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82)
가짜 용사 이야기-82화(82/310)
제82화
[카듀엘 : 위성 스캔 데이터대로입니다.]<온 것들>에게는 광역 통신망 또한 뇌향심공명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구축되어 있었다.
어쩌면 더 직관적이었다.
단순히 목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발신인의 실시간 영상까지 함께 떠오르는 식이었으니까.
[카듀엘 : 제1등급 심연이 이데아 반도 서해안에 주둔 중이며, 반도의 해역을 포함하여 행성의 바다 전체가 그 활동 권역입니다. 총공격 명령에 따라 황금함대, 핏빛함대, 월광함대의 전 함대가 해당 좌표로 진군 중입니다.] [라율파르트(옛 지중해).]– 올두라스 해안.
– 우주세기 4세대, 635년 4월 4일.
[슈르비엘 : 바, 방금 카렌덴 주인님께서 제1등급 심연 개체의 정체를 식별해냈어…… 수런거리는 광기, 슈’율큘라.] [뤼카엘 : 누구지?] [카듀엘 : 심연의 군주 서열 3위입니다. 아직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온 것들>의 기술을 도대체 무어라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
세상의 경이에 넋이 나가서, 그 대화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강철의 군함들이 육중한 선체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저런 게 대체 어떻게 날 수 있단 말인가?
[알카이오스 : 주인님께서 이 반도를 1차 전진기지로 지정하셨다. 또한 바닷길을 열기 위해서도 여기서 심연을 몰아내야만 해.]수직이착륙 수송기 켈토로스 수백 대가 심연에 침식된 갯벌 위를 빠르게 활공하고 있었다.
정체 모를 악취가 짙어가는 바다는 음험하고 음산했다.
암녹색 점액질이 파도로 밀려드는 옛 바다는 바다라기보다는 거대한 늪처럼 보였다.
[뤼카엘 : 쉽게 말하십쇼, 대장. 콜라 뭐시기인가 하는 진왕(辰王) 놈을 죽이면 그만 아닙니까.]이 시대에 <잊혀진 왕들>은 진왕이라 불렸다.
심연의 대군주 요토스에게 권능을 받은 일곱 명의 군주.
그중 다섯이, 오늘날 <잊혀진 왕들>로 알려진 존재들이었다.
[알카이오스 : 콜라 마시는 것보단 어려울 거다. 테르벨 성하의 뇌명 폭격 이후 우리가 선봉으로 진입한다. 카듀엘, 폭격 시간은?]그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처음 보고 이해했다.
어째서 <온 것들>의 힘이 기적(奇蹟)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왔던지를.
[카듀엘 : 음…… 지금입니다.]섬경뇌천(纖莖雷川).
한 줄기 벼락에, 온 세계의 어둠이 일순간 사라지고 오직 순백만이 남았다.
그 한 줄기 벼락에, 천공을 뒤덮은 채 장마를 쏟아내던 심연의 먹구름이 일제히 불살라지면서 하늘이 맑게 개었다.
[창세의 힘 : 창천극(蒼天戟).]– 어둠을 갈라 창천을 빚는 빛의 창은 빛의 섬광이 되어 심연을 꿰뚫는다.
– 테르벨이 심연을 사냥할 때 사용했다는 창세의 권능.
– 이것은, 세계에 여명을 가져온 빛의 군주 테르벨의 이야기이다.
단 한순간에 이해했다.
창천(蒼天)의 태양, 테르벨.
<온 것들>의 지도자인 테르시아보다도, 무훈에 있어서는 더 찬란한 위업을 남긴 그가 왜 창천이란 이명을 가졌었는지.
[카렌덴 : 테르벨, 네 덕분에 심연 둥지의 좌표를 특정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빛의 연회가 시작되었다.
망막이 타들어갈 정도로 강렬한 벼락이 끝없이 해수면을 때렸다. 검푸르게 썩어가던 심연의 뻘밭과 바다를 불태우고 찢고 갈랐다.
그 아래에서 잠자던, 고대의 해저 왕국 ‘슈율켈리스’가 오롯이 들추어질 때까지.
[뤼카엘 : 끝내주는데.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 [카듀엘 : 막대한 심연 에너지 발생이 감지됩니다! 제2등급 여섯에, 제3ㆍ4등급 심연 개체는 측정 불가!]해저 왕국의 파수꾼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광기 수치 : 55%.]수런거리는 광기, 옛 바다의 지배자 슈’율큘라의 권속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광기 수치 : 67%.]해수면 위로 무수히 솟구치며 군함들에게 손을 내뻗는 심해의 악마…… 큘륜들이 시야 UI 레이더에만 2천 개 이상 찍혔다.
