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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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학관에 들어가다
천무학관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감상은, 굉장히 짜증이 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신입생 괴롭히기니 뭐니 해서, 어떤 일당에 의해서 사단이 난 후에는 사감이란 놈이 숨도 못쉬게 했다. 호아장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느니 뭐니 하는 것이었다.
내가 들어간 곳은 남자 전용의 기숙사인 검혼관이었다. 나는 4강전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비교적 방이 좋은 곳으로 배정되었다. 같이 묵게 되는 동료들과 인사를 했다.
” 나는 성무조라고 하네.”
이 녀석은 마찬가지로 4강전까지 올라온 실력자. 제법 하는 것 같지만 아직 안붙어봐서 모르겠다. 나는 성무조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가 천무학관 내에 있는 수련장으로 향했다.
아직까지 정식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을 들을 때까지는 나흘 남짓이 남아 있었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내게 있어서는 한 달이 훨씬 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수련을 하면 뭔가 얻는 게 있을 것이다.
천하삼십육검과 유운검법, 장괘장권구식.
태을신공, 낙하구구검, 현천건강기.
지금까지 내가 익힌 무공들이었다. 이미 태을신공의 화후는 극성에 가깝게 수련한 상태였다. 세월이 지날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정종내공의 특성상, 기본내공에 불과했지만 이미 절정고수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검법을 펼치는데 내력이 딸릴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나는 문득 장로가 전해주었던 내공비결을 떠올렸다.
[ 우리 종남파에 존재하는 육합귀진신공 중에서 천단신공(天檀神功)과 칠음진기(七陰眞氣)를 전수해주도록 하겠다. 이건 장로회의 결정이다.]사실 내공을 따로 더 익혀봐야 뭐하겠냐 하고 천단신공과 칠음진기를 등한시한 게 사실이었다. 수련법만 알고있을 뿐 제대로 수련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익힌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두 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나흘, 내게 있어서는 한 달남짓동안 나는 천단신공과 칠음진기의 기초를 쌓았다. 그리고 검술에 대한 명상을 반복했다. 그 결과 조금 더 실력이 성장한 것 같았다. 성무조라는 녀석은 내가 말도 하지 않고 수련만 반복하자 농짓거리를 했다.
” 칠절신검한테 진게 그리도 분한가?”
” 분하다.”
” 솔직하구만, 그래.”
성무조는 툴툴거리며 돌아가고는 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서도 언뜻 긴장하는 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윽고 수강신청이 시작되었다. 그 때 천무학관에는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 여자들 기숙사에, 침입자가 생겼다고?”
나는 성무조에게 괴상한 소문을 듣고는 황당해져서 되물었다. 성무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어떤 놈이 침입했는데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졌다는거야.”
” 신기한 일이구만.”
신경쓸 일은 아니었다. 나는 우선 수강신청에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신청한 과목은 검법, 검법, 검법, 검법, 검법, 검법, 검법이었다. 내 시간표를 본 성무조는 할 말을 잃고 있다가 한참 후에 말했다.
” 이 검에 미친 놈.”
” 맘대로 말하시지.”
나는 도리어 쏘아붙였다. 검의 오의를 얻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외부의 힘을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지 못하면 그게 추한 거다.
나는 그 이후 3개월, 그러니까 2년 반동안 내공과 검법을 미친듯이 단련했다. 이제는 아예 수련장에서 잠을 자는 일도 곧잘 있었다. 그러다가 사감에게 걸려서 혼나기도 했지만 익숙한 일이었다. 모용휘에게 져서 분했던 마음이 폭발해서인지 검법의 수준도 자꾸 높아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유운검법이 제멋대로 형태를 지니고서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하삼십육검도 형태가 어그러져서, 나는 그것들 모두를 조금도 시전할 수 없었다. 그 멍한 상태를 한동안 주시하고 있다가, 수련장의 철벽을 바라보자 그만 놀라고 말았다.
수련장의 철벽은 현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검기에도 쉽사리 손상을 입지 않는 것인데, 내 검이 스치고 지나간 순간에 쩍쩍 갈라진 것이다. 나는 내가 또 다른 경지에 이르렀다고 여겼지만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모용휘가 삼성무제 우승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 ……”
나는 그저 침묵했다. 굳이 삼성무제에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떻게 해서든지 모용휘와 다시 싸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다음날, 나는 육검룡 선배인 단대풍에게 승급시험 비무를 신청했다. 단대풍은 백호단 소속으로써 지닌 바 명성이 혁혁했다. 단대풍은 내 신청을 받자마자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 그 건방진 놈을 혼내주기에 앞서서, 네놈으로 불쾌감을 해소해야겠구나.”
백호단이라고 함은 사신단의 하나로써, 최근에는 주작단에게 2위 자리를 빼앗긴 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와의 대결에 임하는 단대풍은 심사가 꼬일대로 꼬여있는 것 같았다. 심사가 꼬인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 선배.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 있으십니까?”
” 큭. 구정회에도 들어오지 않은 건방진 놈이 알 필요 없다!”
” ……”
나는 확실히 구정회에 들어가지 않았다. 구정회는 구파일방 출신이 모여서 결성한 것으로써, 학관 내에서 군웅팔가회와 대립하고 있는 단체였다. 다만 그런 곳에 들어가면 내가 수련할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
다만 주변 사람들은 선룡검 정도의 기재가 구정회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오만하다고 여겼다. 모용휘는 감히 건드리기에는 너무 큰 거목이라서 어쩔 수 없다지만, 내 행동은 철부지의 것으로 여겨진 모양이었다.
나는 슬슬 살기가 치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이런데서까지 괜스레 비교당하는 거 같아서 짜증이 났다. 나는 검을 들고 말했다.
” 그래, 점창파 출신의 기재라 이 말이지.”
내 반말에 어이가 없는지 단대풍이 나를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수준평가를 위해서 바라보고 있던 노사들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뚜껑이 열려버려서 이제 이후에 따를 벌칙같은 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나는 새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으르렁거렸다.
” 선배… 죽여드리지.”
나는 곧장 검을 들고 전방으로 튕겨나갔다. 수련중에 깨달은 금리도천파의 경공이었다. 깔끔하고 빠른 한 수에 단대풍은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 막아내었다. 보통이라면 이 일격으로 끝장날 테지만, 역시 육검룡의 이름값은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우우우우우웅 –
내 검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내 검과 몸이 하나가 되다 못해서, 혼 마저도 검에 녹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나는 반쯤 넋이 나간 듯한 상태에서 유운검법을 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