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09)
구룡전기-109화(109/217)
구룡전기 (109)
오황자 주영호는 당금 황제의 자식 중에 다섯 번째 아들이며 위로는 네 명의 형과 두 명의 누이가 있고 아래로도 네 명의 남동생과 두 명이 여동생이 있었다.
그는 황제의 정실인 황후의 소생이 아닌 세 번째 비의 소생으로 문무를 겸비하여 제법 촉망받는 듯하였으나 그의 성정이 악독하여 황궁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한때, 화린을 많이 괴롭힌 인물이기도 하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화린에게 곧 싫증을 느끼곤 관심을 끊어 버리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황궁을 나와 구룡루에 들렀다는 건 화린에게 있어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려 도박을 하고 있었는데 돈을 따는 것이 쉽지 않은지 잃었다, 땄다를 반복하더니 곧 하루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모두 잃고 말았다.
“가서 돈을 더 바꾸어 오너라.”
“앞서 말씀을 드린 것처럼 하루 동안 놀이에 사용할 금액을 모두 사용하였기에 더 이상 놀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안내인인 명월이 구룡루의 규칙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자 그가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 곁에 있는 중년의 사내에게 말했다.
“이년 치워 버려. 그리고 가서 돈을 더 바꿔 와.”
중년인이 나서서 명월을 데리고 환전소로 갔다.
“고생하였다. 그만 쉬도록 하여라. 여기 금표로 바꾸어 주시오.”
“손님, 조금 전에 금표로 돈을 바꾸어 가지 않습니까? 하루 동안…….”
“들어 알고 있소. 그건 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오? 우리 공자님께서는 오늘 돈을 다 잃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공자님을 보필하는 우리는 아직 환전을 하지 않았으니 해 주시오.”
듣고 보니 그랬다.
환전을 맡고 있는 이가 금전 열 냥을 환전해 주자, 그걸 가지고 주영호가 있는 곳으로 가서 금표를 가져다주었다.
“안 된다고 하더니, 잘만 바꿔 주는데.”
“공자님이 아닌 수행원의 몫으로 환전한 것입니다.”
“수행원? 그럼 앞으로 다섯 번 더 환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론상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곳 주인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듯하옵니다.”
주영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관은 없다. 자신이 원하는 건 하면 된다.
“자, 자,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서 조금은 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다시 놀이를 시작하였고, 주영호는 놀이에 심취하여 즐길 뿐이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화린은 새로운 문제를 발견한 듯 눈을 찌푸렸다.
“여럿이 왔는데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 사람이 여러 사람 몫까지 사용할 수 있지. 앞으로 이런 꼼수를 이용해 더 많은 돈으로 도박을 하는 놈들이 생겨나고, 또 이런 걸 돈을 받고 환전해 주는 놈들도 생겨나겠네. 이걸 막아, 아님 그냥 둬?”
“막는 게 좋지.”
“깜짝이야. 왔으면 왔다고 말 안 할래.”
“내가 온 거 다 알고 있었잖아. 왜, 모른 척하고 그래.”
“몰랐어.”
“정말? 그럼 내가 선배를 이길 수도 있겠는데.”
“그러다가 죽는 수가 있다. 알지? 나 여자라고 안 봐주는 거.”
“알지. 그래서 옛날에 맞아 죽을 뻔했잖아.”
“그런데 왜 막아야 해?”
“안 막으면 구룡루 앞에 거지들 천지가 될 거야.”
“거지들?”
“도박해서 패가망신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진짜 거지들도 줄 서서 찾아오는 사람들 환전하는 거 도와주고 몇 푼 얻으려고 할걸.”
“음.”
“그럼 구룡루 앞은 오물통이 되는 거지. 아마 서로 자기들이 가겠다고 싸우고 지랄 발광을 하고 그럴걸.”
들어 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어떻게 막아? 오는 손님들을 막을 수도 없고, 또 저 멀리서 그렇게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아주 간단하지.”
“어떻게?”
“일행들이 많으면 일행들을 묶어서 환전해 주면 돼.”
“묶어서?”
“최대 금 마흔 냥, 오십 냥, 이렇게.”
“환전받은 후에 데리고 온 사람들 돌려보내면?”
“처음부터 그들끼리 도박하라고 방에 밀어 넣어 버리면 그만이지.”
