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88)
가짜 용사 이야기-88화(88/310)
제88화
수직이착륙 수송기, 켈토로스 3개 편대가 산봉우리 위를 빠르게 활공했다.
[새로운 지역 : 아크라드 대륙 남부.]– 뒤틀린 산맥(옛 적색산맥).
– 우주세기 4세대, 635년 4월 19일.
뒤틀리는 산맥이라더니, 정말로 그 이름대로 산맥의 시공간이 기괴하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흔들거림 속에서, 바람 소리조차 뇌에 최면적 암시를 일으키는 몽환의 선율로 뒤틀린다.
산맥이라기보다는, 산맥의 형상을 가진 신기루를 대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테르벨 : 카렌덴의 말대로, 해당 좌표의 상공에서 시공간이 뒤틀린다. 선견 함대의 진입이 불가능하다.]일반인들은 이 산맥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원시 신화를 중얼거리며 미쳐버리고 만다.
해안에 인접한 산맥일수록, 요새처럼 더욱 산세가 가팔랐고 파장 또한 강렬했다.
알카이오스가 빛도 형체도 모호하게 왜곡되는 산봉우리들을 가리켰다.
[병참 모니터 : 경고, 기존 항로는 위험합니다. 우회로로 변경을 권장합니다.] [알카이오스 : 항행 궤도 유지해. 카듀엘, 해결해라.]카듀엘의 진성검, 히스기비드는 기본적으로 두 자루의 곡검이 나란히 포개어져 있는 상태다.
칼을 휘둘러 변형시키면, 한 자루 곡검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쌍날검의 형태가 된다.
거기에서 칼자루를 돌리면 진정한 모습, 궁검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카듀엘이 수송기 동체 위로 올라서며 히스기비드를 해방시켰다.
[카듀엘 : 예, 대장. 차원을 날려 버리겠습니다.]히스기비드의 활시위에서 주황색 섬광이, 기류가 요동칠 정도로 강렬하고 거대하게 빚어졌다.
어둠을 가르는 빛의 이야기.
진경시편(眞景詩篇)의 권위.
고대의 산맥이 그 섬광에 꿰뚫린 일순간, 피격 면부터 이리저리 일그러지고 비틀리더니 다음 순간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룡 예리세리카 : 테르벨 성하의 황금함대가 대륙 상륙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해상에서 적과 교전 중에 있습니다.]산맥이 사라지면서 시공간 균열도 사그라졌으므로, 수송기들이 그 공간을 가볍게 돌파했다.
[수룡 예리세리카 : 지형이 산맥인 데다, 심연의 힘으로 시공간이 뒤틀리고 있으므로 함대의 진입은 아직까지도 불가능합니다.] [뤼카엘 : 군주의 좌표는?] [카듀엘 :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산맥 남동쪽에 존재하는 것이 심연 농도 측정에 의해 확인된 것 같습니다.] [광룡 하라데리만 : 네, 그것을 찾기 위해 졔안니르 성하와 카듀엘 각하께서 지형 자체를 바꾸라는 지시입니다.] [알카이오스 : 다들 들었겠지. 이번 작전목표는 졔안니르 님과 카듀엘을 지키는 거다.] [뤼카엘 : 카렌덴 주인님은요.] [알카이오스 : 그분은 아수라와 동행한다.]켈토로스 수송기들이 상승비행을 시작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맥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알카이오스 : 에누엘, 카듀엘과 함께 가서 황금함대가 올 길을 만들어라. 나와 뤼카엘은 졔안니르 성하를 엄호해서 월광함대가 올 길을 만든다.]마침내, 수송기들이 기수를 틀어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동쪽(현 칼날반도).
하나는 남동쪽(현 테르베노플).
남쪽은 카렌덴이 혼자 담당하기로 하였으므로 엘디아들의 소관이 아니었다.
[알카이오스 : 이미 산맥 곳곳에서 권속의 출현이 확인되었다. 전력이 분산되는 만큼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히스기비드를 다시 양검의 형태로 바꾼 카듀엘이 동체 지붕에서 반입구의 경사로로 내려섰다.
