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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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유혈 속에서 정신이 들었다가 잃었다가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마침 인적이 없는 외진 곳이라서, [오늘]이 끝날 때까지 나는 발견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었다. 천율십령과 율령자 하나가 사라졌지만, 율령자들은 담당구역에서 한 번 은신하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방조하는 식인 것 같았다.
새벽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다음 날로 이동했을 때가 되어서야 제대로 된 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모공과 전신의 기를 유동시켜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휴식만 취했다.
” 후.”
그 한숨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전신의 출혈은 한참 전에 멎어 있다. 치사량에 가까운 피를 흘렸는데도 죽지 않는 것은, 천단신공에 존재하는 불가사의한 힘 덕분이었다. 그 힘은 심장이 없을때도 몸의 혈관을 응축시켜서 살아남을 일말의 방법을 만들어 내었다.
내공이 문제였다.
태월하가 불어넣어준 무지막지한 내공이 전신을 띠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 띠가 내 몸의 생명력이 깨져흐르는 것을 막아주고 활력을 보전해 준다. 아마도 거의 동일한 성질의 내공이 함께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 띠가 무한정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숨줄을 이어가는 기력이 쇠할 때마다 계속 띠의 힘을 빌어서 살아가고 있는데, 나중에는 정말로 꼼짝하지 못하고 죽어버릴 수 있다.
부숴진 몸의 심장부위에는 원래 크기의 1/3만한 덩어리가 만들어져서 임시로 심장을 대신하고 있는 상태. 기묘한 불사의 힘이 혈관을 만들어내며 소실된 몸덩어리를 치유했다. 덕분에 가슴부분이 텅 비어있는 흉한 꼴은 면했지만 역시 뼈가 박살난 것까지는 어쩌지 못한다.
과연 육합귀진신공이라고 할 만 하지만, 그 때문에 천단신공의 힘은 절반 이하로 줄어버렸다. 이걸 회복하려면 최소한 15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 ……”
밝아오는 일출을 직시하며 침묵한다.
이미 살아나갈 방법은 정해 두었다. 단지 도박성이 짙어서 몸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을 뿐이다. 여러가지 잡생각이 교차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거기에 대해 생각해 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점을 치든 굿을 해서 어떤 결과를 얻든간에 부질없는 것이다.
그런 잡생각을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힘을 집중해서 성공율을 높이는 것이 이치에 맞다.
전신의 힘을 풀고 내 몸을 둘러싼 황금색의 띠를 내 몸으로 받아들인다. 지금까지는 천천히 받아들이며 몸의 저항력을 높였다. 띠가 지니고 있는 기력이 너무도 방대했기 때문이다.
우우우
기경혈맥이 활짝 열리면서 광대한 힘이 흘러들어온다. 나는 그 흐름을 관조하면서 정확한 곳으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이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그 순간 내가 살아날 방법은 없어진다.
힘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육합귀진신공에 존재하는 친화력이 높아서, 그가 익힌 공력은 무난하게 내게 흡수될 것이다. 문제는 내공의 충돌에서 일어나는 불순물이 내 약한 몸에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격체전공이란 건 얼핏 대단한 공력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이한 성질의 내공때문에 불순물이 체내에 축적된다. 당장 몇십 년동안은 티가 나지 않아도 결국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말년에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조금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
내 단전의 기저에 깔려있는 기공의 힘을 되살리며 되도록 반발을 줄여나간다.
원래 같은 내공심법으로 오랫동안 익힌 같은 내공이다. 반발은 적겠지만, 이 정도 내공이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받아들이는 도중에 계속 혈관이 팽창하고 머리쪽의 출혈이 더 심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뇌관이 팽창하며 뇌를 짓누르는 압력. 뇌 자체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지만 생명 그 자체가 위협받는 느낌이 목젖에 침을 넘기게 했다. 사라진 눈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충혈되어서 눈뜨고 볼 수 없었겠지.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대신 전신을 끓는 기름으로 지지는 듯한 고통을 무시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 종남산의 봄이여 오라終南之春來…”
총 6행으로 이루어진 노래. 어디의 누가 지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종남파의 문인이라면 누구든지 알고 있는 노래. 수련이 힘들고 고될 때마다 불렀다. 불러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서 한층 더 즐겁게 불렀다.
밤새도록 검을 휘두르고 동기들과 함께 쓰러지듯 잠들 때마다 한 녀석씩 노래를 부르는 녀석이 있었다. 그 때마다 우리 모두는 슬며시 웃으면서 다가올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 때의 생각이 들자 문득 괴로워졌다.
나는 어째서 여기에 있을까?
나는 어째서 여기서 고통받는가?
여기에 없었다면 행복했지 않았을까.
… 아니, 생각해봐도 별 수 없다. 이 모든 건 내 선택이니까 후회없이 걸어나갈 뿐이다.
