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02)
구룡전기-102화(102/217)
구룡전기 (102)
살수계에 전달된 하나의 비첩으로 인해서 살수계에 묘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살황의 전인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가 살인검제의 행태에 분노하여 그에게 도전장을 던졌다는 사실이 살수들에게 알려지자 살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였다.
살수계의 이상함을 감지한 이들은 빠르게 무엇 때문에 살수계가 들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움직였고, 그 이유가 살황의 전인에 대한 존재로 인해서란 걸 알아내고 충격을 받았다.
살황 서문!
그가 마음만 먹으면 저승의 염라는 물론 천상계의 상제도 죽일 수가 있다고 알려진 희대의 살수로 당시 무림을 이끌어 가던 마교의 천마, 사혈맹의 혈마, 정천맹의 천군도 그가 두려워 피했다고 전해질 정도였다.
그런 그의 전인이 당당하게 십대고수 중 한 명인 살인검제에게 도전장을 던졌으니 무림의 입장에서는 긴장할 만하였다.
하나, 조용하였던 무림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는 그와는 상관없이 편안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밤은 어두웠지만 구룡루를 비롯한 그 인근은 불을 밝힌 유등으로 인해서 거리가 낮처럼 밝았다.
“아저씨, 어디 가? 지금 구룡루로 가도 자리 없어. 우리 집에서 놀다 아침에 가.”
구룡루 주변의 객잔, 기루에서는 구룡루로 가는 손님을 모시기 위한 호객 행위가 있었지만 구룡루 입장에서는 딱히 이를 두고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봤지.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들락거리니 돈은 충분히 많이 벌었을 거야.”
“그러니까 저길 털어 보잔 말이지?”
“그래. 안으로 들어가서 분위기를 살피고 돈을 어디에 보관하는지 알아낸 다음 순식간에 털고 나와 달아나면 돼.”
구룡루가 문을 연 이후 많은 좀도둑들이 구룡루의 돈을 훔치기 위해서 도전하였지만 지금까지 돈을 훔쳐 구룡루 밖으로 나오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구룡루의 안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도박을 하고,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기녀와 함께 밤을 보내곤 하였지만 지금까지 큰 사고 한 번 일어나지 않은 것 또한 자랑이기도 하였다.
구룡루가 성공하자 이를 본떠 불법으로 도박장을 개설하고 영업하는 곳이 생겨나기 했는데, 이로 인해 작은 문제들이 생기면서 화린도 두 팔을 걷고 불법 도박장을 색출하는 데 앞장을 섰다.
“다른 건 몰라도 불법으로 도박장을 개설하는 놈들은 다 때려잡아야 해. 그러니 알아내는 족족 관아에 신고해 버려. 아니, 그냥 죽여 버려.”
화린은 다른 것에는 관대하여도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하는 자들에게는 나름대로 철퇴를 내렸다.
화린은 섬서성뿐만 아니라 다른 성에서 불법으로 도박장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관아에 신고해 철저하게 도박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왜, 그리 열심이십니까?”
서대영이 도박장을 신고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화린을 보고 물었다.
“당연하지. 다른 성도에 도박장이 생겨 봐. 볼 곳 없는 구룡루를 찾아오겠어, 동정호가 훤히 보이는 그곳으로 가겠어?”
“당연히 동정호가 보이는…….”
“그러니까 다른 놈들이 동정호, 태호, 소호 중원에서 이름난 강, 호수, 산에 터를 잡고 도박장을 열고 장사하면 우리가 망해.”
“그렇군요.”
“도박장을 하다 걸리면 사족을 멸해 버려야 해. 그래야 도박장을 개설할 생각을 하지 않지.”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불가능하겠지. 관리들과 손을 잡고 해 먹을 테니까.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이를 악물고 신고하러 다니잖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알아보라고 한 말과 수레 있지 않습니까?”
“그랬지.”
“의외로 싸게 나온 곳이 있어 그걸 모두 사 드렸습니다.”
“잘했어. 모두 몇 대야?”
“말 백 필과 수레 이백 대입니다.”
“싸게 사도 돈을 제법 많이 썼겠는데.”
“그래도 구룡루에서 번 돈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구룡루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사용처가 다 정해져 있었다.
“잘했어. 그럼 우선 상주, 상남, 산양 현 이 세 곳의 도로를 정비하는 사업부터 하지.”
“알겠습니다.”
“기술자, 인부들도 우리가 구해. 그래서 토목건축도 할 수 있게 기술자들도 영입하고.”
“토목건축까지 말입니까? 사업을 너무 크게 키우는 것 아닙니까?”
“그 정도는 해야지. 어차피 우리 돈으로 섬서성의 발전을 위해서 사용하는 건데 공사를 많이 해서 경험을 축적하여 다른 성의 토목건축 공사를 따내면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잖아.”
