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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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魍魎)
명검술(冥劍術) –
고구려 이전, 고조선 때부터 전해져 왔다는 이 검법은 하은천의 사문인 만하령문(萬河靈門)조차 유래를 확실히 몰랐다. 만하령문이 신령의 시대부터 존재했던 고대문파란 걸 감안하면, 명검술은 반도의 시조민족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명검술이 전성기를 맞은 것은 바로 전대(前代) 명검산장주인 철갑검마의 손에 의해서였다. 철갑검마라고 불리던 괴인은 출신지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그가 12식 명검술을 모두 연성하고 출관했을 때 그의 적수는 해동에 존재하지 않았다.
고작 50년 전의 일이지만 그는 무패무적이었고 동영의 명문 검술가의 씨를 말려 버렸다. 심지어는 중원의 무신마(武神魔) 조차도 철갑검마가 살아있는 이상 절대 해동무림을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철갑검마는 본래 중원에 진출하려 했지만, 자신에게 남겨진 업(業)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며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철갑검마의 거의 유일한 수제자가 당대 명검장주 치타우.
치타우는 여진족 출신으로서 원래 철갑검마는 그의 사숙조(師叔祖) 항렬이었다. 그러나 삼대제자 항렬에 불과했던 치타우의 재능이 탁월하자 철갑검마는 그를 특별히 제자로 받아들였다. 치타우가 철갑검마에게 사사한 기간은 고작 10여년에 불과했지만, 누구도 치타우가 실종된 철갑검마 대신 명검장주 직을 맡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희대의 기린아, 만하령문주 하은천이 나타나기 전에는 십이율을 통합하고 십이율주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존재. 중원 바깥의 소식에도 정통한 남천멸겁 비는 이미 명검술의 달인 치타우의 명성을 전해듣고 있었다.
남천 비가 희미하게 웃었다.
” 해동무림 최고의 고수들이 나 하나를 겁박하는 건가? 놀랍군.”
망량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 네가 마천각의 대공자 신분이었다면 우리에게 수치였겠지. 하지만 네놈은 사천멸겁의 남천. 우리가 합공한다 해서 수치고 뭐고 아닙니다요.”
”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군요.”
” 서천멸겁이 누군지도 알고 있다면 좀 놀라려나?”
” 그런가요.”
망량의 말에 남천멸겁 비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기색도, 놀란 기색도, 흥분한 기색도 없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숨긴 것이다. 망량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얼음장같은 기색에 속으로 혀를 찼다.
‘ 어린 나이에 사천멸겁이 될 만 하구만.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절대적인 자신감을 지니고 있다. 적(敵)으로는 가장 꺼림칙한 유형…’
치타우가 말했다.
그는 이미 남천멸겁 비를 적수로 인정하고 있었다.
” 자네와 이상(理想)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겠군. 나부터 남천멸겁의 실력을 견식하겠네.”
쓰으윽
단지 치타우가 명검술 제 1식, 수신(修身)의 자세를 취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망량의 짖궂은 질문에 미동도 안 했던 남천 비는, 대번에 안색이 변하면서 한 걸음을 뒤로 물러났다. 상대방의 검계(劍界)가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기세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두 고수의 뇌리에 무려 2천 수가 넘는 수싸움이 스쳐 지나갔다. 본디 인간의 두뇌로 불가능한 계산이었지만 평생 무(武)를 갈고닦아 초절정을 뛰어넘은 절대고수들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치타우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남천 비는 무표정하게 변했다.
기잉
극광(戟光)이 허공에 스쳐 지나갔다. 남천 비의 절기(絶技)인 오식(五式) 암화총(暗華塚)이 마치 둥근 구체처럼 변해서 치타우의 몸으로 돌진했지만, 치타우는 가볍게 쳐 내고 다시금 반 보(半步)의 거리를 좁혔다.
마치 공간이 휘어들어가는 듯한 속도라서 관전하고 있던 망량은 손을 불끈 쥐었다. 일 보에 몇 백 수나 되는 무예가 교차되는 걸 알 수 있었다.
‘ 승부를 거는가?’
남천 비는 두 손을 모아서 최대의 방어자세를 취했다. 망량의 쌈수에 포함된 앞날개 자세와 비슷해 보였지만 달랐다. 섣부른 역전을 노리기 보다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상대방의 공격을 관찰하려는 자세였다. 치타우의 안광이 한 차례 번득이더니 그의 검(劍)이 공간을 갈랐다.
