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9
0019 / 0343 ———————————————-
천무학관에 들어가다
내가 깨어났을 때는, 의약전의 어둠 속에서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자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그 일전 이후로 기력을 모두 잃어버려서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치 그 싸움이 환상처럼 느껴졌다.
그 때 허주운 노사가 다가왔다.
” 아, 깨어났는가.”
허주운은 신의로 불리면서 학관도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인물이었다. 의술이 신의 경지에 도달했지만 확인할 바는 되지 않는다.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허주운이 말했다. 걱정스러운 말투였다.
” 비무중에 쓰러진 후, 이틀동안이나 죽은듯이 자고 있었네. 신기하게도 당산의 내가공력에 사지의 근육이 파열되고 근골이 부숴졌는데도 모두 회복이 되더군…”
” …..”
나는 침묵했다. 이틀이라면 내게 있어서는 스무 날이다. 20일 동안이나 의식을 잃고 있었던 셈이다. 원래는 그 정도의 중상이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휴식을 취함으로써, 외부에는 저절로 나은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 천단신공 덕분이다.’
천단신공은 상처의 회복과 재생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칠음진기는 내 단전이 부숴지는 것을 막아준 모양이었다. 간신히 죽었다가 살아난 셈이었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허주운이 말했다.
” 안됐지만 자넨 삼성무제에서 중도탈락했네.”
” … 어쩔 수 없죠.”
나는 그저 체념했다. 시합은 하루도 안되어서 즉각즉각 이루어진다. 이틀씩이나 불참하면 당연히 탈락하는 것이다. 허주운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 그런데 자네, 원수라도 졌나? 구정회와 군웅팔가회에서 제법 한다하는 녀석들이 자네를 만나고 싶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제법 곤욕을 치렀네. 물론 전부 사감에게 혼쭐이 났지만 말일세.”
” ……”
아무래도 위지천의 일 때문인 것 같았다. 하긴 그렇게 심한 모욕을 주고 심지어 청성파마저 욕했는데 내가 멀쩡하리라고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새로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허주운에게 몇 가지를 더 물은 후에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 즉 열흘을 보내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완벽하게 회복되어서 더 이상은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 허주운이 놀라운 회복력이라고 했지만 사실 당연한 거다. 시간 따라서 나았을 뿐이다.
현재 삼성무제는 끝나 있었다. 모용휘는 삼절검 청흔과 맞붙어서 동수를 이루고, 도성전에서도 폭풍도 하윤명과 구파일방의 인물이 동수를 이루었다. 심지어 검후전 조차도 나예린과 관설지가 동수를 이루었다. 어부지리로 삼성무제 종합우승을 얻은 것이…
” 비류연.”
왠지 나는 요즈음 그 이름을 자주 듣는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비류연이 종합우승한 게 어부지리에 엄청난 운이라고 해서 [운수대통 격타금]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별호를 붙였다. 하지만 나는 도리어 이해가 가지 않았다.
‘ 학관 놈들은 눈이 썩었나? 운으로 종합우승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비류연 또한 모용휘에 뒤지지 않거나 더욱 강한 고수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고보니 특별전형 시험에서 수석으로 들어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비류연이 어떤 녀석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지만, 지금 먼저 해야할 일은 따로 있었다.
내가 회복을 끝내고서 의약전을 나가자, 고수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최소한 오검룡 이상의 고수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그 기운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밖으로 나가자 아니나 다를까 선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구정회 소속의 간부들이었다. 그들 중에서 냉기를 풀풀 날리면서 왠 녀석이 말했다.
” 선룡마검 유천영. 너는 삼성무제 중에 금기를 깼다. 감히 청성파를 모욕하고도 네놈이 멀쩡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느냐.”
” 선배들은 나를 어쩔 생각입니까?”
” 구정회의 특별건물로 연행할 것이다.”
나는 설핏 비웃었다.
” 구정팔검의 세 분께서 나를 제압하실 생각인가 보군요.”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곤륜비검 주수영과 청성파의 소천군, 그리고 나의 사숙뻘 되는 종남파의 고천성이었다. 그들은 구정팔검으로 불리며 구정회의 중심인물들이었다. 그들 중에서 고천성은 복잡다감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 사질. 자네의 무위가 심오막측한 경지에 이른 것은 알고 있네. 그러나 구파일방은 서로를 존중해 주기에 강호의 거목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일세. 심한 벌을 내리지 않을 테니, 얌전히 같이 가세나.”
