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03)
구룡전기-103화(103/217)
구룡전기 (103)
오태산에 있는 광산에 도착해서 보니 작은 마을을 형성한 것처럼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집과 객잔은 물론이고, 생필품을 파는 잡화점까지 문을 열어 광부들은 물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네요.”
“그러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다 갖춰 놓았네. 이런 걸 보면 동서독이 누구와는 달리 일은 잘하는 것 같아.”
“선배는 동서독 상단주와 잘 아는 사이야?”
“잘 알지는 못하지. 하지만 연은 있어. 그러니 광산을 나에게 팔았지. 난 인부들에게 가서 뭐 좀 물어봐야겠어.”
화린이 광산에서 일하는 인부들에게 향하자 두 사람은 조용히 뒤를 따랐다.
화린은 일하는 인부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광산의 일을 총괄하는 감독관이 그런 이들을 보고 불러 세웠다.
“당신들 뭐요? 누군데 찾아와서 일을 방해하는 거요?”
“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 광산의 주인으로서 인부들이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는 건데.”
“뭐요? 당신이 광산주인? 무슨 소리 하는 거요. 이 광산의 주인은 영천상단이오. 광산이 팔렸다는 말은 내 듣지 못하였으니 썩 물러나시오. 괜히 이곳에 있다 험한 일 당하지 말고.”
감독관은 당황하듯 말을 하였다.
“동서독 상단주가 광산을 팔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 보네. 이 광산이 구룡장의 소유로 넘어온 지가 벌써 여섯 달이 넘었는데.”
“어디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거요.”
“거짓말?”
화린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감독관을 보았다. 당황하는 표정이 표가 날 정도로 얼굴에서 드러나서였다.
“그럼 지금까지 광산에서 캔 광물은 어디에 뒀지?”
“다, 당연히 영천상단의 것이니 영천상단에서 가져갔소.”
“이것들이 구족이 멸하려고 아주 발악을 하지. 내가 그렇게 알아듣게 말했는데 말이야.”
화린의 심기가 좋지 않음을 느낀 남궁수연은 그와 거리를 두며 전음으로 혁지석에게 말했다.
―뒤로 물러나요. 괜히 옆에 있다가 벼락 맞지 말고.
남궁수연의 전음을 듣고는 혁지석도 화린과 거리를 두었다.
“당신, 지금 나한테 한 말 책임져. 만약에 당신이 거짓말로 동서독을 음해하려고 했다면 당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무사하지 못해.”
“이 사람이 미쳤나. 미치려면 곱게 미치시오. 난데없이 찾아와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하니 어이가 없어서.”
그가 되레 화를 내자,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남궁수연은 그 미소를 오랜만에 보았지만 몸은 한기를 느끼는지 절로 움츠러들었다.
“수연아!”
“네.”
화린이 몹시 열받아 있음을 안 남궁수연은 이전과 달리 고운 말로 응대하였다.
“너, 영천상단의 본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하남성 낙양에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다녀와. 구룡장 이름 대고 가서 동서독이 모가지 끌고 와. 반항하면 다 죽여 버려.”
다 죽여 버리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감독관과 남궁수연이었다.
“정말 죽여요?”
“그래. 나의 호의를 이렇게 뒤통수를 친단 말이지. 내가 너무 순진했어. 그냥 그때 목을 날려 버리고 재산을 다 압류했어야 했는데. 뭐 해, 빨리 안 다녀오고.”
“아…… 알았어요.”
남궁수연의 모습이 안개처럼 사라지자, 곁에 있던 혁지석은 깜짝 놀랐다.
‘남궁수연 님의 무공이 보통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이 정도일 줄은…….’
“혁 단장님.”
“말씀하십시오.”
“이자, 잘 감시하십시오. 동서독을 데리고 와서 대질해야 하니 말입니다.”
“뭐요?”
감독관은 자신을 감시한다는 말에 발끈하였지만 화린의 기에 눌려 주눅이 들었다.
“내가 당신 말만 믿고 동서독의 일가와 그의 구족까지 죽여 버리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감독관은 그제야 눈앞에 사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사실이오. 난 주인이 바뀌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소. 그뿐 아니라 일하는 인부들의 삯을 영천상단에서 주고 있소.”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화린에게 재차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하였다고 변명을 하였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인부들의 품삯은 물론 생필품 또한 영천상단에서 제공하기로 했으니 그런 거고. 일단 당신은 동서독이 올 때까지 여기서 먹고 자고 해.”
* * *
화린은 동서독이 올 때까지 광산에서 인부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지켜보았는데 광산에서 하루 동안 캐는 광물의 양이 제법 되었다.