“그들끼리?”
“친구들끼리도 많이 오잖아.”
“그렇지.”
“그렇게 밀어 넣고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그럼 돈을 잃었다는 사람이 나오겠지?”
“그렇겠지.”
“그럼 그 사람만 보내 주는 거야.”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결국 한 사람이 남으면 그를 데리고 환전소에 가서 모두 환전을 해 주고 보내는 거야.”
“모두?”
“그래야 꼼수를 안 쓰지. 누가 자기 돈을 남에게 주고 그 사람과 도박을 하려고 해. 안 그래?”
“그렇긴 한데…….”
“한 몇 달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저런 꼼수를 부리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런데 저 사람이 누구길래 안절부절못해?”
“내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아?”
“내가 볼 땐 그런데.”
“중원에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람 중 한 사람이지. 그래서 지금 내가 심히 고민 중이야.”
남궁수연이 화린을 보았다.
“내가 파묻어 줘?”
화린은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하였지만 그랬다간 남궁세가는 풍비박산이 날 것이니 상대를 해도 자신이 상대해야 했다.
“아니, 저놈은 나 말고 천하의 누구도 손을 못 대는 놈이야.”
“그런 놈이 있어?”
“저기 있잖아.”
화린은 주영호를 가리키며 인상을 썼다.
벌써 환전한 금표를 다 잃었는지 중년인이 또다시 환전을 하기 위해서 가려고 하자 화린이 전음을 보내었다.
―거기까지 해. 남의 장삿집에 와서 무슨 행패야?
중년의 사내는 화린의 전음을 듣고, 흠칫하였다.
그사이 서대영이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중년의 사내에게 고개를 숙였다.
“서 총관인데. 선배, 저 사람들 서 총관이 아는 사람이야? 반응을 보니 무사들도 서 총관을 알고 있는 모양이네.”
서총관이 알고 있다는 건 화린 역시 저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누군데?”
“형님이야. 내 위로 형님이 여덟 분이 계시는데 그중에 다섯 번째 형님이셔.”
남궁수연은 화린의 얼굴을 한 번 보았다가 주영호의 얼굴을 보았다.
“안 닮았는데.”
“난 엄마 쪽. 저 형도 엄마 쪽.”
화린은 남궁수연의 물음에 숨김없이 대답을 다 해 주었다.
“그럼 모친이 달라?”
“그렇지. 부친께서는 정실 외에 첩이 다섯 분이나 계시니까. 참고로 모친은 돌아가셨어.”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말에 남궁수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렇구나. 그런데 얼마나 대단한 집안이면 부인을 여섯 명이나 둘 수가 있어? 나의 부친께서도 두 명이 전부인데.”
“그냥 너희 가문보다 세 곱절은 더 대단한 가문이라고 생각해. 그럼 쉽지?”
“치잇.”
―장주님, 내려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황자님은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분이십니다.
서대영의 전음을 듣자 인상을 썼다.
“저건 비싼 돈 받아 가면서 쓸모가 하나도 없어. 아니, 저런 걸 처리 못 해 날 부르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린의 모습이 사라졌다가 서대영의 뒤에서 나타났다.
“선배에게 저것도 가르쳐 달라고 그럴까?”
저런 움직임을 볼 때마다 늘 가끔 사람이 아닌 귀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화린이 주영호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였다.
“너는…….”
“벌써 저를 잊으셨습니까? 어릴 때 그리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더니 말입니다.”
화린은 말을 하는 와중에 은근히 살기를 드러내었다.
“무엄하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뒤에 있던 호위 무사들이 화린의 살기를 느끼곤 검을 빼어 들자, 화린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치워!”
그 순간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검을 뺀 무인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어디서 죽으려고 칼을 빼 들어. 황 교위님은 수하들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 것입니까?”
“그, 그게…….”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에 황 교위라 불린 중년의 사내는 말을 더듬었다.
‘서 교위의 무공은 동창에서도 소문이 나 있었다고 하지만 황궁을 나갈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 후배들 교육이 엉망이구만. 내가 다시 가서 한번 기강을 잡아 줘야겠습니까?”
“아니, 그게, 그러니까…….”
