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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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예전 같으면 아무리 막강한 상대를 만나도 무극비도를 손에 쥐고 있으면 전혀 두렵지 않았다. 하나 지금 그는 마음 한구석으로 씁쓸한 탄식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너무 성급했던 것일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는 어쩌면 절대로 적으로 삼으면 안 될 자를 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조금이라도 협상을 했다면…!!
하나 생각은 생각이고 현실은 현실이었다.
그는 자신의 앞으로 구름처럼 자욱하게 펼쳐지는 검의 그림자를 보며 가볍게 진저리를 쳤다. 보기만 해도 구토가 치밀어오를 정도로 빽빽하다.
‘ 대체 이게 무슨 검법이기에 이토록 가공스런 변화를 일으킨단 말인가?’
” 으읍!”
그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양손을 가슴 앞으로 끌어올려 십자로 교차 시켰다가 세차게 뿌려댔다. 내력이 몸의 중단을 타고 실려나갔다.
쐐애액!
섬뜩한 파공음과 함께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여섯 개의 무극비도들이 검영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오옷!!”
마룡권 또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풍차처럼 마구 휘둘렀다. 그에 따라 시퍼런 강기벽이 형성되더니 이내 검영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마룡권이 회심의 절기로 생각하는 마룡강기를 뿜어낸 것이다. 이 마룡강기와 마룡구권(魔龍九拳)으로 마룡권은 십이혈마대의 부대주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마룡권의 마룡강기는 혈전비의 무극비도와 비슷한 시기에 발출되었으나 이내 속도가 빨라지더니 무극비도보다 먼저 검영에 부딪혔다.
파아아…
폭음이 터지리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별다른 소리도 나지 않고 마룡강기는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수십 개의 검영에 부딪히자 커다란 벽을 형성했던 마룡강기가 잘게 쪼개져 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주위 사방이 쪼개진 강기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엉망이 되어버렸다.
‘ 걸렸다, 이놈!’
혈전비가 쾌재를 불렀다. 그 순간, 혈전비가 발출한 여섯 개의 무극비도는 처음과는 달리 점차로 빨라지더니 엄청난 속도로 검영을 뚫고 들어갔다.
그들의 연수합격(連手合擊)은 능히 강호일절(江湖一絶)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먼저 마룡권의 마룡강기가 상대의 공세를 허문 다음 속도를 조절한 혈전비의 무극비도가 그 틈을 노리고 상대를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이러한 연수를 네 번밖에 하지 않았으나, 그것으로 자신들 개개인보다 고강한 네 명의 고수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픽 픽 피잇
과연, 혈전비의 무극비도들은 마룡강기에 부딪혀 급격히 약해진 검영을 뚫고 유천영의 상반신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짓쳐 갔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그들의 뒤에 서 있던 혈령도가 시뻘건 핏빛 혈도(血刀)를 들고 무극비도의 뒤로 바짝 날아들었다. 그 또한 십이혈마대의 부대주급으로, 30전에 이르는 사투를 승리로 이끈 승부사였다.
유천영의 손에 들린 검이 한차례 흔들렸다.
그러자 귀청 떨어지는 듯한 음향과 함께 그토록 가공할 속도로 날아들던 여섯 개의 무극비도들이 모두 박살이 난 채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유운검봉(流雲劍峰)
따땅!
그 부서진 파편들 중 일부는 무극비도를 바짝 따라오던 혈령도에게로 날아갔다. 어쩔 수 없이 혈령도는 몸을 비틀며 파편들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유천영이 앞으로 성큼 다가서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그었다. 그 속도는 마치 축지법을 쓴 것과 같아서, 혈령도는 자기 눈 앞에 도달한 유천영의 신형을 앞두고 개구리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 이… 이런?’
쫘악!
마치 허공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뒤로 물러섰던 혈령도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도를 휘둘렀으나 칼과 함께 그대로 몸이 두 쪽이 나버렸다.
“크아아악!”
끔찍하리만치 커다란 비명과 함께 질펀한 피비린내가 화악 풍겨왔다.
유천영이 펼친 것은 천하삼십육검 중의 천하수조라는 초식이었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초식이었으나,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검초로 보였다.
혈령도의 비명 소리가 채 중인들의 귓전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유천영의 신형은 어느새 허공을 날아 혈전비와 마룡권에게로 날아가고 있었다.