“관리는 누가 합니까?”
“너보고 하라는 소리 안 할 테니까 일단 그렇게 진행을 해.”
서대영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나한테 다 맡기려고 하면서.’
한두 번 당해 본 것이 아니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였다.
“알겠습니다.”
“화음현에 가 있는 단리혁진은 좀 어때? 일을 맡아서 잘하고 있어?”
“나름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출도 어느 정도 나오는 것 같고, 지금까지 문제가 없는 걸 보면 열심히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 다른 일을 맡겨도 될까?”
“다른 일이라고 하시면?”
“표국.”
“표국은 조금 생각을 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성실히 일하고 있지만 객잔과 표국 운영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이번에는 웬일인지 서대영의 말을 따랐다.
“뭐, 서 총관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그런 다른 놈을 데리고 와야겠군.”
“다른 놈?”
“있어. 동춘이라고 옛날에 내 밑에 있던 놈이 하나 있어.”
“선배!”
그때, 외부에서 자신을 찾는 여성의 목소리에 화린은 살짝 눈을 좁혔다.
“벌써 다녀왔나?”
“수연 소저인 것 같습니다.”
“남궁수연이 아니면 날 선배라 부를 인간이 없지. 일단 내가 말한 거 준비해. 서두르지 않아도 돼. 대신 꼼꼼하게 챙겨.”
“알겠습니다.”
서대영이 나가고 남궁수연이 들어왔다.
“벌써 다녀온 거야?”
“그럼, 몇 발 된다고 후다닥 다녀왔지. 본가에 들러서 얻을 것도 얻고.”
“트라빌 왕국에서의 성과는?”
“곡물을 거래하기로 했어. 일 년에 이십만 가마니, 분기별로 오만 가마니씩. 여기 거래에 관련한 서류들.”
화린은 남궁수연이 내미는 거래에 관련한 서류를 보며 내심 남궁수연의 능력에 감탄하였다.
“그 짧은 시간에 이만큼의 거래처를 확보했다는 게 정말 신기하네.”
“별것 아니던데 뭘.”
화린은 남궁수연을 보았다.
“선배 이름 파니까 군말하지 않고 계약하던데. 그리고 그 밑에 특약으로 그들이 도움을 청할 시 선배가 가서 도와주는 걸로 되어 있어.”
“야, 이…….”
화린은 화를 내려다 속으로 화를 삭였다.
“내 이름 팔아서 거래할 것 같았으면 내가 갔지.”
“그럼 다들 도망갔겠지.”
“내가 트라빌 왕국을 어떻게 도와줘.”
“그럼 곡물도 날아가겠지.”
“야!”
화린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남궁수연은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가 원래대로 하였고 화린을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뭐?”
“조화십삼공.”
“아이고, 두야…….”
거래를 성공해서 오면 가르쳐 주기로 하였으니 화린은 일단 약속을 지켰다.
자신이 앉아 있는 탁자의 서랍을 열어 한 권의 서책을 꺼내 남궁수연에게 주었다.
“삼 일 안에 외워.”
“왜요?”
“너에게 가르쳐 준다고 그랬지, 이 무공서를 넘긴다고는 하지 않았어. 그러니 삼 일 안에 외워. 그 후에 회수할 거야.”
“내가 선배 이름 팔았다고 이런 식으로…… 알았어. 알았다고.”
남궁수연은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반문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익히면서 모르겠으면 물어보고.”
“어디 가?”
“산서성에 볼일이 있어서.”
“그럼 나도 같이 가.”
“넌 그걸 외워.”
“같이 가면서 외우면 되지, 뭐. 이거 외우는 게 무슨 일이라고.”
남궁수연의 표정을 보니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신 하나 약속해.”
“뭘?”
“네가 보고, 듣고, 느낀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너의 가족들에게도.”
“뭔가 대단한 것이 있나 보네. 좋아. 그렇게 해. 안 그래도 집구석에서 받아 낼 건 다 받아 냈으니까 다시 돌아갈 일도 없어.”
화린은 남궁수연을 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세가로 안 돌아가겠다고.”
“그럼?”
“그럼은 무슨, 선배 곁에서 무공을 배우면서 나름대로 정립해야지.”
“그다음엔?”
“몰라, 그 후는 생각 안 해 봤는데 그때가 되면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서 무림의 강자들을 찾아다니지 않을까?”
