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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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3일 후 시험에 참가할 관도들을 일제히 불러 모은 고약한이 날카롭고 뾰족한 쇠작살 같은 시선으로 관도 하나하나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 시선에 담긴 힘이 너무나 강렬해 개중에는 그 기운에 반응해 움찔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의 눈빛은 왠지 사람들에게 방어 본능을 가동케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
고약한은 귀찮은지 아무런 말도, 그 어떤 부연 설명도 하지 않은채 그저 개인당 종이 두장씩을 일일이 나누어 주었다.
“으잉?”
“어라?”
“뭐지?”
“얼레?”
종이를 받아든 관도들 입에서 의아함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현재 자신들이 받아든 그것은 단순한 종이가 아닌 게 분명했다.
이 종이는 매우 불쾌하고 음산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종이 주제에….. 왠지 모를 불길함이 배어 있는 느낌이었다. 분명 모종의 용도가 있는 게 분명했다.
“이게 뭡니까, 노사님?”
개방 출신답게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개방 방도의 방규 중 하나가 바로 맞을 때 맞더라도 알건 알고 죽자였다-
노학이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용기를 내어 물었다. 돌아오는 말은 싸늘했다.
“써라!”
고약한 노사의 말은 그게 다였다. 노학이 폭발했다.
“뭔지 알아야 쓸 것 아닙니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쓰란 말입니까?”
고약한 노사가 고개를 홱 돌려 휘번뜩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노학은 순간 찔끔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배짱을 튕겼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말해 주지 않으시면 못 쓰겠습니다. 아니 안 씁니다!”
등이 뒤로 굽어질 정도로 배를 내밀며, 완전한 배 째라 자세를 완벽히 갖춘 노학이 말했다. 고약한의 눈매가 더욱 가늘어졌다. 그에 반비례해 그 눈에 맺힌 기세는 더욱더 막강해졌다.
흑검조 사람들은 다들 긴장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그중에서도 비류연은 꽤나 흥미진진한 시선이었다.
당장이라도 고약한이 노학의 배를 반으로 가를 것만 같은 흉험한 기운이 흘렀다. 잠시 뒤 고약한은 단 두글자를 내뱉었다.
“각서!”
이 말을 내뱉을 때 고약한의 얼굴 상처 몇 개가 동시에 꿈틀거리며 사람들에게 더욱더 불길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무슨 각서요?”
노학은 어리둥절했다.
“이번 시험 도중 만일에 사고로 죽더라도 천무학관을 향해 불평불만하지 않고 조용히 성불하겠다는 내용의 각서지, 흐흐흐.”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강론실 안이 조용해졌다. 노학은 잠시 허둥대다가 반문했다.
“노… 농담이시겠죠?”
그렇게 말하는 노학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럼 그 다음 종이는요?”
나눠 준 종이는 전부 두 장이었다.
“흐흐흐, 그건 유언장이다. 혹시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무 말 없이 죽으면 부모님들이 얼마나 슬퍼하겠느냐. 자식 된 도리로서 마지막 말은 남기고 가야지. 안 그러냐?”
노학의 얼굴이 휴지통에 버려진 종이 쓰레기처럼 구겨졌다. 차라리 안 들으니만 못한 말이었다.
그들을 놀리며 그것을 즐기고 있는듯한 인상이었다. 정말 성질 고약한 영감탱이였다.
“그 정도로 위험한 곳이란 말입니까? 이 환마동이란 곳이? 그렇게 젠장맞을 곳이라면 생각을 달리 해야겠는데요.”
“나도 모른다!”
고약한이 대답했다.
“그럼 누가 압니까?”
노학은 기가 막혀했다.
“노부도 들어가 보지 못한 곳인데 내가 어찌 안다고 말하겠느냐. 직접 겪어 보면 알게 되겠지.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시험 문제를 미리 가르쳐 주는 선생도 있다더냐?”
“없죠!”
어디다 대고 감히 화를 내냐는 투였다.
다들 더 이상 할말도 없었다.
“그럼 3일간 시간을 줄 테니 무서운 놈은 포기해라! 포기 신청도 받아준다. 겁쟁이는 포기해도 좋다.”
