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07)
구룡전기-107화(107/217)
구룡전기 (107)
“그래서 구룡장을 치겠다는 말씀입니까?”
하남성의 혈사파를 이끌고 있는 이란 부인은 음사문의 문주 사도형을 만나 구룡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렇습니다. 듣기로 구룡장과의 악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역시 구룡장과 악연이 있어 이대로 둔다면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성장할 것 같아 이란 부인의 의중을 묻는 것입니다.”
“제가 거부하면요?”
“혈사파는 하남성에 있어 구룡장이 성장하더라도 위화감을 느낄 수 없겠지만 저는 같은 섬서에 있으니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화산파와 종남파와 함께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인데 또 다른 적이 성장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요. 저는 일단 움직일 생각입니다. 다만 단독으로는 힘들다고 판단하여 사혈맹에 연락해 도움을 조금 받아 움직일 생각입니다.”
“대가를 지불해야겠군요.”
“아마도 그래야겠지요. 하지만 구룡루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만만치 않으니 구룡장주를 죽이고 총관을 회유하여 구룡루에서 나오는 수익을 조금만 얻을 수 있다면 사혈맹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란 부인은 소문을 듣고 사람을 시켜 구룡루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 규모가 더 대단할 뿐 아니라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금액이 구룡루 안에서 돌고 돌아 구룡장주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말은 저리 포장해도 결국 구룡루가 목적이겠지.’
“만약, 저희가 도와드린다면 어찌하겠습니까? 사혈맹으로 가는 수고비를 우리에게 줄 수 있겠습니까?”
“혈사파 역시 구룡장에 원이 있지 않습니까?”
“글쎄요. 그 원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니 딱히 원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
‘빌어먹을 년.’
지난날 혈사파는 구룡장을 공격하기 위해서 사람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들 중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어 구룡장의 무인들에게 당했다고 생각하였는데 최근 그 당시 다른 자들도 구룡장을 공격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음사문도 구룡장을 노리고 있음을 추측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석천파가 구룡장을 공격한 것이었지만 그 내막을 알지 못하였기에 이란 부인은 음사문이 구룡장을 공격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하지요. 혈사파에서 도와주신다면 사혈맹으로 가야 할 몫을 혈사파에 드리지요.”
그 말에 방긋 미소를 지었다.
‘네놈은 나를 이용해서 구룡장의 힘을 줄이려고 하겠지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결국 네놈은 스스로 짠 꾀에 넘어가 크게 당하게 될 것이다.’
* * *
“구룡루의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화린 장주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믿고 맡겨 두는 그런 사람입니다. 구룡루의 영업에 대해서는 몇 사람에게 일임하고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하는 모양입니다.”
“그럼 우리 사람으로 채워 넣어도 되겠군요.”
섬서성의 하오문 지부의 지부장인 남선영은 구룡루에서 기녀들을 관리하는 미옥을 찾아왔다.
“본문에서 구룡루를 섬서성의 지부로 사용하였으면 하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부로 말씀입니까?”
주인은 따로 있지만 일하는 사람을 모두 하오문의 사람으로 채운 뒤에 영업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기녀들 중에서는 하오문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몇 명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오문과는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섬서성에서 본문의 영향력을 넓혀 훗날을 대비하였으면 하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 말은 훗날 이 구룡루를 하오문의 총타로 만들겠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불가능할 것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을 쓰는 일은 화린 장주가 직접 개입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람을 추천을 한다고 해도 기녀들에 국한되어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기녀들을 제외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몇 명입니까?”
“점소이로 일하는 이가 일흔, 주방에서 일하는 숙수가 쉰 그리고 객방을 청소하는 이가 서른입니다. 구룡루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이 마흔이고, 전문도수가 스물이니 도합 이백십 명입니다.”
“그리 많은 이들이 일하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기녀들까지 포함하면 이 구룡루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오백입니다. 그래도 늘 일손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만큼 구룡루 안에서 도는 돈이 엄청나다는 말이었다.
