 품에 소중히 안고 수호해온 존재의 마지막 여정.
저 가슴에 뚫린 구멍과 얼굴을 뒤덮은 식은땀과 뒤틀린 호흡이 그날들의 훈장(勳章)이 아닐까.
불멸의 삶을 좀먹는 그 병마의 불길 속에서도 청성의 위엄은 지극히 크고 높았다.
그 특유의 순백의 아우라에는 어떠한 어둠조차 범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각하, 지금까지 섬길 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이었습니다.”
찰나보다도 짧은 순간 동안.
후임 페이쿼리어들과 시선을 주고받은 로베리스가 대표로 경례를 올렸다.
“이제, 저희를 쓰셔서 신들께 서원하셨던 길을 이루십시오.”
그 말을 뒤따라.
그 의지를 뒤따라.
척, 먼저 심장을 때리고 그 때린 손을 곧게 펴서 상관에게 향하는 동작을 후임 페이쿼리어들이 동시에 행했다.
「……!」
이 고결한 동작은.
몸도 마음도 영혼도, 그 모든 걸 버리고 끝까지 믿음으로 따르겠다는 순종의 맹세.
기원의 시대, 옛 어센시쿼리어들에게서 유래하여 페이쿼리어들에게로 계승되어온 경례 방식.
「그대들과 같은 인재들이 곁에 있던 게 신들의 지극한 축복이었다……. 마지막 길 위에 그대들에게 같은 축복이 있기를……. 꾀하는 건 사람이되 이루는 건 신들이시니…… 나 이제 그대들 모두의 무운을 기도한다…….]
그 서원과 경례의 순간은.
지붕 위에서 메른이 소리친 고함에 의해 덧없이 스러졌다.
“도시 내부에서 다수의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아우렐리노플>에 잔존해 있던 렙틸리언 같습니다!”
“하! 거 왕이란 놈이 준비 참 많이도 해두셨네!”
“기온 폭증! 현재 160도!”
알리도나가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이미 열차 내부에서까지 아지랑이가 오르고 있었다.
초고열, 네이갈라스의 권위.
청성의 힘으로 지켜지고 있을 텐데도 철도가 휘어지고 장갑 열차의 포신이 뭉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1701호, 전투 배치! 사령관보 리아 알터 타스알포가 지금부터 외곽 전선을 지휘합니다!] [1702호, 긴급 정차합니다!] [열차 사이의 유격은 기갑부대가 메웁니다! 서둘러 전개하세요!] [끝도 없이 밀려오는군.]그런 다급한 신호들을 받는 것도 다음 순간에는 모두 끊어지고 말았다. 세이라가 말했다.
“뭐지? 뇌향 공명의 연결이 전부 끊어졌어요.”
“심연 수치 때문이야! 현재 외부 기온 210도!”
“본대와의 신호를 교란시키겠다 이거군. 우리 때는 언제지?”
“240도!”
“바로 지금이다. 카이센!”
로베리스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가우므리스로 열차와의 연결을 끊어냈다.
기관의 힘으로부터 단절된 후미의 3개 칸이 거슬리는 쇳소리를 토하며 서서히 철도 위에서 멈추기 시작했다.
그 칸에서 대기하고 있던 철십자와 철성의 병사들이 청성의 결계 속에서 안전하게 밖으로 내렸다.
“네이갈라스, 이쪽으로 접근 중!”
“하! 도마뱀 할머니 아니랄까 봐, 도마뱀 놈들을 아주 제 새끼처럼 우르르 몰고 오시는군!”
“청성 각하, 명령을.”
기원력 1698년 3월 30일.
도마뱀 군주, 네이갈라스 토벌전 개시.
‘붉은 여름’ 초기, 인류의 방파제였던 중부 전선 부대는 이 전투를 끝으로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다.
「내가, 왕의 진군을 막아낼 테니…… 그 틈새를 노려서 혼의 핵을 드러내라…… 그때 내가 모든 걸 끝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