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93)
가짜 용사 이야기-93화(93/310)
제93화
그게 어느 날이었을까.
슈르비엘과 카듀엘을 연속적으로 잃은 슬픔에 에누엘이 맥을 추리지 못하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하르바도니아 원정이 시작되기 직전, 그러니까 본대가 두 함대에 분승하기 직전이었다.
「에누엘.」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테르시아가 찾아올 거라고.
체험하지 못했던 미래가 기시감으로 찾아오듯. 그 마음조차 읽었다는 듯 테르시아가 빙긋 웃었다.
「왠지 이런 적이 저번에도 있었다, 싶지? 분명 처음 겪는 일인데.」
「예.」
「내가 시간을 되돌아왔기 때문에 그래. 똑같은 일이 이로써 네 번 반복되고 있는 거거든.」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 들은 내용이 잘못 들은 내용인가 싶었다.
「심연은 요토스가 겔드하리아 님을 배신하고 그 신격을 취한 걸로 생겨났어. 창세의 힘이 타락한 거지. 원래 시공간을 다스리는 힘은 창세의 힘이야. 그리고 이 베르켄시아가 그 힘의 촉매고.」
「……?」
「몇 번의 시간을 되돌렸는지 이제는 기억도 안 나. 카듀엘과 슈르비엘이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해…… 그 아이들뿐만이 아니야. 지금까지 죽어간 모든 아이들을 위해…… 하지만 모두 실패했어. 지금 여기까지 도달한 길들이 모두 최선이었던 거야.」
테르시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고요하고 신성한 정적 너머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미안해? 카듀엘과 슈르비엘을 살리지 못해서.」
그 미소에는 너무나도 눈물겨운 기억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몇 개씩이나 서려 있었다.
죽던 날 사과하던 어머니도.
죽던 날 사과하던 타르시요도.
이 세계는 처참하고 잔혹해서 사과하지 않아야 할 자들이 사과를 하고 있었다.
「테르시아 성하.」
묻고 싶었다.
가슴에 사무치게, 그 이유를 묻고 싶었다.
「용사란 도대체 뭔가요?」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눈부시게 만드는 것인지.
「세상은 저를 용사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저는 동료를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습니다…….」
네이갈라스 토벌전에서 모든 인연이 끝장난 그날부터 품어왔던 하나의 의문.
어쩌면, 그것은 평생의 의문.
그러나 그 세계에는 더 이상 용사가 남아 있지 않아서,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었던 말.
「동료의 죽음을 징검돌로 삼아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게 대체 어떻게 용사인지…….」
동료의 죽음을 용감하게 받아들여야 하기에, 용사인 것인가.
이 세상 전체의 크기와 또 이 세상 전체의 무게와 맞먹는 죽음의 구멍과 짐을 짊어질 수 있어야만.
비로소 용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용사가 되는 길이라면, 나는…….
「자. 내 손을 봐, 에누엘.」
한평생의 슬픔과 절망과 의문이 소용돌이치고 있었기에,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테르시아에게 그렇게 물을 때.
단 한 번도, 동기화율 감소 경고문이 뜨지 않았다는 사실을.
「손가락 5개가 있지? 엄지는 뭉툭하고, 검지는 평균적이고, 중지는 길고, 약지는 검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소지는 가장 짧고 가냘파.」
그 질문에 테르시아는 대답했다.
그 어린아이의 투정 같기도 한 의문에, 너무나도 상냥한 미소로.
「이렇게 하나하나가 전부 다르기에 이 손 하나로 무궁무진한 일들을 이룰 수 있는 거야.」
모른다.
스스로도 모른다.
「이게 용사라는 거야.」
왜, 그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모든 적을 쓰러뜨리고 그런 건 용사가 아니야. 그러니까 나는 용사가 아니야. 에누엘도 아니고.」
눈물이.
하염없는 눈물이.
그토록 뿌옇게 쏟아지고 또 거세게 쏟아지던 이유는.
「너와 나, 뤼카엘과 알카이오스, 그리고 지금 여기에 함께하지 못한 다른 이들이 하나씩 더해질 때, ‘우리’가 비로소 용사가 되어가는 거야.」
그 말 하나하나가, 저 먼 세계에서 싸우다 죽은 동료들의 삶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을까.
말해주는 것만 같았을까, 그들 모두가 가짜가 아닌 진짜 용사였노라고.
그래서 영혼이 먼저 흐느껴 울고 있던 걸까.
「이기지 않아도 돼. 혼자서 이기려 하지 않아도 돼. 지지만 않으면, 함께라면 이길 수 있어. 그러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줘, 에누엘.」
그 복받침 속에서 울 때.