그 각오를 새롭게 하면서 꺼져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 하나씩 하나씩 짙은 향기 피어나네一輝香成魅…
그것은 하늘을 넘어서 이윽고 마중나오네從天卽訪來…”
향기란 것은 무엇일까. 종남산에는 딱히 이름있는 꽃이 없다. 화산파라면 당장에 매화를 떠올리겠지만 종남파를 대표하는 꽃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늘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 순간 내 몸상태를 관조하다가 벼락같은 깨달음이 내려꽂혔다.
” ……!!”
설마 ‘향기’란 것은…!!
내공이 부딪히며 짜부라지는 충격이 전신을 때릴 때마다 마치 들깨꽃같은 냄새가 코끝에 감돌았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결코 느끼지 못할 감각이다. 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노래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보았다.
하나씩 하나씩 피어나는 향기.
그것은 – 육합귀진신공이 연쇄적으로 충돌하며 코끝의 향기가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육각을 이루고 있던 내단의 균형이 깨지면서 나는 증세라고 보기엔 이상했다.
하늘을 넘어서 이윽고 마중나온다.
그 말의 뜻은 곧 알 수 있었다. 태진강기와 태을신공이 충돌하면서 전신에 한 차례 황홀경이 닥쳐왔다. 한 순간이지만 전신이 단전으로 이루어진 것만 같은 포만감이 느껴졌다. 이 문턱을 넘어서자 한층 내공의 활류가 심해졌다.
” 아무리 세월이 흘러가도 언제나 기다리고 있네如何世流流 如何待春來…
아직 오지 않은 봄이여 방황이 끝나는 날稚春米荒終…”
알고 있어…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은 완성의 경지가 어렴풋이 보이는, 지금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겠지. 나는 황홀경을 넘자마자 닥쳐온 직감에 그만 전율하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의 편린이 보인 것 같았다.
육합귀진신공은 두 가지 방법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
여섯 개의 공력을 실에 꿴 목걸이처럼 긴밀하게 연결하는 [합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뒤섞고 합쳐버린 후에 다시 시작하는 – [혼원]
합일이 훨씬 시간이 많이 들지만 결과는 엄청나다. 합일시킨 순간 천지아래 어떤 무공도 나를 상하게 하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가히 하늘아래 존재하는 무(武)의 정상에 한순간에 도달할 힘이다.
혼원은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합일과는 다르게 여섯개의 힘을 모두 뒤섞은 후에 재분배한다. 내 힘은 급속히 쪼그라들겠지만, 혼원을 겪은 후 재차 합일에 이른다면 도리어 시간이 단축되어 버린다.
노래의 ‘봄’이란 바로 혼원을 겪고 난 후 합일을 만들게 되는 때를 일컫는 것이다!
” … 이럴수가…”
마지막 절구는 단순한 후렴이 아니다.
마지막에 찾아오는 하늘이란 것은, 바로 내가 추구하던 무의 극한 – 천년검로(千年劍路) 그 자체인 것이다. 노래의 의미를 깨닫고 나자 전신에 전율이 흘러서 제대로 앉아있기도 힘들어졌다.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었다.
모든 게 언젠가 궁극에 가까워질 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힌트이다.
마치 눈앞에 보고 만든 듯한 치밀한 안배를 보자 경탄이 절로 나왔다.
쿠르르릉
전신의 활류가 점차 거세게 살아났다. 그와 동시에 태월하와 나의 내공이 서로 합일하면서 마지막 충격을 주었다. 충격때문에 머리 뒤쪽이 잠시 터져나갔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 했다.
이윽고 내 단전을 이루던 여섯 개의 각이 붕괴하면서 명치로 집결했다. 그 힘이 뒤섞이고 섞이면서 하나가 되어서 회색빛으로 변했다. 나는 섣불리 그 기운을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두었다.
잠시 후 내 손가락 끝의 경맥까지 빛의 속도로 뻗어나가는 회색의 구!
정수리를 그 기운이 치는 순간 내 영혼이 몸에서 잠시 떠나는 것 같았다. 곧 정신을 차리자, 모든 출혈이 멎은 채 전신이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나는 피 한 방울, 살점 하나까지 광대한 기운과 함께 되살아나는 감각을 느꼈다.
이것으로 혼원.
아마 이 과정이 끝날 때는 내 몸은 왼쪽 눈과 가슴팍의 뼈를 제외하고는 모두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그만큼 광대한 힘이 생명력을 대체하며 몸을 재생시키고 있다. 대신에 내 내공은 원래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내가 다시 눈을 뜰 때… 그 때는 깨어나자마자 할 일이 있다.
복수.
그 한 마디를 가슴에 새기며, 나는 다시 활류에 몰입했다.
이게 모두 끝나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한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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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3권 나왔쪄요 잇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