명검술(冥劍術)
십일식(十一式)
어검(御劍)
후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남천 비의 머리카락 한켠이 원형으로 터져 나갔다. 치타우의 한 수는 중원 100대고수들이 시전하는 어검술과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속도와 파괴력이 비교가 되지 않았다. 직전에 남천이 감지했음에도 겨우 치명상을 피하는데 그쳤다면, 그 자체로 초음속(超音速)의 수십 배를 돌파한 것이다.
소리가 뒤늦게 끌려들어가며, 두 절대고수의 신형이 사라졌다.
키이이잉!
놀라운 건 어검절초는 한 번의 공격에서 끝나지 않고 즉시 광선(光線)을 29갈래로 뻗쳐냈다. 마치 정밀한 기계의 회로(回路)처럼 망설임없이 뻗어나오는 공격은 남천멸겁의 전신을 피박살낼 기세였다. 지난 1년간의 수련 동안 한 번도 이 정도 수준의 절초를 맞이해 본 적이 없던 남천멸겁은 이빨을 질끈 깨물었다.
암뢰(暗雷)
비전(秘傳)
영월란(影月亂)
남천멸겁의 신형이 삽시간에 팔 장이나 뒤로 이동했다. 막사 밖으로 뛰쳐나온 그는 어느 새 시꺼먼 그림자가 괴물처럼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것을 느꼈다. 치타우는 어검에 이어서 한 순간의 호흡도 주지 않을 양, 검환(劍環)을 마치 구슬처럼 튕겨서 공격해 왔다.
내공은 둘째 치고 치타우의 공격은 같은 급의 고수조차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맹렬하고 박력넘쳤다. 황급히 사검의 막을 만들어서 검환을 무마한 남천 비였지만, 그 때는 이미 치타우가 일 장 이내로 접근해서 근접검투(近接劍鬪)가 시작되었다.
명검술(冥劍術)
이식(二式)
제가(齊家)
마치 꿈과 같이 치타우의 철검이 둥글게 말려들어갔다. 실상은 엄청난 속도로 휘어지는 굴절도를 이기지 못하고 철검이 비명을 지르는 현상이었다. 동방이문 백호의 비전절기, 천강(天罡)과 역사를 같이 하는 이 기술은 검의 탄성과 공격시 타격력을 일치시키는 검기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치타우 급의 고수가 사용하면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남천 비는 빠르게 사검을 뻗어내어서 치타우의 사혈(死穴)을 칭칭 감았다. 한 걸음만 움직여도 그의 전신이 동강나게끔 하는데는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치타우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기 직전, 남천 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치타우가 이렇게 쉽게 빈틈을 내어줄 리가 없다는 직감이었다.
남천 비는 초식을 거두고 다시 한 번 몸을 횡축으로 돌려서 빠른 보법으로 피했다. 그리고 그건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바로 다음 순간, 치타우의 철검이 대지에 내려치면서 어마어마한 참상이 일어났다.
꾸구구궁
사람의 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막 두 사람을 쫓아오던 망량은 가공할 진폭음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먼지더미가 휘날리고 사방으로 바위와 나무가 비산했다.
쿠구구구…….
대지가 크게 흔들렸다. 너무나 압도적인 충격량 때문에 치타우 반경 이십여 장 이내의 지반(地盤)이 붕괴했고, 토괴가 중력을 역전해서 치솟았다.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지반이 원형으로 파인 중앙에서는 아직도 지반이 부숴지고 있었다. 치타우의 일격에 담긴 힘이 일시적으로 이 일대에 강도 낮은 지진(地振)을 일으킨 것이다.
개천의 물은 창공으로 튀어올라 소멸하고, 폭염때문에 사방에 불길이 치솟아오른다!
능공허도의 신법으로 잠시 떠 있던 남천멸겁 비는 침음성을 흘렸다.
참상 한가운데 서 있는 검사의 어마어마한 존재감 때문이었다.
” 흠…….!”
그는 확신했다.
아까부터 그는 전력을 남김없이 전개하고 있는데 치타우의 공세에 맥을 못추고 있다. 분명히 치타우가 그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소리였다. 냉막하던 인상에서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 고려(高麗)의 수호검왕(守護劍王)….”
