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01)
구룡전기-101화(101/217)
구룡전기 (101)
살황의 전인
섬서성에서 도박장이 개업했다는 소식이 중원 전역으로 퍼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여는 도박장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찾아온 이들은 도박장의 깨끗함과 다양한 먹거리,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음에 놀랐다.
그 밖에도 기루에서 기녀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원한다면 기녀들과 함께 밤을 보낼 수도 있어 또 한 번 놀랐다.
단순히 도박장이 아닌 어른들의 놀이터처럼 인식되어 많은 사람들이 구룡루를 찾았다.
구룡루에서 열흘 동안 지내면서 다양한 즐길 거리를 경험해 본 음사문의 문주 사도형은 열흘 동안이라고 하지만 이 안에서 막대한 돈이 돌고 돌아 구룡장주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보았기에 더욱 욕심이 났다.
“일단 돌아가서 계획을 세워 보자. 그 전에 혈사파에 서신을 한 장 보내라.”
“무엇이라고 말입니까?”
“나 좀 만나자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사도형은 사마우와 함께 구룡루를 떠나 음사문으로 돌아갔고, 혁지석은 그가 산양현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뒤를 미행하다 돌아와 화린에게 보고하였다.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꿍꿍이라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눈빛이 뭔가를 가지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아이의 눈빛과 흡사하였습니다.”
“단장님의 표현법이 갈수록 느는 것 같습니다. 뭔가를 가지고 싶은 어린아이와 같다면 부모에게 사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있겠군요.”
“사혈맹의 도움을 받는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알 수 없지요. 다만 혼자 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하면 사혈맹보다는 다른 문파를 찾겠지요.”
“왜 그리 생각을 하십니까?”
“사혈맹이 개입되면 자신이 가져야 할 장난감을 다른 아이에게 빼앗길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혁지석은 화린의 말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혈맹의 입장에서는 음사문보다 중요한 문파들이 즐비하고 그들을 달래기 위해 충분히 구룡루의 영업 이익을 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일단 그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지켜보는 걸로 하지요. 그건 그렇고, 익히고 있는 무공은 어떻습니까? 도와드릴 부분은 없습니까?”
“아직 막히는 부분은 없습니다.”
화린은 혁지석이 무공을 익히는 데 타고난 무재임을 깨달았다.
‘나도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 낸 무공들인데.’
그러한 무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익히고 있으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익히다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주님. 그런데 경호 무인은 몇 명까지 뽑을 생각이십니까?”
“처음에는 쉰 정도로 생각을 하였는데 내 생각보다 구룡루의 매출이 많이 올랐더군요. 이번 기회에 작은 상단을 하나 꾸려서 구룡루에 들어가는 부식은 물론 생필품, 잡화 등을 공급해 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요.”
“그리하면 표국을 만들어야 하고, 표사들을 구해야 하는데 표두가 될 사람들은 우리 장원에서 몇 사람 뽑아 보내야 할 것 같아서 예상한 것보다 한 스무 명 정도를 더 뽑아 볼 생각입니다.”
“스무 명이나요?”
“그들을 다 표두로 쓰는 것이 아니라 느낌에 표국을 시작하면 이것저것 벌여야 할 사업이 늘 것 같아서 예비로 구해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제가 무공이 제법 고강한 이들로 표두가 될 사람을 몇 명 선별해 놓겠습니다.”
“일단은 작은 규모로 시작하는 것이니 세 명 정도만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장주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더 말하려고 할 때, 손님이 찾아왔다는 소리에 누구인지 물었다.
“친우분이신 사도준 님과 그분의 부친께서 함께 오셨습니다.”
“아. 단장님, 이야기는 나중에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그만 구룡루로 가서 업무를 보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주십시오.”
혁지석은 화린의 집무실을 나서며 밖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보았다.
‘누구지?’
부친이라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아들인 젊은 사내 역시 자신이 가늠할 수 없는 무림의 고수로 느껴졌다.
‘장주님 이후로 이런 느낌은 처음이군.’
혁지석은 총관인 서대영을 떠올렸다.
‘장주님에 대해서 조금 알아 둬야겠어.’
혁지석이 나가고 두 사람이 들어왔는데 사도준과 그의 부친인 천사곡주 사군성이었다.
사군성은 화린에게 허리를 숙인 후에 허리를 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아들놈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에게 그 증표를 보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는 허리를 숙인 채로 두 손을 화린에게 내밀었고, 화린은 살황묵혈소를 그의 손에 올려 주었다.
사군성은 그 자세로 살황묵혈소를 살핀 후에 화린에게 돌려주었다.
쿵!
그런 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엎드려 예를 올렸다.
“천사곡의 곡주 사군성이 종주님의 전인을 뵙습니다. 감히 종주님의 전인을 확인하려 한 점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합니다.”
“일어나세요. 아드님이 저의 친우입니다. 아버님께서 이리 무릎을 꿇으시면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니 일어나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화린이 사군성을 일으켜 세워 직접 자리에 앉힌 후에 사도준에게 눈짓으로 자리에 앉으라는 시늉을 하고 자신도 이들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리 직접 저를 찾아오실 것이라곤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저도 이놈이 어수룩하여 사기꾼에게 속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감히 다른 분도 아닌 종주님을 사칭한 자라 하여 단칼에 요절을 내 줄 생각이었습니다.”
“자칫 목이 날아갈 뻔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살수들에게 있어 살황이라는 이름은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비록 활동하였던 시기가 백 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살수계의 신화였고, 살수들의 종주로 군림하고 있었다.
