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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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
검기가 무시무시한 파공음을 내며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 나머지 세 개의 검기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 목덜미와 미간, 그리고 명치 부분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들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내 검이 마구 요동을 치더니 구름 같은 검기를 피워 올렸다. 유운검법의 절초인 유운출곡이었다.
과연 유운출곡은 단숨에 세 개의 검화를 모두 박살내고 오히려 장로에게로 무섭게 확산되어 갔다. 하나 어느새 장로는 더욱 무시무시한 살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유운출곡의 검세가 채 반도 뻗어 나가기 전에 산산이 흩어진 줄 알었던 검화들이 합쳐지더니 다시 갈라졌다. 그리고는 무려 열두 개의 검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검으로 만든 검화(劍花)에 불과한데, 이 검화가 살아있는 꽃처럼 흩어졌다 다시 합쳐지는 것을 자유자재로 하니 그 광경이 보는 이의 넋을 나가게 만들 정도였다.
이것이야말로 장로로 하여금 천우검이란 별호를 얻게 했던 십이천하로(十二天下露)의 수법이었다.
각각의 검화가 마치 이슬처럼 사방으로 검기를 발출하여 종내에는 상대로 하여금 대항 할 의지조차 꺾어 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종남파의 유운검법에서 파생되었으나 유운검법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웅혼한 위력을 지닌 초식이었다.
” 큭.”
나 또한 질 수 없었다. 검에 시퍼런 검기가 어리더니 마치 거대한 기둥 같은 검광이 폭사해 나왔다.
유운검법 중의 절초인 유운검봉이 펼쳐진 것이다.
유운검봉은 하나둘 늘어나더니 이내 열두 개의 검봉 (劍峯)을 형성했다. 그것들은 눈 깜막할 사이에 장로가 발출한 열두 개의 화로(花爐)들과 정면으로 격돌해 버렸다.
파파파팡!
고막이 터질 듯한 파공음이 거푸 터져 나오며 세찬 경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어느 새 몰려들어서 나와 장로의 비무를 보던 제자들은 넋이 나간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실제로 내가 수련한 시간은 장로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 정도로 대등한 싸움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이백여 초를 나누었을 때, 장로가 난데없이 검로를 괴이하게 바꾸었다. 천하삼십육검과 유운검법을 절묘하게 섞은 것이었다. 나는 그 검기의 중앙을 돌파해서 그대로 천하삼십육검을 연환했다.
파지직
” 크윽.”
장로는 겨우 사혈을 피했는지 세 군데에 조그만 상처가 났다. 하지만 이걸로 확연히 내가 종남파 장로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미미한 우위이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체력이 앞서는 내가 승리할 것이다. 장로 또한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검을 거두었다.
장로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 대단하구나! … 정말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 ……?”
” 모두 보아라!”
갑자기 장로가 주변에 마구 몰려든 제자들에게 사자후를 터뜨렸다. 근 백여명에 이르는 제자들이 모두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이 하루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영문을 모르고 그저 멀뚱하게 서 있었다. 장로가 외쳤다.
” 이번에 천무학관에 가는 것은 유천영이다! 알겠느냐?’
” 예!”
내가 놀라서 바라보자 장로가 내게 말했다.
” 사실은 실력이 어쨌든간에 이번에 천무학관에 지원케 할 것은 연배대로, 그리고 종남파에 대한 기부대로였다. 너는 원래대로라면 탈락할 것이었지만 오늘 제대로 싸워보고 알 수 있었다.”
장로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 앞으로도, 열심히 해 다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나를 천무학관에 보내는 것은 그들로써도 많은 출혈을 감수한 일이었다. 종남파에 최대기부를 하던 상인이 지원을 끊어버린데다가 내게 자리를 빼앗긴 제자들이 항의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비무를 모두가 보게 되자 그 망설임이 없어진 모양이다.
나는 그로부터 6개월, 내게 있어서는 5년이 지난 후에 천무학관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