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83)
가짜 용사 이야기-83화(83/310)
제83화
[카듀엘 : 카렌덴 님께서 표적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업로드하셨습니다.]슈율켈리스, 옛 세계의 납골당.
시대의 역사를 초월한 우주적 존재가 진흙, 습지, 거석들.
그리고 이 땅의 필멸자들의 시체들로 쌓은 도시.
[카듀엘 : 해당 고위험군 목표의 정식 명칭은 룰함레이. 심연 등급은 제2.5등급입니다.]달리는 내내, 기괴할 정도로 크고 높은 녹색 석조물들이 물을 뚝뚝 흘리며 연달아 나타났다…….
그뿐인가?
수백 개의 촉수가 꿈틀거리는 문어의 두골에 악마의 날개를 가진 슈’율큘라의 신상들이 도시 곳곳에서 섬뜩하게 웃고 있었다.
[카듀엘 : 발라돈의 바다를 잇는 열차 격 존재로, 끝없이 생성되는 게 아니고 온 바다에 퍼져 있던 군벌들이 이곳으로 집결시키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뤼카엘 : 열차? 문명을 혐오하는 야만적인 놈들이 웬일이래. 그나저나 이동 수단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겠는데요, 대장.] [알카이오스 : 핏빛함대가 확인한 동굴이 그 열차의 길이다. 반중력 궤도를 사용하는 게 아닌 이상 열차의 한계는 똑같다.] [카듀엘 : 네, 선로만 없애면 될 겁니다. 이 경우에는 동굴이 선로 격이겠군요.] [알카이오스 : 슈르비엘, 에누엘, 화력조인 너희들의 힘으로 부숴버려라.]최우선 목표로 지정된 동굴은, 동굴과 비슷한 형태만 갖고 있을 뿐 동굴이 아니었다.
모든 기하학적인 구조가 어긋나 있어서 동굴 저 너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이 뒤틀리고 광기가 폭발하면, 참기 힘든 악취와 함께 괴물이 튀어나왔다.
[알카이오스 : 에누엘, 제3파 지원군 룰함레이 이백여 기가 위성 스캔에 탐지됐다! 저것들이 밀려오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든 동굴을 박살 내라.]룰함레이…….
길고 유연한 척추에 늘어진 살가죽 같은 부대가 잔뜩 달렸는데, 거기에서 심연의 종복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소름 끼치는 형상, 사람의 팔다리를 닮은…… 열여섯 쌍의 사지로 물속을 헤엄쳐 달렸다.
[슈르비엘 : 깨, 깨트려라, 아이자이야!]다음 일순간, 빛의 포화가 그 괴물들을 일제히 찢었다.
슈르비엘이 진성검 아이자이야의 고유 능력을 해방시킨 순간, 일대 전체가 폭발적 감압 상태에 놓인 것이다.
가우므리스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빛의 압력…… 광압의 파장이 지나가자 대기가 뒤흔들릴 정도였다.
[전투 동기화 견본 제시.]– 엘디아 카타(05)의 전용 무장 샤릴리온, 그 고유 능력은 형질흡력(形質吸力)입니다.
– 에너지를 지닌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개념째로 흡수하여 증폭ㆍ발출시킬 수 있는 능력입니다.
– 해방 명령은 제11위계 무장 중에서 유일하게 2개로 분할돼 있으며, ‘삼켜라’와 ‘꿰뚫어라’로 사용 가능합니다.
슈르비엘의 활약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때 에누엘의 환영이.
다시 한번 경이로운 보법으로 지축에 균열을 새기며 룰함레이들의 뒤쪽으로 단숨에 이동, 빛의 포화를 향해 샤릴리온의 칼끝을 내찌르고 있었으니까.
「삼켜라, 샤릴리온.」
심해의 수압조차 양옆으로 밀쳐내던 빛의 포화가, 아름답게 물결치며 칼날로 빨려 들어온다.
아름다워, 무심결에 그렇게 생각했다.
거뭇한 빛으로 반들거리던 샤릴리온의 칼날이, 아이자이야의 황금빛 열기로 눈부시게 타오르기 시작했으니까.
