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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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겁혈신(天劫血神)
북천멸겁(北天滅劫)이 처음으로 자신이 천하(天下)를 굽어본다고 생각한 것은 ‘스승’의 밑에 들어간지 약 2년 반쯤 되는 시점이었다.
북천멸겁이라고 불리기 전에는 또 다른 이름이 있었지만, 북천멸겁은 그것을 자신의 진짜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武)의 세계를 접하고 스승의 밑에서 절기를 배운 시점에서 과거의 자신은 죽었다. 그리고 한도끝도 없는 야망을 키우면서 서서히 천하를 도모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백여년 전 – 그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단 두 명의 존재를 제외하고.
자신의 ‘스승’인 천겁혈신(天劫血神)과 – 아마도 그런 천겁혈신에게 사승을 전했을 ‘누군가’. 천겁혈신은 자신에게 절기를 전수한 자에 대해 딱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그런 존재는 어차피 인간이 아닐 테니 걱정하는 의미가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랬기에 최종경지에 이른 무신과 무신마가 천겁혈신을 합공한다고 할 때도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당연한 듯이 천겁혈신의 승리로 끝나리라고 확신했고, 그게 아니라면 ‘또 다른’ 계획이 발동할 것이었다.
그렇다.
북천멸겁은 단 한 번도 – 무신 혁월린과 무신마 갈중혁을 자신보다 위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도리어 제대로 겨룬다면 자신이 반드시 이긴다는 확고한 자신감마저 지니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북천멸겁은 언제나 그들보다 한발짝 앞선 경지에 발을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괴물’들을 제외하면 나야말로 인간최강이다 –
백 년 전부터 쭈욱 그렇게 생각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북천멸겁에게 있어서 생각조차 멈추게끔 만들었다.
쓔웅 –
느릿하게 진동하는 시간의 사슬 사이로 무신마 갈중혁의 구중겁도(九重劫刀)가 마치 잉어처럼 경쾌하게 짓쳐들어왔다. 변(變)이 대단한 것도 아니었지만 북천멸겁이 읽는 수싸움에서는 그 한 번의 공격이 무려 1200여 번의 변화를 장악하고 있었다.
‘ 성가시군!’
북천멸겁은 양 팔을 겹치면서 두어 번 암사(暗絲)의 결계를 만들어 냈다. 한 수법 한 수법의 순간속도는 북천멸겁이 무신마보다 훨씬 빨랐기에 공격도 방어도 수월했다. 문제는 무신마의 무공에 존재하는 특징 그 자체에 있었다.
쉬리링
어둠이 솟구치며 북천멸겁의 광기어릴 정도로 빠른 초수가 무신마의 목을 베어떨어뜨리려 할 때 – 어느 새 의념으로 만들어진 도(刀) 한 자루가 원래부터 있었던 마냥 방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춤을 추듯 실이 진동하고, 북천멸겁은 양팔에 저릿저릿한 압력을 받으며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타앙!
본디 최절정고수가 떼로 뭉쳐 있어도 반격하기는 커녕 틈을 찾아내기도 버거웠던 북천멸겁의 공격 – 그러나 무신마는 너무나도 수월하게 북천멸겁의 공격을 파훼하며 성난 들소처럼 계속해서 몰아붙이고 있었다.
천외일도 최종형 구중겁도.
상대방의 모든 무리(武理)를 빨아들여 튕겨내는데다가, 백식관음의 요체를 받아들여서 순간속도에서 뒤지지 않았다. 무림최속을 자랑하던 북천멸겁의 빠르기 그 자체가 봉쇄되어버린 셈이었다.
꾸구국, 하는 소리와 함께 무신마의 한쪽 주먹에서 열기가 피어올랐다. 찰나의 순간, 무신마 갈중혁의 팔이 흔들리더니 일권(一拳)을 전방으로 발출했다. 숙련된 도법의 고수들은 싸우는 도중에 권장법을 섞어쓸 수 있다지만 북천멸겁은 황당했다.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장기가 아닌 권법을 사용할 줄이야?
그러나 장난이 아니란 건 잠시 후 알 수 있었다. 갈중혁이 의념으로 뻗어낸 권의 압력은 백식관음을 연상시키는 속도로 뻗어나오더니 이내 북천멸겁의 인중 근처까지 에리게 만들었다.
‘ 빠르군…’
머리카락이 뒤로 쏵하고 밀린다.
