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60)
가짜 용사 이야기-60화(60/310)
제60화
– 나 원 참, 나 하나를 토벌하시겠다고 예쁘장한 용사님들이 세 분이나 오셨군. 그리고 그 위대하신 요슈하르께서도 말이야.
그 확고한 목표 위에서, 아서는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검술의 극의(極意)에 도달한다.
황룡 열한 마리를 베어서, 그 혼을 자신의 영혼과 강제로 융합.
그 육신으로 갑주와 창을 만들어서, 전설과도 같은 검의 비기 어검술을 사용하게 된다.
– 하, 하하하하하하! 이 검의 날개를 봐라, 용한테 빌빌 기는 가짜 용사 계집년들아! 내가 너희들보다 훨씬 최강에 다가선 것 같지 않나? 이 날개가 바로 힘 그 자체다!
그 절대적 검술을 목도하는데, 전율로 몸이 떨렸다.
이게 검(劍)이다.
이게 바로 무(武)다.
검 한 자루로 저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니…….
– 여기서 요슈하르 네놈도 삼키고! 너희 가짜 계집년들을 죄다 죽이고 나면! 이 기술을 스승님께 보여줄 때 몇 배는 성장해 있겠지!
아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전까지 스승과 다시 만나는 날만을 그리다가 죽었다.
생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아서가 펼치는 전투의 움직임 하나하나, 미세한 손가락의 움직임조차 눈에 확실하게 담는다.
‘마나체인의 운용.’
‘공방을 변경할 때 체중의 변경.’
‘10개의 어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방식까지도.’
검도의 긴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만 등장했던 검의 비술, 어검술을 볼 기회는 그게 전부였다.
아서가 펼친 기억.
그리고 스승이 맛보기로(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쉽게) 보여주었던 기억.
‘잠깐, 예전에 타르시요가 말해 줬었는데…….’
진성검 요니울란의 주인.
어센시쿼리어 뤼카엘이 그 어검술의 시초였노라고 했었다.
그러면 아서 브리우스의 스승이 그 뤼카엘인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신들의 전쟁 때 죽었는데.
‘그만, 지금은 그딴 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이제 남은 기억은 하나, 가장 거대한 종양이었다.
그 종양이 비춰준 것 또한 전투의 기억.
그 기억 속에서 아서가 스스로의 발상으로 고안하고 끝내 완성시킨 두 번째 극의가 드러났다.
– 특별히 보여주마, 진짜 낙뢰라는 걸!
이 세계의 모든 암흑을 찢어발기는 황룡의 벼락.
그 벼락을 마나체인으로 한계까지 운용하여 구축하는 벼락의 세계, 그야말로 뇌계(雷界).
참격으로 천지를 휩쓰는 낙뢰의 소용돌이는 만상을 태우고, 녹이고, 뒤틀고, 잿더미로 일소시켜 버린다.
– 용뢰선참(龍雷線斬)이다!
이거다…… 검의 극의를 본 전율로 등줄기가 떨렸다.
아니, 희망의 떨림인가?
이 힘과 어검술을 쓸 수 있다면, 비룡 열 마리 따위가 아닌 진룡과 신룡의 여의주로 이 힘들을 구현해낼 수만 있다면.
‘가능해. 가능하다. <잊혀진 왕들>에게 치명타를 가한다는 게 가능할지도 몰라.’
부디, 그러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했다.
뇌향의 세츠넨도 그걸 바라고, 어쩌면 그렇게 될 것이라 판단하고 이걸 보여준 것일 터.
마른침이 넘어갔다.
상대가 여느 페이쿼리어였더라면 이미 승부가 끝났을 텐데, 이 전투의 기억은 상당히 길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
그 상대가 바로…….
아서 브리우스조차도 한 수 접게 되는 전설 속 존재였으니까.
‘용현, 레인 루드윅.’
뇌향과 청성으로 하여금 그토록 그리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본인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무엇을 배운단 말인가?
마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펼치는 전투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엄청난 무언가가 있었다.
‘마법사가 검사랑 백병전을……?’