“거… 검귀(劍鬼)로구나!”
혈전비과 마룡권이 모두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채 뒤로 물러났다.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유천영의 검법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하나 유천영의 검은 그들이 순순히 물러나게 허락하지 않았다.
휘리리리리리리릭
마치 안개처럼 자욱한 검영이 그들을 휘감아 갔다. 무려 수백 개에 이르는 검기가 새까만 구체처럼 변하며 다시 터져나오려 한다. 그것은 그들이 물러나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랐다.
다급해진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 검영을 벗어나려 했다.
한쪽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적혈 또한 노호성을 지르며 단숨에 허공을 날아 검영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놈!”
그의 손에는 언제 뽑아 들었는지 핏빛 검이 굳게 쥐어져 있었다. 그 검에서 시뻘건 강기가 원통형으로 뻗어나오며 허공을 크게 갈랐다.
까깡!
적혈의 검법은 과연 놀라워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던 혈전비와 마룡권을 그 살인적인 검영에서 구해낼 수 있었다. 혈전비와 마룡권은 비틀거리며 물러났지만 그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도무지 다시 저 검귀에게 덤빌 마음이 들지 않았다.
혈전비가 중얼거렸다.
” 기… 기억났어…”
종남파의 전설!
그는 눈을 크게 떴지만 비틀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말로 상대가 그 전설을 사상 두 번째로 이뤄낸 괴물이라면, 차라리 앉아서 목을 내놓는 게 낫다.
하나 그 덕분에 적혈은 유천영이 펼쳐낸 검영의 한복판에 떨어지게 되었다.
일단 검영 속에 빠지자 적혈은 전신이 차가운 빙굴(氷窟)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한기를 느끼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 크으으으… 나 또한 천겁령의 업을 짊어진 자! 이대로 지진 않을 것이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검을 두 손으로 움켜잡은 채 질풍처럼 사십팔검(四十八劍)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은은한 뇌정(雷霆) 소리가 들렸다.
우우웅…
적혈의 독보적인 성명절기인 혈마검법(血魔劍法) 중의 천강혈마(天降血魔)가 펼쳐진 것이다.
적혈의 검법이 전개되면 전개될수록 뇌정 소리도 점점 커졌고, 그에 따라 상상도 못할 무거운 압력이 주위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 혈마검법은 검법 자체 내에 기이한 암경(暗勁)을 지니고 있어 궁극에 이르면 칼로 베지 않더라도 검법 내의 암경만으로 상대를 질식시킬 수 있는 무서운 무공이었다.
설령 염도의 검염기가 오더라도 암경에 짓눌려버릴 정도로!
하나 유천영은 그러한 압력을 조금도 받지 않는지 처음과 같은 표정을 유지한 채 검을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그러자 그토록 무서운 기세로 다가들던 적혈의 검영 한가운데가 뻥 뚫리며 시퍼렇게 굳어진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 흐아아아아…!!!”
적혈은 비명을 내지르며 미친듯이 검기를 내뻗었다. 그의 실력은 천하오대검수라고 불리는 빙검과 염도에 비해서 전혀 부족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에 앞서서 덤벼들던 혈령도와 혈전비, 마룡권의 실력 또한 초절정에 가까웠다. 그러나 눈 앞의 소년의 압도적인 검기에 학살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건 꿈인가?
츠가가가각
하지만 그 생각을 부정하듯, 마치 인간이 두부처럼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유천영의 검세에 포함되어 있던 자들은 하나같이 비명소리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극의조차도 초월한 유운검법은 이미 사신의 손길이나 다름없었다.
그 순간, 유천영이 나직이 말했다.
적혈은 강한 자다. 쉽사리 끝내지 못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편하게 해주는 것이 예의.
” 낙성검(落星劍) 오의(奧意).”
적혈은 유천영의 검이 새하얀 강기로 불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새하얗게 얼어붙게 하는 기세를 지니고 있었다. 허공에 둥실 떠오른 검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유천영의 악몽과 같은 한 마디가 떨어졌다.
” 명혼(銘魂).”
혼을 새긴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 것은, 유천영의 검이 자신의 가슴을 꿰뚫을 때였다. 마음을 검에 새기고, 검을 혼에 새기며, 마침내 혼검의(魂劍意)가 일치된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 … 아… 대공…”
적혈은 쓰러지기 직전에 대공자에게 임무완수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