“옛날부터 이렇게 많이 작업을 하였나요?”
화린이 광부에게 물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요 몇 개월 사이에 작업량이 늘어났습니다.”
“몇 개월 사이에?”
“그렇습니다. 대충 육 개월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 양이 엄청나겠군요. 여섯 달 전부터 많은 양의 광물을 캤으면 말입니다.”
“그렇지요.”
“최근에 감독관이 낯선 사람을 만난 적은 없습니까?”
“감독관님 말씀이십니까?”
“네. 동서독 상단주가 가격은 후려쳐도 사기를 칠 사람은 아니거든요.”
“글쎄요. 그러고 보니 가끔 자리를 비울 때가 있었습니다. 어디서 술을 한잔하고 오는지 늘 얼굴이 붉어져서 오곤 하였지요.”
“그래요? 그럼 감독관을 족치면 되겠군요.”
“아이고, 그런 말씀 마십시오. 감독관 뒤에는 녹림도당이 있습니다요.”
“녹림? 산적들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광산을 개발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녹림과 부딪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감독관이 녹림의 산적들과 친하니 그들과 생기는 문제는 감독관이 처리한다, 그런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 아무런 기술이 없어도 감독관을 시켜 주는 것이지요.”
“그럼 녹림도와 친하다는 이유로 놀고먹는 거네요.”
인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그렇다고 말해 주었다.
“그럼 동서독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관이 문제겠네요. 감독관이 그 많은 광물을 다 어디로 빼돌렸을까요.”
“아이고, 저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네. 제가 일을 처리할 테니 걱정 마세요.”
―단장님!
화린은 혁지석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네.
―잠깐 제가 있는 곳으로 와 보세요.
잠시 후, 혁지석이 화린이 있는 곳으로 왔다.
“감독관 안절부절못하고 있죠?”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모습으로 봐서는 감독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주인이 바뀌었는데 여섯 달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니 충분히 다른 마음을 먹고도 남을 시간이죠.”
“그럼 어떻게 합니까? 가서 족칩니까?”
“조금 있으면 광물을 빼돌린 놈들에게 우리를 안내해 줄 거예요.”
혁지석은 화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각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제 움직이네요. 살살 뒤따라 가 봐요.”
혁지석은 화린의 뒤를 따라 걸었다. 화린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오태산의 산길을 따라 걸어 중턱으로 올라갔고,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니 산채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저기네요. 오태산채 같은데. 감독관이 산적과 내통하고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네요.”
“제가 가서 오태산채의 채주를 만나 보겠습니다.”
“같이 가요. 광산 때문에 확실한 다짐을 받아 놓아야겠어요.”
두 사람은 천천히 산채로 걸어갔다. 산채에서 경계를 서는 산적들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크게 소리쳐 걸음을 멈추게 하려고 했으나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멈춰. 여기가 어딘지 알고…….”
다짜고짜 화린이 주먹을 쥐고 산채의 문을 향해서 내질렀고, 그의 주먹에서 강력한 기운이 빠져나와 유형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는데 마치 그 모습이 호랑이가 먹이를 향해 내달리는 모습과 흡사하였다.
콰아아아앙!
호랑이가 산채의 문을 머리로 들이박자, 문이 산산조각 나 활짝 열리면서 산채 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경계를 서는 산적들은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며 부서진 문을 보고 말로만 듣던 권왕이 온 것이 아닐까 하여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들어가죠.”
혁지석은 화린의 모습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대화를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화린과 혁지석이 산채 안으로 들어서자, 산적들이 소란이 일어난 걸 알고 우르르 몰려나왔다.
“산적이 좋은 직업인가 봐요. 못해도 오십 명은 넘어 보이는데.”
“그래도 오태산채가 규모 있는 산채라 그런 것입니다. 조금 떨어진 항산산채는 오태산채의 두 배나 되는 인원이 산적질을 하고 있습니다.”
정천맹에서 한 단체를 이끌었던 사람이라 그런지 녹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웬 놈이냐?”
한 산적이 호기롭게 외쳤다.
화린은 그런 모습에 피식 웃으며 엄지와 중지를 말아 쥐고는 튕겼다.
뭔가 반짝이는 빛이 쏘아져 산적을 향해 날아가 미간을 때렸고, 산적은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바닥에 나자빠져 즉사했다.
이를 지켜본 산적들은 흠칫하며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있고, 감당할 수 없는 자가 있는데, 조금 전 보여 주었던 한 수로 인해 산적들의 머릿속에서 화린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다.
“누가 두목이지?”
서로 눈치를 보는 것이 몰려나온 산적들 중에서는 채주가 없는 모양이었다.