‘검이 엄청나게 무거워졌다. 힘을 개념째로 삼킨 것의 반동이 없을 리가 없지.’
허리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린다.
양손으로 쥔 샤릴리온을 허리 뒤쪽까지 깊숙이 끌어당긴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음, 그 내뱉는 숨에 모든 기세를 담는다.
「꿰뚫어라, 샤릴리온!」
그 연속적인 움직임이 강대한 힘의 흐름을 완성시킨다.
흡수했던 힘의 증폭 발출.
그 증폭의 세기는 일곱 배.
신화시대, 한 번의 참격으로 바다를 가르고 산을 무너뜨리며 하늘을 베었다는 용사 전설에 단초를 주었던 그 힘.
챠아아아아아앙────!
갈라졌던 심해가 다시 합쳐지고 있는 저 너머의 먼 앞쪽, 룰함레이가 계속 밀려 나오던 동굴.
그것이 잔해도 없이 바스러진다.
고막에 기압 차이가 발생할 정도로 강대한 광압 속에서 으깨지고 짓이겨지다가.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힘이다.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거로도 모자라 배로 돌려줘? 너무 비현실적이라 믿기지가 않아.’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어센시쿼리어의 몸으로도 이 정도의 힘을 쓰려면 그에 상응하는 반동을 감당해야 하는 모양이다.
무심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숨을 헐떡거리던 그때였다.
[슈리간 : 정말 3분도 안 걸렸군. 엘디아 카타, 엄청난걸.] [알카이오스 : 잘했다, 에누엘. 이제 핏빛함대가 제1등급 심연이 도망치지 못하게 외곽을 경비할 거다. 카듀엘은 만약을 대비해서 저곳을 지키도록.] [카듀엘 : 예.] [뤼카엘 : 카렌덴 주인님, 궁전 담벼락이 보입니다. 제1등급 심연의 거처 같은데요.] [카렌덴 : 발견했군. 외우주의 기록을 읽으니 저게 바로 슈’율큘라의 환각 역장이라고 한다.] [뤼카엘 : 환각? 음침한 놈이로군요.] [알카이오스 : 슈르비엘과 에누엘은 즉시 신전 중심부로 와서 합류하도록. 먼저 제1등급 심연과의 교전을 시작하겠다. 서둘러라.]제1등급 심연은 진왕을 뜻한다.
현대에서 <잊혀진 왕들> 중 하나로 끈적끈적한 암녹색 공포의 꿈을 퍼트리는 자, 슈’율큘라 토벌전의 시작이었다.
신화시대,
타르혜 론델ㆍ엘디아ㆍ거듭남 (4)
[목표 동기화 : 제1등급 심연을 향해 이동하십시오.]슈율켈리스 궁전의 파수꾼은 제5등급 심연이 아닌 제4등급 심연 개체들이었다.
제4등급 개체는 현대에서는 옛것이라 불리는 고대의 심연이었다.
모험가 조합은 옛것들에게 최소 A랭크(금 등급 미만 모험가 접근 금지) 이상의 등급을 내렸단 점에서 그 힘의 표준치를 유추해볼 수 있다.
[새로운 적 : 심해목(深海木).]– 심해목은 바다 궁전의 파수꾼들로 소리에 민감합니다.
거석의 도시를 끈적끈적하게 뒤덮고 있던 나무들이…… 뿌리를 다리처럼 이용해 달려든다.
[알카이오스 : 환각 장막과 문어발 세례로 궁전 돌파가 불가능하다시피 하다. 화력이 더 필요해.] [에누엘 : 이동 중입니다.] [슈르비엘 : 제, 제3등급 시, 심연이 끝이 없어요!]슈율켈리스 궁전은 비현실적으로 넓었고, 기하학적 구조가 모두 뒤틀려 있었다.
땅 위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천장 위를 달리고 있다거나 기둥 위를 달리고 있는 경우가 빈번했다.
수압도 섭리의 흐름을 어기는 것인지, 중력조차 미묘하게 어긋나 있어서 혼란은 점차 가중되었다.
