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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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일
쉬리리링
하은천의 전신을 둘러싸고 구절편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명동(鳴動)했다. 저 정도 경지에 오른 편법의 고수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빙기(氷氣)를 제어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하은천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 은하구절편.”
열하난사편법(烈河亂絲鞭法)!
하은천의 말이 끝나는 순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열된 구절편의 강기가 천지사방에 탄막처럼 쏟아졌다. 빛으로 이루어진 절편 하나하나가 죽음을 선고하는 도장과 같았다. 천무삼성은 그 첫 일격을 다들 여유롭게 흘려넘겼다.
광혼부(光魂符)
” 흠!”
하은천의 왼손부터 부적처럼 생긴 것이 튀어나오더니 달려들던 검성의 면전으로 쇄도했다. 술법이라기 보다는 암기류의 무공으로 보였다. 검성의 눈에 이채가 흐르더니 그대로 은하류(銀河流)의 초절정검기가 그 공격에 맞섰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로의 실력을 견주어 본 모양이다.
이윽고 검후의 팔목에서 한 자루의 검이 미끌어지더니, 곧 공간을 가르며 살의를 내뻗었다. 검후 또한 이 대결에서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해상비조천참절(海上飛鳥千斬切)
바다 위를 나는 천 마리의 새를 벤다는 뜻을 지닌 검술. 일천 개의 검기가 인간을 둘러싸면 잠시 후에 참극밖에 남지 않는다. 바다에서 평생동안 검을 수양해 온 검후만의 절기였다.
팔왕 하은천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한층 강하게 열하난사편법을 전개했다. 지금까지보다 속도가 다섯 배 이상 빨라지면서 극심한 한기(寒氣)가 일어났다. 이제는 공기가 얼면서 눈서리가 선명하게 맺히고 있었다.
이윽고 일천 개의 검기가 전방위로 날아올 때, 마침내 절편이 울부짖으면서 그의 전신에 빙강(氷剛)으로 이루어진 방벽을 만들어 내었다. 아무리 신병이라지만 인위적인 방벽을 만들어내는 일은 다시 없는 기사(奇事)였다. 방벽에 부딪힌 검기는 부술 힘이 없는지 까강거리는 소리만 몇 번 냈다.
휘리릭 휘릭
이제 은하구절편은 완연히 살아있는 빙사(氷巳)처럼 변해서 수상을 누비고 있었다. 본인 또한 수상비의 수법으로 한발가락만으로 떠 있었다. 다시 한 번 자세를 추스리는 하은천에게 도성이 일격을 가해 왔다.
도성 하후식. 표류무상도(漂流無常刀) 하나만으로 천겁대전 당시에 수십이나 되는 거마를 베어넘기고 강호에 우뚝 선 거인! 그가 백여 년의 수양을 통해서 얻은 힘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웅 웅 웅
도성의 도가 움직일 때마다 항거할 수 없는 흐름이 허공 중에 생겨나고 있었다. 그 흐름은 장마철의 거친 강 물살보다도 거대하고 면면부절 유장했다. 때로는 파도치고, 때로는너울지며,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대자연의 거대한 힘을 눈 앞에 둔 것 같았다.
표류무상기 오의
나선용권풍(羅線龍圈風).
소용돌이치는 나선이 하은천의 전신을 감싼 빙벽을 부술 듯이 몰아쳐 왔다. 금포염왕의 것이 단순한 파괴의 힘을 담고 있다면, 저것은 상대의 중심을 흐트리는데 보다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잠시 침묵한 채 표류무상도를 바라보던 하은천이 별안간 자신의 장갑을 꺼내서 쑥하고 발 밑의 물을 때렸다.
쩌저정
” ……!!”
허공에서 달려들던 천무삼성 셋이 동시에 흠칫했다. 그저 장갑으로 한 번 강물을 때린 것 뿐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계곡물이 모조리 얼어버린 것이다. 심지어는 20장 밖의 지류마저도 물방울까지 얼어붙어버렸다.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한기였다.
그러나 공격을 멈출 수는 없는 일. 천무삼성은 거의 동시에 절학을 쏟아내었다. 검성의 검극에서 빛살이 쏟아져나오고, 한층 강력해진 검후의 선형검기가 지상을 쓸어넘겼다. 그 가공할 위용 앞에서 살아날 인간은 없어 보였다.
잠시 폭음과 함께 얼어버린 빙벽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 순간에 모두의 이목이 폭격지점으로 쏠렸다. 과연 저런 말도 안되는 공격을 인간이 막아낼 수 있는가. 움직임으로 보아서 직전에 회피한 것 같지는 않았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 장소에, 시체는 커녕 핏자국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에 괴이한 소리와 함께 파여들어간 얼음 아래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천무삼성이 지면에 착지하기 직전에 ‘그것’은 용틀임을 하며 그 형체를 드러내었다. 마치 얼음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빙룡(氷龍)!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아 오른 얼음의 벽이 조각나면서 선명한 폭풍이 되었다. 구절편을 뼈로 하여 신기(神氣)로 살을 붙인 그 모습은 차라리 용과 같았다. 장내에 있던 모두는 결투중이란 걸 잊을 정도로 그 위용에 감탄했다.
” 오오!”
이 정도면 차라리 예(藝)의 경지에 가까운 것이다.