[병참 모니터 : 적 위치 식별, 3D 지도 데이터를 갱신합니다.]큘륜은 후세에 최고위 옛것으로 기록되는 악몽들로 2천 마리면 사흘 안에 인류를 멸종시킬 수도 있었다.
큘륜에게 왼쪽 날개가 녹아내린 수송기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지평선의 방향이 마구잡이로 뒤바뀔 때 뛰어내렸다.
옛 심연의 뻘밭…….
뻘밭은 살아서 꿈틀거리며 불시착한 발목을 움켜잡고 핥았는데, 빠져나갈 새도 없이 심연의 하수인들이 밀려들었다.
[새로운 적 : 루틀웨.]– 루틀웨는 슈’율큘라에게 옛 바다의 축복을 받은 망자들입니다.
– 물고기와 같은 눈과 지느러미와 물갈퀴를 가졌기에, 루틀웨(Rutlewe; 魚人)로 통칭했습니다.
– 심연 위험 등급은 제5등급입니다.
신화시대(神話時代),
타르혜 론델ㆍ엘디아ㆍ거듭남 (3)
끔찍한 광경이었다. 기형적인 아가미를 뻐끔거리며 폴짝거리며 뛰어오는 망자의 무리.
그리고…….
해수면과 뻘밭을 뚫고 하늘까지 솟구쳐 함선과 병사들을 무차별하게 비틀어 짓이기는 문어발들…… 군주 슈’율큘라의 옥체였다.
「찢어발겨라, 요니울란!」
영체를 갖고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진성검 요니울란의 특수 능력이 해방되었다.
요니울란, 여섯 자루의 진성검 중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또 과격한 힘을 가진 성검.
요니울란의 칼등이 길게 늘어나며, 칼날의 형태로 집속돼 있던 쇳조각들이 살육의 춤을 추었다.
혼백 파열(魂魄-破裂).
사실, 초월의 시야를 가졌기에 그토록 세세히 볼 수 있던 거다.
범인의 눈에는 그저 광대한 공간을 보랏빛으로 찢어발기는 섬광밖에 보이지 않았으리라.
십여 개의 다리와 수백 마리의 루틀웨가 그 보랏빛 속에서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졌다고.
‘강해.’
이미 그 강함을 직접 체험해서 알고 있었지만, 새삼 강함의 단계가 차원이 다르다고 느낀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나 위협적이었던 적이, 아군일 때는 이렇게나 든든한 것인가.
[뤼카엘 : 에누엘, 괜찮아? 산책 나온 거 아니야. 칼 똑바로 잡아!]일순간, 에누엘의 손에서 샤릴리온의 칼날에서 빛무리가 눈부시게 타오르는 환영이 떠올랐다.
동작 동기화.
즉시 따라 해야 한다.
견본대로, 그 빛의 칼날로 뤼카엘 뒤로 폴짝 뛰어오른 루틀웨 백여 마리를 일격에 베어 넘겼다.
[뤼카엘 : 신세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이거야? 하핫, 재밌네!]용사 두 명의 합동 전선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제5등급 심연 개체인 루틀웨들은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알카이오스 : 뤼카엘, 에누엘과 네 생체 신호가 함께 잡히는 걸로 확인된다. 현재 상황은?] [뤼카엘 : 에누엘과 함께 물고기 놈들을 쓸어버리고 착륙 거점을 만들었습니다! 저희들 위로 함대가 전진 중입니다!] [알카이오스 : 황금함대가 해저 신전 동쪽 입구를 지키는 제2등급 심연 개체 세 기의 등장을 확인했다. 토벌 임무다. 거기서 합류하자.] [뤼카엘 : 이제야 몸 좀 풀겠군요, 대장. 그럼 에누엘, 최신형의 실력 한번 볼까?]전진은 쉽지 않았다.
꾸르륵, 소리와 함께 뻘밭이 갈라지고 슈’율큘라의 문어발이 솟구치기 일쑤였다.
클론 병사들은 거기에 닿자마자 철, 피부, 머리카락, 뼈, 뇌, 할 것 없이 동시에 썩어 무너졌다.
살기의 흐름을 느끼며 나아가야 했으므로 대단히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뻘밭을 돌파한 뒤로는 40초에 가까운 낙하를 경험한 뒤에야 슈율켈리스 신전 외곽에 착지할 수 있었다.
‘슈율켈리스…….’
이 고대의 불경한 궁전은 바다 전체의 크기로 세워진 듯했다. 이렇게나 광대한 도시가 바다 아래에 있었다니…….