조금 늦게 몇 사람이 더 나왔는데 그들 무리 속에 감독관도 섞여 있었다.
“저놈입니다. 광산의 주인이라고 말하는 놈입니다.”
감독관이 한 사람에게 화린이 누구인지 알렸고, 그가 이곳의 채주임을 화린도 알 수가 있었다.
오태산채의 채주인 방석구는 감독관의 말에 눈을 좁히고 화린과 혁지석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방석구는 혁지석을 보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였고, 잠시 놀란 눈으로 혁지석을 보았다.
“혹시…… 정천맹의 현무단 단장이 아니시오?”
방석구는 소란을 피운 죄를 물어 이들을 단칼에 쳐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상대가 현무단의 단장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 마음을 접었다.
“현무단 단장께서 나의 산채를 웬일로 찾아오신 것이오?”
그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모면하려고 혁지석에게 물었다.
“나는 더 이상 정천맹의 사람이 아니오.”
“그럼?”
“지금은 구룡장에 몸을 의탁하여 구룡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소.”
“아, 그렇소. 그런데 구룡장에서 나의 산채에 무슨 일로 온 것이오?”
“도둑질하고 발뺌하는 거 봐. 아주 죽으려고 환장을 했지.”
방구석은 화린의 말에 발끈하였다.
“뭐, 도둑질?”
“나의 광산에서 광물을 빼돌려 그걸 팔아 이득을 취했으니 도둑질이지. 하긴 산적인 너희들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한 것이니 탓할 건 없는 것 같아.”
“어린놈의 새끼가, 말하는 싸가지가…….”
“넌 싸우려는 상대에게 존칭을 써 가며 싸워? 존칭 써 가며 싸울 걸 왜 싸워. 그냥 말로 해결하지. 안 그래?”
화린의 말에 방석구는 할 말이 없는지 눈만 깜빡였다. 그러다 화린을 비웃으며 말했다.
“꼬마야, 옆에 계신 분이 아무리 고수라고 하지만 그가 우리를 상대할 때 네 목 하나쯤은 딸 수 있다.”
“그럼 그렇게 해 보든지. 하지만 목 못 따면 너희들 다 죽는다.”
“저 새끼가.”
방석구가 발끈할 때, 화린이 산적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자, 지금부터 결정해. 나랑 안 싸우고 계속해서 오태산에서 산적질을 해 먹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측으로 열외.”
산적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서로 눈치를 보는데 화린이 한마디를 더 첨언하였다.
“일단 싸우면 다 죽는 거야. 싸우려고 하는 놈은 한 놈도 남김없이, 저렇게 되는 거야.”
화린은 죽은 산적을 가리키며 말하자, 산적들이 우측으로 이동하였다.
방석구가 혁지석을 보고도 대단한 고수라고 하였으니 두 사람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고 판단을 한 산적들이었다.
그 모습을 본 방석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들아,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죽고 싶어?”
방석구가 소리쳤지만 싸우면 죽는다는 생각에 산적들은 우측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 그럼 너희들은 열외. 거기 두목이랑 있는 놈들 중에서 내가 이 산채의 주인이 되고 싶다 하는 사람 좌측으로 열외.”
“이 새끼가.”
방석구가 나서서 화린을 겁박하려고 하였지만 혁지석이 이를 막아 세웠다.
“한 발 더 움직이면 목이 어깨에서 떨어질 수가 있으니 어디 한번 움직여 보시오.”
“혁단장이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일단 저놈은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어야겠지.”
화린은 혁지석과 방석구의 대화와는 상관없이 감독관을 향해 탄지공을 사용하였다.
지강이 빛살과 같이 날아가 감독관의 양쪽 허벅지를 관통하자, ‘으악!’ 하는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방석구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자신이 보기에는 혁지석보다 눈앞에 있는 어린놈이 더 위험해 보여서였다.
“채주님, 저 좀 살려 주십시오.”
감독관이 살려 달라고 부탁을 하자, 방석구는 그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발로 그의 얼굴을 강하게 차 버렸다.
발등이 감독관의 턱을 강타하였고, 뇌에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감독관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방석구는 다시 몸을 화린을 향해 돌린 후에 입가에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공자님,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대화로 푸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갑작스러운 저자세로 나오는 방석구의 모습에 혁지석은 피식 웃어 버렸다.
‘이런 걸 보면 장주님이 무턱대고 행동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결과를 보면 늘 만족하는 성과를 얻으니 참 신기한 일이기도 하였다.
“대화? 무슨 대화, 나 죽인다며?”
“하하, 오해가 있었다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공자님, 그러니…….”
“야, 너희들 중에 정말 산채의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 없어? 내가 만들어 준다니까.”
“제가 산채의 주인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