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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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날이 밝았다.
천무학관 대표단의 모두는 잿빛 어둠 속에서 천천히 밝아오는 여명(黎明)을 바라보며 각오를 새롭게 하며 각자 자신들의 병기를 정성스런 손길로 신중하게 손질했다.
이 대부분이 각자의 사문이나 가문에서, 혹은 존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애병(愛兵)들로 그들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것들이었다.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주고 그 손에 명예와 영광을 안겨줄 유일한 친구이자 분신을 손질하는 그들의 마음에 어떤 각오와 맹세가 깃들어 있는지는 오직 본인 만이 알 일이다.
그동안 많은 고난이 있었다. 생각보다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지금 눈앞에 목적지인 화산 천무봉이 그들을 오만하게 굽어보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그들은 그곳을 오른다. 새로운 세계와 놀라운 경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게 분명 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터져버리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긴장되는 것이 당연했다.
“음냐, 음냐, 음냐…….”
그러나 이 엄숙한 각오의 시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외따로 떨어져 이불 속에 몸을 만 채 침상에 뒹굴고 있는 자가 한 명 있었다. 이 종교의식처럼 엄숙하고 경건한 자리에 흥을 깨고 찬물을 끼얹어도 유분수였다. 바로 비류연이었다.
혹자는 불쾌감이 자르르 흐르는 눈으로 이맛살을 찌푸리며, 혹자는 저 태평 성대한 무신경함에 경의와 부러움을 표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그는, 차원이 달라…’
현존하는 고수 중에서 비류연을 이길 자가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는데, 이런 대회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당연했다.
그가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난 것은 조찬 시간이 다되어서였다.
객잔은 천무학관 대표단이 통째로 전세 쟀기 때문에 식당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들은 평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서로 말 한 마디 나누지않고 묵묵히 식사를 마쳤다. 아침이 제대로 넘어갈 리가 만무했다.
“다 먹었느냐?”
빙검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예!”
모두 힘차게 대답했다.
“그럼 가자!”
대표단 일행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들 얼굴에 각오가 단단했다.
드디어 출발이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하면 100년 후에나 이 길을 밟으러 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쪽 길이 아니다!”
빙검이 관도들의 발걸음을 제지했다.
“아니…, 야?”
말끝을 올리며 뒤를 돌아본 이는 아직도 자신이 내딛던 발걸음을 완전히 내딛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염도였다. 빙검은 한심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엣? 그럼 어디로 가야 합니까?”
엉거주춤한 상태로 씨근덕거리고 있는 염도를 대신해 남궁상이 재빨리 물었다.
빙검은 인적도 드물고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은 왼쪽의 나무 숲 어귀를 가리켰다. 그들이 지금까지 걸어가고 있던 잘 정돈된 길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인 길이었다.
염도의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험악한 인상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졌다. 이런 얼굴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고울 리가 없었다.
“저어기이?”
빙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척 보기에도 꽤나 험난하고 올라가기 귀찮게 생긴 곳이었다.
“저렇게 훤하게 뚫려있는 대로를 놔두고 저런 다람쥐들이나 다닐법한 험한 것이 뻔한 샛길로 가야 한단 말인가?”
빙검은 대답하기도 귀찮은지 그저 고개만 한 번 끄덕여 보였다.
“왜? 이유가 뭐야?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게 있었으면 이 기회에 좀 알려주지 그래?”
염도의 시비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빙검이 천천히 대답했다.
“저기는 일반인이나 초대객과 물품이 지나가는 길이다. 화산지회 대표단들은 저 포장된 길로 갈 수 없다. 우리들은 여기에 유람 온 게 아니라 시련을 겪기 위해서 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아이들은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빙검이 가리킨 곳은 잡목이 우거져 숲이 짙게 음영을 드리우고 있는데, 곳곳에 험한 협곡과 바위 언덕이 있어서 척 보기에도 험난할 것 같았다. 당연히 일행을 고되게 만들 요소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음이 분명했다.
“시험?”
염도의 말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난 못 들었는데? 게다가 저번 대회 때도 시험이나 관문 같은 게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자네는 못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분명히 들었네. 그리고 관문은 이번 대회부터 새로 생긴 것으로 알고 있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3개의 관문을 지나며 3개의 고난을 겪고 난 뒤, 3가지 공포를 이긴 후 에야 비로소 원하던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했네.”
“왜 난 못 듣고, 넌 들었다는 거지? 이게 말이나 돼? 불공평하잖아?”
갑자기 염도가 버럭 화를 냈다.
“당연하지. 네가 신용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잊고 있는 모양인데 본인이 자네보다 게급이 높다네.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무척이나 불.쾌.하니깐 말일세!”
무심한 어조로 빙검은 또박또박 거침없이 말했다. 사실 염도 그는 일개 무사부였고, 빙검은 그 무사부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총무사부의 일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염도의 성질이 죽은 것은 아니었다.
끓어오르던 주전자가 마침내 넘쳐 흐르고 말았다.
“뭬이이야!”
염도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드잡이 질 때문에 대표단의 출발이 한참이나 지연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싸움이 끝난 것은 오직 한 사람의 힘 때문이었다.
“이제 다 끝났으면 출발했으면 하는데요?”
비류연의 이 한 마디에는 신비의 힘이라도 깃들여져 있는지 거짓말처럼 두 사람은 싸움을 멈추었다. 빙검과 멀찍이서 떨어져 아직도숨을 고르지 못하고 씨근덕거리던 염도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지난 화산규약지회 참가자 신유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야! 유성! 너도 저번에 이 길로 갔었냐?”
“아…, 아닙니다. 저도 처음 듣는 일인데요?”
그 무시무시한 살기덩어리에 찔끔 놀란 신유성이 허둥지둥 대답했다.
“그럼 너가 그때 걸어 올라간 길은 어디냐?”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씨근덕 거리며 염도가 다시 물었다.
“저 길입니다. 당연한 일이죠.”
신유성은 손가락을 들어 아주 정리가 잘되어 있는 널따란 대로를 가리켰다. 그 길은 빙검이 가리킨 길에 비해 정말 넓고 편안해 보였다. 경공을 사용하면 한 시진도 안 되어 산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으음, 아무래도 이건 제 개인적인 예감이지만, 이번 화산지회는 이제까지 있어왔던 그 어느 대회와도 차원이 다른 대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굳어진 얼굴로 잠시 생각을 정리한 신유성이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생각했다.
‘ 아, 큰일이구나.’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 험난한 산길을 10번이나 등정해야 했다. 안 오르고 튈 수도 없는 일이다.
새하얀 구름의 평원을 종이장처럼 뚫고 솟은 거대한 창 같은 봉우리들. 중원오악의 하나답게 그 높이는 구름도 감히 닿지 못할 정도로 높았다. 그런 험한 봉우리 중 하나를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산등성이는 흰 구름 깔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이 빠진 톱니처럼 들쑥날쑥 튀어나와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길은 험했다. 가파른 비탈길을 신법을 이용하여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무성한 잡초와 빽빽한 잔가지들을 해치며 반 시진쯤 올라갔을 때였다.
“어이, 이봐! 얼음탱이! 혹시 길을 잘못안거 아냐?”
염도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닐세! 분명 이 길이야!”
빙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흥, 그렇다면 자네가 길치인 모양이지.”
염도의 폭언에 빙검의 관자놀이가 순간 꿈틀했다.
“분명히 이 길이 확실하네. 내 명예를 걸고 맹세하지!”
“그렇다면 저건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