창천의 태양, 테르벨은 금발에 황금의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목소리가 아니었더라면 여자로 착각했을 정도로.
[동기화 임무 갱신.]– 황금함대 1진이 제2등급 심연 개체들의 방해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제2등급 개체 데이터 일람 :
ㆍ절망의 향객, 쟈뎅.
ㆍ옛 바다의 꽃, 숄이류.
ㆍ파멸의 찬가, 혜르테─리온.
문자열 옆으로 알카이오스의 투구 쓴 모습이 떠올랐다.
[알카이오스 : 성하, 지금 교전을 개시하겠습니다.] [테르벨 : 30초 주겠다. 가능하겠나?] [알카이오스 : 예. 뤼카엘, 밑밥을 다 차려놓을 테니 마무리만 하도록. 황금함대로부터 요격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저것들을 처리해 놓아야 한다.]신화시대의 전투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현대에 권속과의 싸움은 부대의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화시대에는 그냥 밟고 지나가는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심연을 상대로는 ‘방어전’을 펼치는 게 전부인 현대와 달리, 신화시대의 전쟁 양상은 ‘공격전’이었으니 말 다했다.
[뤼카엘 : 뮤(04)와 카타(05)가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대장님!]엘디아, 즉 어센시쿼리어들은 페이쿼리어와 다르다. 그 어떤 현대적 힘으로도 그들의 힘을 수식하기란 불가능하다.
초거대 어인, 절망의 향객 쟈뎅은 주먹질 한 번으로 바다를 전율시키는 존재였다고 한다.
옛 바다의 꽃, 숄이류는 바닷속에 죽음의 꽃을 피워내 그 가시로 옛 향유고래조차 찔러 죽였다 한다.
파멸의 찬가 혜르테─리온은 옛 바다 괴물 골검으로 심해조차 찢는 존재였다고 한다.
이 세 존재가 합동 전선을 펼친다면 현 인류는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되리라.
하지만 그런 권속들이 세 엘디아의 협공에 초고속 재생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있었다.
[뤼카엘 : 무장 해방! 찢어발겨라, 요니울란!]권속들의 사지 전체에서 허점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허점의 사이사이를 뱀처럼 매끄럽게 파고드는 요니울란의 칼등, 즉 척추 회로.
그걸 중심으로 분열한 44개의 쇳조각들이 권속들의 사지를 일순간 몸뚱어리로부터 해체했다.
[뤼카엘 : 끝내버려, 에누엘!]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던 허점이 하나의 허점으로 합쳐지며 살(殺)의 순간이 열렸다.
샤릴리온이 거세게 울부짖는다.
맥동하는 칼의 전율을 느끼며 앞으로 달려 나가려던 그때, 세상이 멈추더니 옛 환상이 현실에 포개어진다.
[검술 동기화 : 각인참(刻印斬).]– 엘디아 카타, 에누엘의 고유 검술로 ‘룬 베기’라는 전설로 전해졌습니다.
– 시편의 획을 대상의 육신에 새기는 것으로 천명시편이 최대치 위력으로 발현됩니다.
에누엘이 샤릴리온의 칼자루를 어깨 뒤로 휘돌리는 동시에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빠드득…… 에누엘의 발이 닿아 있던 지면, 그곳을 중심으로 신전 외곽 전체에 균열이 퍼졌다.
각력의 초고속 증강.
순식간에 쟈뎅의 눈앞까지 거리를 좁힌 에누엘의 움직임은 경이 그 자체였다.
‘믿을 수가 없어.’
스스로, 에누엘과 똑같이 움직이면서도 오감을 의심했다.
권속조차 반응하지 못한 일순간.
한 번의 참격이 여러 갈래의 검풍을 낳고, 그 바람의 갈래들이 권속들의 육신에 ‘Karit’라는 문자를 새겼다.
‘검기를 이렇게나 아름답게, 글씨를 쓰듯이 세밀하게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절정, 초월, 그러한 문자로도 감히 형언할 수 없는…… 검기 사용법의 마지막 경지. 저 너머의 경지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언어가 자신이 가진 뜻을 대상에게 ‘저주’로서 부여하는 천명시편의 힘이 해방되었다.
Karit.
그 말뜻은 말살(抹殺).
육신에 새겨진 문자가 눈부신 빛으로 작렬한다. 권속들의 찢어지는 비명 저편에서 그 육신이 불타고 영혼의 핵(核)이 노출된다.
[알카이오스 : 카듀엘.]단순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핵이 노출되고 찰나조차 지나지 않았는데, 곧장 날아든 진성검 히스기비드의 화살.