동기화율 감소 경고는 한 번도 뜨지 않았다.
신화시대(神話時代),
타르혜 론델ㆍ엘디아ㆍ거듭남 (14)
경고 : HP 게이지 45%.
회복 불가능.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가 형상을 입고 존재하고 있었다.
그 육신 자체가 곧 불경(不敬).
검푸른 거미 발들이 흐느끼듯이 꾸물거린다. 그 몸을 구성하는 건 오래전 멸망한 세계의 망인들.
경고 : HP 게이지 42%.
회복 불가능.
제1등급 심연에 잠식되었습니다.
섭리가 모순을 일으킨다.
정신적 감응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 감각이 예민한 이들의 영혼을 전염시킨다.
검푸른 망령, 요토스의 최고 심복이자 이 세계를 영겁의 광희로 물들이는 존재가 날뛰고 있었다.
경고 : HP 게이지 39%.
회복 불가능.
그 절대적 불경 앞에서.
다만 칼자루 쥔 양손을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두르고.
그래서 룬을 새기고, 룬을 폭발시키고.
[테르벨 : 에누엘이 아쉬론의 동세를 봉쇄시키고 있다……!]참격의 격류 속에서 사라져간다.
아쉬론의 육신을 구성하는 망인들이, 빛의 포화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하나둘씩.
[테르시아 : 어서 끝내야 해!]또 사라져간다.
에누엘의 영혼과 육신을 이루는 천명시편의 문자열들이, 하나씩, 하나씩, 또 하나씩.
‘몸이 타들어가는 듯 뜨겁다.’
전투 동기화 속에서 오감을 의심한다. 에누엘, 지금 당신은 어떻게 몸을 움직이는 겁니까.
이 썩어가는 고통 속에서…….
나는 홍염의 아키레아에게 심연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 전까지 정상적인 거동조차 불가능했는데.
추억을 내려놓았을까.
미래를 내려놓았을까.
망설임조차도 내려놓았을까.
지금 이 전장이 자신의 삶의 마지막 싸움터라는 마음가짐 속에서, 장작 된 자신의 몸을 새하얗게 불태우는 건가.
1초.
1초도 안 되는 시간 속에서 룬 베기가 두세 번씩 반복되고…… 그렇게 열어낸 틈새로 테르시아가 아름다운 자세로 날아든다.
[테르시아 : 테르벨───!]그 어둠을 불사르는 빛의 춤사위를 바라볼 여유조차 없다.
[테르시아 : ───지금이야!]룬 베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반복했을까.
칼 쥔 손가락이 파르르 떨린다.
시야 UI가 붉게 명멸하며 체력 수치가 2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경고한다.
마침내 토벌전이 끝을 맞이했다.
육신을 산산이 깨뜨리고 또 찢어버리고 또 불태워 버리면서 노출시킨 아쉬론의 핵(核).
그 핵의 정중앙에 정확히 꽂히는 테르벨의 뇌창. 순간 세상이 새하얗고 새까맣기만 한 흑백의 세계로 만들 정도로 강력한 빛이었다.
테르벨의 목울대에서, 숨 덩어리가 포효하듯 터져 나왔다.
[테르벨 : 카렌덴, 거미 군주의 혼을 확보했어. 요토스는 이걸로 힘을 7할 가까이 잃었을 거다. 그나저나 에누엘, 정말 대단한데.] [에누엘 : 다른 이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제시간에 오지 못했을 겁니다.] [테르시아 : 응, 물론 알고 있어. 몸은 괜찮아?] [에누엘 : 이제 성하들께서는…… 위로 가셔서…… 카렌덴 주인님과 합류를…… 저는…… 몸이 추슬러지는 대로──?!]그 한순간이었다.
의식이 완전히 어둠에 삼켜지는 듯한, 시야가 암전하는 격통이 치받쳤다. 토혈조차 내뱉지 못한다.
프라이모아의 아머를 박살 내고 가슴팍을 검푸르게 꿰뚫고 나온 것은 신의 육신…….
「나는 불경의 신비, 흐흐흐하하하하하하…… 나의 신비에 압도된 모습이로구나.」
육신이 무참하게 썩어 들어간다.
내장들이 기이하게 퇴화되며 개별적인 생명체로 변한다. 거미 다리가 돋아난 뼈와 내장들이 몸을 뚫고 나오기 시작한다.
영혼의 빛이…….
육신이 사라진 자리에서, 천명시편의 문자열들이 광입자로 방울지며 솟아나며 덧없이 바스러진다.
