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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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학관에 들어가다
머릿속에서 유운검법의 또 다른 요결이 웅웅거리며 울렸다.
정지(靜止)된 시간.
정지된 흐름.
정지된 구름……
그 흐름은 물과 같고, 형태는 안개와 같으며, 기세는 바람과 같다.
구름, 계속 변하다.
그 기상은 봉우리 같고, 그 빠름은 뇌전과 같으며, 그 도도함은 바다와 같다.
구름, 변하지 않는다.
내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는다……]
순간 유운검법의 최초 창시자인 종남파 시조, 검귀 곽일산이 남긴 유운검록이 떠올랐다. 수십년동안 일심으로 파헤쳤던 검법에 우연이나 기적따위는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끊임없이 노력했고, 마침내 이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십팔초를 관통했을 때, 이 검은 중원을 평정한다.
검정중원(劍定中元)의 전설이었다.
지켜보던 노사들이 부르짖었다.
” 저, 저것은!!”
” 설마!!”
내 검은 말 그대로 구름이 되어서 흐르기 시작했다. 단대풍은 내 검을 어떻게든 점창파의 검학으로 막아내려고 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는 일이다.
단대풍은 내 가벼운 듯한 일검에 엄밀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운한풍뢰 초식이 너무도 쉽게 뚫리자 벼락 같은 노호성을 내지르며 사일검법의 다른 절초들을 거푸 펼쳐냈다.
“이야압!”
우르르릉!
사방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정도로 굉량한 음향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십여 초가 번개같이 지나갔다.
비무대는 이미 처음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수십 명을 수용할 정도로 넓지 않았다면 진작에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단대풍은 처음에는 팽팽하게 맞서는 듯 했으나, 내 검이 움직일수록 조금씩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내가 전력을 기울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 자신은 벌써 전신이 땀투성이가 되어서 조금씩 숨결이 가빠지고 있자,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감돌았다.
막 삼십 초가 지났을 때, 나는 끝장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스스스스스스스 –
스산한 검명이 감돌았다. 그리고 천지사방이 검기로 가득 메워지면서, 단대풍은 온 몸에 칼바람을 맞았다. 그나마 인정을 베풀어주기로 했기에 망정이지 제대로 손을 썼다면 이미 형체를 알 수 없는 고깃조각이 될 것이다.
츠카아아악!
” 끄아아아아아악!!”
단대풍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무너졌다. 나는 전력을 다하면 일 초만에 단대풍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마치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보았지만 단대풍은 감히 나와 눈을 마주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대신 덜덜 떨면서 내게 물었다.
” 그… 그 무시무시한 검법은 대체 뭐냐?!”
” 유운검법이오.”
” 말도 안돼… 유운검법 따위로 어떻게…”
단대풍은 실성한 듯 중얼거렸지만 나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싶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9번의 대결에서는 단대풍을 상대로 이번에 얻은 깨달음을 계속해서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쿠웅
마침내 마지막 열 번째의 대결에서 단대풍은 구름처럼 솟아가는 유운검법의 검기를 단 일초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육검룡의 실력이 강호의 절정고수라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었다. 주변에서 관람하고 있던 노사들은 의외의 결과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하긴 내 현재 나이는 겨우 17살, 학관 내에서도 최고로 어린 편이다. 게다가 일학년 애송이가 육검룡을 꺾은 게 신기하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번 일전으로 삼성무제에 도전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무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이 검법은 미완성이었다. 좀 더 강한 선배와 싸우고, 또 싸워서 더욱 강해져야 했다. 그래야 그 괴물같은 모용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