치타우의 또 다른 명칭.
전설적인 해동의 무신, 철갑검마의 뒤를 이어받아 명검산장을 잇는 자에 대한 경의.
그리고 공포!
‘ 천무삼성… 아니 팔왕보다 강하다. 혈관음이나 금포염왕보다 한 수 위…!! 도대체 하은천은 이런 괴물을 무슨 수로 꺾은 건지…’
하은천이 십이율주에 오를 때 최대의 난관이 명검장주 치타우였다. 하은천은 태극기공과 술법을 모조리 동원해서 2천여 초만에 그를 꺾었는데, 패한 치타우보다 도리어 이긴 하은천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하은천은 힘들여 그를 꺾은 만큼, 치타우를 해동무림 최대의 전력으로 여기고 있었다.
아래의 지면에 서 있던 치타우가 힐끔 창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철검을 상단세로 올려들며 중얼거렸다.
” 파검혈뢰(破劍血雷).”
파파팡!
그 순간 치타우의 검이 터졌다. 터졌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섬광이 터져나오면서 수천 조각으로 갈라진 철편 조각들이 엄청난 파괴력을 담고 허공에 탄막을 만들었다. 말이 수천 개였지만 하나하나가 음속을 몇십 배나 초월하면서 사망을 선고하는 절초였다. 막 내려오고 있던 남천멸겁 비는 눈을 부릅떴다.
카가가강
카가강
그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수천 개가 넘는 변화를 일일이 감지했다. 결과적으로 파검혈뢰술의 조각은 단 하나도 남천 비의 몸에 닿지 않았지만, 지상에 착지한 남천 비는 상당한 내공을 소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또 다른 검을 꺼낸 치타우가 칭찬했다.
” 훌륭해. 내가 출도한 이후 파검혈뢰술을 제대로 막아낸 인간은 자네가 두 번째. 간만에 뛰어난 적수를 만나서 피가 끓어오르는군.”
그 때 망량이 장내에 뛰어들었다.
” 치타우 형! 지금 일대일 승부를 할 때가 아니오. 어서 저 놈을 처치하고 율주를 도우러 가야 하오.”
그는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제대로 붙어도 치타우가 남천멸겁을 충분히 꺾겠지만, 지금은 시간낭비를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치타우가 무인의 피가 끓어오르는 상황이 제일 위험했다.
” 흥. 팔왕이나 북천멸겁따위 뭐가 어떻단 말이냐?”
쿠구구구
치타우가 망량의 말에 짜증나는지 주먹을 불끈 말아쥐었다. 그는 중원무림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이었다.
그에 호응해서 치타우의 전신에 모인 기(氣)가 새하얀 빛을 토해냈다. 처음에는 치타우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기는 점차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의 막대한 내공과 천지간의 용맥(龍脈)이 호응하기 시작했고, 새하얀 기의 불꽃은 점차 크고 강대해져갔다.
콰아아아
” 명검술은 최강이다! 중원의 잡학 따위 두렵지 않아.”
잠시 후 치타우의 기는 유형화된 빛처럼 변해서 높이가 수십 장에 이르는 환염의 폭풍처럼 되어 버렸다. 산의 여기저기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십이혈마대와, 십이율의 문주, 멀리서 진군하고 있던 삼십삼천 마령, 심지어는 대치상태에 있던 팔왕과 북천멸겁조차도 그 환염을 볼 수가 있었다.
” 저… 저럴수가….”
” 저게… 인간인가…?”
가까이에 있던 망량이나 남천 비는 무시무시한 기세에 인상을 굳히는 정도였지만, 반경 십 리 이내에 있던 십이혈마대 무인들은 절망했다. 세상에 인간의 내공으로 저런 짓을 할 수 있다고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저벅
저벅
치타우는 가공할 기세를 멈추지 않고 천천히 남천 비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남천 비는 물러나지 않고 똑바로 치타우를 노려 보았다. 일 장 거리에서 주황빛 안광을 내뿜으며 치타우가 말했다.
” 박살내 주마.”
단순한 한 마디였지만 전혀 위협이나 협박이 아니었다. 남천 비는 잠시 후에 말 그대로 박살나 있는 자신의 모습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또한 천겁의 백여 년에 이르는 명운을 물려받은 우두머리. 이대로 목숨을 버릴 생각은 없었다. 자신보다 위의 고수와 싸워서 살아남을 때, 그의 무공은 전에 없이 진일보할 것이다.