콰앙
북천멸겁의 고개가 충격음과 함께 뒤로 젖혀졌다. 산이 통째로 무너지고 땅이 뒤엎어지는 파괴의 순간에 폐허를 등지며 싸우는 찰나의 일이었다. 북천멸겁은 큰 부상이 아니었지만 갈중혁에게 한 방 먹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코피가 약간 흘렀다. 그리고 유검에 당했던 상처가 6군데 터지면서 출혈이 일어나는게 느껴졌다. 상당한 고통도 아무렇지도 않게 참으면서 북천은 이상함을 느꼈다.
‘ 이 놈, 너무 강하다… 어째서…?’
북천멸겁은 살면서 자기보다 강한 존재를 많이 보아왔다. ‘초월’에 발을 걸친 존재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스승이 스승이다보니 그럴 기회가 많았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전력(戰力)과 가능성을 재는 능력은 중원에서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 북천멸겁이 보기에 현재의 무신마 갈중혁은 지나치게 강했다. 같은 절대경지에 오른 건 확실한데 구중겁도 그 자체보다는 갈중혁의 ‘무위’ 그 자체가 예상한 것보다 너무 높았다.
한계가 정해져있는데 그 한계를 넘어버린 느낌.
이상한 생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절대고수를 많이 상대해 본 북천멸겁은 확연히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 구중겁도가 무엇인지,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다… 그러나 그걸로는 내 멸절(滅絶)이나 기본기를 상대로 대등할 뿐 결코 그 이상이 아니거늘… 어째서 순수한 기세로 나를 압도할 수 있는 거지?’
주르륵
피이이잉!
어깨와 허벅지에 터진 상처에서 피가 흐르기도 전에 북천멸겁은 행동을 개시하고 있었다. 어둠처럼 흐르는 실이 자연스럽게 갈중혁의 치명적인 급소 다섯 군데를 노렸고, 그와 동시에 반월같은 형태의 강기가 쏟아졌다. 한 방 먹은 상태에서도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고 효율적인 반격인지라 무신마는 순간 흠칫했다.
무신마는 무신마 나름대로 북천멸겁의 잠재력에 질려하고 있었다.
‘ 무서운 놈! 설마 ‘지금’의 나를 상대로 100초 넘게 틈을 보여주지 않다니… 그대로 싸웠다면 상대가 되지 않았겠구나.’
구중겁도(九重劫刀)
백식(百式)
혼돈(混沌)
활화산이 뿜어져나오는 듯 했다. 무신마의 의념은 짧은 순간에 무려 수백 수천개나 되는 기세로 화했고, 그 하나하나는 절세명검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지닌 채 북천멸겁의 초수를 방어했다. 그것도 혼돈이라 이름지을 정도로 흩날리는 기세였으므로 가시나무 덤불이 우거지는 듯한 형상이었다.
푸콰콱
북천멸겁의 눈이 멍한 기색을 띄었다.
무신마의 무심하듯 성난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갈려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북천멸겁의 왼쪽 손가락 두 개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찰나의 빈틈이었지만 그것은 기세차이였으며 실력차이였다. 무신마 갈중혁은 마침내 북천멸겁의 약점을 찔러서 치명상을 입힐 기회를 얻은 것이다.
‘ 지금이다!’
‘ 지금이… 진짜…!!’
간격이 흐트러졌다.
궁극의 달인들끼리의 승부처는 바로 여기!
거대한 필살기 따위는 의미없이, 종잇장 한장의 손이득을 쌓아가며 승리를 가리는 지점!
백척간두의 사투(死鬪)에 접어들었다 생각한 순간 – 두 절대고수의 눈이 동시에 빛났다. 여기에서 짓눌리는 쪽이 패배하는 게 분명했다.
위잉 –
육체의 한계를 넘는 듯 자연스럽다.
북천멸겁의 신법(身法)은 대단했다. 신체가 훼손되었는데도 일말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곧장 기본적인 철판교(鐵板橋) 신법을 응용하며 무탄력경공으로 중심을 바로잡았다. 두 사람 사이로 크기가 3장은 되는 두꺼운 바위가 떨어지는 동안에도 북천멸겁의 표정에는 일말의 미동조차 없었다.