최고 명문명가의 자손들과 제자들만 엄선해서 모아 놓은 곳이었다. 감히 낯부끄러워 포기한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은 알고 있었다. 만일 여기서 포기하면 환마동에서가 아니라 가문이나 사문의 불같은 아버지나 사부 손에 맞아 죽으리란 것을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명성에 먹칠이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후대책이란 살아 있는 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 중하나이다. 한정된 시간을 사는 자는 자신의 죽음 그 뒤를 항상 생각 해야만 한다. 그러니….. 잔말 말고 써라!!”
그리고 고약한은 애들이 못 미더운 듯 한마디 더 덧붙였다.
“이번이 마지막 휴식이 될지 모르니…. 제군들의 생애에 있어서 충분히, 그리고 천천히 즐기도록.”
정말 농담이라면 상당히 악질적인 농담이었다. 사람들을 약 오르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말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사람을 약 오르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3일간의 휴식이 정해졌다. 아주아주 운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마지막 휴식이 될지도 모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사망자가 드물다는 말로 주위에서 안심시키려 하였지만 드물다는 것은 있다는 말과 동일한 말이었다.
게다가 18년 동안 폐쇄되어 있었떤 것을 보면 충분히 그 내포된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천각을 이기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이곳 천무학관에서도 그 위험성 때문에 봉인을 결정한 것이었다.
그 봉인이 지금 18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풀리려 하고 있었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 바람이 쓸쓸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나는 유서와 각서를 쓰고는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실 고약한의 협박 따위는 내게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 기분 더럽군…”
각서는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유서를 받아드는 순간 고향의 부모님 생각이 났다.
억지로 그리움을 잊었지만 괜히 짜증이 났다. 유서를 쓰라는 순간에 감정이 폭발해서 고약한의 목을 베어버릴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아내었다.
이제 아홉번이나 더 유서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암담해졌다.
3일 후, 내게는 한 달 후에나 결전의 아침이 밝아왔다.
기상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눈을 뜬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긴장화 흥분으로 인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수련을 한다고 일찌감치 눈을 뜨고 있었다.
집합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추 수백여명은 되어보였다. 아는 얼굴도 보였고 알지 못하는 얼굴도 보였다. 내 친구라고 할만한 건 없었다.
그때였다.
“천무학과 관주님께서 들어오십니다.”
크게 외치는 소리와동시에 자리에 착석해 있던 노사들이 모두 일어나 모여 있던 관도들과 함께 들어오는 마진가에게 예를 표했다.
뚜벅뚜벅.
천무학과주 철권 마진가가 걸어 나와 연무장 위에 마련되어 있는 단상에 섰다. 백도의 명예를 짊어질 화산규약지회의 대표를 뽑는 중요한 시험인 많큼 그가 직접 연설을 할 예정인 모양이었다.
그만큼 이 시험의 중요성은 컸다.
마진가가 손짓을 하자 관도들은 포권을 풀고 노사들은 자리에 다시 착석했다.
마진가가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사람을 휘어잡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어다.
“여러분이 자시 자신을 이기기 위한 시험에 도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본인은 여기 서 있는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여러분은 도대체 이 환마동이라 불리는장소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그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줄 수 없다.
저 안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얻을지는 전적으로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말해 줄 수 있다.
여러분은 아마도 이 안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 이곳을 지옥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듣는 이에게 무시무시한 두려움을 안겨 주는 말이었다. 마진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모두들 침묵으로 일관한채 그의 연설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심각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는 입구는 열어 줄 수 있지만 출구는 대신 찾아줄 수는 없다. 출구에서 빛을 찾는 것은 전적으로 너희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나는 이제 한 가지만을 묻겠다. 너희들 중 두려움에 떠는 자가 있다면 지금 나서라!”
그의 눈은 형형하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의 목소리는 한껏 고양되어 있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도 그 분위기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마진가가 다시 한번 말했다.
“지금 여기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나약한 자가 있는가? 있다면 지금 나서라.
이제 너희들이 걸어가야 할 곳은 지옥의 입구아고,
너희들이 열고 들어가야 할 문은 바로 지옥문이다. 지금 나선다면 시련을 면제해 주겠다. 아무도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