같은 프라이모아 아머였으나 외장이 조금씩 달랐고, 고유 색채에 따라 테두리 색이 달랐다.
이를테면 에누엘은 샤릴리온의 은색, 카듀엘은 히스기비드의 주황색, 슈르비엘은 아이자이야의 황금색인 식이었다.
[카듀엘 : 갑시다, 에누엘.]홍염의 아키레아에게 치명상을 입힌 바로 그 심연의 군주, ‘시간을 걷는 안리달’ 토벌전의 막이 오른 순간이었다.
신화시대(神話時代),
타르혜 론델ㆍ엘디아ㆍ거듭남 (9)
적색산맥은 현 아크라드 대륙의 요체다.
오늘날 신성인류제국과 구공화국의 국경으로서 작동하는 이 산맥은, 본래는 대륙 남부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기원의 시대에 이 산맥은 안슈르나브(Ansyurnab; 뒤틀리는 산맥)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카렌덴 : 안리달, 시간의 군주의 영지이다. 산맥 전체에 시공간 균열이 발생해 있기 때문에, 함대가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테르벨 : 접근하면 어떻게 되지?] [카렌덴 :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거나, 차원째로 부서지겠지.]안리달은 심연의 성질 중 가장 원초적인 힘, 시공간의 힘을 부여받은 군주.
그렇기에 안리달의 권속들 또한 이 힘의 편린들을 다루었는데, 이 힘은 일대다 전투에서 제일 큰 위력을 발휘할 게 분명했다.
육로를 개척해 현 제국 땅인 아크라드 북부를 통과해 산맥에 다다른 <온 것들>은 수륙 양면으로 산맥을 압박할 수 있게 된다.
[카렌덴 : 하지만 해안가의 차원 역장만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메이안 : 해안이고 뭐고 죄다 산맥인데 상륙이 돼?] [카렌덴 : 그것조차 바꿔버리면 그만이다.]카렌덴은 지형 자체를 상륙전에 걸맞게 바꿔 버리겠다는 기상천외한 작전을 세웠다.
그렇기에 이번 작전의 핵심은 차원을 다루는 힘을 가진 카렌덴, 카듀엘, 졔안니르였다.
해당 요인들을 경호하기 위해, 공략군은 세 갈래로 나뉘었다.
카렌덴은 남부 해안.
졔안니르는 동부 해안.
카듀엘은 남동쪽 해안이었다.
이때, 에누엘이 카듀엘의 경호 인력으로 배치된다.
오늘날 구공화국의 수도 테르베노플이 위치한 이곳은, 신화시대에는 안리달 공략전의 최고 격전지로 손꼽히는 장소였다.
[카렌덴 : 2시간 뒤에 작전을 개시한다.]함대는 신호를 교환하며 집결했다. 황금함대, 핏빛함대, 월광함대가 다시 모여 힘을 합친다.
물론, 전력이 예전과 같지는 않았다.
슈리간은 네이갈라스 공략전에서 입은 상처가 막심하여 아드리온 대륙에 남았고, 엘디아 델(03) 슈르비엘은 전사했다.
클론 병사들은 대거 전멸, 이쯤에는 해방민(현재의 요정병)들과의 비율이 3:7까지 오게 된다.
이렇게 선발된 이들 중에서 최정예 병사들만이 에누엘 돌격대에 배정되어 클론들과 똑같은 최고의 무장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 * *
[알카이오스 : 에누엘, 이번 진왕의 망자들은 차원을 이동하는 사냥개다. 카듀엘은 지형 변형에 집중해야 한다. 네가 확실히 지키도록.]안리달 토벌전은 동시다발적 악몽이라고 기록하는 편이 걸맞을지 모른다.
모든 것이…….
그 순간의 모든 것이…….
혼란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모든 자연경관이 야릇한 빛의 신기루로 일렁거려 현기증이 끊이질 않았다.
[에누엘 : 맡겨 주십시오. 돌격대, 나를 따라와라.]안리달과 그 수하들과의 싸움은 지금까지의 싸움들과는 달랐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상식이 통하는 적과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안리달은 심연의 아주 원초적인 힘, 시공간의 힘을 부렸다.