” 만일, 제가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나는 슬며시 검을 반 치 정도 뽑았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큰 압박을 받은 듯 한걸음씩 물러났다. 생사의 경계에서 더욱 발전하는 종남파 내공의 특성상 더욱 강해진 것이다. 내공이 약한 소천군 같은 경우에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나는 나직이 말했다.
” 선배들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삼성무제가 끝난지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피를 볼 셈인가?”
그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생각보다 내 무공이 고강하기에 나를 포박하기는 커녕 정면대결조차도 이길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들이 눈짓을 하자, 그들의 뒤에서 구정회의 중심고수 열 명이 걸어나왔다. 하나같이 오검룡 이상이었다.
” 합공은 명예에 어긋나지만, 구정회의 법도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사양하지 않겠네.”
” ……”
오검룡 열 명에 칠검룡 셋이라면 절정고수 열댓명이 모여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하나하나가 거대문파의 장로급이거나 그에 육박하는 고수들인 것이다. 보통이라면 이 어이없을 정도의 고수들에 질려서 순순히 연행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달랐다.
” 나는, 용영검(龍影劍)의 권위로 명령하지 않는 한 결코 따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 … 으음.”
고천성이 침음성을 흘렸다. 용영검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마찬가지로, 종남파의 장문인 뿐이었다. 당연한 말로써 용영검은 절대로 세상에 나오지 않으며 장문인이 비밀리에 보관한다. 소림사의 녹옥불장이나 다름없는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용영검을 들먹이자 그들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확신했다.
‘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면, 결코 더 이상 추궁당할 일은 없다.’
나를 처벌하려는 이유도 지극히 유치한 것인지라, 이들은 아마도 구파일방 본산과는 전혀 상관없이 구정회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말하자면 이들을 힘으로 제압할 수만 있다면 내게 해가 돌아올 일은 없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서 검을 뽑았다.
” 선공을 양보하겠습니다.”
” 건방지군!”
그들은 크게 화를 내었지만 그 기색과는 대조적으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합벽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내 실력이 크게 앞서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절정고수들의 합벽으로 나를 제압하려는 것이다. 나는 합벽진이 이루어지는 도중에 얼마든지 검기를 흘려넣어서 깨뜨릴 수 있었지만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이윽고 절정고수들로 이루어진 연환합벽진이 마치 천둥같은 기세를 발하면서 날아왔다. 나는 그들의 공세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야 검을 뽑았다.
키이이잉!!
단지 일검이었다. 연이은 초고수들과의 격전으로 인해서 내 수준은 이전보다 엄청나게 높아져 버렸다. 유운검법의 절초를 운용하지도 않았지만, 그 쾌검의 빠르기는 절정고수로서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땡그랑!
공격해 오던 자들은 모조리 앞섶이 잘려나가고 검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한 순간에 합벽진을 무너뜨려버린 것이다. 그들은 믿어지지 않는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 열흘동안 심심풀이도 안되겠군.’
” 이, 이런. 말도 안돼는…”
” 음.”
나는 힐끗 구정팔검 세 명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명색이 선배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괜찮은 검기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에 깨달은 검법을 시험하기로 마음먹으며 선배들에게 달려들었다.
열 번째로 구정회 고수들과 격돌했을 때, 나는 대충 구파일방의 절학을 모두 맞상대해 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수한 비무경험속에서 한두 번 본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차분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검초를 파해할 수가 있었다. 종래에는 구정팔검 세 명을 일검에 쓰러뜨릴 수가 있었다.
고천성은 침통하게 말했다.
” 사문에서 나 이상 가는 기재가 출현했다고 했을 때 믿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무제때의 신위를 눈으로 보고, 이렇게 직접 겪게 되니 믿지 않을 수가 없구나.”
” 사숙. 누가 나를 잡아오라고 한 것이오?”
” 백무영이다.”
백무영은 구정회의 군사로 불리는 형산파의 인물이었다. 앞으로 형산파 장문인이 될 것으로 확실하게 생각되는 초기재의 한명이었다. 나는 그저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로 만나게 되었지만, 나는 사문을 등질 생각이 없소. 사숙은 그것을 알아주었으면 하오.”
” …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