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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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학관에 들어가다
천무학관에 또다른 사건이 터졌다. 그 사건인즉, 겨우 일학년짜리 애송이들이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검룡들을 꺾으면서 삼성무제 출전권을 얻었다는 것이다. 모용휘의 경우나, 비류연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녀석의 경우는 그다지 놀랄 게 없었지만 문제는 선룡검 유천영이었다.
유천영은 정확히 일초로 육검룡 단대풍을 쓰러뜨렸다. 단대풍을 일 초만에 쓰러뜨릴만한 실력자는 천무학관을 통틀어서 채 다섯명도 되지 않았다. 비록 입이 험하고 소인배같은 기질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점창파의 후기지수중에서도 매우 주목받는 존재인 것이다.
그것도 유천영의 검에서는 지켜보던 노사들, 관람하는 관도들조차도 멍해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검기가 몰아쳤다고 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자들은 하나같이 마치 검의 구름이 이는 것 같다고 했다. 단대풍은 그 기세를 전혀 맞받지 못하고 온 몸에 상처를 입고 패배했다.
종남파 문도들은 그 소식에 더욱 더 놀랐다. 왜냐하면 그들이 알기로 유천영이 보인 것과 같은 현상은 전설로 남아 있었다. 칠백여년 전 종남파를 처음으로 창건한 검귀 곽일산이 남긴 유운검법의 전설이었다.
유운검법 십팔초를 관통하는 자는 중원을 평정할 것이다(劍定中元).
만약에 모두가 본 게 헛것이나 환영이 아니라면, 이미 유천영의 실력은 천무학관 최상위에 존재하는 게 틀림없었다. 관도들 중에서 수군수군 말이 오갔다.
” 그러고보니, 모용휘와 싸워서 제일 오래 버텼었지.”
” 엄청나게 분해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탓에 경지가 상승한건가?”
놀라운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유천영은 그날부터 구정회와 군웅팔가회를 가리지 않고 강하다고 알려진 선배들에게 모조리 비무를 신청하고 다닌 것이다.
” ……”
나는 침묵했다. 오늘로써 비무행을 시작한지 열흘째. 실제로는 석 달이 지난 시점이다. 그 동안 나는 하루에 세 번씩, 쉬지도 않고 정확히 하루에 30번의 비무를 치렀다. 그런 식으로 300전을 치르고 나자 이미 나는 칠검룡이 되어 있었고, 쓰러뜨린 사람들도 점차 강해졌다.
오늘 상대하는 것은 현무단주(玄武團主)인 사마백이었다. 그는 사신단 중에서 꼴찌인 현무단을 맡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실력이 떨어지느냐면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도리어 실력만으로는 단주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였다.
사마백이 비무장에 나타났다. 어느새 내가 다니는 비무장에는 관도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강하다는 자들만 골라서 비무를 신청하고 다니니 신기하기도 할 것이다.
사마백은 처음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 처음에는 다들 요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말은 잔잔했다. 감숙철기문의 후예로써 한때 감숙성을 이백년간 지배했던 명문세가의 소가주였다.그가 익힌 무공은 결코 함부로 다룰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마백은 나직이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이렇게, 육검룡 넷과 칠검룡 다섯을 꺾고 나한테까지 비무첩지가 오니…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구나.”
사마백이 단호하게 말했다.
” 너를 상대할만한 자는 이 학관 내에 다섯밖에 없다. 군웅팔가회주와 구정회주, 모용휘, 청흔, 마지막으로 나예린 정도겠지!”
” 스스로 상대가 안된다고 생각하면 왜 나온 겁니까?”
나는 담담하게 물었다. 상대에게 모욕일 수도 있었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 사마백이 그런 것에 연연할 정도로 옹졸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떄문이다. 사마백은 잠시 흠칫하더니 대답했다.
” 나 자신의 무위를 닦는다고 현무단주의 직위를 소홀히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직도 학관 내에서 최강자의 반열에 있는 자들에 비해서 어떻다고는 말할 수가 없다. 나는 너라는 강자와 싸움으로써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
” 그렇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현무단주라는 체면을 살려줄까 생각했지만 상대는 진심이었다. 이런 마음에 호응해주기 위해서는 전심전력으로 상대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는 감숙철기문의 후예, 원래라면 엄청난 기재로 불릴만한 자였다.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사마백의 손에서 가공할만한 불길이 토해졌다.
‘ 장강(掌畺)인가.’
그것은 분명히 열양지기를 포함한 장력이 응축되어서, 급기야는 유형화된 강기였다. 강기를 쓸 정도의 고수라면 이미 보통 관도와는 차원을 달리했다. 사마백은 자기자신의 수련에 바빠서 학관에 묻혀있던 숨은 고수였다.
장강이라면 나도 소홀하게 상대할 수가 없었다. 금새 유운검법의 절초를 운용해서 검경을 퍼뜨렸다. 마치 하늘의 구름처럼 촘촘하게 얽힌 기세가 상대의 공세를 옭아매었다. 그 때 사마백이 달려들었다.
카앙!
감숙철기문의 비전무공인 홍무혈염(紅舞血炎)은 한때 사파의 것으로 분류될 정도로 가공할 열염을 지니고 있었다. 사마백의 장심에 붉은 강기가 어리더니, 마치 레이저포처럼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보통이라면 어찌되는지도 모르고 홍염에 타죽을만큼 거센 기세였다.
나는 천단신공의 힘을 한 곳에 모았다. 종남파의 절세신공인 천단신공은 어떠한 화염도 견뎌내는 힘이 있었다. 검에 기세를 모으자마자 곧장 천하삼십육검을 펼쳐내었다.
사마백이 눈을 부릅떴다.
그때 눈부신 검광이 폭죽처럼 피어오르며 그의 눈을 어지럽혔다.
마치 느닷없는 검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펼치는 나 스스로만이 알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변초. 지금까지 이 일초를 감당해낸 자는 없었다.
사마백이 이를 악물면서 고함을 내질렀다.
” 이야아아아압….!!”
홍무혈염의 호신강기는 만 근의 충격도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구름같은 검영이 닿자마자 거센 기세로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마백은 그 끔찍한 난자의 고통을 버티면서 내게 강기를 날렸다.
하지만 무의미하다.
강기는 검세에 갇혀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절망하는 사마백에게 다가오는 것은 폭풍과 같은 검영, 그리고 잠시 후에 난자될 자신의 모습 뿐이었다.
파바바바바밧 –
사마백은 단대풍이나 다른 비무상대와는 달리 계속해서 버티고 서 있었다. 잘 닦아온 내공 덕분에 그 공격을 당하고도 명줄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다. 사마백은 피를 쿨럭 토해내고는 힘겹게 말했다.
” 졌다…”
이걸로, 10번째 승리였다. 처음에는 사마백에게 상당히 고전했지만 그 사이에 또다시 실력이 늘어서 손쉽게 승리할 수가 있었다. 나는 이제 이틀도 남지 않은 삼성무제를 기대하기로 했다.
다시 모용휘와 만나면,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