“그 많은 사람을 구룡장주가 직접 뽑는다는 말씀입니까?”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각 책임자들이 사람을 추천하면 그 사람을 보고 합격 여부를 판단하지요.”
“몰래 한두 명 더 써도 되는 것 아닙니까?”
“돈을 관리하는 총관이라는 자의 눈썰미가 상당하여 단번에 들통이 날 것입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급여를 챙겨 줘야 하니 정한 인원보다 사람이 많으면 그에게 곧바로 들통이 날 것입니다.”
남선영은 미옥과 이야기를 통해서 누구를 우선으로 회유해야 할지 정했다.
“총관이라는 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딱히 없는 듯합니다. 공과 사는 철저하게 구분하여 이곳을 찾아와도 기녀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습니다. 술도 입에 대지 않고, 식사는 꼭 장원에서 하거나 혹은 구룡객잔에서 합니다.”
“갑갑한 사람이군요. 혹시 그가 무공을 익힌 흔적은 있습니까?”
“정확하게는 알 수 있지만 지난날 거리의 왈패들을 간단하게 제압하는 걸 보았는데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히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힘으로 해결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건 왜죠?”
“이미 보고를 드렸지만 구룡루의 안전 책임자가 혁지석입니다.”
“음…….”
“총관을 죽이려다 실패하는 순간 혁지석이 나설 것입니다. 그는 정천맹 시절 개방과도 인연이 있으니 우리가 하였다는 사실을 결국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구룡루를 본문의 지부로 사용하기가 힘들다는 말이군요.”
“저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럼 구룡장주는 어떤가요? 그를 제거하면?”
“구룡장주가 죽으면 구룡루의 도박장 허가가 취소된다고 들었습니다.”
“구룡장주는 영악한 사람이군요. 자신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있으니 말이에요.”
미옥이 고개를 숙였다.
“분타주님.”
“말씀하십시오.”
“총타에서 내려온 명령이니 우리는 이 명령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미옥이 남선영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석 달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구룡장주와 비슷한 체형을 가진 자에게 구룡장주의 말투, 성격, 버릇 등등을 완벽하게 파악하도록 시켜 대리를 내세워도 다른 이들이 눈치챌 수 없도록 만드세요.”
“불가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겠지만 장주의 측근들은 속이기 힘들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 준비를 하십시오. 그리고 구룡장주를 죽인 후에 인피면구를 따고, 대리를 내세운 다음 지금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을 회유하면 됩니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십니다.”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할 터이니 분타주님께서는 그렇게 준비를 해 주세요.”
결국 미옥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명에 따릅니다.”
* * *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구룡장의 연무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나의 동작이 크면 그만큼 빈틈을 많이 노출시킨다. 최대한 절제하고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박력 있게 검을 뻗어라. 쌍룡출수!”
“타앗!”
많은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선임의 외침에 하나의 초식을 펼쳤다.
“서동민! 검을 두 치 위로 올려라.”
이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면서 교정해 주는 이는 다름 아닌 혁지석이었다.
서동민은 혁지석의 말대로 검을 조금 위로 들어 올렸다.
“모든 동작은 지면의 반발력을 이용하여 힘을 극대화시킨다. 용천혈로 지력을 받아들여 그 힘으로 강력하게 검을 앞으로 내뻗는다. 쌍룡질전!”
“타앗!”
“적이 나의 공세를 피했다면 재빨리 발을 움직여 상대의 움직임을 쫓아야 한다. 금룡쇄주!”
용이 기둥을 감싸는 모습을 형상화한 초식으로 발을 움직여 방향을 전환하여 검을 사선으로 들어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화린이 무인들에게 가리키라고 한 무공이 있었지만 혁지석의 판단에는 아직 그 무공을 익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해 정천맹의 현무단 시절 현무단원들이 익혔던 무공을 조금 변형하여 가르치는 중이었다.
“적의 공세를 막았으면 곧장 반격을 하기보다는 허점을 노출시킬 수 있도록 허초로 상대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쌍룡교각!”