[카듀엘 : 카렌덴 성하, 에누엘과 슈르비엘의 진로를 위해 바닥을 없애버려도 괜찮겠습니까?] [카렌덴 : 아니, 둘이 서 있는 곳 차원을 뒤틀어서 역장을 조정해라. 내가 바로 이동시키겠어.] [카듀엘 : 명대로 따르겠습니다만, 도착 좌표의 역장은 통제가 불가능하지 않을는지요?]<온 것들>의 지도자이자 용사(勇士)의 원형 격인 인물, 테르시아를 보게 된 건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테르시아 : 카듀엘? 베르켄시아 덕분에 내 주위에는 심연의 역장이 힘을 못 쓰니 걱정 마.]무언가…….
무언가 완전히 달랐다…….
만약 모든 것을 사랑하는 창세신의 마음이, 육신을 입을 수 있다면 저런 형상이 아닐까.
아침을 밝히는 여명보다도 더욱 눈부신 미소가 그 입가며 눈가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통신망 너머로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충만감으로 마음과 영혼이 물들여지는 존재는 <온 것들> 중에서도 테르시아가 유일했다.
테르시아는 그런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고 처연한 시선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왜 테르시아가 다른 모든 이들을 볼 때 그렇게 슬픈 눈을 짓던가는,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에야 알게 되지만.
[카렌덴 : 테르시아에게로 향하는 좌표는 내가 알아서 계산한다.] [슈르비엘 : 우, 우리들은 준비됐어, 카듀엘.] [테르벨 : 서둘러, 카렌덴. 제1등급 심연이 달아나기 전에 끝장을 봐야 한다. 이번에 잡지 못하면 바다라는 특성을 살려서 제일 위험한 상대가 될 거야.] [카렌덴 : 나도 준비됐다. 카듀엘, 시작해라.]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히스기비드의 화살이 어디선가 날아와 발치에 공간 균열을 일으킨 걸 인지한 순간, 검은 안개가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눈을 한 번 깜짝였을 뿐인데…… 눈앞에 펼쳐지는 전장이 뒤바뀌어 있었다.
이 무슨 비현실적인 차원 통제 능력인가.
「네가 에누엘이구나.」
그리고 빛.
그래, 빛이었다.
「잘 부탁해, 후훗.」
베르켄시아는 빛의 칼날이라는 뜻으로 창세신 겔드하리아의 무구라고 했다.
그 언어가 가진 뜻 그대로였다.
태양을, 아니, 태초의 빛을 길게 벼려낼 수 있다면 아마 저러한 형상일 것이다.
더없이 아름답고, 고고한 칼.
베르켄시아가 빛 한 줌 비쳐들지 못하는 이 고대의 비경을 대낮보다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뤼카엘 : 이제야 왔군! 저 징그럽고 귀찮은 걸 뚫고 나아갈 수 있겠어.]그러나 테르시아와 베르켄시아가 거느린 빛에 안겨 있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에누엘의 전투 동기화.
바다의 벽이 슈율켈리스의 궁전을 뒤덮고 있었다. 그 표면에서 파도가 음산하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접근해온 존재를 모두 저 먼바다로 날려버리는 권능의 벽.
벽을 없애려고 시도하면, 슈’율큘라의 문어발이 어디선가 끝없이 나타났다.
[알카이오스 : 돌파해! 돌파하면서 정보를 전달하겠다! 궁궐 담벽 너머 정면이 옥좌다!]전투 동기화. 다시, 에누엘이 지면을 박차고 가속했다.
수십 개의 문어발이 쫓지 못하는 속도로 장막 앞으로 접근. 샤릴리온의 칼날에 바람이 휘감긴다.
그리고 칼날이 장막을 베었다.
그 참격은 하나의 참격이 아니었다. 칼날 위를 내달리던 검풍이 검기로 발출되며 수십 개의 참격을 더한다.
– 카이센, 둔검(鈍劍)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
하나의 합으로 10개의 수를 두고, 상대방의 백 합을 막아내는 경지라고 했던가.
쉬르팽을 다루던 로베리스 선배님이 해주셨던 말이었다.
그 말을 꺼낸 선배님조차도 쉬르팽을 몇 번 휘둘러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정확히 허점을 찌르는 검은 있을지 몰라도…….
