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08)
구룡전기-108화(108/217)
구룡전기 (108)
화린과 혁지석 그리고 남궁수연은 함께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선배가 벌모세수를 통해서 그들의 체질 개선을 도와줄 필요가 있었어?”
남궁수연이 물었다.
“앞으로 우리 구룡장을 대표할 구룡전단의 단원들이니까.”
“구룡전단?”
“무림에서 대외적으로 활동하려면 최소한의 무력 부대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무림을 언급하자, 남궁수연이 눈을 크게 떴다.
“선배, 구룡장은 상가 아니었어?”
“상가는 무슨……. 상가라고 해서 무가가 안 건들디? 허구한 날 이놈, 저놈한테 삥 뜯기는 곳이 상가더만.”
“장주님. 그럼 지향하는 세력이라도 있으십니까?”
“나만 안 건들면 가만히 있을 생각이에요. 하지만 건들면 뿌리까지 뽑아 버릴 거예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실상 그는 살수들의 종주인 살황의 전인으로 이번 살인검제와의 대결을 통해서 수많은 살수 문파의 문주들에게 차기 살황임을 인정받았다. 그렇기에 사도에 가까운 인물임을 혁지석은 잘 알고 있었다.
화린은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는지 혁지석에게 말하였다.
“편을 나누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이에요. 정도, 사도, 마도?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한 방법에 불과할 뿐이에요.”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면 안 되는 것이 아닙니까?”
“정파라고 해서 착한 사람들만 있고, 사파라고 나쁜 사람만 있나요? 마교라고 다 악인은 아니잖아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전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의 시선?”
남궁수연이 물었다.
“만약에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파가 의기를 내세워 활동할까?”
“그건…….”
“마교와 사파보다는 정파가 가문의 이름을 내세워서 활동을 많이 해. 그건 그만큼 세상 사람들이 눈치를 본다는 거지.”
“사파와 마교도 역시 마찬가지 아닙니까?”
혁지석이 물었다.
“그래도 정파보다 덜하지요. 그리고 사파와 마교는 가문이나 사문보다는 개인적인 활동을 많이 하니 사람들의 시선에서 정파보다는 더 자유롭고, 또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일리가 있다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남궁수연이 끼어들어 화린에게 물었다.
“그럼 마교도나, 사파의 인물인데 정파의 인물들보다 더 정의롭고 의협심이 깊은 사람은?”
“태어나기를 마교에서 태어나고 사파에서 태어난 걸 어떻게 해? 환경이 악하다고 천성이나 본성이 바뀌는 아니니까. 연을 생각해 봐. 진흙탕 속에서도 예쁜 꽃을 피우잖아.”
“그런 것 같기도 하네.”
“태어나서부터 우리는 세뇌를 당하면서 살아. 뭐는 좋고, 뭐는 나쁘고,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등등……. 그런데 이런 건 사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돼.”
“왜?”
“창의성이 없잖아. 무공도 마찬가지야. 눈에 보이는 것만 익히면 삼류,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파악하면 이류 그리고 상상을 통해서 그 뜻을 더욱 확장시키면 일류!”
“그 말씀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세상의 이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화린이 손을 앞으로 내밀어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만든 후에 내공을 운기하자, 손바닥 위에 작은 불이 일어났다.
“이 불은 뜨거울까, 차가울까?”
“불이 뜨겁지.”
“한번 만져 봐.”
남궁수연이 대답하자, 화린이 만져 보라 하였고, 남궁수연은 냉큼 손을 움직여 화린의 손 위에 있는 불을 잡았다.
“앗, 차가워.”
뜨거울 것이라 생각한 것이 오히려 반대로 차가워 놀라 손을 뗐다.
“거봐.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니까. 양과 음은 서로 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끝은 같아.”
혁지석은 화린을 보았다.
“무극에서 시작되어 일원이 생기고, 다시 음과 양으로 나뉘는 것이니 그 끝은 다시 무극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야.”
“만류귀종?”
“그래. 다만 사람들마다 그 만류귀종이라는 것이 달리 나타나지.”
