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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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염도는 도를 휘둘러 수십 개의 화살들을 동시에 박살내고 있었다. 염도를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들이 작은 나무조각이 되어 주위로 산산이 흩어졌다.
“크윽!”
“으아악!”
화살이 쉴새없이 쏟아지다 보니 끝내 피해를 입는 자가 나오고 말았다. 무더기로 쏟아져 내리는 화살비 중 하나가 미처 피하지 못한 관도 한 명의 허벅지를 꿰뚫은 것이다. 화가 난 염도가 소리쳤다.
“야 이, 빙충아! 이런 기습 따위에 당해 허벅지를 다쳐? 너 내 손에 죽어볼래! 네가 그러고도 천무학관 대표단의 한 명이냐! 넌 평생 후보야!”
염도의 분노가 지옥의 업화처럼 거세게 타올랐다. 그 불길을 식혀주겠다는 듯이 그의 머리 위로 다시금 화살비가 거세게 쏟아져 내렸다.
진홍십칠염(眞紅十七炎) 검염기(劍焰氣)
오의(奧義) 폭염산(暴炎傘)
염도의 애도 홍염이 다시 한 번 빛을 뿜으며 거대한 붉은 우산을 허공 중에 드리웠다.
나는 염도와 대표단이 분전하는 걸 알았다. 이대로라면 가만히 놔둬도 반 식경 정도는 가볍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슬쩍 허벅지에 부상을 입은 종남파 출신의 선배를 들쳐업었다.
” 선배. 설 수 있습니까?”
” 으… 넌.. 선룡마검?”
” 예. 괜찮습니까?”
선배는 잠시 정신을 못 차리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그가 더 이상 전투불능이란 걸 깨닫고 화살의 사각지대로 회피시키기로 했다. 이미 내게 있어서 혈마전 따위는 위협이 될 수 없었다.
“당황하지 마라!”
“침착해!”
여기저기서 분전하고 있는 일행에게 주의를 주며 빙검은 몇 개의 날아오는 화살을 손을 빠르게 움직여 잡아버렸다.
빙검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가자, 열 개쯤 쥐어져 있던 화살이 돌아온 주인을 향해 열 방향으로 날아갔다.
“크아아악!”
협곡 위에서 아홉 개의 피보라가 일었다.
“하나는 놓쳤나? 운이 좋은 놈이군.”
빙검이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날아오는 화살들을 잡아챘다. 빙검의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본 대표단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빙검의 묘기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순간 백여 개가 넘는 화살들이 본 주인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빙검만큼의 정확성은 다들 보유하고 있지 못한지라 생각보다 적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적의 예봉을 꺾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했다. 그 증거로 폭우처럼 쏟아지던 화살비는 어느덧 가랑비로 변해 있었다.
나는 부상자들을 사각지대로 옮기고는 전황을 바라보았다. 일단은 소요상태지만 언제 2격이 올지 모른다.
그 때 내 감각에 무언가가 잡혔다.
” ……!!”
하나의 혈마전이 시위를 떠났다.
거창한 외침과 날아가는 화살은 의외로 느렸다. 하지만 너무나 느린게 문제가 되었다. 보통 저 정도로 느린 속도면 화살은 포물선을 그려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화살은 똑바로 직진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느린 대신 화살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안개가 혈마전의 회전에 빨려들 듯 휘말려 들어갔다.
화살이 직진하는 곳에는 빙검이 있었고, 그 앞에는 차가운 서리발 같은 검광을 내뿜으며 검을 휘두르고 있는 나예린이 위치해 있었다.
화살이 빙검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나예린을 관통하고 지나가야만 했다.
위협적인 살기를 느낀 빙검의 시건이 그 원흉을 향했다. 나예린의 시선도 소용돌이치는 안개 속에 파묻힌 전율스런 화살을 바라보았다.
그때 나예린의 시야를 가로막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은 한 남자의 등이었다.
“류연!”
비류연은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정면으로 혈마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개가 기이한 나선의 조합을 그리며 소용돌이쳤다.
“피해!”
염도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느리게 다가오던 안개 소용돌이의 사방 여기저기에서 느닷없이 화살이 튀어나왔다. 안개 소용돌이 중심은 일종의 연막이었던 것이다.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아홉 대의 화살이 연거푸 날아왔다. 살기가 가득한 절체절명의 공격이었다.
슈슈슈슉!
파박파박파박!
8대가 연환된 화살이 비류연의 몸에 작렬했다. 비류연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안개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던 가장 느린 화살이 비류연의 몸에 작렬했다.
콰쾅!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무시무시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주위의 공기가 질풍을 일으키며 거칠게 요동쳤다. 엄청난 돌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이 순간만큼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던 화살비라는 독특한 기후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구름 한가운데로 쏠렸다.
“헉!”
염도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그는 잠시 뒤 들려온 목소리에 자신의 두 눈을 세차게 비벼야 했다. 그의 눈에 어떤 믿기지 않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히야! 이거 좀 비싼 물건인 것 같은데?”
태평스럽기 짝이 없는 목소리! 도저히 생사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타는 전장의 한가운데라고 여겨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이 생사간두의 순간에도 어김없이 여전히 생기발랄한 목소리의 주인의 바로 방금 전 화살꼬치 신세가 되지 않았나 의심되던 비류연이었다.
나예린의 잔뜩 굳어져 있던 얼굴이 봄날의 얼음이 녹아내리듯 사르르 녹아버렸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건 또 뭐야?”
“하나, 둘, 셋, 넷…, 아홉!”
분명 아홉 대였다.
그 먼지구덩이 속에서 비류연은 화살 아홉 대 중 하나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화살에 먼지 하나 묻어 있지 않는 걸로 보아 땅에 깊숙이 박혔던 것을 뽑아낸 건 분명히 아니었다. 저런 살기 가득한 특색 있는 붉은 화살이 아닌 밤중의 홍두깨처럼 나타났을 리는 만무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하나 뿐이었다.
“어, 어떻게 저럴 수가! 맨손으로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거늘!”
경악한 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빙검도 고약한도 잠시 자신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비류연을 바라보았다.
“무슨 속임수를 쓴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결론짓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저 아홉 대의 화살이 각기 다른 시간 간격을 두며 연속해서 날아오는 것은 분명 전설적인 궁술인 구궁연환사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런 전설적인 명성과 피비린내 나는 소문을 일축시키기라도 하듯 비류연은 보란 듯이 혈마전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역시 괴물은 어쩔 수 없는 괴물인 건가?’
나라고 해도 저 정도 공격을 막아내거나 튕겨내는 건 손쉬운 일이지만, 맨손으로 잡아채는 것은 불가능했다. 염도뿐만 아니라 다들 어이없는 시선으로 비류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 받은 건 돌려줘야겠죠?”
차마 아까워 손에 쥔 혈마전은 어쩌지 못하고 비류연은 바닥에 꽂혀 있는 화살 하나를 주워들었다. 그의 시선이 아홉 개 화살의 주인이 있는 방향을 향했다.
팟!
순간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한 줄기 번개가 공기를 찢으며 비상했다.
“크악!”
안개 저편에서 울려 퍼진 단말마!
그 때 절벽 위에서 푸른 깃발이 들리면서 외침이 들려왔다.
“철쇄봉혼진 발동!”
쓰잘데기없이 요란한 이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