“제가 사부님의 전인이라고 하여 특별하게 내세울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도준이처럼 아들이라 생각하시고 대하여 주십시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리한다면 살수계의 살수들이 저를 비난하며 죽이려 들 것입니다. 이놈과 친구인 건 전인의 뜻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저에게는 그리 강요하지 말아 주십시오.”
강경하게 나오는 사군성의 모습에 화린은 사도준을 보았고, 그는 살랑살랑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도 그의 강경함을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그럼 아버님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대신 저도 저 편한 대로 할 터이니 저에게 강요하지 마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화린은 이 정도에서 관계를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두 사람이 화린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들었다.
“그러니까 살인검제가 사부님의 행세를 하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행세라기보다는 살황 님을 넘어서고자, 살수계에서 살황 님의 흔적들을 지우고 있습니다.”
“흔적을 지워요?”
“그렇습니다. 살인검제가 자신의 업적이 살황 님보다 더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고, 살수계에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 호법!”
화린이 이도문을 부르자, 그가 화린의 곁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두 사람은 방 안에 들어선 이후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는데 그 위화감의 근원이 이도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이야?”
“사실입니다. 하나 저희 쪽의 일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지라 딱히 위협을 하거나 협박을 하기 위해서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아, 아버님께서는 이 호법을 처음 보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서로 인사들 나누세요. 이 호법은 살막곡의 곡주도 겸하고 있어요.”
“살막곡이라고 하면…….”
“민생에서 일어난 분쟁들을 처리하는, 삼류의 축에도 들지 못하는 곳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살막곡이 화린의 밑으로 들어온 이후 엄청난 성장을 하여 살막곡의 살수들은 그 어떤 살수 문파의 살수들보다 뛰어난 무공과 암살 능력 그리고 임기응변에 의한 상황 판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서 있었다. 다만 살수계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할 뿐이었다.
‘민생을 처리한다고 하지만 나 역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강자이다.’
사군성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호법의 생각은 어때? 그자, 살인검제가 존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니면 사라지는 게 좋을 것 같아?”
“강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다면 주군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군성과 사도준은 화린의 말에 깜짝 놀랐다. 살인검제는 무림십대고수 중 한 명이었다.
다시 말하면 천하십대고수로 중원에서는 적수를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고수 중의 고수였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그의 생사여탈에 대하여 이야기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종주님께는 미치지 못하나 그가 그동안 살수계를 지켜온 공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나 저는 그 공로만큼은 인정하고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인검제가 있어 살수들이 무림인들에게 천시받고 멸시당하는 일이 덜하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였다.
“그럼 그를 인정해 줘도 되겠네. 그만큼 노력을 하였으니 말이야.”
“그렇지만 살황 님의 업적을 지우는 건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 생각을 합니다.”
“왜, 살수들이 동요할까 봐?”
“그렇습니다. 살황께서는 백 년 전의 사람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살수들은 살황께서 활동할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자들이라 살황 님의 위대함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살인검제가 사부님의 흔적을 지우게 되면 살수들에게 그저 그런 사람으로 인식이 된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야기로만 듣던 것과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에 대한 차이입니다.”
화린은 이도문의 말에 공감을 하였다.
자신이 살황의 명예에 대해 조금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럼 그를 만나 검을 한번 섞어 봐야겠군.”
이도문이 고개를 숙였다.
“이 호법, 다음 달 보름, 산서성 오태산에서 내가 직접 살인검제를 만나 사부님의 명예를 세우겠다고 중원의 전 살수 문파에 이 사실을 공시해.”
“오태산 정상에서 그를 만나겠습니까?”
“힘들게 정상까지 갈 필요가 있나. 적당한 곳이면 돼. 오태산에도 녹림도당이 있겠지?”
“녹림의 오태산채가 있습니다.”
“그럼 그리로 해.”
“살인검제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원의 살수 문파들에게 공시를 하는 거야?”
살인검제가 그 자리에 오지 않는다면 살황의 전인이 두려워 자리를 피하게 되는 것이고, 이 소문이 중원으로 퍼진다면 살인검제는 더 이상 자신의 위대함을 떠벌리고 다닐 수는 없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호법은 살수 문파의 문주들에게 반드시 참관하라고 해.”
화린은 이도문에게 살황묵혈소를 건네주었다.
“명을 받습니다.”
이도문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자, 사군성과 사도준이 놀라 화린을 말리려 하였다.
“걱정 마십시오. 그가 십대고수라고 해도 사부님께서는 이전부터 십대고수의 위치에 올라 천하를 호령하였습니다.”
“그래도 너무 무모하십니다. 살인검제는 생각보다 더 강합니다.”
“저 역시 아버님께서 생각하신 것보다 강합니다. 이 호법의 행동을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네에?”
“그 역시 살인검제 백정인이 얼마나 강한 무인인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나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않고 명령대로 이행하고자 움직였습니다.”
“그 말뜻은…….”
“이 호법이 생각하기에 제가 살인검제보다 더 강하거나, 혹은 최소한 그의 손에 당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겠습니까? 제가 그보다 약하다고 판단했으면 이 호법이 먼저 나서서 저를 말렸을 것입니다.”
“아…… 그렇다면 정말…….”
“걱정 마십시오. 살인검제에게 당할 만큼 약하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천마나 검황, 사황 정도는 되어야 제가 꼬리를 내리지,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면 주눅이 들거나 꼬리를 내릴 만큼 약하지 않습니다.”
화린의 당당함에 두 사람은 화린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직…….”
“그럼 함께 식사하러 가세요. 구룡루도 구경할 겸해서 저와 함께 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