[테르벨 : 아쉬론……! 핵이 꿰뚫렸을 텐데?] [테르시아 : 테르벨, 에누엘을 구해야 해! 내가 저놈의 움직임을 막을 테니 네가!]「으흐흐흐흐하하하하…… 짐이 그걸 윤허하리라 생각하는가? 나는 발라돈의 심장, 너희가 이곳에 온 것이 곧 너희의 파멸이니라.」
그때, 번뜩, 시야 한구석을 가로지르는 붉은 뇌광이 없었더라면.
그 빛이, 아쉬론의 거미 발을 떨쳐내 주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시야가 희미하고 아득하고 멀고 요동치는 가운데, 자신을 품에 안은 존재가 보인다.
「꼴이 말이 아니군, 에누엘.」
알카이오스였다.
갑주 중 9할이 부서져 있음에도 재생되지 않는 피투성이 육신이 자윤과의 전투가 어떠했는지를 암시했다.
알카이오스가 회선을 사용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는 걸 깨닫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장……님이야말로…….」
「이게 우리의 끝이다. 나아가자.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의 자리로, 불을 지키고 스러지는 자리로. 새하얗게 불태워진 후 버려지는 자리로.」
「명…… 받들겠습니다…….」
그때, 도대체 어떤 힘이 에누엘의 마지막 싸움을 이끌었는가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끝난 먼 훗날에.
똑같이, 마지막 전장에 섰을 때. 마지막 삶을 불태우는 자리에 서게 됐을 때.
[테르시아 : ……은혜(恩惠)……!]꿈속을 헤엄치는 듯했다.
베르켄시아의 빛이 사방에서 날아드는 회오리 속에서.
[테르시아 : ……평강(平康)……!]리벨덴의 청광과.
갈라디엘의 적광과.
샤릴리온의 은광이 빛의 오로라를 펼치며 불경의 신비를 막아내는 꿈속을.
[테르시아 : ……진리(眞理)……!]이제는 앞도 보이지 않는데.
명암의 차이밖에 보이지 않는데.
다만 에누엘의 환영은 선명히 보여서, 그 발자취에 내 발자국을 얹고, 그 동작에 내 몸을 포갠다.
[테르시아 : ……에누엘! 알카이오스, 안 되겠어! 뒤로 와! 내가 전위를 맡겠어! 너희들, 더 이상 힘을 썼다가는! 그랬다가는……!] [알카이오스 : ……아니, 베르켄시아의 힘을 최고 출력으로 올리십시오……!] [테르벨 : ……알카이오스, 지금 뭘 하는 거냐? 지금 네 힘으로는 지금 아쉬론의 결계조차 깰 수 없다! 물러서……!] [알카이오스 : ……다 방법이 있습니다. 나를 쏴라, 에누엘! 내 모든 힘을 빨아들여서 저놈을 날려버려……!] [테르시아 : ……알카이오스, 제발……!] [알카이오스 : ……어서! 엘디아 카타! 우리들의 사명을 네가 완수하는 거다……!]알카이오스가 갈라디엘의 벼락이 되어 아쉬론에게로 쇄도해 들었다.
아쉬론의 결계와 벼락의 힘이 맹렬하게 충돌…… 일순 알카이오스가 그 힘들을 리벨덴으로 파장 전환하여 응집시켜 폭발시켰다.
그때, 알카이오스는 갈라디엘의 벼락으로 변해서 회피할 시간도 없었고 힘도 없었을 것이었다.
[테르시아 : ……공의(公義)……!]그 의지의 빛을.
그 헌신의 불을.
그 희생의 칼을.
[테르시아 : 그 모든 걸 품으며 그들 중 가장 높은 것, 사랑.]그 어떤 순간보다 구슬프게 포효하는 샤릴리온의 은광이 회오리치며 흡수한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희생의 불꽃을.
칼날의 끝으로, 붉은빛과 푸른빛이 뒤엉키며 맥동하는 칼의 검극으로 불태운다.
「꿰뚫어라, 샤릴리온───!」
영혼에 둘러쳐진 불경한 결계와 순식간에 수복된 망령된 육신도 모두 산산이 깨트리며.
혼을 꿰뚫는 샤릴리온의 검극.
그러나 한 끗이 모자랐다. 힘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 좀 더 밀어붙여서, 완전히 꿰뚫어야 하는데.
「──음흐흐흐하하하하하하! 무력하구나, 이러한 골계로 짐의 권위에 닿을 성싶더냐!」
아쉬론의 재생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금껏 상대해온 다른 진왕들보다 12배는 빠르다.
테르시아와 테르벨은 멀어.
절망적인 헐떡임이 일던 그때.
