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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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그러니깐 화산에 볼 일이 있는 이 흑도 아가씨가 주위의 환경적 위협에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여행을 위해 우리랑 여행을 함께하고 싶다는 그런 이야긴가.. 내가 제대로 요약한 거냐?”
물끄러미 모용휘를 쳐다보며 염도가 물었다.
“맞습니다.”
모용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깐 이 마천각 출신의 아가씨가 마천각 출신 애들이랑 한 판 붙으러 가는 우리들과 함께 화산까지 가고 싶다 이거지?”
“마, 맞습니다.”
모용휘와 남궁상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평소의 염도라면 미쳤냐고 하면서 검염기를 먹이겠지만, 왠지 은설란의 외모가 큰 변수인 듯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염도는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래! 까짓것 함께 가지 뭐! 그런다고 하늘이 두 쪽 나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 큰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골 싸맬 필요가 무에 있겠어. 그리고 너무 이쁘잖아!”
동서고금을 떠나 모든 곳에 다 통용되는 매우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론이자 이유였다. 너무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 설명에 아무도 반박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 까짓것 허락한다.”
“꺄악! 노사님!”
은설란이 와락 염도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 누구도 예측치 못한 돌발 행동이었다.
“아니, 뭐…, 꼭…,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염도의 당황하고 어색해하면서도 수줍어하는 모습도 예상 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싫지는 않은 얼굴이었다. 오히려 기뻐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속물!”
여자 관도들의 나직한 한마디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고의적으로 묵살되었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54명의 천무학관 대표단 일행은 길동무와 마부를 추가해 56명으로 늘어났다.
은설란이 살짝 나를 스쳐지나가면서 말했다.
” 소협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제 만난 마차의 주인은 아마 은설란이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십이혈마대의 일에 대해서 천무학관도들에게 말할지가 걱정되었지만, 그녀의 입장도 당당한 것은 아니니 말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은설란을 무시한 채 오향장육을 먹기로 했다.
별로 신경쓸 일도 아니다.
그 때였다.
콰꽝!
순평루의 정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거칠게 열렸다. 순간적으로 가해진 거대한 충격에 문의 경첩이 심하게 흔들거릴 정도였다.
“조금 전에 팔대세가를 모욕한 놈! 어디 있느냐! 당장 나와라! 내가 오늘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 썩 나와라! 무릎을 꿇고 천번을 석고대죄하지 않는 한 오늘 이후 살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끌벅적한 소음!
흑의무복을 입은 청년 하나가 순평루의 문을 박차고 들어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이다.
“썩 나와라! 나 사천당가의 쾌속수 당철악이 상대해 주마.”
나는 쾌속수 당철악이란 명호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 마디로 듣보잡이었다.
“…….”
이미 엄중한 염도의 경고가 있었던 터라 순간 객잔은 괴아한 정적 속에 휘감겼다. 머리카락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 능히 감지해 낼수 있을 만큼 지독한 적막이었다.
“당삼이가 애들 교육을 잘못시켰군!”
비류연이 혀를 찼다.
” 어.. 어.. 어.. 어?”
한 호흡에 주위를 둘러본 사천당가의 당철악은 그제야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사방천지에서 싸늘하게 빛나는 눈동자들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당철악은 자신이 점점 더 위축되어가고 있었다.
딸그락!
그리고 붉은 머리 사내의 젓가락이 식탁에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객잔 안에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꾹꾹 눌러 참았던 염도의 분노가 마침내 일순간에 폭발하고야 말았다.
“어떤 개망종이야! 집안에서 식사 예절도 못 배운 망나니 놈이! 우워어어!”
염도의 폭갈과 함께 그의 손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아아아아아…….”
사천당가의 당철악에게는 또 한 명의 일행이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오더니 말했다.
“당 공자.”
“무슨 일 있으십니까?”
” 당 공…, 허걱!”
뒤늦게 당철악을 따라 들어온 청년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경악하고야 말았다.
그는 당철악의 전신 의복이 수십 개의 나무젓가락에 숭숭숭 바람구멍이 뚫려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듯 했다.그리고 그는 왜 당철악의 입에 음식을 담아두는 데나 쓰이는 커다란 접시가 흘러내리는 음식과 함께 물려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듯 했다. 또 그는 왜 벽에 나무젓가락으로 고정된 채 축 늘어져 있는 당철악의 넋이 나간 얼굴이 푸르팅팅한 빛을 디며 알록달록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수십 개의 싸늘한 시선이 왜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지일 것이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그를 아는 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네가 여기는 웬일이냐?”
“누, 누구지?”
그러나 인간의 호기심 앞에서는 너무나 나약한 생물이었다. 반갑게 자신을 아는 척한 사람이 누군지 웃는 낯으로 돌아본 청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새하얗게 탈색이 되었다.
“한 이 년 만인가?”
“키에에엑!”
객잔이 떠나갈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는 바로 요즘 한창 잘나간다는 중양표국의 국주 실팔검 장우양의 아들 장우강이었다.
남궁상이 다급하게 뛰쳐나가와 그를 부축했다.
“이봐, 왜 그래. 정신 차려! 이 식은땀 좀 봐! 야! 정신 차리라니까!”
정신을 차리라고 따귀를 때리는 남궁상의 손길이 꽤나 부산했다. 아마도 요 며칠간 불만이 꽤나 쌓인 모양이었다.
철썩, 철썩! 찰싹, 찰싹!
이 때 멀뚱히 뒤에서 보고 있던 당삼이 앞으로 튀어나와 남궁상을 밀치고 장우강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맥박과 혈압이 점점 느려지고 있습니다. 어,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철썩, 철썩!
장우강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기는 당삼의 표정에는 왠지 묘한 충족감이 가득 했다. 그러자 주작단원 중 또 한 명이 뛰쳐나와 당삼과 교대했다.
“큰일났어요. 동공이 점점 풀리고 있습니다.”
짝! 짝! 짝!
주위에서 어이가 없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머지 대표단 일행은 언제부터 주작단원들이 이토록 사악하게 변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야! 정신 차려! 정신!”
연신 뺨을 얻어터지면서도 장우강은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아…, 따뜻해.”
” 어.”
” 이사람 입만 웃고 있습니다. 어떡하죠?”
” 빨리 구명환을 먹이고 응급조치를 해! 빨리! 서둘러!”
장우강은 현실도피를 하고 있었다.
“아아…, 이 얼마나 따뜻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