그래서 그 축복을 받은 권속들과 망자들조차도 시공간의 편린을 다룰 수 있었다.
현재 목표 : 카듀엘을 수호하십시오.
안리달의 망자, ‘안달로스의 사냥개’들은 개체 숫자가 적었다.
다른 진왕들과 비교하면 백 마리당 한 마리의 비율로 있었다.
그러나 그 한 마리가 백 마리를 합친 것과 맞먹거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위협적이었다.
[바라니예 : 사냥개다!] [올렌 : 오른쪽!] [마타라 : 으, 으아아아!] [그리피소른 : 사주경계! 정신 똑바로 차려!]‘안달로스’의 사냥개들은 적막의 사냥꾼들이었다.
시공간 역장을 찢고 조용히 나타나 표적의 목덜미를 노렸다.
이때 ‘목덜미가 위치한 시공간’을 통째로 뜯어 갔으므로, 방어구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유일한 해결책은 놈들이 아가리를 놀리기 전에 그 주둥이를 창으로 꿰뚫는 방법뿐이었다.
그런 존재들이 소리도, 기척도 없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부하들의 생명을 앗아가곤 또 사라졌다.
[테르벨 : 엘디아, 동북쪽에서 제2등급 심연 반응을 감지했다.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 차원 역장이 불안정하니 도움이 필요하다.] [카듀엘 : 집결 포인트로 이동 중, 오시기 편하도록 길을 만들겠습니다.]임무는 시작부터 극한에 치달았다.
계획대로라면, 지형 개변을 마친 후 3개 함대가 일제히 진왕을 공략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카렌덴은 권속이 있는 지역을 각 부대의 돌파구로 선택했다. 안리달의 세 권속, 시간의 삼중현(三中賢)이 있는 곳으로.
새로운 지역 : 산 제물의 협로.
나는, 그러니까 에누엘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온 것들> 중 제1무신 테르벨과 카듀엘과의 공조 속에서 권속을 상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찬란한 편대로 해안으로 접근한 황금함대는 그 일대를 관할하던 권속, 시간의 일륜(一輪) 슘고스와 충돌했다.
[Phase 1 Boss : 일륜 슘고스.]– 슘고스는 산 제물의 협로의 주인으로서, 인간들의 영혼의 품질을 점검하고 왕에게 헌상하는 일의 관리자였습니다.
슘고스, 과거의 지배자.
슘고스는 과거라는 시공간을 지배하였다.
「이 길은 왕께 바치는 진상품만이 통과할 수 있는 곳이거늘, 어찌 천한 것들이 감히 그 불경한 발을 들이는가!」
이를테면 자신이 ‘베였다’라는 과거의 시간을 날려버렸다.
분명 저 소름 끼치는 늑대의 주둥이를 샤릴리온으로 베었건만. 분명, 저 까마귀 날개를 히스기비드의 화살이 꿰뚫었건만. 분명, 저 역겨운 영혼을 테르벨의 뇌창에 불태웠건만.
자신에게 불리한 과거를 통째로 개변시키는 능력 속에서 슘고스는 무적의 존재로 보였다.
「나의 바람은 시공조차 가를지니!」
전투 동기화, 에누엘의 전투를 그대로 모방한다.
지면에 균열을 일으키며 도약.
여섯 쌍의 까마귀 날개로 상공을 난잡하게 비행하며 새까만 깃털을 흩뿌리던 슘고스의 배후를 한순간에 잡았다.
「모든 과거가 내게 무릎 꿇느니라!」
과거 개변.
치지직, 슘고스가 위치한 차원이 오로라처럼 일렁이며 불가해한 잡음을 흘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공격해봤자 똑같이 무의미한 시도가 될 뿐.
[카듀엘 : 큭, 목표에 명중!]그러나.
[테르벨 : 고정시켜, 엘디아! 천명시편의 힘이라면 가능하다!]전투 동기화는 슘고스를 베는 것이 아니라, 놈이 위치한 시공에 창세의 문자를 새겼다.
참격의 감각이 이상하다.
분명 아무것도 베지 않았는데, 육중하고도 단단한 바위를 벤 듯한, 그런 감각.
