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06)
구룡전기-106화(106/217)
구룡전기 (106)
구룡전단
“모두 당했다고?”
“오태산에 오른 자 중에서 살아서 내려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정천맹의 총관인 제갈탁은 정보부의 부장인 미향에게 오태산에 대한 소식을 듣고 절로 눈을 찌푸렸다.
“사혈맹과 마교는? 그들도 살황의 전인이 궁금하여 사람들 파견하였을 것이 아닌가?”
“마찬가지입니다. 혈천마도가 달아났다는 소문이 있긴 한데, 신빙성이 없는 말이라 배제를 하였습니다.”
“놈들의 시체는?”
“산서성의 성도에 있는 도원태수 관할의 관아로 이송하였다고 합니다.”
“산서성에 연락해서 우리 쪽 사람들은 인계를 받고 화장터에서 화장하게.”
“그리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살황의 전인이라……. 그런데 살인검제가 진 것은 아니겠지?”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살수 문파를 통해서 알아보려고 하였지만 살황의 전인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걸 꺼려 하였습니다.”
“그렇겠지. 백 년 만에 나타난 종주의 전인인데. 그가 향후 무림의 세력을 결정하는 데 큰 변수가 될 수 있겠어. 혹시 모르니 하오문과 연락하여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봐.”
“알겠습니다.”
“용혁 공자는?”
“곧 천무서고의 폐관 수련을 마치고 나올 것입니다. 소공자께서 나오시면 아마도 비어 있는 현무단을 맡지 않을까 합니다.”
“용혁 공자라면 믿고 맡길 만하지. 맹주님의 재가가 떨어진 건가?”
“그건 아니지만 맹주님께서도 그리하실 것입니다.”
현무단의 단주가 아직 공석이라 십룡팔봉 중에서 천룡이라 불리는 용혁이 현무단을 맡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당금 정천맹의 맹주인 용군성의 아들이자 제자로 용군성의 무공은 물론 정천맹의 무고서인 천무서고에 소장되어 있는 무공들을 익혀 같은 십룡이라 불리는 후기지수들 사이에서도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런 그라면 충분히 현무단의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정천맹의 수장으로서 수많은 정파인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제갈탁은 생각하였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십룡팔봉 중에 제갈세가의 사람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아, 중원에서 마교도를 보았다는 소문이 있던데?”
“각 성에서 비슷한 정보가 올라와서 확인 중입니다. 한두 곳도 아닌 여러 곳이라 마교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마교가 있는 천산과 마교에 굴복한 변방과 새외의 문파들에 대한 동향을 살피라 전달해 놓은 상황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어. 자칫 마교를 상대로 우리가 먼저 싸워야 할지도 모르니 이건 자네가 직접 챙겨.”
“그리되면 사혈맹에서도 한 손 거들어 주지 않겠습니까? 사혈맹의 세력이 크다고 해도 마교를 상대하기 버거운 건 우리와 비슷할 터이니 말입니다.”
“우리와 싸워 상처를 입으면 그때 함께 처리하려고 할 게야.”
“그러다 역공으로 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들도 머리가 있는데 정도 생각은 다 하고 움직이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게.”
미향이 고개를 숙인 후에 돌아가자, 제갈탁은 홀로 생각에 잠겼다.
“잔살십육검, 천화난무, 소수신공, 태양마공, 악마록 그리고 살황의 전인까지. 이들이 지금 모습을 드러낸 건 아마도 난세라 생각해서겠지.”
스스로 난세의 주인이 되어 천하를 호령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을 하였다.
“이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놈이 소수신공과 악마록 그리고 살황의 전인이 될 것이고, 기존의 십룡팔봉과 무림 세가와 무가의 소가주들과 비교하면 아무리 천룡 용혁 공자라고 해도 이름에서 주는 무게가 다르니 한 수 밑지고 들어갔지.”
그만큼 소수신공과 살황이 무림에 남긴 족적이 크고 깊었다.
“살인검제에게 살황의 전인에 대해서 정보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그가 좋아하는 것이 뭐가 있을까?”
* * *
화린은 산서성에서의 일을 잘 끝낸 후에 섬서성으로 돌아와 구룡장에서 남궁수연의 무공 수련을 도와주는 한편, 장원의 무인을 뽑는 일에 집중하며 조금씩 구룡장의 세력을 키워 나가는 중이었다.
처음 구룡루가 개업을 했을 때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자주 일어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러한 일들이 줄어들었고, 구룡루로 인해서 주변의 상권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화린은 구룡루에서 번 수익으로 산양현과 상남현 그리고 상주현을 오가는 도로부터 넓히고 정비하는 일부터 하였다.
처음에는 공사로 인해서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었지만 완공되면 편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사람들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였다.
구룡장, 아니, 화린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자, 많은 사람들이 구룡장주를 칭찬하며 그가 하는 일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면서 서로 도와주었다.
“구룡장이 들어와서 산양현에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생겼는데. 사람들이 일하고 돈을 벌어 쓰고 하니 모두 부자가 되는 그런 기분이 들잖아.”
사람들은 안정적으로 돈을 꾸준히 벌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하는데 구룡장에서 양질의 일자리와 높은 급여를 주니 싫어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뿐 아니라 높은 급여를 통해서 필요한 만큼 돈을 쓰고 남은 돈을 모을 수 있으니 그들도 점차 삶이 개선되어 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중이었다.