화살이라기보다는 기둥에 가까운 주황색 섬광이 이리저리 굽이치며 권속들의 핵을 나란히 꿰뚫었다.
핵이 절규하며 육신을 새로이 수복시키기 시작했으나, 가능했던 건 고작 신체 재생뿐.
신체는 재생되었으나 영혼은 봉인되었기에, 세 권속들은 신상(神像)처럼 새까맣게 굳어버렸다.
[알카이오스 : 잘해냈다, 에누엘.] [카듀엘 : 엄청나군요, 엘디아 카타.] [뤼카엘 : 기초 스펙부터가 엄청나서 그런가, 저런 걸 쉽게 하네.]황당할 지경이다.
방금 그 동작을, 그 힘을 직접 동기화를 통해 체험했음에도 믿기지 않았다.
‘창세의 문자를 저주로 새기는 힘이라고……?’
강해, 너무나도 강하다.
엘디아들은 모두 괴물같이 강하지만…… 에누엘의 강함은 고유 검술만으로도 다른 엘디아들을 상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내가 이걸 쓸 수 있다고?’
왜 이 시대가 신화시대라고 불리는지 알겠다…… 정말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힘이잖아.
[알카이오스 : 황금함대, 엘디아 알마입니다. 이제 걸리적거리는 건 없을 겁니다.] [블래스턴 : 함대장님, 여기는 블래스턴 선봉대. 엘디아들의 활약으로 옛 신전의 회랑과 주랑에 요격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테르벨 : 그런 걸 일일이 보고하지 마라, 블래스턴. 쓸어버려.]테르벨의 황금함대는 테르벨의 축복을 받아 그 권능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었다.
포신이 내뿜는 빛은 바로 테르벨의 낙뢰란 뜻이다.
선봉 함대의 포신에서 벼락이 솟구치고 물결치고 폭주하자, 슈율켈리스 외곽 지대가 산산조각 깨부숴지기 시작했다.
바윗돌이 날아가고, 먼지가 치솟고, 빛이 쉼 없이 번쩍인다.
알카이오스가 두 자루의 성검을 양쪽 허리춤의 칼집에 납검하며 이쪽으로 돌아섰다.
[알카이오스 : 여기서 흩어진다. 카듀엘, 너는 여기 남아서 함대의 전진을 지원해라.] [카듀엘 : 예, 대장.] [알카이오스 : 뤼카엘은 나와 같이 테르시아 성하를 도와 중앙을 돌파한다.] [뤼카엘 : 오랜만에 대장이랑 페어군요.] [알카이오스 : 핏빛함대가 굴착기를 이송해오고 있다고 한다. 굴착기들이 뚫는 지름길로 내려가라, 에누엘.]「네, 알겠습니다.」
[알카이오스 : 슈르비엘, 에누엘과 같이 가라. 통신은 열어놓고 데드존에 들어설 것 같으면 바로 보고하라.] [슈르비엘 : 네, 그, 그럴게요.]곧 황금함대가 연 항로를 따라 핏빛함대가 진입했다.
상공에서 함선들의 바닥이 일제히 열리더니, 초거대 나선형 드릴을 수십 개씩 투하했다.
드릴은 고막이 터질 듯한 파열음을 터뜨리며, 슈율켈리스의 지표를 부수고 그 심층으로 내려가는 지름길들을 뚫고 있었다.
[슈르비엘 : 에, 에누엘…… 최우선 모, 목표가 갱신됐어…… 이상한 생체 열차가 육군 부대의 진입을 막고 있다고…… 우리가 처리해야 한대.]슈르비엘은 전투 통신에서조차 쑥스러움을 타는 엘디아였다.
그 뒤를 이어 나타난, 호기와 자애가 넘치는 인상의 청년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그 이목구비에서 경외감 어린 반가움이 일었다. 에오스의 이목구비가 그대로 담겨 있었으니.
[슈리간 : 엘디아 오메크, 괴생명체가 끝없이 생성되는 동굴의 위치를 확인했다. 저것들이 육군 부대가 궁전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어. 처리해줄 수 있을까?]핏빛 태양, 슈리간.
옛 세계를 살아가던 이들이 너무나도 가여워서 눈물을 피처럼 흘렸다는 마음씨 여린 빛의 군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슈리간은 늘 명령하지 않았다.
저런 식으로 말할 때, 고된 일을 시켜서 미안하다는 슬픔이 눈동자에 어려 있을 뿐.
테르벨이 무(武)의 위엄을 지녔다면 슈리간은 애(愛)의 품위를 지니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인가.
그런 존재에게 에누엘은 신화시대에 다만 이렇게만 대답했던 모양이다.
「예, 3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