그것도 역사상 제일의 검사 아서 브리우스와?
그뿐인가.
미른가디아는 창명시편의 성언이 너무나도 길어서 실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 힘을 창명검으로 응축시킨 반면.
‘하지만 이 양반은…….’
백병전 도중 그 성언을 하나하나 읊어가는 것이 아닌가.
물론 도중에 전설의 모험가인 바트와 렘의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
그리고…… 새끼 용의 도움도.
– 아밧, 아키가 와써요!
홍염의 아키레아.
아직 유체 시절이라 그런지 체구가 이슬라만큼이나 작았다.
아, 이슬라…… 자꾸만 먼저 죽은 그 바보가 그 얼굴에 겹쳐져 더는 바라볼 수가 없었다.
– 아니, 다 끝났어.
그 전투의 끝에서 창명시편이 아서 브리우스의 육신으로부터 비룡의 혼들을 해방시켰다.
그리고 그 혼들이 하나로 엮여서 세츠넨이라는 존재가 탄생했다.
세츠넨은 그래서 잔혹한 기억들, 레인 루드윅에게 거두어지기 전까지의 기억조차도 소중히 여겼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 모든 일들이 신들의 뜻하심이 아닌가 싶구나…….」
기억에서 다시 풀려났을 때, 앞에는 뇌향의 세츠넨이 와 있었다.
그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슬픈 듯한, 기쁜 듯한, 씁쓸한 듯한, 그리고 처절한 듯한.
「긴 역사 동안 나는 늘 방관자였다. 쌓아온 선정도 누이와 동생에 비하면 하찮기 그지없어. 항상 실패만을 거듭해왔다.」
“각하…….”
「보아라. 이제, 미르가 소명을 마무리하려는 이 순간까지도 직접 싸울 힘이 없는 것을.」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단다. 그래서 대신 너를 저 고통스러운 길 위로 밀어 넣는 이 이기적이고 무력한 심성에…… 마음이, 그저 마음이 괴롭구나. 나는 또 실패한 게다.」
감히 뇌향의 세츠넨이 평생 걸어온 삶의 발자취와 그 말들에 반박할 연륜은 없었으나.
그 순간 왜인지…….
불경스럽게도 감히…….
무력함에 눈물 흘리는 그 모습 위로, 어머니가 죽던 날 울던 자신을 겹쳐보고 말았다.
“각하의 말씀대로 모든 게 신들의 인도하심이라면…….”
「……?」
“저는 필시 이 순간을 위해서 강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었을까요. 각하께서 슬퍼하지 않도록.”
비룡의 용령을 깃들이는 데 실패하여 진룡과 신룡의 혼을 얻게 되는 순간까지의 모든 일들이.
이 순간, 여기에 오기 위해서.
마지막 등불을 이어받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정말, 모든 일에 신들의 뜻이 있다면…….
“제가 네이갈라스를 베어서, 청성 각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을 성공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만약 이 자리에 내가 아니라 어머니가, 카밀라가, 로베리스가 있었더라면 분명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청성 각하도, 뇌향 각하도, 그리고 지금까지 죽어간 모든 사람들도…….”
확신할 수 있어.
그래, 분명 이렇게 말했을 거야.
더 세련되고, 더 멋있었겠지만. 그러니까 나도 똑같이 말한다.
“실패하지 않은 게 되지 않을까요?”
아직은 어색하고, 훨씬 부족하지만, 진심과 경외를 담아서.
어머니와 스승님이 죽을 때는, 약해서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나도 그 사람들과 똑같은 용사(勇士)니까.
「아…….」
멍하니 이쪽을 쳐다보는 세츠넨의 눈동자에 울음의 자취가 깊게 배어났다.
자취는 곧 하나의 온기로 엮여, 눈물로 흘러내렸다.
아침의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듯, 뇌향의 두 손이 어린 용사의 등을 감싸 안았다.
카이센…….
라미네아가 사랑으로 낳고 카밀라가 사랑으로 기른 기적의 아이야…….
그 아이들이 너를 내 삶까지 인도해준 것이 곧 신들의 기적이로구나…….