여기에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여러 곳의 영업장에 필요한 물품들을 다른 지역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섬서성 안에서 구비하니 이 또한 섬서성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산양현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구룡장을 많이 의지하게 되었고, 구룡장은 그들의 믿음에 보답하면서 함께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었다.
화린은 남궁수연과 함께 화음현에서 가게를 열고 장사하고 있는 단리소소를 만나기 위해 포목점을 찾아갔다.
그녀는 여전히 활동적인 모습으로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장주님!”
화린이 포목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단리소소가 반갑게 그를 불렀는데, 화린의 곁에 남궁수연을 보자 묘하게 표정이 변화였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네. 이곳 사람들이 모두 잘 대해 주셔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혁진이는 좀 어떻습니까?”
“크게 사고 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장주님의 은혜입니다.”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데 시간 좀 내어 줄 수 있겠습니까?”
단리소소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가능합니다.”
“그럼 요 앞에 다향으로 가 있을 터이니 점원에게 잠시 맡겨 놓고 그리로 오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화린과 남궁수연이 다향으로 가서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정말 혁광 조장의 동생이야? 하나도 안 닮았는데.”
남궁수연의 말에 화린은 말조심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장원에서 무공이나 익히고 있지 왜 따라 나와서 피곤하게 만들어.”
“나는 선배가 단순히 무공 수련만 해서 강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럼?”
“선배에게는 무공 말고 다른 게 있어. 그걸 딱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뭔가 달라.”
“그런 게 어디 있어.”
“정말이라니까. 선배를 보고 있으면 우리 할아버지에게서 받는 그런 느낌 같은 게 있어.”
화린은 남궁수연이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치부하고 헛소리하지 말고 단리소소에게 말조심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내가 딱히 할 말이 있나. 나는 혁광 조장과 조도 달랐고, 혁광 조장이 있을 땐 식당에 놀러 가지 않았는데.”
“하여간, 딴소리하면 죽여 버린다.”
남궁수연은 입술을 삐죽였다.
잠시 기다리니 단리소소가 와서는 맞은편에 앉았다.
화린은 차를 먼저 주문한 후에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소소님께서는 오라비가 한 분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혁진에게 들었나요?”
“저와 이 친구는 한때 혁광 형님과 함께 생활을 하였습니다.”
단리소소가 놀란 눈으로 화린을 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오라버니와 함께 생활하셨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혁광 형님과는 군에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화린은 단리혁광과의 관계를 단리소소에게 이야기하였다.
“그럼 오라버니께서는요?”
“전사하셨습니다.”
“아…….”
단리소소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연락이 없던 단리혁광이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 잠깐 동안 머리가 어지러웠다.
“괜찮아요?”
남궁수연이 재빨리 자리를 이동하여 그녀의 곁에 앉아 부축하였다.
“아, 네. 괜찮습니다.”
“혁광 형님께서 저에게 소소 님과 혁진을 부탁하셨습니다.”
“오라버니께서요?”
“네. 혁광 형님이 아니었다면 저 역시 군에서 전사할 운명이었습니다. 혁광 형님의 은혜로 많은 걸 얻었고, 그로 인해 제가 소소 님과 혁진을 만나 뵙기 위해서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단리소소의 얼굴에는 아쉬움의 감정이 생겨났다. 자신에게 잘해 주는 화린이 혹여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오라비의 부탁으로 자신과 혁진에게 그리 잘 대해 주었다고 하니 서운함이 먼저 앞섰다.
‘나도 참 간사하구나. 오라비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화린 장주님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니.’
그러면서 곁에 있는 남궁수연을 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혁진이에게 상단을 맡겨 볼까 합니다.”
“상단을요?”
“단리세가는 상인의 가문이라 들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하니 상단을 맡아서 경험을 쌓고, 다시 단리세가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이제 조금 적응해서 일하는 아이입니다. 상단을 맡겼다간 망할 것입니다.”
단리소소는 단호하게 안 된다는 말을 하며 거부 의사를 표시하였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많은 실패를 통해서 배움을 얻고, 그 배움을 바탕으로 성공도 할 수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혁진은…….”
“상단이라고 해서 규모가 큰 상단은 아닙니다. 일단 우리 구룡장의 영업장에서 사용할 물건들과 산양, 상남, 상주 현의 상인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구해서 제공하는 일부터 할 것입니다.”
“상인들에게 필요한 물건요?”
“지금 상인들은 자신들이 구입할 물건을 성도인 서안이나 혹은 장안까지 나가서 구입해 오거나, 혹은 보부상들이 오면 그들에게 물건을 구입한다고 들었습니다.”
단리소소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로 인해서 필요할 때, 물건이 없어 못 파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혁진이 상단을 꾸려 섬서성을 다니면서 물건을 구해 오는 것입니다. 우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 나간다면 혁진이도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혁진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요?”
“이제까지 지켜본 바로는 혁광 형님과 마찬가지로 책임감이 강한 아이입니다. 충분히 잘 해낼 것입니다.”
화린의 말을 듣다가 단리소소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혁진이는 이제야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혁진이 상단을 꾸려 외부로 돌아다니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직까지는 혈기를 다스리기에는 어리기도 하고, 이전에 일도 있어 외부로 다니게 되면 또 불안해질까 하여 몇 년 더 지켜보신 후에 그때도 혁진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다시 한 번 그 제안을 해 주십시오.”
화린은 단리소소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