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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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겁혈신(天劫血神)
쿨럭!
어두운 동굴에서 피를 토해내고 있다.
‘ 부족하다.’
유천영은 갈구하고 있었다.
그저, 체력회복 그 하나만을 갈구하고 있었다.
무형검을 깨닫고 이제 영겁(永劫)의 람(籃)에 정신과 육체를 담아놓게 된 유천영이지만 – 여전히 자신의 상태가 만전의 상태가 아니란 걸 자각하고 있었다. 영겁의 람이 된 순간부터 인간의 육체를 초월했으나, 여전히 영육(靈肉)의 한계는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은 영겁의 람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상검을 막아낸 여파는 도저히 단시일에 치유할만한 것이 아니다. 막아낸 것 자체가 신기할 지경이었고, 현재는 전신의 세포가 흩어지지 않도록 안정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 초월경에 이른 누군가가 유천영을 감지하고 찾아오려 하고 있다. 유천영은 시간에 쫓기면서 점차 초조해졌고 회복에만 전념을 하고 있었다. 지저(地低)의 동굴에 박혀있는 인영(人影)이 피를 뒤집어쓴 채 주문처럼 웅얼거리는 모습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유천영은 알 수 있었다.
” 또 다시 버려야 하는가.”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손쉽게 선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쉽게 선택하는 순간 함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직감.
본질조차도 확인할 수 없는 우자(愚者)에게만 허락된 직감이었다.
” 일어나라.”
두쿵!
천겁혈신 위천무의 한 마디가 떨어진 순간, 뇌전검룡 남궁상의 심장이 거세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뇌천대장의 핵(核)을 제압당해서 심장과 맥이 멈춰있었던 남궁상이지만 순식간에 혈색이 되돌아온 것이다. 남궁상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는데는 약 3초 정도가 걸렸고, 위천무는 그걸 확인하자마자 느긋하게 자리에 걸터앉았다.
” 크윽…?!”
남궁상은 몸을 비척거리면서도 무탄력경공으로 몸을 일으켜서 전투자세를 잡았다. 상황파악이 안되었지만 본능적으로 싸울 준비를 하는 것은 그가 초일류 무인이라는 증거였다.
남궁상이 검을 부여잡고 위천무를 노려보자 위천무는 냉엄하게 말했다.
” 역(易)을 응용한 멸신기(滅神技)라. 원리는 그럴듯하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군… 네게 그걸 가르쳐 준 자가 누구냐?”
” 어…”
남궁상은 혼란에 빠졌다.
위천무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떠올라있지 않았다. 그런만큼 남궁상은 일순간 자신이 ‘전설상’의 ‘천겁혈신’ ‘위천무’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백여 년 전 강호 전체를 소멸시켜버릴 뻔 했던 절대적인 대마신(大魔神)과!
하지만 그걸 생각하기도 전에 그의 머릿속에는 죽어버린 현운의 모습이 눈에 떠올랐고, 펄떡거리는 심장을 쥐고 있던 위천무의 잔혹한 모습이 떠올랐다. 도저히 이성으로 용납할 수 없는 상대다.
남궁상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
” 죽더라도 네놈과 싸우다 죽겠다!”
위천무의 눈에 순간 이채가 흘렀다.
‘ 특이하군.’
물론 남궁상같은 반응을 본 게 처음은 아니다. 그의 손에 쓰러져 간 무수한 절정, 초절정급의 고수들은 실력차를 알면서도 죽을 때까지 싸우기를 결의했다. 공포에 질려서 죽어나자빠진 놈들도 많았으나 – 적어도 일대 검호(劍豪)의 경지에 이른 자들은 자신의 죽음에 초연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남궁상은 다르다. 압도적인 실력차와 공포, 혼란, 절망 이라고 하는 모든 것을 잊은 채 오직 전투의지에만 모든 걸 몰아붙이고 있다. 이것은 아직까지도 무언가 승산을 감춰두고 있는 승부사에게만 나타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수만 명의 무술인을 도륙해 온 위천무는 그 미묘한 차이를 포착하는 게 가능했다.
흥미를 느낀 위천무가 말했다.
” 내 1할의 힘을 지닌 염체조차도 건드리지 못했으면서 내게 맞서겠다는 것이냐?”
” 맞서는 게 아니야!!”
남궁상은 크게 울부짖듯이 외치더니 다시금 전신을 뇌화(雷化)시키기 시작했다.