Bakhu.
격리(隔離).
룬 베기의 응용, 창세의 문자는 하나의 유ㆍ무기물뿐만 아니라 일정한 차원에조차 권위의 손을 뻗는다.
‘미쳤군.’
슘고스가 일순간 무력화되었다.
유리창 안에 박제된 짐승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그것과 같은 형태였다.
엄밀히 차이점을 짚자면, 유리창이 단순한 유리가 아니라 잘려 나간 차원이란 점이었지만.
‘검 한 자루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그렇게 격리의 힘이.
슘고스가 위치한 차원을 섭리로부터 격리시키면서 어떠한 과거 개변도 통하지 않는 상태로 만든다.
바로 그 순간.
[테르벨 : 『이 빛에 나의 신념을 바치나니, 이것이 당신의 종이 이 땅에 비추는 창세의 이야기이옵니다!』]테르벨에게 창천의 태양이라는 이명을 붙인 창천의 벼락 창천극, 즉 궁극의 기적이 그 손에서 미친 전류를 일으키며 집속.
슘고스가 격리된 차원에서 탈출하려던 바로 그 순간, 그 날개가 히스기비드의 화살에 꿰뚫려 일그러졌다.
비행 궤도가 뒤틀리기 무섭게, 그 육신과 영혼을 순백의 초고열 속에서 불살라 봉인하는 빛의 창이 놈의 심장을 관통했다.
[카듀엘 : 잘하셨습니다, 에누엘. 정말 엄청나시군요.] [그리피소른 : 대장, 사냥개들의 출현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테르벨 : 카렌덴, 여기는 테르벨. 남동쪽에서 설치는 권속을 엘디아 카타의 활약으로 제압했다. 황금함대는 상륙 절차에 들어간다.] [카렌덴 : 확인했다. 나는 아수라와 함께 삼륜 나리아두크와 교전 중이다. 카듀엘, 테르벨을 보좌해라.]한때 산 제물의 협로라 불리던 공간은 히스기비드의 권능 아래 아름다운 곶으로 변해갔다.
가까운 미래, <테르베노플>이라 불리는 찬란한 빛의 고장이 저 위에 세워지겠지.
저공을 비행하던 황금함대들이 하나씩 전자동식 닻을 내리고, 육군 부대를 쏟아냈다.
[테르시아 : 왕의 거처로 들어가는 입구 앞이야. 지원이 필요해.]그렇게 슘고스를 상대하고 승전보를 울릴 여유도 없었다.
현 칼날반도가 위치한 ‘찢어지는 골짜기의 신당’.
테르시아가 그곳에서 메이안과 함께 시간의 이륜, 루난을 해치운 후 왕의 처소를 발견했으므로.
[알카이오스 : 카듀엘, 에누엘, 어서 가라. 우리는 졔안니르 성하를 지키다 권속과 교전 중이다.] [카듀엘 : 안리달의 권속은 셋일 텐데요, 대장? 카렌덴 주인님이 삼륜을 상대하고 계시고 저희와 테르시아 성하께서 각각 일륜과 이륜을 봉인했습니다. 현재 어떤 권속과 교전하고 계신 겁니까?] [뤼카엘 : 그러니까! 이런 젠장, 뭔가 이상해! 한 놈이 아니라 두 놈이나 나타났다고! 둘 다 제2등급 심연이야! 그런데 은근 약해빠졌어! 귀찮을 뿐!]어찌 된 영문인지 그 누구에게도 물어볼 겨를이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엄청나게 잘못되었다는 어렴풋한 자각만이 있었을 뿐이다.
갑자기 통신 회로에서 테르시아와의 연락이 끊기면서 그러한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메이안 : 여기는 월광함대의 메이안, 언니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차원이 닫혀버렸어! 카렌덴 오빠, 어떻게 해야 해?] [카렌덴 : 무슨 소리지?] [화룡 벨’다키둔 : 아버지! 조심하세요!] [카렌덴 : 큽…… 이 정도는 괜찮다. 어서 말해, 메이안.] [메이안 : 문이,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는 것 같은 문이었는데, 언니가 거기로 들어가자마자 문이 사라져 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