쿠구구궁
내공이 폭발하듯이 전신사방의 얼어버린 강물이 중력을 거스르고 비산했다. 빙하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하은천의 가공할 빙공을 견디지 못한 자연이 비명을 질렀다. 은하와 같은 빛무리를 몸 근처에 싸안고 떠오른 하은천은, 다시금 소름끼치는 기세로 가볍게 구절편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반쯤 빙하의 상공에 떠올라 있어서 은은한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었다.
이 상황을 보다못한 천무삼성이 서로에게 눈짓을 했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개인의 절학을 쏟아부을 생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호흡을 맞춰서 차분하게 하은천을 쓰러뜨릴 생각인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공세가 몰아칠 전조였다.
” 간다!”
하은천의 얼음폭풍에 처음으로 도전한 것은 검성이었다.
그는 눈을 반개하고 팔을 뻗어 검극에 올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이윽고 그가 집중한 의념이 무형의 칼날이 되어서 검 위에 맺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모용휘의 절초가 떠올랐지만, 검성이 하려는 것은 그것과는 차원이 달라 보였다.
은하개벽원류(銀河開劈元流)
시공단(時空斷)
검성은 은하개벽류를 새로이 창안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전까지 사용하던 검기는 세상에 잘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은하개벽류가 더욱 강력해서라기 보다는 – 원류의 검기는 너무나 사납고 흉폭해서 검도를 다스리는 데 적합치 않다는 이유였다.
은하개벽원류야말로 모용가를 지탱해 온 진짜 저력. 파괴력 하나만이라면 지상의 어떤 무공에도 뒤지지 않는 괴력이다.
스컹
예고도 없이 열하난사편법의 얼음폭풍의 전면에 쇄도해 온 금빛 광검(光劍)은 뒤틀리면서 난폭하게 상대의 영역을 부수기 시작했다. 단순한 참격일 뿐이지만 실려있는 힘은 금강불괴지신도 막을 수 없다. 마침내 하은천은 시공단을 정면으로 막아내는 게 어리석은 짓이란 것을 알아챘는지 몸을 조금 뒤로 물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검후와 도성이 동시에 자신들의 비기를 펼쳐내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맛보기였다면 이게 진짜 필살기였다.
해상비조천참절(海上飛鳥千斬切) 개(開)
대해이등분참(大海二等分斬)
바다를 둘로 가르는 검과
표류무상도법(漂流無常刀法) 극의(極意)
천람(天藍)
하늘을 쪼개는 쪽빛이 인간세상에 펼쳐졌다.
어느 하나도 인간으로 펼쳐낼 수 있는 최후의 경지라고 표현할 만 했다. 관전하던 나는 가공할 기파 때문에 눈이 에리는 것 같았다. 보통 사람들이 보았다면 관전중에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기세였다.
무형의 충격파가 잠시동안 장내를 사정없이 때렸다. 귀가 멍멍해서 인간의 청력으로 닿을 수 없는 고주파가 살갗을 자극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깨져버린 얼음조각이 마치 암기다발처럼 터져나왔다. 세상에 다시 없을 아수라장이었다.
쿠콰콰쾅
후폭풍은 뒤늦게 몰아쳤다. 십만 근의 화약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빛의 중심에서 몰아쳤다. 내가 지상에 있는 것인지 천국에 있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나는 단전의 힘을 돋우며 그 압력을 견디며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천무삼성이 합공을 했을 때의 위력인 것이다.
전대의 천겁혈신이 와도 과연 저들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다.
검푸른 빙연(氷燃)이 매캐하게 사위를 감쌌다. 가공할 기의 충돌 때문에 이제 이 근처의 지형은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게 되었다. 지맥이 붕괴하고 토사가 몰아칠 정도가 되었으니 화산봉의 모습이 달라질 지경이다.
그 때 침묵을 뚫고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지금까지 백 이십초. 조금 남았군.”
연기를 뚫고 허공에 나타난 것은 – 어슴프레하게 빛나는 백마를 타고 있는 하은천의 모습이었다. 투명한 백마의 심장에는 부적이 있어서, 저게 바로 [술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는 열 개나 되는 부적이 서로 붉은 선으로 연결되어서 지켜주고 있었다.
” 으음!”
” 대단하군.”
천무삼성은 침음성을 흘렸다. 전장에서 적을 칭찬해선 안되는 법이지만, 그들은 워낙 강함에 솔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내 옆에서 보고 있던 금포염왕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나와 하은천의 실력은 종이 반 장 차이지. 그러나 저 술법 때문에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 신수(神獸)가 있는 한, 하은천은 죽을 고비를 적어도 세 번은 넘길 수가 있다.”
쿠구구구…
긴장이 사위를 감쌌다. 신마를 타고 높은 언덕 위에 내려앉은 하은천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요한 눈을 하고 있었다. 살기조차 느껴지지 않아서 도리어 섬뜩했다. 천무삼성은 이제 그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고민인 기색이었다.
잠시 후 하은천이 입을 열었다.
” 할 수 없군. 금포염왕 선배처럼 나도 목숨 정도는 걸어 주겠소.”
” 이제야 할 맘이 든 겐가?”
도성이 피식 웃었다. 하은천은 그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의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수도(手刀)처럼 만든 채 그대로 자신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꾸웅
상당히 강한 충격인데도 하은천은 멀쩡해 보였다.
잠시 후 하은천이 자신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으며 읊조렸다.
” 천정개혈대법(天井開穴大法) 팔단계(八段階)로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