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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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칠 일이 지나고, 아버지는 나를 종남파로 데려갔다. 뜻밖에도 나는 직속장로의 제자가 아니라 평제자로 들어갔다. 사람들도 나를 딱히 특별취급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나를 장문인에게 소개하며 말했다.
” 이 아이는 내가 아는 아이인데, 모쪼록 잘 부탁합니다.”
” 별 말씀을…”
장문인을 포함해서 장로들이 내 얼굴을 주시했다. 나는 약간 부담이 되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기가 꺾여버리면 앞으로 살아가기 힘들어졌다.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장문인이 말했다.
” 무골(武骨)은 아니군요.”
” 준재(俊才)도 아니오.”
” 적당히 이대제자들에게 맡기는 편이 좋겠구려.”
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 아버지는 내가 아들이란 사실을 전혀 말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 스스로가 말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누구도 알 수 없게끔 조치해두었을 것이다. 이 근처에서는 성주와 맞먹는 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황당했지만 도리어 재미있어졌다.
‘ 천천히 밟아올라가는 것도 재밌겠지.’
나는 짐을 다 챙기고서 집을 나왔다. 집을 나올 때 아버지는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란 사실을 말하든 하지 않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 모습에서 도리어 오기가 생겨서, 절대로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특별취급 따위는 사양이었다.
다음 날부터, 나는 종남파의 평제자로써 수련을 시작했다.
종남파의 평제자 중에서 이번 기수는 총 127명이었다. 이 중에서 특수하게 선발된 1할의 인원만이 정식제자로 들어갈 수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또 엄선된 자들만이 종남파의 무력단체에 배치된다. 철저하게 실력만으로 골라내는 곳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배운 것은 기초공력인 현천건강기(玄天乾剛氣)였다. 전형적인 양강의 성격을 띈 데다가 종남파의 육합귀진신공의 하나였다. 육합귀진신공에는 여섯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현천건강기는 가장 약하지만 기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 들숨과 날숨의 간격을 넓히는 것을 잊지 마라.”
이대제자가 운공 상태에 들어가 있는 우리들에게 당부했다. 일대제자라고 함은 장문인의 제자를 일컬으며, 이대제자는 그들의 제자였다. 나이는 대부분 3~40대였지만 그 실력은 강호에서도 일류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내공의 기초를 어느 정도 익히고 나자 검술에 입문했다. 이대제자가 우리를 모아놓고 설명해 주었다.
” 지금부터 너희에게 전수할 것은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이다. 본파의 비전절학인 삼락검(三落劍)에 비하자면 훨씬 떨어지지만 틀림없이 본파의 기본무공이다. 오늘부터 이것을 열심히 수련하여 검의 마음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해라.”
천하삼십육검은 6개의 초식과 6개의 변초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합이 모두 36이었다. 대부분은 1년동안 그 초식 모두를 외우고 온전하게 쓰는것만도 어려워했지만, 어떤 녀석들은 한달만에 모조리 터득해 버리고 위로 올라간다고도 했다.
나는 천하삼십육검의 형태를 모두 원숙하게 사용하는 데 세 달 정도가 걸렸다. 나를 가르치던 이대제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 검을 펼쳐내는 기세가 강맹하고 위력적이다 못해서 살기가 담겨 있구나. 천하삼십육검 안에 패도적인 기세가 담겨있다고는 하지만, 그 살기를 죽이지 않으면 결코 상승의 경지로 향할 수 없을 것이다.”
”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이미 3년 동안의 판타지 세계에서의 용병생활로 인해서 실전검술이라고 할만한 기술을 체득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되어서 빠르게 검을 익힐 수 있었지만, 원체 몬스터들을 베어내는 데 익숙했던 탓에 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