화린은 구룡장에서 눌러살려고 하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하였는데 그게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을 하였다.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 * *
화린은 장원의 일은 서대영에게 맡겨 놓고 혁지석과 남궁수연을 대동하고 산서성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산서성에 있는 오태산으로 그곳에 영천상단으로부터 받은 광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가서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광물의 매장량도 상당하여 못해도 오십 년은 광물을 캘 수 있는 광산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런 광산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영천상단에서 개발한 건데, 장원에서 인수하였고 그곳에서 캐낸 광물은 일단 모아 두고 있는데 채석장, 제련소, 대장간을 한번 알아봐야 합니다. 쌓아 두는 건 돈이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좋은 광물이 생산되는 곳이라면 거래를 하려는 곳은 많으니 그런 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왕 하는 거, 우리에게 많은 이득을 줄 수 있는 거래처랑 거래하려니 그게 힘들 뿐입니다.”
“제가 한번 알아볼까요? 정천맹에 있을 때, 대장장이들과 제법 친분을 나누었는데 그들에게 물어보면 채석장과 제련소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지만 저도 따로 생각해 둔 곳이 있어 일단 그쪽에 먼저 의사를 타진해 보고 단장님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선배.”
“왜?”
“오태산이면 녹림삼십이채 중에서 오태산채가 있는 곳이잖아. 그놈들이 광산을 그냥 둬?”
“그건 모르겠는데. 광산을 인수하고 이번에 처음 가는 거니까. 가서 문제점을 한번 확인해 봐야지.”
“그럼 문제가 없기를 바라야겠네. 안 그랬다간 오태산의 녹림산채가 순식간에 사라질 테니까.”
“너,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고 그랬지. 남궁연아는 말도 예쁘게 하고 행동도 착하게 하는데 너는 어찌 동생보다 더 못하는 거야.”
“아이고야, 선배도 내가 군대에서 어떻게 버텼는지 알고 있잖아. 내가 그런 상황에서 착한 말, 예쁜 행동이 가능하리라 생각해?”
화린은 말로는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고 혁지석은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뭔가 묘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듯하니 혹여 화린이 남궁세가의 사위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여자다운 매력이 없어.”
“그런 매력은 살아가는 데 있어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 앞으로도 여자다운 매력은 나한테서 찾지 마.”
“예쁜 얼굴에 말도 예쁘게 하면 얼마나 좋아.”
순간 남궁수연의 고개가 화린에게 돌아갔다.
“나보고 예쁘다고 그랬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다시 한 번 더 말해달라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왜 이래. 얼굴 저리 안 치워?”
솔직히 남궁수연의 미모가 못난 것은 아니었다. 화장을 하지 않고 민얼굴로 다녀서 그렇지 다른 여인들처럼 화장도 하고 조금 가꾸면 미인이란 말을 들을 정도의 미모는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언제 예쁘다고 그랬어.”
“방금 그랬잖아. ‘예쁜 얼굴에 말도 예쁘게 하면’이라고.”
“앞에 말 못 들었어?”
“앞에 말? 무슨 말? 우리는 말 안 타고 가는데.”
“남궁연아처럼이라고 말을 했는데.”
“연아처럼?”
“그래 남궁연아처럼 예쁜 얼굴에 말도 예쁘게 하면이라고.”
“지석 아저씨도 그렇게 들었어요?”
갑자기 혁지석에게 질문을 하자, 당황한 듯 말을 하였다.
“그게…… 저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 두 분의 대화를 잘 듣지 못하였습니다.”
“아닌데, 분명 나 예쁘다고 했는데.”
“안 했거든.”
“아님 말고.”
조금은 삐진 듯 고개를 획 돌리는 남궁수연을 보며 화린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데 두 분은 정확하게 어떤 사이입니까?”
“군대 선후배 사이.”
“서로의 목숨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이예요. 수많은 전장에서 그렇게 해 왔고요.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해요.”
화린은 군대 선후배 사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남궁수연은 조금 애매한 대답을 하였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장주님.”
“네에?”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하는 것도 멋있게 보입니다. 괜히 그렇게 선을 긋듯 말을 하니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니, 정말인데요. 선후배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야, 말 좀 해 봐.”
“서로 등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사이예요, 혁 단장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우리 집에는 비밀이에요.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시면 난리 나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아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화린은 두 사람의 대화에 눈을 크게 뜨고 아니라고 말을 하였지만 혁지석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나중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요. 할아버지, 아버지가 알고 뭐라 하셨다가 선배가 열받아서 우리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면 피곤해지거든요.”
“설마요.”
“정말이에요. 선배의 이런 순한 얼굴에 속으면 안 돼요. 지옥의 나찰보다 더 무서운 존재예요. 오죽했으면 저 멀리 있는 사람들이 선배에게 명왕이라 부르며 두려워하겠어요.”
“명왕요?”
“네. 하여간 선배가 진짜 화를 내면 아무리 본가라고 해도 각오를 해야 할 거예요.”
화린에 대해서 말하는 남궁수연은 마치 자신의 남자친구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시켜 주는 것처럼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여간 이 인간은 그런 인간이에요.”
“야!”
화린이 버럭 소리를 치자, 남궁수연의 입가에 미소가 활짝 폈다.
“말이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