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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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太王)
퍼벅!!
” 크악!!”
그 순간 하은천의 공세가 약해지자, 유검의 검신무(劍神舞)가 지상에 내려꽂혔다.
인과를 무시하고, 회피조차 불가능한 공격! 북천멸겁이 저항했지만 검신무만큼은 어쩔 수 없었던 이유였다.
그 때까지 관전하고 있던 자들 중에서 절반이 그대로 죽어 버렸다. 유검은 하은천을 적수로 인정한 상태였기에 그의 동요를 높일 생각으로 말했다.
” 이게 1초.”
부웅
하은천은 대답하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차가운 유검의 말이 이어졌다.
” 너희를 3초 안에 전멸시켜 주마.”
농담도 장난도 아니다. 유검은 마음만 먹으면 처음부터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한들, 무상검 검신무의 범위는 대륙 전체! 피하는 게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팔왕들과 모산노모는 이미 눈빛이 살아 있었다.
‘ 이길 수 있어! 인간의 힘으로!’
그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지금 하은천은 진짜로 유검을 몰아붙이고 있고, 유검도 진심으로 상대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전멸선언을 한다는 것은, 하은천을 조금이라도 몰아붙이려고 하는 것이다.
금포염왕이 외쳤다.
” 이미 죽은 목숨일세! 앞만 보아라!!”
이 마음, 이 원한, 그리고 무극의 의지를 전달한다.
이 자리에 살아있었다는 증명을 하은천의 주먹에 싣고자 했다.
천무대제는 간신히 공포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죽는 자리를 선택했을 뿐이다!”
적멸존자에 대항할 안배는 끝났다. 술법의 종주로서 해야할 일은 구차하게 떨며 죽음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하은천의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 –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다.
열기와 의지는 이윽고 마치 실제하는 듯한 무념(武念)이 되어 하은천에게 흘러들어갔다.
이 자리에 모인 모두는 한 순간이라도, 자신이 믿고 있는 극한을 보고 싶었다.
승리나 패배와는 상관없이, 하은천이 [다음]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 인간의 힘… 이것이 계승되는 의지입니다. 미래왕이여.’
모산노모는 눈을 감았다.
방금 전에 검신무에 당해서 이제 곧 저승으로 간다. 설마 죽기 전에 저런 괴물같은 존재와 싸울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저런 존재도 인간의 힘으로 상대할 수 있다는 걸 보자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시를 읊었다.
” 북동쪽의 저편에서 태어난 몸으로
어둠 속에서
생옥, 족옥, 사반옥을
귀신에게 건네 장식한, 붉은 색의 창과 방패를 제사지내리…”
곧 그녀의 손목이 떨어지고, 바람의 정령은 물고기 부족에게로 되돌아 갔다.
위대한 의지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향년 294세, 모산노모의 최후였다.
그 와중에도 유검은 차분하게 예고를 실행하고 있었다.
그의 손이 가볍게 흔들렸다.
” 2초.”
쿠쾅
콰콰쾅
죽음을 선고하는 언령(言靈)이나 다름없었다.
” 크아아악!!”
역시나 산맥도 자를 크기의 거검이 무수히 꽂혀대었다. 이제 살아있는 사람은 채 열 명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다음 순간 죽음이 찾아온다는 걸 알면서도 씨익 웃었다.
인간의 찬가는 용기의 찬가!
남길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
” 하은천, 싸워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죽은 물고기같은 눈으로 고통없이 한 방에 간다고 해도 기쁘지 않았다. 도리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조금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지금’이 기뻤다. 바로 다음 순간에 죽으면 어떻단 말인가!
그 순간 – 하은천은 벼락같이 깨달았다.
” 3초.”
이윽고 유검의 입이 열리는 순간 다시금 깨달았다.
인간에게는, 스스로 걷는 발과 스스로 때리는 주먹이 달려 있다.
누구나 혼자서 싸울 능력이 있다.
자신의 주먹에는 쓸데없는 게 너무 많이 매달려 있었다.
운명… 운명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타고난 강자, 유검이 지닌 강함은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후에 본 것 –
손에 쥔 것은 분명히 내 자신의 의지!!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게 아닐까?
그것이 운명이라는 섭리를 거스르는 게 아닐까?
그랬다.
처음으로 본 것은 분명, 자신의 주먹!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손에 쥔 것이 –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 크크. 당신도 앞으로 싸우다… 언젠가 죽어… 그 존재조차 잊혀질 날이 오겠지.”
살인귀 일족 – 제로자키의 한 명이 주먹을 휘두르는 하은천을 보며 말했다.
그 또한 배에 칼이 박혀서 죽어가고 있었다. 무상검에 당하면 어떤 재생능력이 있든 살아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는 웃었다.
” 하지만… 지금 당신의 그 주먹은… 내가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
살인귀가 남긴 최대의 찬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