“타앗!”
“이어 순간 앞으로 이동하여 검을 휘두른다. 쌍룡쟁주!”
무인들은 발을 들어 올려 상대의 가슴 높이까지 올려 차는 동작을 한 후에 그 발을 크게 앞으로 내디디며 자세를 숙여 손에 든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혁지석이 연무장에서 구룡장의 무인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고 있을 때, 남궁수연은 구룡장의 지하 개인 연무장에서 화린이 가르쳐 준 조화십삼공과 남궁세가의 비전절기라고 할 수 있는 제왕검형을 익히고 있었다.
이 두 개의 무공을 합일시켜 제왕십삼검이라는 무공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련을 하였다.
개인 연무장을 수연에게 빼앗긴 화린 역시 자신의 방에서 가부좌를 하고 무공을 수련 중이었는데, 심상의 방이라는 상상으로 만들어 낸 공간에서 가상으로 만들어 낸 적을 상대로 대결하면서 지금보다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서서히 날이 밝아 오자, 구룡장의 식솔들이 조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부산하게 움직였다.
구룡장의 식솔들에게는 아침이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장원에서 상주하는 인원이 가장 많을 때라 식사 준비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이 제법 많아서였다.
구룡장의 사람들이 모두 깨어나 움직이는 아침은 늘 힘차고 밝은 모습이었다.
아침 수련을 마친 무사들은 수련을 통해서 흘린 땀을 씻기 위해서 우물이 있는 곳으로 갔고, 그곳에서 조식을 준비하는 식솔들과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혁 단장님!”
화린이 혁지석을 찾아왔다.
혁지석은 화린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지난번에 정천맹의 현무단 소속 무인을 영입하였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모두 열두 명입니다.”
“그 사람들 장원에 충성할 사람, 아니, 최소한 단장님을 배신할 사람들은 아니죠?”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 묻는 눈빛으로 화린을 보았다.
“제가 요즘 기운이 넘쳐서요.”
대답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신의가 있는 자들입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진심으로 장원에 충성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저를 배신할 자들은 아닙니다.”
“그럼 되었어요. 그들 모두를 지하 개인 연무장으로 불러 주세요.”
“기운이 넘친다고 단원들을 패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에이, 설마요. 단장님과 의리를 지킨 그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려고 하는 것이니 식전에 모두 개인 연무장으로 데리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화린이 돌아가자, 혁지석은 영문을 몰라 하였지만 일단 옛 단원들을 모두 찾아 그들을 데리고 장원의 내원에 만들어 놓은 지하 개인 연무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으로 가니 화린과 남궁수연이 있었는데, 남궁수연의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는 걸로 보아 조금 전까지 이곳에서 수련을 한 모양이었다.
“오셨습니까?”
그들은 화린을 보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제가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작은 선물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선물? 왜 나는 안 줘?”
“넌 조화십삼공 줬잖아.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딨어?”
“아니, 다 준다기에.”
“헛소리하지 말고 올라가서 쉬어.”
“그냥 있을래.”
남궁수연은 입술을 삐죽였지만 불만은 없었다. 그만큼 조화십삼공은 남궁수연에게 큰 선물이기도 하였다.
화린은 품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내더니 그 속에서 금박지에 쌓인 작은 단약을 하나 꺼내었다.
“공능단이라는 것으로 서른일곱 가지의 약초를 배합하여 만든 영약입니다.”
영약이라는 말에 옛 현무단의 단원들은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공능단은 내공을 조금 증진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여러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에이, 난 또 뭐라고.”
영약을 준다고 하는데 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남궁수연이었다.
“정말 그 영약을 주시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강해져야 우리 구룡장을 든든하게 지켜 주시지 않겠습니까?”
혁지석은 화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경험하면 할수록 참 모를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분씩 나와서 영약을 받아 가십시오.”
이들은 한 사람씩 나와 영약을 받아 갔다.
“가부좌를 하고 지금 복용하십시오. 제가 영약의 기운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