[ 한 방만 먹이면…!!]다시금 뇌천대장의 역이 발동했다.
위천무의 손이 그 순간 세계를 초월했다. 역의 움직임과 흐름을 간파하는 수법은 차라리 권능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퍼억
” 크아아악.”
남궁상이 위천무의 주먹 한방에 허무하게 나가떨어졌다. 훨훨 날아서 삼 장 밖에 흙먼지를 내며 처박힌 남궁상의 얼굴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분명히 뇌천대장의 역에 따라서 세계의 경계를 넘었는데, 어떻게 인간의 주먹으로 그를 때릴 수 있단 말인가?
말 그대로 번개의 속도를 인간의 육체로 초월해버렸다는 뜻밖에 되지 않았다. 남궁상이 이해불가한 표정을 짓고 있자 위천무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 네게 그 기술을 가르친게 누구인지는 몰라도 돼지 목에 진주군. 아직 현경(玄境)도 넘어서지 못한 주제에 날아다니려 하다니.”
” ……?!”
” 허나… 그 기술을 배웠다는 것 자체로 무기명제자로 인정해야겠지.”
”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퍼버버벅
” 끄어어어어억.”
남궁상은 잠시 후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얻어터지기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위천무의 구타는 적절하게 남궁상의 몸을 허공에 띄우면서 쓰러질 수 없게끔 계속 치고 있었고, 동시에 절대 중상은 입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남궁상의 수준을 생각하면 반항조차도 못하게 구타할 수 있는 위천무의 경지가 가공할 만 했다.
퍼버버벅
계속해서 맞으면서 남궁상은 희미하게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마치 돼지의 육질이 연해지라고 정성껏 패는 이 손놀림과 타격은 대사형의 삼복구타권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남궁상의 낙관적인 생각이었다.
뿌칵
” 크에에엑!!”
남궁상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연타를 얻어맞았다. 막 기절할락말락할 때 다시 위천무의 강타가 남궁상의 의식을 되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쉴새도 없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패고 있는 위천무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 흐음.”
때리는 맛이 있구나.
” 꾸헉! 크헥!”
퍼퍽! 퍽!
쉴새없는 타격음과 함께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위천무는 팰 만큼 팼다고 생각하자 남궁상을 놓아 주었다. 남궁상의 전신은 푸르딩딩한 멍에 물들어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놀라운 것은 그만큼 얻어맞았는데도 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
이젠 싸울 맘도 들지 않았다. 대사형한테 전력으로 처맞을 때보다 3배는 아프게 맞는 듯 했다. 축 늘어진 남궁상이 퉁퉁 부은 입술과 눈탱이를 어루만지며 훌쩍이고 있자 위천무가 말했다.
” 남궁상. 내가 왜 너를 죽이지 않는지 알고 있느냐?”
남궁상은 자신의 입이 퉁퉁 부어서 대답을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목소리는 잘 나왔다. 아마 위천무가 의도해서 팬 듯 했다.
” 내가 익힌 기술이 궁금해서.”
” 그렇다. 그 기술을 배웠다는 자체로 네놈은 나와 동문(同門)이다. 그러므로 함부로 죽일 수는 없지.”
” ……!!”
남궁상은 순간 눈을 꿈틀거렸다.
동문!
‘ 이… 이게 무슨 소리지?’
남궁상의 기술인 외식 뇌천대장은 대사형이 직접 만들어서 그에게 전수해 준 것이었다. 그러나 위천무는 마치 이 기술을 알고 있다는 듯 말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같은 문파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말대로라면 대사형 비류연이 천겁혈신 위천무의 사문(師門)과 연관이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남궁상이 우물쭈물하자 위천무가 말했다.
” 말해라. 네놈에게 그 기술을 가르쳐 준 자는 누구냐? 그 자는 비뢰문(飛雷門) 출신이냐?”
위천무의 질문은 소름돋을 정도로 냉엄했다.
남궁상의 등골에 식은땀이 쭉 흘렀다.
‘ 크.. 제길…!!’
그제서야 남궁상은 지금까지 위천무가 그나마 그를 많이 봐준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천하에서 잔혹무비하기 짝이 없는 위천무가 마음만 먹었다면 온갖 고문방법을 동원해서 그를 쥐어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면에서 질문을 한다는 건, 남궁상이 자신의 문파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최소한의 대우를 해주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우가 죽은 복수심은 가시지 않았기에, 남궁상은 발악을 하듯 위천무를 노려보며 외쳤다.