황 교위가 말을 더듬을 때, 화린이 주영호에게 말하였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자리를 옮겨 술이나 한잔하시지요, 형님.”
살기를 드러내며 술을 먹자고 겁박하는 화린의 모습에 주영호는 그가 더는 지난날 자신에게 괴롭힘당했던 연약한 소년이 아님을 깨달았다.
“황궁에서 갑자기 사라져 이상하다 생각하였는데 이런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더냐?”
그렇다고 해서 약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다고 생각하였는지 어깨를 펴고 화린을 향해 말을 하였다.
“나를 죽이려고 하는 이들이 가득한 황궁 안보다야 안전하다 생각하여 나왔을 뿐입니다.”
남궁수연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하였지만 화린이 내공을 이용하여 음파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남궁수연은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여 걸음을 옮겨 이들에게 다가가려고 하였지만 화린의 전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거기까지. 더 이상 움직이지 마.
남궁수연은 화린의 경고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간 목이 그대로 날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동안 자신이 화린을 지켜봐 왔기에 그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농담으로 말하는 것인지 느낌으로 알 수가 있었다.
농담으로 하는 말들이야 지금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화린이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말을 무시하였을 경우 그에 따른 철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 때문에 군 생활 하면서 화린에게 엄청 두들겨 맞은 적도 있었고, 목이 날아갈 뻔한 적도 있었다.
“여기는 영업장입니다. 그러니 자리를 옮기시지요. 구룡각으로 가서 술 한잔하시면서 그동안의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시지요.”
“싫다면?”
“그럼 형님은 죽습니다.”
아주 간단명료하였다.
죽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주영호는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정말 자신을 죽일 것만 같았다.
“그…… 그래. 그렇게 하지.”
“형님은 내가 모실 테니까. 서 총관은 과거 동료들과 어디 가서 술 한잔해.”
“그리하겠습니다.”
화린이 주영호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황 교위가 막아섰다.
“구황…….”
“치워.”
쿠다다다당!
황 교위가 다른 동창의 호위 무사들처럼 바닥에 나뒹굴었다.
“어디서 오랜만에 만난 형님과의 회포를 방해하려고 그래. 제독이 그렇게 가르쳤어?”
“죄…… 죄송합니다.”
“형님, 가시지요.”
화린은 주영호를 데리고 난초각을 나와 구룡각으로 이동하였고, 서대영은 황 교위의 손을 잡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게, 말을 조심하지 그랬습니까?”
병 주고 약 주는 모습에 황 교위는 어이가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를 하려고 하였다.
“예전에 그 못난 구황자님이 아닙니다. 그리고 구황자님은 황궁 사람들을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만약 오황자님이 오지 않고 황궁 사람들만 왔다면 시체로 실려 나갔을 것입니다.”
시체로 실려 나간다는 말에 발끈하려고 하였지만 서대영의 무공이 자신은 넘볼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음을 알게 되었으니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저랑 갑시다. 요 위에 요화각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요화각?”
“이름부터 요상한 곳이 아닙니까? 끝내주는 곳이니 오늘 인생 그곳에 맡겨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너희 둘!”
서대영은 여자 호위 무사들을 가리켰다.
“일각 후에 구룡각으로 가서 장주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알아본 후에 방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
“저희 둘이 말입니까?”
“왜? 여자 취향이야? 그럼 같이 가고.”
“아니, 아닙니다.”
“그럼 올라가서 대기하다 두 분께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곧장 준비해서 방 안으로 들여보내. 기녀들 손을 거치지 말고 너희들이 직접 가져다줘.”
“알겠습니다.”
서대영이 두 사람을 구룡각으로 올려보내는 이유는 간단하였다.
자신들이 술을 한잔하러 가는 곳은 남창을 불러 주지 않는 곳으로 괜히 함께 갔다가 분위기만 해칠 수도 있어서였다.
“잘해. 나중에 장주님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리면 아주 죽을 줄 알아.”
“아…… 알겠습니다.”
“황 교위님, 우리는 가시죠. 너희 세 사람도 따라와.”
서대영은 동창 호위 무사들 중에서 남자들만 데리고 난초각을 벗어났다.
“하아…….”
두 여인의 입에서 한숨 소리가 나올 때, 한 여인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남궁수연이었다.
“거기 두 사람. 나랑 대화 좀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