그 말이 안 되는 일이 지금 눈앞에서, 내 몸을 통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각인참, 룬 베기.
바다의 장벽 위에 순식간에 새겨진 문자는 Benekom. 그 뜻은 격파(擊破).
쉬리릭────!
장벽 주위를 지키던 문어발들이 황급하게 내달려들었다. 그 공격이 닿기 전에 문자의 힘이 폭풍 같은 흐름으로 발현된다.
‘그래, 이거구나.’
이거였어. 쉬르팽이 가진 절원, 시공섬의 원형이 바로 이 힘이었구나.
Benekom, 격파(擊破).
그 힘은 문자가 새겨진 차원 전체에 ‘명령’을 새겼다. 빛이 있으라, 라는 말로 세계를 만들었다는 창세신의 힘이, 검의 궤적에 ‘깨지라’라는 ‘명령’을 더한다.
쩌저저적──── 채애애애앵!
깨진 차원의 파편들이 뒤로 맹렬히 날아들며, 왕의 문어발들을 밀쳐내면서 짓이겼다.
[슈르비엘 : 대, 대단해…….] [테르시아 : 정말 믿음직스러운데, 에누엘?] [알카이오스 : 방심하지 마라, 에누엘. 제1등급 심연과의 교전은 이제 시작이다.]물론 감히 피조물이 창세의 힘을 다룬 책임은 육체의 반동으로 전신에 퍼졌다.
시공섬을 썼을 때와 똑같군…….
팔의 근섬유를 모두 찢어버리는 통증이 작렬한다. 다른 점은 용혈 혈청이 없이 바로 알아서 재생된다는 점일까.
100% 습득하면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단 뜻일까. 잠시 몸을 추스르고 있는 사이, 요니울란이 포효하며 궁궐을 찢었다.
[뤼카엘 : 우리 임금님께서 방문 잠그고 남몰래 나쁜 짓 하시는 것 같아서 방문 찢어 드렸습니다!]어둠이, 영겁의 권좌 위에서 잠자던 어둠이 사악한 형상을 갖추며 일어선다.
[광기 수치 : 120%]심해의 날개가 커다랗게 펼쳐지자, 공간 전체가 두려움에 움츠러들고 대기가 굽어졌다.
[광기 수치 : 150%]섭리가 썩는 듯한 악취, 찰박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왕이 둔중하게 발을 끌면서 시야에 나타났다.
통곡, 광란, 혼돈.
어떤 언어가 세상을 검푸른 광기로 물들이는 저 악신의 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이미 네이갈라스를 한번 만나봐서 괜찮을 줄 알았건만…….’
공간 전체가 일그러지는 그 위압감이 원초적 공포를 자극한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얼굴이 식은땀으로 젖는다.
[테르벨 : 서둘러, 테르시아. 심연 개체가 너무나도 많아. 황금함대도 곧 한계에 봉착한다.]세계의 질서 자체에 모순을 일으키는 저 섬뜩한…… 해산(海山)이 걸어온다.
[카렌덴 : 조심하도록, 엘디아. 방금 확인한 정보다. 슈’율큘라는 바다의 군주가 되기 전 인간일 때 ‘꿈’을 무기로 사용하는 술사였다. 쓰러뜨렸다고 생각했는데 환술에 걸려 꿈을 꾸고 있던 거지. 꿈을 꾸다가 죽게 된다.]하나의 세계를 멸망시키고.
그 멸망시킨 세계의 수많은 목숨을 심연에게 제물로 바쳤던 자, 그래서 심연에게 왕관을 받은 자.
[뤼카엘 : 방구석에 음침하게 처박히는 놈답군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멸망한 세계의 망혼들이 저 끈적끈적하고 더럽고 질퍽한 육신을 이룬 채 흐느끼고 있었다. 저것이 놈의 면류관이었을까.
[카렌덴 : 베르켄시아의 보호를 받는 테르시아와 최신형 개체인 엘디아 카타에게는 그 환각이 통하지 않는다. 너희 셋은 그 둘을 보좌해라. 테르시아와 에누엘이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