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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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 그러니까…”
손쉽게 말하자면 이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판타지나 SF라면 어떻게든 몸만 사리면 살아갈 수가 있다. 하지만 무림의 세계는 다르다.
일반인이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주변에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운이 나쁘면 강시의 재료나 살인귀에 의해서 난자당할 수도 있고, 재산을 노린 악당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내가 섬서 제일 거부의 아들이라고 해서 그 위험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 … 힘이 있어야 된다는 거군, 결론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유천영]의 몸으로 어떻게든 2, 3년만 버틸 수 있다면 이번에도 반드시 현실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OT에서 애인을 만들어서 즐거운 대학 4년을 보낼 생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무림이나 판타지에서 전설의 칭호를 받거나 하는 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말이야 좋지만 어차피 미개한 세계다. 화장실도 불결하고 먹는 음식도 내 식성에 맞지 않으며 심지어 핸드폰이나 PS, PSP등 문명의 이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람이 떠받들어 주면 뭐하나. 편하게 지내야 장땡이지.
나는 그 날부터 착한 아들을 연기하면서 부모님 밑에서 하루하루 자라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부유했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이 관직으로 출세하는 것을 원했다. 나도 그런 것 정도는 손쉽게 맞춰줄 수 있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치명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 … 돌아가지 않아?”
나는 멍해져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어느 때든간에 3년 정도만 지나면 그대로 원래의 현실세계로 돌아갔다. 현재 나이 11세, 나름대로 잘 먹고 잘살고 있는 중에 아무리 기다려보아도 현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건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다. 어쩌면 이 곳에서 평생 있어야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처음으로 이계진입을 했을 때의 그 절망감이 다시 엄습해온다. 이대로라면 가족도, 친구도 전혀 보지 못한다.
나는 며칠 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때 어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 영아, 왜 그러니?”
” 아닙니다, 어머니.”
어머니는 살풋이 웃었다.
” 우리 영이는 정말 어른스러워서 대견해.”
그랬다.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 후로 듣고 있는 말은 어른스럽다는 말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래 20살인데다가 판타지, SF에서 보낸 시간까지 합하면 인생의 경험이 스물 여섯에 가까웠다. 어른답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나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의식하지 않고 말했다.
” 저기, 만약에 제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쩌실 겁니까?”
” ……”
어머니는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싸안았다. 놀라서 바라보니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셨다.
” 영아,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어머니가 나를 감싸안았다. 진짜 나자신의 어머니는 아니었지만 그 품이 따뜻하다고 여겼다. 나를 꼬옥 안으신채로 말하셨다.
” 나와 그이에게는 네가 전부란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에게 있어서 그들은 진짜 인연이 아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비할 수 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지금까지는 그저 단순한 인간으로 생각했지만, 그들 또한 감정을 지닌 인간이었다. 그리고 내 부모님이었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아버지는 원래 군문에 몸을 담고 있었다. 군에서도 오군도독부의 도독동지(부사령관 정도)까지 올라갔으니 대단한 출세였다. 하지만 위천무의 일 때문에 친구들이 죽어나가자 실의에 빠져서 낙향했다.
그 때 아버지를 되돌려 놓은 것은 어머니였다. 물정 모르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온 아가씨였지만 특유의 발랄함이 마음을 끈 것이었다. 한때 자살까지도 고려했었던 아버지는 어머니 덕분에 용기를 얻어서 장사의 길로 마음을 잡았다.
” ……”
나는 마음을 다잡을 수가 있었다.
” 그래, 여기서라도 잘 살면 되지.”
그러자면 힘이 필요했다. 어떤 세계에서라도 힘이란 건 필요하다. 타인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지 못하면 어떠한 지식이나 예절도 소용이 없다. 다행히도 이 곳은 무림이었고 손쉽게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나는 다음 날 아버지께 찾아가서 말했다.
” 아버지.”
” 응?”
아버지가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 무공을 배우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섬서와 서안을 통틀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부였다. 그렇기에 내가 무공을 배우게 하고자 하면 굉장히 손쉬운 일이었지만, 어머니의 희망은 내가 관리가 되는 것이었기에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내 말을 듣더니 천천히 말했다.
” 이 애비도 무공이라면 조금 할 줄 안다. 오군도독부의 도독동지라면 무공 없이는 안되는 자리니까… 게다가 한때는 금의위의 밀사이기도 했으니.”
아버지가 눈을 감고 말했다.
” 내 무공이라면 현재 무림에서도 절정고수로 불릴 것이다. 너는 이 애비의 무공을 배우고 싶으냐?”
” 아니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버지께 상처를 드릴 수는 없었지만 이것은 단순히 그런 감정으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달려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게 물엇다.
” 그럼 어디에 들어가고 싶으냐?”
아버지의 능력이라면 정사파를 가리지 않고 좋은 문파에 넣어줄 수가 있다. 지금은 처가를 위해서 장사치의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황궁의 실세로 복귀할 수 있는 실력자인 것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 종남파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 종남파라.”
아버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게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