그걸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 생각이 전해져왔다. 뇌향의 힘을 부분적으로 계승했기 때문일까.
모른다.
이때도 알 수 없었다.
대신 그 지극한 사랑이, 어머니와 스승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아꼈던 진심만은 하염없는 눈물을 타고 전해져 들어왔다.
“각하, 이제 그만 가겠습니다. 가서, 이 지옥을 끝내겠습니다.”
피와 사체의 징검다리,
잊혀진 왕 네이갈라스 토벌전 (5)
네이갈라스…….
울부짖는 파멸(破滅)…….
지각의 세계 이면에 잠복해 있는 공포, 타락한 별에게 불경한 축복을 받아 왕이 된 존재…….
[로로, 응답해! 로로! 네 생명 신호가 극도로 약해져가고 있어! 로로!]신들의 시대, 네이갈라스의 외형을 묘사한 기록은 단순했는데 단순한 만큼 강렬했다.
[응급치료를 하게 어서 내 쪽으로 와! 응답해줘, 제발!]그 형상은 얼추 파충류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세계의 파충류가, 흐느끼는 영혼들을 그렇게나 수없이 엮어서 육신의 외피를 이룬단 말인가…….
그 존재 자체가 광기와 비명, 혼돈이며 그 어떤 필멸의 언어로도 왕이 발산하는 생사(生死) 질서의 왜곡을 형용하지 못한다…….
자색 도시, <아우렐리노플>.
기원력 1698년 3월 30일.
네이갈라스가 아가리를 길게 찢고 우주의 울음을 내지를 때마다 자연에 사악한 변화가 깃든다.
산지(山地)가 붉게 흐느끼면서 용암을 토해내고.
대지(大地)는 모든 수분을 왕의 탐학에 빼앗겨 말라비틀어진다.
끄그그그그그그극……
…끄우르르흐흐흐으으으……
……끄흐흐흐흐흐흐흐흐………
…끼끼끼끼끼끼…………
또한 왕의 육신을 이룬 영혼들 또한 일제히 통곡하는데, 그 통곡의 파장이 듣는 이들의 육신을 훑고 지나가는 것이어서.
“끄, 끄아아아아아아아……!”
“히, 히히, 히하하하하하……!”
그 순간의 공포.
시공간이 뒤틀리는 절대적 공포.
전열을 뒤따르던 철십자 종자 수십 명이, 군마들이 그 공포로 머리통이 폭발하여 죽었다.
쩌적, 쩌저저적, 채애애애애앵!
그 공포를 잠식시킨 것은.
감히 왕의 옥체에 손을 댄 것은, 시공간이 깨어지면서 일궈진 균열이었다.
[네 번째 시공섬? 단장, 지금 어디 계시죠?]하늘이 그 입을 다물듯.
찢어졌던 시공간이 서서히 오므라드는 광경을 성검 너머로 보는데 메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이제 얼마나 더 이놈을 휘두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전력 외 인물로 생각하고 너희들은 아키레아 님을 전력으로 보좌해.”
[단장!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십시오! 그쪽으로 갈 테니 좌표나 말해주십쇼!]“명령이다!”
칼날 같은 질책.
떨리는 호흡만이 잠시 이어지다가, 곧 순복의 목소리이자 작별의 인사들이 날아들었다.
[……알겠습니다.] [……단장, 지금까지 함께 달릴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나도 너희들과 함께여서 즐거웠다. 알리도나, 너도 마찬가지야. 날 찾지 말고 가.”
[그래…… 로로,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너무 늦으면 버리고 갈 테니 그리 알아.”
[그래? 이거 서둘러야겠는걸.]로베리스는 전신에서 벼락같이 내달리면서 의식을 새까맣게 단절시키는 고통에 핏물을 토했다.
온몸이 불타는 듯 뜨겁다.
온몸이 이렇게나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운명처럼 확실한 감각은, 오직 쉬르팽을 쥔 오른손뿐이었다.
‘카이센, 나는 여기서 내 모든 걸 쏟겠다…….’