” … 좋다! 전부 말해주겠다! 당신이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면!”
위천무의 얼굴이 순간 멍하니 굳어졌다.
그러더니 처음으로 ‘웃었다’.
” 웃기는군. 독안에 든 쥐같은 놈이 감히 조건을 내세우느냐?”
” 으윽…”
남궁상은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겁혈신 위천무에게 조건을 내세우다니!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남궁상은 끝까지 물러나지 않으며 말했다.
” 내 친구 현운을 되살려내라! 그걸 할 수 있다면 뭐든 다 말해주겠다!!”
죽은 자를 되살려내라는 주문!
그것도 한 식경 전에 심장이 뽑힌 자를!
현운의 시체는 약 백여장 밖에 싸늘하게 누워있는 상태였다. 남궁상도 그 시신을 보고 왔기에, 현운이 확실히 사망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남궁상은 마지막 용기를 다해서 위천무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 이 자리에서 죽어도 다른 자들이 어떻게든 위천무를 해치워 줄 것이다…’
일부러 말도 안 되는 말을 한 이유는 – 자신의 친구를 죽인 원수에게 알랑방귀를 뀌면서 살아남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종종 비류연 앞에서는 비굴해지는 남궁상이었으나 실제로는 올곧은 열혈 정파무인이었다. 자기 목숨을 부지하려고 섣부른 교섭따위를 시도할 인물이 아니었다.
‘ 모두 안녕…’
남궁상은 자신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겨죽을 거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위천무가 어떤 식으로 고문하며 괴롭히다 죽일지는 모르지만, 모두 감내해 낼 각오였다. 자신의 복수는 대사형이 해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 ……”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위천무는 손을 쓰지 않았다. 남궁상이 슬며시 눈을 떠 보자, 위천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 쉬운 일이군.”
” 뭐… 뭐라고?”
남궁상은 자신이 헛소리를 들었나 싶었다.
슈욱!
” 이 놈을 말하는 게 맞느냐?”
남궁상은 뭔가 쉭 하더니 순식간에 현운의 시신이 이 자리에 내동댕이쳐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백여 장을 왕복한 천겁혈신이었다. 남궁상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천겁혈신은 현운의 시체로 천천히 손을 뻗으며 말했다.
” 육(肉)은 념(念)에 귀속되는 법이지.”
파아아앗
” 마찬가지로 영(靈)이든 혼(魂)이든 어렵지 않게 되돌릴 수 있다.”
백은빛의 광채가 영기(靈氣)를 내뿜었다. 그러더니 생명을 잃고 창백해져 있던 현운의 얼굴에 천천히 혈기(血氣)가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남궁상이 넋을 잃고 그 광경을 쳐다보자, 어느덧 뽑혔던 심장 부분이 저절로 재생(再生)하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육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조직을 구성하고, 나아가서는 시뻘건 피를 토해내고, 부숴졌던 뼈와 살점까지 모조리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천겁혈신 위천무가 마지막으로 현운의 눈 위에 손바닥을 쓱하고 훑었다.
번뜩!
” 아… 으음… 여긴?”
” ……!!”
현운의 몸뚱이는 자연스럽게 살아서 움직였고 친우의 얼굴도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현운이 주변을 둘러보며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 어… 궁상이? 이게 무슨 일인가?”
털썩
남궁상은 그 자리에 입을 벌린 채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도저히 그의 상식으로는 – 아니 인류 전체가 여태껏 꿈꾸지도 못했던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부활!
남궁상은 그제서야 – 초월경에 발을 들인 자가 어떤 존재인지 실감하고 몸을 떨었다.
그들은 모조리 인간(人間)이 아니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신(神)적인 존재인 것이다!
충격으로 굳어있는 남궁상에게 위천무의 말이 쐐기처럼 박혀들었다.
” 나는 약속을 지켰다. 약속대로 다 말해라.”
어찌 거역할 수 있을까.
” 그… 그건…”
남궁상은 뭔가에 홀린 것처럼 입을 열기 시작했다.
위천무에게 대사형의 비밀을 다 불어버리는 행위였으나, 이 세상 누구도 그를 탓할 수가 없었다. 그저 현운만이 멀뚱멀뚱거리며 눈 앞의 이상한 광경을 어이없게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