챠아아아앙────!
주인을 잃고 자유낙하 상태에 들어갔던 두 자루의 진성검, 갈라디엘과 리벨덴이 스스로 궤도를 바꾸었다.
알카이오스의 유지를 이어받은 칼들이, 에누엘의 몸을 뚫고 그 너머에 있던 아쉬론의 핵을 양쪽에서 꿰뚫었다.
그 힘은 어마어마해서, 꿰뚫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저 멀고 높은 옥좌에까지 핵을 처박아 버렸다.
「나는…… 불경의…… 위대한 심연의…… 면류관…… 저 우주조차 통솔할……!」
그나마 온전했던 청각조차 한계에 달했을까, 아쉬론의 마지막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데.
빛의 인도자가 내뱉는 목소리는 풍금보다도 아름답게 영혼 깊숙이 퍼지며 울린다.
[테르시아 : 이 땅에 새벽을 밝혀라.]세 자루 진성검이 일으키는 빛의 포화, 그 빛의 포화조차 온전하고도 완전히 품는 태초의 빛.
[테르시아 : 타르혜 론델.]망막 너머로조차 그 따스함이 전해진다.
붉은 점들이 어른거리는 그 눈부신 빛의 축연이 끝났을 때, 핵은 사라져 있었다.
사명을 끝마쳤다는 증거일까.
샤릴리온과 리벨덴과 갈라디엘은 여전히 아쉬론의 거미 옥좌에 꽂혀 있었다.
몸은 이미 썩어서 부서져갔다.
갈라디엘과 리벨덴에 꿰뚫렸던 부위조차 썩어서 사라져서, 옥좌 위에 핵과 같이 꽂혀 있던 몸이 스르륵 굴러떨어졌다.
지면에 처박히기 전에, 눈물겹도록 따스한 빛의 품에 안기는 걸 느꼈다.
이 빛.
이렇게 따스한 빛.
이런 빛을 가진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다. 테르시아.
[테르시아 : 아아, 에누엘…… 어떻게, 몸이, 오빠, 에누엘의 몸이……!]대사 동기화 지문이 없었다.
에누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의식이 완전히 사라져갈 때, 카렌덴이 에누엘의 손을 잡았다.
[카렌덴 : 내 결코 너희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그때 에누엘은 저 먼 허공을 고요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아쉬론을 봉인한 순간 동기화가 끝났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지금 나는, 보이지 않는 관찰자가 되어 이 역사적 전투의 마지막 장에 서 있었다.
분명 그러할 텐데.
테르벨도 테르시아도 카렌덴도 아수라도 나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인지 에누엘은 관찰자가 된 나를 똑바로 응시한다.
그리고 일순간의 착각이었을까.
그저 사후경직이 일으킨 우연의 산물에 불과했을까.
그다음 순간, 그 검푸르게 썩어가는 입가에 고요한 미소가 퍼진 것은…….
아니.
환각 따위가 아니야.
그 미소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오직 미소의 형태로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너에게 맡긴다…….
끝까지 완수하지 못한…….
우리의 사명을, 우리의 불을…….
그게 마지막이었다.
우주세기 4세대, 635년 4월 24일. 식별 번호 : 엘디아 카타(05) 생명 신호 소실.
그 문자열을 마지막으로, 무대의 막이 드리워지듯 어둠이 세상을 뒤덮었다.
그 끝의 어둠은 눈물겨웠다.
장작이 완전히 사윈 뒤, 불이 꺼지는 것과 같은 어둠. 이 세상에 새벽을 밝혀낸 장작의 마지막 때.
그 어둠 위로, 이 경험을 통해 계승한 힘들이 문자의 형태로 전해진다.
[동기화 완료.]– 각인참 : 룬 베기, 동기화율 125%.
– 샤릴리온 사용법, 동기화율 266%.
– 갈라디엘 사용법, 동기화율 319%.
– 리벨덴 사용법, 동기화율 85%.
– 히스기비드 사용법, 동기화율 78%.
– 아이자이야 사용법, 동기화율 69%.
– 요니울란 사용법, 동기화율 95%.
이것이, 신화시대의 재현의 끝.
모든 문자열이 사라지고 마침내 어둠이 걷히며 검은 안개로 뒤덮인 공간으로 되돌아왔을 때, 다른 누군가가 서 있었다.
「저 우직한 바보들이 저렇게까지 해주었건만 결국 우리는, 아니, 나는 실패하고 말았다.」
누구일까.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 필요도 없었다. 이제는 낯익은 목소리이고, 익숙한 존재감이니까.
타르시요의 부친, 검은 태양 카렌덴이 나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