혁지석은 운중비록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운중지현, 운중각색, 운중여색…….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하나에서 시작했으니 그 끝은 하나로 귀일된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화린의 말을 듣고 있는 혁지석은 마치 막힌 둑이 터진 것처럼 머릿속에 운중비록의 구결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일희일비, 일심만심…….
어느새 혁지석은 가부좌를 하고 있었고, 남궁수연은 혁지석의 변화에 놀라 소리 없이 살짝 물러났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것은 사람이지. 음양도 아니고, 사상, 오원도 아니야. 그러한 것들은 오히려 사람이 하늘과 땅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야.”
―도와주기 위한 도구.
“결국 내가 시작했으니 나에게로 귀일 되는 거야. 그런데 사람마다 깨달음의 크기는 다 달라. 왜? 추구하는 이상이 다 다르니까.”
―추구하는 이상이 다르다고…… 그럼 내가 원하는 건?
“욕심에 물들지 않고, 순수함으로 옛날 내가 어릴 때 꿈을 꾸고 원했던 그 순수함이…….”
화린이 남궁수연에게 하는 말들이 혁지석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가부좌를 하고 있는 혁지석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자, 화린은 그에게서 떨어져 남궁수연의 곁에 섰다.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를 보는 순간 남궁수연은 화린에게 물었다.
“이걸 원했던 거야? 무인들의 벌모세수를 도와주고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의도가?”
“명색이 구룡전단의 단장인데 어디 가서 맞고 다니면 안 되잖아. 내일부터 혁 단장님과 대련을 해. 그러면서 무공을 익혀. 혼자 백날 천날 익혀 봐야 소용없을 테니까.”
남궁수연은 입술을 삐죽였다.
“선배가 붙어 주면 안 돼요?”
“안 돼. 나랑 싸우면 너 죽어. 어설프게 힘 조절했다가 내가 너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앞으로 혁 단장님과 비무를 하면서 익히고 있는 무공을 갈고 닦아.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널 이기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비무 상대는 될 거야.”
화린은 몸을 돌려 내원을 나가려고 하였다.
“어디 가요?”
“구룡루. 사고 치는 놈이 있나 없나 확인해 봐야지. 혁 단장님은 깨달음을 얻고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넌 여기서 혁 단장님 지켜.”
화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는데, 그의 신형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종국에는 사라져 버렸다.
“저거, 저거, 신기하단 말이지. 무공은 아닌 것 같은데. 꼭 신선들이 쓰는 축지 같네.”
* * *
말이 구룡전단이지 그 인원은 단장인 혁지석을 포함하여 열세 명이 전부였다. 구룡장의 무인들은 이보다 더 많지만 화린이 판단하기에 외부 활동이 가능한 수준은 혁지석을 비롯하여 옛 현무단 소속 무인들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구룡장에 남아 구룡장을 비롯하여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타앗!”
연무장에서는 여전히 힘찬 기합 소리가 터져 나와 하늘을 쩌렁하게 울렸다.
“기합 소리가 작다. 단전에 힘을 주고 외쳐라.”
혁지석이 무인들을 향해 소리쳤고, 구룡장의 무인들이 한껏 들어간 기합을 입으로 토해 내었다.
“정직한 검로는 상대에게 약점만이 노출될 뿐이다. 정직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상대를 속여 검을 움직여라. 쌍룡탐조!”
무인들이 일제히 검을 앞으로 내지르며 좌로 일 보 이동하더니 손목의 변화를 주어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검의 회수는 공격만큼이나 중요하다. 빠르게 회수하여 적의 공격을 대비하고, 또 연환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쌍룡파미!”
무인들이 일제히 검을 회수하여 자신의 가슴에 붙인 후에 오른발을 움직여 몸을 반쯤 비틀더니 자세를 웅크렸다가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앞으로 뻗었다.
“힘껏 뛰어올라 나의 건재함을 과시하라. 두 손으로 대지를 가를 기세를 담아 내리쳐라. 쌍용번신!”
무인들이 앞으로 도약하며 양손으로 검을 잡고 수직으로 강하게 내리치며 바닥으로 내려섰다.
“용수, 현국, 채덕! 앞으로 나와서 무인들이 쌍룡십삼수를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지도하라.”
호명이 된 세 사람이 나와 무인들의 수련을 도왔고, 혁지석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 내원으로 갔다.
