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314
0314 / 0343 ———————————————-
천겁혈신(天劫血神)
종남파 검군의 막내.
그리고 10인의 기재.
무검(無劍) 간화명은 무신마의 처소 앞에서 조용히 자신의 검을 다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백발의 머리칼을 흩날리고 있었는데, 예전 유천영이 죽었던 종남산의 사건 이후로 그의 머리칼은 더욱 길어 허리 끝까지 닿일 정도가 되었다.
콰아앙
오십 장 떨어진 곳에서 폭음이 울리는 게 들렸다. 그리고 생명이 꺼지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무검 간화명의 손이 멈췄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고 울었다.
” 태월하 사부… 가셨습니까…”
태월하.
천겁령과의 대전에서 살아남아서 종남파의 암중고수로 백여년간 활약했다. 그는 검군을 이끌면서 세상의 온갖 위협을 제거했고 협(俠) 하나만을 생각해 온 자였다. 그러나 바로 지금 – 북천멸겁(北天滅劫)의 절기, 멸절(滅絶)에 당해서 전신이 갈가리 찢긴 것이다.
무검 간화명에게 있어서 태월하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정체도 모르는 고아를 종남파에 데려와서 처음부터 교육시켰고,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따뜻하게 돌봐주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간화명은 태월하에게 큰 은혜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 유천영에 이어서 태월하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마음속에는 거대한 독기(毒氣)가 용솟음쳤다. 어차피 오래 살 수도 없는 몸인데다가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갔다. 이제 와서 자신이 목숨을 아낄 이유도 없었다.
쿠우우우
태월하를 찢어버린 북천멸겁의 기운이 서서히 산중에서 어두운 번개를 내뿜으며 이쪽으로 향하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대로 이쪽으로 돌진해서 무신마(武神魔) 갈중혁과 격돌할 생각이리라.
목숨을 걸고 막는다.
무검 간화명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들었다. 자신이 최후방어선이라는 생각이 들자,참을 수 없는 투기가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 때였다.
무신마의 전음이 무검에게 들려 왔다.
자애(慈愛)따위,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소리!
무검은 그 기세에 놀라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죽음을 각오하고, 필사적으로 익힌 궁기식 무상을 시전하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 둔중하고 강력한 의지가 무검의 정신을 떨게 한 것이다.
실로 흑사자(黑獅子)!
무검은 마음속으로 갈등했다. 무신마의 지금 음성이 결코 무검을 배려해서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무검은 말도 안 되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것이다.
‘ 즐거워… 하고있다…?’
무검의 천성적인 능력은 바로 감응(感應).
상대방의 감정, 의지, 혹은 생각을 즉시 읽어들일 수 있는 능력. 본인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 또한 나예린과 마찬가지로 용안(龍眼) 능력자였다. 검군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언젠가 무검이 최강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용안능력자가 제대로 능력을 개방한다면 사기적인 힘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비록 월승혼과 달리 무검은 용안의 1단계를 겨우 개방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조그마한 모옥 안에 정좌하고 있는 절대자(絶對者)의 의지를 충분히 읽어들일 수 있었다. 그는 이윽고 섬뜩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 태월하… 그리고 아홉 최절정고수가 갈가리 찢겨죽는 영상을 모조리 전달받았을 텐데… 슬픔이나 좌절은 커녕… 전투의 희열에…’
부들
무검은 전신의 힘이 풀려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 웃고 있다…?”
풀썩
무검이 풀밭에 쓰러진 순간이었다.
콰릉
다음 순간, 오십 장도 넘게 떨어진 구객(九客)의 배치장소에서 어두운 번개가 번뜩였다. 번개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상 천겁령의 지배자, 북천멸겁(北天滅劫)의 신형이었으며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허공을 날아오고 있었기에 시각적으로는 번개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 빌어먹을!’
북천멸겁은 현재 매우 화가 나 있었다. 평상시의 냉정한 그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격동하고 있었고, 기분이 더러웠다.
태월하의 마지막 초수.
무신(武神) 혁월린의 절학!
당연한 말이지만 전성기의 혁월린이 되돌아와도 북천멸겁을 이길 수 없는 판에, 6성의 일원신기 따위로는 그의 멸절을 막을 수 없었다. 태월하는 목숨을 걸었던 게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게 전신이 수천조각 나서 죽었지만 – 북천멸겁이 진정으로 화가 난 것은 그런게 아니었다.
어깨의 조그마한 상처!