청성 각하와 뇌향 각하께서는 널 선택했다.
그 전에는 카밀라 선배님이 선택했고, 오주 요슈하르와 광룡 하라데리만께서 선택했지.
그리고 나 또한 이제 이 불타는 사막 위에서, 이 길었던 사명의 마침표 앞에서…….
너를 선택하여 내 불을 맡긴 뒤 떠나려 한다.
[……선배님, 무사하신지요?]“여기저기서 난리군. 난 무사하다. 넌 작전목표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에만 신경 써. 카이센은 깨어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고통스럽게 폐에 차오르는 핏물을 게워낼 때, 알리도나의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비, 비상 상황이야! 네이갈라스가 아키레아 님과 우리 모두를 무시한 채 그냥 일직선으로 달리고 있어! 세이라, 네 쪽이야!]“어떻게든 막아! 그쪽으로 가게 놔둬서는 안 돼!”
[이런 씹, 멈출 수가 없습니다!] [목표 가속합니다! 속력이 어디까지 오르는 거야! 저 자식, 어떻게 저리 빠른 거지?]“세이라, 각하와 카이센을 안고 거기에서 이탈해! 시간이 없다!”
[여길 지키겠습니다. 이탈해봤자 저 속도면 따라잡힐 거예요.]“어떻게 지키겠다고?”
[다 방법이 있어요.]무엇을.
그 방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페이쿼리어들은 저마다 그 방법이란 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 고생했다.”
지금, 네이갈라스의 아가리에서 시뻘겋게 쏟아져 나오는 것은 용암이 아니다.
저것은 심연(深淵).
원시의 심연이자 네이갈라스가 받은 권위의 형상, 네이갈라스의 심연은 육신 깊숙이 스며서 피골과 그 너머 영혼까지 녹여버린다.
[먼저 갈게요, 선배님.]형상뿐만 아니라, 그 성립 인자까지도 집어삼키는 붉고 포악한 힘 앞에서 극위성검 솔랑이 빛을 뿜었다.
솔랑의 방패는 피격된 힘을 흡수하여 칼날로 전송한다.
이때, 이 힘은 검주의 마나체인을 매개로 전송되므로 검주의 몸이 그 강대한 힘을 견디지 못한다면 응축되어 치받는 힘의 폭주에 신체는 내부에서부터 폭발한다.
그렇기에 솔랑의 계승자들에게는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의 크기를 정확히 잴 줄 아는 것이 필수적인 소질이었다.
이 소질 앞에서 세이라의 재능은 모든 솔랑의 계승자들 중에 가장 탁월했다.
[철성의 생존자들은 이제 철십자의 명령을 받도록 해.]그러나 지금.
육체의 강도를 초월한 힘이 혈관을 팽창, 폭발시키며 육신 전체로 불길처럼 번지는 지금.
심연이 육신과 영혼을 녹이고 태우고 불사르는 와중에도 흡수를 멈추지 않았다.
[이상.]용암의 쇄도가 끝났을 때, 모든 것이 뒤틀리는 용암의 호수 위로 반원형의 섬이 떠 있었다.
그 섬의 가장자리에는, 주인 없는 갑주와 성검과 방패가 다만 묘비처럼 흐트러져 있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가짜 용사들의 삶을 대변하듯이.
[대장……!] [아, 세이라……!]차마 맺어지지 못한 탄식.
그때 하나의 불꽃으로서 하늘을 밝히던 아키레아가 마침내 네이갈라스를 따라잡았다.
그 몸이, 네이갈라스 바로 위에서 불의 폭발과 함께 용인의 육신을 입었다.
화염처럼 고혹적으로 타오르는 붉은 머리의 여걸.
아키레아는 역사상 어떤 진룡도 갖지 못한 힘을 다루었다.
다수의 적을 압도적으로 불태우고 휩쓰는 용의 거대함과, 소수의 적을 능수능란하게 기만하고 끝장내는 용인의 민첩함.
그 양쪽의 강점을 어떤 상황에서든 완벽하게 끌어내는 힘.
극의(極意).
다중극점(多重極點).