내원의 지하 연무장에서는 남궁수연이 수련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부터 그녀는 혁지석과의 비무를 통해서 자신이 합일시키고 있는 검술을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다듬을 생각이었다.
“오셨어요? 오늘부터 잘 부탁드려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남궁수연 님!”
* * *
구룡루가 개업을 한 지 석 달이 지나갔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었다.
중원 곳곳에서 구룡루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었지만 그들도 이제는 구룡루에 대한 소문을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어 그런지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이들이 아주 드물었다.
“이곳인가?”
“이곳에 중원에서 유일하게 도박이 허락된 구룡루이옵니다.”
한 젊은 사내의 앞에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을 하는 이가 있었고, 그들의 뒤로는 검을 찬 사내 셋과 여인 두 명이 보좌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지.”
이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점원이 안내를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구룡루엔 처음 오셨습니까?”
“그렇다네.”
중년의 사내가 도맡아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럼 안내인을 붙여 드릴까요?”
“안내인?”
“그렇습니다. 저희 구룡루는…….”
중년의 사내가 점원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젊은 사내를 보았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중년의 사내는 안내인을 불러 달라고 말을 하였다.
“곧 불러 드리겠습니다. 자세한 건 안내하면서 알려 드릴 것입니다. 궁금하신 것도 안내인에게 물어보면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알겠네.”
잠시 후 한 여인이 이들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였다.
“오늘 안내를 맡은 명월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하네.”
“저를 따라오시지요.”
이들이 명월을 따라갔고, 한 사람이 점원에게 다가왔다.
“저들이 누구인지 아나?”
“모릅니다.”
“혹시 모르니까 오늘 일하는 직원들에게 행동 조심하라고 해. 젊은 사내의 뒤에 있던 검을 찬 무인들이 보통은 아닌 것 같으니 말일세.”
“알겠습니다.”
“난 혁 단장님께 이 사실을 알리겠네.”
그가 혁지석을 찾아 이동하였을 때, 한쪽에 인상을 쓰고 있는 사내가 있었는데 바로 화린이었다.
“저 인간이 왜 왔지.”
화린은 구룡루를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하였다.
잠깐 있으니 구룡루 안으로 혁지석이 들어왔다.
“혁 단장님!”
화린이 그를 부르자, 화린에게 가서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만호가 대단한 무인들을 대동한 자가 루를 찾아왔다고 하여…….”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건 단장님이 계시는 것보다 서 총관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 무인들이 서 총관과 알고 있는 자들이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서 총관에게는 제가 알리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루에서 대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화린은 혁지석에게 잠깐 부탁한 후에 서대영을 만나기 위해서 상남현에 있는 구룡장의 분장으로 갔다.
분장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달리기만 해도 웃음을 나올 좋을 때다.”
“오셨습니까?”
서대영이 화린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금 구룡루로 가 봐.”
“지금 말입니까?”
“영호 형님이 오셨어.”
“영호 형님? 설마 오황자님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당금 황제의 다섯 번째 아들인 오황자 주영호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동창의 고수들도 데리고 왔는데 그 개차반 같은 성격에 내가 나서기가 꺼려져서 말이야.”
“아니, 황자님을 상대로 제가 나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같은 동창 소속이니 네 면전에서 구룡루 다 때려 부순다고 그러지는 않겠지.”
“제가 아는 오황자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위인입니다. 차라리 장주님께서 납치를 하여 화산이나 종남산 깊은 골짜기에 버리고 오시지요.”
“죽을래?”
“아니, 정말 저라고 별수 없다니까요.”
“잔말 말고 다녀와!”
화린이 꽥 소리를 치자, 뛰어놀던 아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보았다.
“어, 너희들은 뛰어놀아. 언능 가라.”
“아, 왜 꼭 이런 일은 저에게 시킵니까?”
“너 황궁에서 빼 주는 조건이 이런 거 시키려고 하는 거였어. 잔말 말고 가.”
결국 서대영은 화린의 위협에 구룡루로 갈 수밖에 없었다.
퇴청마루에 걸터앉은 화린은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정말 종남산 깊숙한 곳에 버려 두고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