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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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해시말(약 23시경) 풍매객잔 심처.
은설란의 흔적은 풍매객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행히 들키는 불상사는 없었다. 하지만 샅샅이 구석구석 뒤져보아도 그녀의 존재는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나 은설란이 이곳에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객잔 내부에는 경비의 눈길이 그다지 삼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질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감시자가 있다.
그러나 확인해 본 바로는 그런 장소가 아무 데도 없었다.
“우리가 잘못 안 건 아닌가?”
장홍의 얼굴에 초조의 빛이 나타나 있었다.
“혹여 이곳에서 잡혀갔다해도 꼭 이곳에 가둬두라는 법은 없지. 게다가 내가 알기로 객잔은 잠자기에는 좋아도 피납자를 감금해두기에는 좋은 장소가 아니거든!”
과연 그 말 그대로였다. 비류연은 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망설이지 않았다.
“아마 여기 없을 가능성이 십중팔구야!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 최종확인작업을 거치도록 하지!”
그의 최종확인작업은 조금 거칠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잡혀온 사내가 울상이 되어 외쳤다. 그 소리가 너무 컸기에 사람들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비류연이 재빠르게 사내의 입을 틀어막은 후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조용해 해주세요. 제가 당신의 아가리를 확 잡아 찢어 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아주 조용하고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였다. 하지나 그 안에 담긴 내용만큼은 부드럽지 않았다. 한순간 사내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울부짖음이 뚝 멈췄다.
“좋아요. 착한 아이군요.”
비류연이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동안 심문한다고 소동이 일어났다. 그 결과 사내에게 숨겨둔 첩이 있다는 시시한 사실을 알아낸다고 나예린의 용안을 써야했다.
“시간 낭비했군.”
비류연이 지나가는 말투로 한마디 하자 다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 어떻게 하죠?”
모용휘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전부터 좌불안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했나?”
비류연의 가벼운 한마디에 모용휘는 펄쩍 뛰었다.
“무, 무슨 소린가? 반하다니? 난 전혀 그런 생각은 한 적이… 난 그저 인연이 닿은 사이로서 걱정이 되는 것 뿐이지… 그러니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지 모용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 완전 얼음땡이는 아니었군!’
이 바른 생활 결벽증 환자도 차가운 무쇠와 얼음만으로 만들어진 인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비류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잘 익은 사과같은 그런 얼굴로 그렇게 말해 봤자 설득력이 별로 없다고!”
어쨌든 다음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였다.
비류연이 노학을 바라보았다.
자시초(약23시경) 섬서성 화음현 개방 서악분타.
곤하게 자다가 깨어난 개방 서악분타주 오개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불시에 들이닥친 방문객들 때문이었다.
오개는 아주 못마땅한 시선으로 노학을 쏘아보고 있었다. 아직도 잠에서 두들겨 깨워진 것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러나 노학의 결은 사실 분타주인 오개보다도 높았기에 불평도 못한다. 노학도 아주아주 쬐끔 미안한 듯 했다.
“아마 그들은 사람의 눈을 피하고 싶었을 거야. 그녀만한 눈에 확 띄는 미녀를 옮기는 데 오랜 시간을 소모했을 리가 없어. 왜냐하면. 눈에 띄니깐!”
비류연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는 어느새 이 구출대의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다. 모두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런 연후에 행동했다. 이 일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이루워졌다.
“아마 그들은 마차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그렇지!”
장홍이 동의했다. 지금까지의 사건추리 중에는 크게 흠잡을 만한 부분이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시간이었다. 말다툼 따위로 소모할 시간은 없었다.
“최근 일몰시각은 유시정(약 18시경). 그렇다면 표적은 더욱 좁아지지. 이곳에 마차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있나?”
비류연이 노학을 쳐다보자 그는 다시 오개를 쳐다보았다. 오개는 순간 당황했다.
오개가 말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개방.”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곳에서 저희 거지들의 굶주린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요.”
“자정 이후의 마차 경로, 특히 금일 일목시각 이후에 움직인 마차에 대한 정보를 몽땅 가져와요! 최대한 빠르게!”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었다. 동이 트기 전에 다시 천무봉으로 올라가야 했다. 일조 인원점검에 늦었다가는 경을 칠 것이 분명했다.
지시가 내려지자 즉각 새끼거지 한 명이 금일 마차 이동에 관한 보고서를 들고 왔다.
“금일 본 현 내 마차이동기록은 고급마차 45대. 중급마차 63대, 하급마차 123대, 상중 수레 89대, 중중 수레 130대, 하중수레 204대로 마차 총 231대, 수레 총 423대입니다.”
오개의 보고에 모두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실로 개방의 정보력은 놀라웠던 것이다. 분타주 오개는 자랑스러움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새벽녘 이동에 관한 정보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마차 감시는 일일 열두 시진 상시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야밤의 이동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인원만 있으면 감시하기가 오히려 수월하죠.”
비류연은 그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자정부터 금일 술시초까지 풍매객잔에서 출발한 마차는 모두 몇 대죠?”
비류연이 물었다.
“풍매객잔 말씀입니까?”
“물론 알고 있겠죠?”
“당연합니다.”
“그럼 자정부터 오늘 일출까지의 풍매객잔으로부터 이동한 마차나 수레가 있나요?”
자정이라고 말한 것은 한노와 은설란이 풍매객잔에 잠입했을 때가 그쯤이었기 때문이었다.
“으음… 없습니다!”
보고서를 항목별로 훑어본 오개가 대답했다.
“다행이군요! 아마 야심한 새벽에 움직이는 마차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니 피한 것이겠죠. 그럼 일출부터 시작된 이동은?”
해가 뜨자마자 새벽같이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네! 일출 이후부터 보고된 풍매객잔에서 출발한 마차는 25대입니다. 중원표국이 통째로 빌린 탓에 수레의 이동은 보고 되지 않았습니다”
“그 마차 중에서 외부로 빠져나간 마차가 있는지 알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외부 이동 마차는 항상 감시하고 있지요. 으음, 어디 보자…”
다시 오개의 손이 보고서를 들추었다. 모두들 긴장한 시선으로 오개를 바라보았다.
“으음… 없습니다!”
그제야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마 피납자를 위부로 내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군요.”
그렇다면 수백 범위는 이 지역 안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일단은 큰 성과였다. 그러나 25대의 마차는 아직도 너무 많았다.
“거기서 기루나 술집으로 향한 마차를 뺀다면?”
오개가 서둘러 보고서를 훓어 보고 대답했다.
“에, 15대 입니다.”
600대가 넘던 마차와 수레가 단 15대로 좁혀졌다. 그러나 여전히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그 중에서 전용 마차가 있나요?”
다시 비류연이 물었다.
“전용마차라면…?”
“그래! 납치를 주도하는데 마차협회의 마부들이 모는 영업용 마차를 탈 리가 없겠지. 그건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노학이 호들갑스럽게 외쳤다.
“으음, 총 8대가 있습니다. 그 중 3대가 한 장소로 향했으니 장소로는 6곳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3대가 한 곳에?”
비류연의 눈이 번쩍 떠졌다.
“각 마차가 움직인 곳에 대한 정보도 있나?”
“네, 물론입니다.”
오개의 시선이 다시 보고서를 향했다.
“그 세 대의 마차가 움직인 곳은 어딘가?”
“으음… 엥?”
오개의 눈이 크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