비록 바늘에 한번 찔린 정도의 생채기였지만 분명히 태월하가 일격을 먹였다는 증거였다. 초월자와의 연속된 전투로 절대경지를 뛰어넘으려 하는 북천멸겁에게 있어서 이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구객을 내세워서 자신의 체력을 소모시키려는 상대방에 대해서도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천랑(天狼)
어둠이 쏟아진다. 북천멸겁의 신형이 선운산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막대한 기파(氣派)가 소용돌이처럼 몰아쳤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무신마 갈중혁이 있을게 분명한 모옥에 멸절(滅絶)을 날렸다.
쿠콰콰콰쾅
상호 인사따위는 필요없다. 이것도 못 막아내는 놈이면 그냥 죽는 게 낫다.
북천멸겁은 멸절을 시전한 직후 그렇게 생각했지만 – 이윽고 어둠의 번개를 뚫고 찰나의 시간에 모습을 드러낸 시퍼런 칼날(刀)을 보자 눈을 부릅떴다.
칼날은 조그맣다. 기껏해야 주방의 식칼보다 한 뼘 작은 길이다.
하지만 – 그 칼날은 공간(空間)을 뚫고 극순의 시간에서 마치 연어처럼 헤엄치고 있다. 칼날은 더욱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이윽고 현란한 춤사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모든 변화는 북천멸겁의 의식이 극도로 압축된 상태에서도 눈으로 쫓기 힘들만큼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북천멸겁은 천천히 움직인 칼날이 재차 공간을 잘라내고, 당연한 듯이 자신의 명치를 찔러오는 흐름을 시간이 정지된 사이에 관찰했다. 그러나 하은천조차도 극쾌의 끝이라고 평가한 북천멸겁의 반응속도로도 그 칼날에는 완벽히 대응할 수가 없었다.
속도가 아니다.
이건 – 의지다.
그리고 원영(元靈)이다.
칼날 한 자루가 마침내 북천멸겁의 명치를 뚫었다. 뚫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의념(意念)의 칼날이었고, 북천멸겁은 자신이 아직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아서, 북천멸겁은 피를 쏟아내지 않고 천천히 물러설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칼날의 도로(刀路)는 결코 하나가 아니었다. 북천멸겁은 자신이 그 일 초수를 무마하는 순간 마치 부처(佛)가 웃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가 손을 뻗어서 사검(絲劍)을 부리기 전에 이미 모든 공격은 끝나 있었다.
북천멸겁의 눈 앞이 흐릿해졌다.
공격하는 방향은 총 구십구로(九十九路). 백여년 전에 한 번 보아서 익숙해져 있는 투로이다. 발산(發散)이 무한에 가까워서 방어나 회피가 까다로울 뿐, 현재 북천멸겁의 수준이면 충분히 반격도 가능한 무공이다.
그러나 햇빛을 등지고 바람의 검향(劍香)을 안은 채 역동하는 이 투로는, 완전히 생경한 느낌을 그에게 전달했다. 방어했다 싶으면 이미 그 곳은 막혀있는 외통수였고, 피했다 싶으면 스스로 칼날에 몸을 갖다대는 것처럼 되어 있었다.
북천멸겁이 알고 있는 어떠한 묘수(妙手)로도 구현화가 불가능한 구십구 개의 투로(鬪路)!
쿠구구구궁
이내 엄청난 도압(刀壓)과 함께 수천 배 이상의 중력이 자신의 전신을 내리누르는 걸 알아 챈 북천멸겁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입에서는 저절로 하나의 경지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 백식관음(百式觀音)…!!!”
쿠콰콰콰콰
자비없는 부처의 일 장(掌).
그것은 말 그대로 선운산의 일각을 단숨에 무너뜨리며 – 실제로는 그 모습을 천외일도(天外一刀)의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중압이 재차 의념으로 진공을 일그러뜨리며 북천멸겁의 몸뚱이를 땅 깊숙히 처박기 시작했다.
북천멸겁은 끊임없이 몸이 지저의 깊숙한 열옥으로 처박히는 와중에도 하나의 환영을 발견하자 시선을 일그러뜨렸다.
구중겁도(九中劫刀).
절대자의 회귀(回歸)!
시간이 멈춘 듯한 심적권청의 세계에서, 흑사자가 차가운 눈으로 읊조린다.
” 간만이군 북천. 잘 지냈나?”
천외일도의 진화형을 완성한 무신마 갈중혁이 팔짱을 낀 채로, 젊은 시절의 흑사자같은 모습으로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번쩍!
섬광이 흐른 후, 선운산은 붕괴하여 반경 십여 리에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 작품 후기 ============================
연재하고 있어요! 웅컁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