오로지 서로의 투기(鬪氣)만이 눈동자에 비치고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의 눈은 순수한 동물의 눈동자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쿠쾅
가볍게 북천멸겁이 손을 갖다댄 것 뿐이었는데도 바위는 수백 조각으로 부숴졌다. 그 빈틈을 놓치기 싫었는지 무신마 갈중혁의 도(刀)가 미끄러지듯이 북천멸겁의 목을 치러 날아왔다. 도제 용경의조차도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기쾌하고 강력한 일격이었다.
시간이 뒤늦게 끌려들어간다.
스으으으
파앗!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듯한 도로(刀路)를 곁눈질로 쳐다보던 북천멸겁의 신형이 두세 번 환영처럼 사라졌다. 초절정고수의 안력으로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였으나 무신마는 북천멸겁이 전심전력을 다해서 자신의 최고신법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신마는 일백년 전, 대전(大戰) 당시에도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던 북천멸겁의 최고신법의 위력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 저게 놈의 현재 실력이라면… 진정 제 2의 천겁혈신을 노릴만 하구나…’
북천멸겁이 전심전력으로 발하는 신법은 사실 딱히 명칭을 붙인 게 없었다.
아니 – 사실 최고필살기인 멸절(滅絶)을 제외한 천랑(天狼), 명옥(冥獄) 따위도 기술이라기보다는 그냥 기본기(基本技)의 연속에 지나지 않았다. 북천멸겁의 사부인 천겁혈신은 자잘한 기술에 얽매여서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혐오스러워했으며 북천도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 것은 자신을 마주치는 백도인들이 기술명때문에 알아서 공포심에 잠식되기를 원해서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름없는 신법임에도 불구하고 북천멸겁이 한 번 수세를 인정하고 회피에 사용하기 시작하자 불세출(不世出)의 위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 속도를 잡아내고 회심의 일격을 꽂느냐, 이대로 북천멸겁이 버티느냐.
거기에 승패가 달려있었다.
쩌엉!
‘ 기회를 잡았다. 결판을 내자!’
공간을 불태우고 절단하며 무신마 갈중혁이 성난 흑사자처럼 일 초만에 무려 오십여 장을 돌진하며 이백여 번의 참격(斬擊)를 반복했다. 공세(功勢)를 잡은 흑사자는 거칠 것이 없었고, 지금의 이 연속공격은 마구잡이로 보였지만 갈중혁 평생의 심득(心得)이 깃들어있는 절초 그 자체였다.
‘ 버틴다. 버티면 내가 이긴다.’
그리고 수세를 유지하며 치명상만 막아내며 기회의 전환을 노리는 북천멸겁 – 그의 손에서는 연신 불꽃이 튀며 갈중혁의 공격을 정확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것은 회피신법이 너무 빠른 덕분에 갈중혁에게 필살의 공격을 넣을 틈을 전혀 주지 않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콰과광!!
가볍게 일 도가 지상을 스친 것에 불과했지만 지나온 자리에 불꽃의 꼬리가 그려지며, 화포(火砲)라도 맞은 듯한 충격파가 대지에 아로새겨졌다. 이번 공격의 파괴력은 만만치 않았는지 북천멸겁의 오른손의 약지과 중지가 동시에 꺾여버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서로 다르게 교차했다. 사소한 초수교환이었지만 이번 공격이 막힘으로써 북천멸겁에게 좀 더 기회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수들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후욱… 후욱.
갈중혁과 북천멸겁은 서로를 노려보며 잠시동안 숨을 골랐다. 칠 일 밤낮을 싸울 수 있는 절대고수들이었지만 지금의 침묵은 지쳐서가 아니었다. 갈수록 승부의 시점이 격화되어가자 서로가 완벽한 승리를 위해 감각을 재고 있는 것이었다.
쿠르르릉
산은 아직도 무너지고 있었다. 산허리가 부숴지듯 잘렸기 때문인지 새까만 하늘 사이로 끝없이 암석이 떨어지고 있다. 수천 근이 넘는 거대바위가 떨어지는 지옥같은 장소였지만 두 사람에게 그런 환경은 전혀 목숨의 위협이 되지 않았다. 정말로 위험한 건 눈 앞에 서 있는 괴물이었다.
뚜둑
북천멸겁이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손가락을 맞추며 말했다. 손가락을 맞추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픈 기색이 없었다.
” 우위를 댓가로 죽음이 다가오는군.”
무신마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의 얼굴은 무표정하게 굳어 있었다.
그것은 객관적인 사실이었고, 북천멸겁이 눈치챈 것이다.