왕의 옥체가 무수한 불씨로 뒤덮였다.
그중 하나의 불시에 아키레아의 정권이 꽂힌 순간, 불씨가 차례로 점화되면서 폭발했다.
다중극점은 받은 피해를 힘으로 증폭시킨다. 처음 정권을 받고 증폭된 불씨의 폭발이 다음 불씨에 그 힘을 전하고, 다음 불씨는 그 증폭된 힘을 또 증폭시켜서…….
무간업화(無間業火)를 이룬다.
차원을 일그러뜨리던 악몽이, 그 불길의 폭주 속에서 육신이 불살라지는 고통의 비명을 터뜨렸다.
「지금이다! 저들을 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라!」
그것이 그녀가 펼칠 수 있는 기적의 전부였다.
이미 혹사된 몸으로 한계를 넘는 힘을 사용한 대가는 컸다.
아키레아도 지면에 무릎을 꺾으며 전신으로 핏물을 쏟았다. 아까 그의 동생이 그러했듯이.
[최우선 보호 목표는 저희 철성이 운반하겠습니다.] [알리도나야. 세츠넨 님과 카이센은 기억 공명 중이야! 둘은 운반해선 안 돼. 그랬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이 자리를 지키란 말씀이십니까? 어떻게?] [철성, 로베리스다. 부대를 보내겠다. 그리고 메른, 넌 철십자 2개 분대를 데리고 아키레아 님을 최우선 목표로 지켜!] [알겠습─ 단장님! 남동쪽에서 대규모 적 출현! 외곽 부대가 돌파된 모양입니다!] [하! 저 잔챙이들은 내가 맡겠어! 한 명도 따라오지 마! 꿀은 혼자서만 빨 거니까!]트발은 칠천 마리의 렙틸리언을 상대로 용골창을 휘두르고 또 휘두르다가 용암의 독이 흐르는 곡도에 전신이 관통되어 죽었다.
관통되는 순간까지도 그는 용골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마지막 용맹은 역사에 자세히 기록되지 않았다.
[여기는 청성의 미른가디아…….] [각하!] [곧 뇌향의 준비가 끝난다…… 네이갈라스의 움직임을 조금만 더 봉쇄하라…… 곧 모든, 모든 것이 끝난다…….] [각하…… 이제 아키레아 님께서도 싸울 수 없으신데…… 그것이 가능할는지…….] [부디 분투하라…… 이것이 귀관들과 나의 마지막 싸움이다…….] [철십자, 최후의 임무를 명한다. 저 도마뱀 놈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라.]그날의 난잡한 상황은.
그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비명과 통곡과 증오의 소용돌이는.
그 어떤 역사서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감히 문자로 엮어내 기록할 수 없다.
[개자식, 한 방 먹였다!] [바로 움직여! 어서 움직여!] [트발의 복수다!] [이쪽은 끝났어! 오지 마!] [남쪽에서도 적입니다!] [저건 뭐야? 오우거? 근데 씹, 뭔 도마뱀처럼 생겼어!] [저놈이 또 용암을 토해냅니다! 피하십시오!] [메른? 메른! 응답해! 메른!] [서쪽에서도 적이다!]그 모든 비명이 극에 달했다가 서서히 스러져가고…….
불타는 사막 위로 비명조차 사그라지고 오직 왕과 왕의 심복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만이 커져갈 적막의 순간에…….
카이센 알터 아라다만텔이 눈을 떴다.
“현재 상황은?”
다시, 눈앞에 펼쳐진 무인지경의 황무지는 모래의 폭풍에 뒤덮여 있었다.
“청성 각하의 명으로 네이갈라스의 폭주를 막다가 모두…….”
솔랑을 끌어안고 숨죽여 울던 병사가 고했다. 솔랑의 정식 대리자는 어디로 갔을까.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그 주변을 신성하게 겉돌던 광입자가 결속, 그 육신 위에서 용린갑의 형상으로 엮어졌다.
그때, 용사가 말했다.
“청성 각하, 카이센 알터 아라다만텔이 옛 왕을 벨 준비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