망량도 더 이상은 끼어들 수가 없어서 그저 옆에서 관전하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섣불리 합공을 하려 하면 치타우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속으로 ‘고집불통 양반’이라고 치타우를 씹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였다.
” ……?!”
” 헉?”
” …….!!”
치타우, 망량, 남천멸겁 비.
첨예한 긴장 상태에 있지만 하나같이 준(俊) 팔왕급이거나 팔왕급 실력자들 – 달리 말하자면 무림을 통틀어서 최소 20위 이내에 들어가는 절대고수들. 그들 셋은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스윽
세 사람 전부의 사선(死線).
달리 말하자면 고수가 적을 감지하는 공간. 본격적으로 공격이 시작되는 그 살육공간 사이, 그 어떤 존재라고 해도 맨몸으로는 뚫을 수 없는 감지영역이 흔들렸다. 세 사람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세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한 명의 인영(人影)이 태연하게 장내에 서 있었다.
괴물이 등장했다.
가공할 속력의 경공? 그런 게 아니다. 아무리 속도가 재빨라도 초극속을 다루는 절대고수들이 감지조차 하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북천멸겁조차도 이들을 상대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전설적인 살수의 은신술? 그것도 아니다. 역사상 최강의 살수였다던 무살(無殺)조차도 자신은 절대고수의 감지영역을 혼자 뚫을 수 없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식으로도 지식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그’는 거기에 서 있었다. 그만큼 태연하게 절대고수 3인의 사선을 갈라버린 것이다.
허름한 무당파 도복을 입은 채, 꺼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10대 후반의 청년.
그는 하품을 하면서 좌중을 돌아 보았다.
전에 없이 아연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3명의 절대고수들을 상대로, 그는 무심하게 말했다.
” 아! 미안. 잔다고 얘기를 못 들었거든. 늦게라도 회담이란 데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
” ……”
다들 아무런 대답도 못 했다.
그저 밑도 끝도 없는 절망감과 패배감이 마음속을 채우고 있었다.
기묘할 정도로 상대방의 존재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 어… 너희는 본 적이 없는 얼굴이네.
질문할 게 있는데, 팔왕이 있는 곳에는 어떻게 가면 돼?”
” 다… 당신은 누구요?”
치타우의 전신에서 치솟던 광대한 기세는 어느 새 사라져 있었다.
쓸데없는 내공낭비일 뿐만 아니라, 어쩐지 상대를 보면서 계속해서 전신에 한기(寒氣)가 치솟아 올랐다. 아무리 봐도 내공따위 없고 한 대 치면 죽을 것 같은 청년인데 이상한 일이었다. 치타우를 포함한 3명은 자신들이 맹수의 아가리에 목을 들이밀고 있는 듯한 위험한 경고신호가 연속으로 일어나는 걸 느끼며 혼란을 느꼈다.
청년의 대답이 들려 왔다.
” 유검.”
부들 부들
한 마디의 자기소개일 뿐이었지만 망량, 치타우, 남천멸겁 비는 전신이 후들거리는 걸 느꼈다. 상대방은 딱히 치타우처럼 내공을 끌어올려서 위협을 하지도 않았고 살기를 내뿜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아까부터 마치 사신(死神)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듯한 절망적인 패배감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망량은 자신의 팔이 주체 못할 정도로 떨리는 걸 보고 생각했다.
죽는다…
싸우면 죽고 만다.
그야말로 개죽음이다.
고수들은 모두 본능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전신이 어쩔 도리 없이 떨리는 것은 – 상대방의 강함이 무의식의 수준에서 존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실력이 낮은 자라면 이런 공포도 느끼지 못하리라. 압도적인 강자의 위치에 군림하고 있는 그들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절대적인 위력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유검이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태도였다.
” 어설프게 강한 건 불행이지. 나 혼자 찾아봐야겠군.”
그리고 그는 검지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둥글게 모았다.
” 너희는 잠깐 자고 있어.”
퉁
손가락이 튕겨지는 순간, 세 사람은 동시에 의식을 잃었다.
저항할 방법이나 회피할 방법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유검이 그렇게 원한 것 뿐이지만 – 그들은 신(神)을 눈 앞에 보는 듯한 절망감과 함께 기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