사실 무신마는 선운산에 도착한 시점에서 언제든지 자신에게 하나의 비술을 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아내인 구천현녀 무화가 무신마에게 시집오던 당시에 사문에서 받은 마교(魔敎)의 비술이었고, 결코 함부로 쓸 수 없는 비술이기도 했다.
사무령(死無靈)의 술(術)!
목숨의 일부를 댓가로 바치는 대신 만 하루동안은 아무리 노쇠하고 비루먹은 존재라도 전성기 시절로 회춘(回春)하는 게 가능했다. 단 하루의 젊음을 위해 적어도 수십여 년의 생명을 바쳐야 했지만, 이 술법이 금술(禁術)이 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효율이 좋기 때문이었다.
단 하루의 전성기라고 하더라도, 육체의 젊음과 활력을 보유할 수 있다면 무림의 왠만한 단체에서는 군침을 흘리고 차지하려 하는 술법이다. 흑도세력이 사용한다면 강호세력의 판도를 한 순간에 바꾸는 게 가능했다.
원래 무림역사상 최고의 살수였던 무살(無殺) 종리추가 사용했다는 술법이지만 너무 위험했기에 무신마는 자신의 가문에서만 보유한 채 세상에 유출시키지 않으려 했다. 선운산에 올 때도 보험처럼 가지고 온 술법이었고 되도록 사용하고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해야 했다.
구중겁도만으로 감당하기에는 북천멸겁과의 대결이 너무나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무신마는 사무령의 술을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늙어 있었고 아마 ‘오늘’이 지나고 나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인생이 될 것이다. 어쩌면 뜬금없이 기(氣)로 억제하고 있던 노화가 찾아와서 폭삭 늙을지도 몰랐다. 달리 말하자면 오늘의 무신마는 전례없는 흑도최강의 고수라는 뜻이기도 했다.
육체의 활력이 돌아왔다는 건 단순히 육체능력이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었다. 기(氣)의 고수로써도 감당할 수 없는 기본능력과 집중력, 체력의 저하가 바로 노화(老化)이다. 그 자체를 극복했다는 것은 역량이 몇 배로 상승했다는 뜻이었다. 북천멸겁도 세월의 차이가 현재의 차이를 불러왔다는 걸 눈치챘기에 하는 말이었다.
쿠쾅
북천멸겁이 머리 위로 떨어지던 6장 크기의 바위를 순식간에 쪼개버리곤 말을 이었다.
” 이거 문제군. 여기서 결판을 내든 내지 않든 내겐 손해야…”
” 도망칠 셈이냐?”
” ……”
북천멸겁은 조롱이나 이죽거리는 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기에 고민이 되었다.
여기서 결판을 내기에는 무신마를 이길 가능성이 적다. 이긴다 하더라도, 유검의 공격에 당했을 때 이상으로 큰 치명상을 입은 채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의 무신마는 북천멸겁으로써도 승산을 4할 이상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러나 무신마의 자멸(自滅)을 기다리며 뒤로 물러서기도 마땅치 않았다. 그것은 한 ‘존재’와 했던 약속 때문이었다.
무신마 갈중혁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자멸가능성이 들켰다면 북천은 그냥 물러나서 몸만 회복해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진심으로 싸울지 도망칠지를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무언가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 서, 설마…’
갈중혁은 자신의 머릿속에 번뜩 스치고 지나간 어처구니없는 가능성 때문에 입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예감을 알아보기 위해서 말했다.
” 너도 연화(蓮花)를 만났는가?”
북천멸겁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뛰어난 두뇌로 상황을 이해한 후,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 하하하하… 으하하하하… 그렇군… 결국 그녀의 앞에 가기 위한 싸움이었군.”
” …. 후.”
” 그렇다. 그녀가 내게 백식관음(百式觀音)을 전수해 주기로 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깨달았다.
무신마 갈중혁에게는 – 자신과의 일대일 결투를. 그리고 그로 인한 강호의 평화를.
북천멸겁에게는 – 절대경지 백식관음의 전수를.
각자에게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제시하며, 두 사람의 결투구도를 만든 것은 – 바로 혈모니(血牟尼) 연화(蓮花)였던 것이다.
그녀가 두 사람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혈모니 연화는 현재의 두 사람보다 적어도 두세 배는 강했다. 인세에 부활한 투신(鬪神)같은 그녀를 쓰러뜨리고 싶은 호승심이, 현재 강호의 양쪽 축을 지배하는 최고지도자들을 뜻대로 움직이게 만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