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11)
구룡전기-111화(111/217)
구룡전기 (111)
반격
“그러니까 구룡장을 공격하려면 밤보다는 조식이 끝나고 한 시진 정도 지난 이후가 좋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구룡장의 무인들은 새벽에 무공 수련을 시작하여 조식 직전까지 합니다. 그리고 조식을 먹은 후에 구룡루를 비롯하여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영업점으로 나갑니다.”
섬서성의 음사문과 하남성의 혈사파는 구룡장을 공격하기로 손을 잡은 이후, 다시 만나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그럼 구룡장에 남아 있는 무인들의 수는?”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구룡루의 야간 근무를 한 열두 명이 아침에 교대하여 구룡루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야간 근무라면 돌아와서 자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조식이 끝난 후 한 시진이 지난 후에 구룡루의 담을 넘으면 그들도 잠을 자고 있을 터이니 손쉽게 처리할 수가 있다?”
“일단 계획은 그렇습니다.”
“좋군요.”
“우리는 세 개의 조로 나누어서 두 조는 구룡장을 공격하고, 한 조는 소식을 듣고 구룡장으로 오는 무사들을 막아야 합니다. 그 안에 구룡장주의 목을 친 후에 빠져나와 합류하여 구룡장의 무사들을 모두 죽인 후에 달아나는 것입니다.”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이란 부인은 마음에 드는 계획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돌아오는 무사들은 누가 막죠? 음사문에서? 아님 우리가?”
“손발이 맞아야 하니 그들을 혈사파에서 막아 주시면 우리가 구룡장의 담을 넘어 구룡장주의 목을 친 후 합류하겠습니다.”
이란 부인의 고운 아미가 살짝 일그러졌다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좋아요. 그들을 우리가 막죠. 그런데 우리가 대낮에 구룡장의 담을 넘으면 이를 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상관없지 않습니까? 복면을 쓰고 담을 넘으면 알아보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 백성들이 우리를 알아볼 일도 없을 테고 말입니다.”
“그건 마음에 드네요. 그럼 언제 움직일 건가요?”
“저희는 그동안 준비를 끝내 놓았습니다. 혈사파에서 준비가 끝나면 곧 시작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이틀 후에 구룡장을 치는 걸로 하죠. 본문에 연락하여 무인들을 이곳으로 부르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진시 초입에 만나는 걸로 하지요.”
* * *
“그러니까 이게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섬서성에 대한 자료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형님. 섬서성의 성주를 포함하여 고위 관료들에 대한 자료와 지금 섬서성에서 진행하고 있는 토목, 건축 공사들 그리고 민초를 보살피는 정책들이 그 안에 다 담겨 있습니다.”
오황자인 주영호는 구룡루가 아닌 구룡장에서 잠시 생활하고 있었는데 화린은 그가 섬서성 감찰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하오문을 통해서 얻어 주었다.
주영호는 화린이 준 서책의 책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나 혼자 이것들을 다 알아내려면 몇 년은 걸렸겠구나.”
“이런 것들을 전문으로 다루는…….”
말을 하려다 화린은 말을 멈추었다.
“불청객이 찾아온 모양입니다.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화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형님을 지켜라. 이곳으로 오는 자는 모두 베어라.”
“옛!”
“무슨 일이냐?”
“저의 것을 탐하는 자들이 본 장원의 담을 넘었습니다.”
“무뢰한 것들!”
“그러니 무림을 무뢰배들이 판치는 세상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화린이 복도를 걸어 나갔다.
“크아악!”
희미하게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주영호는 인상을 썼다.
“나도 가 보아야겠다.”
“이곳에 계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하!”
“아우가 어찌 싸우는지 보고 싶을 뿐이다. 앞장서라. 너희들은 나의 지척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마라.”
“옛!”
주영호는 자신의 호위 무사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주영호는 내원의 안채 퇴청마루에 걸터앉았다.
“어떤 놈들이 아우의 것을 탐하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꾸나.”
그는 편안한 자세를 하더니 화린과 복면을 쓴 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안에 계시라고 했는데 왜 나오신 겁니까?
“답답해서 나와 보았다. 그리고 얼마나 강하기에 무림의 왕이 되겠단 말을 할 수 있었던 건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화린은 주영호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럼 지켜보십시오.
화린은 주영호에게 전음을 보내면서도 한 명의 복면인을 베어 넘겼다.
곳곳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장원의 담을 넘은 자가 한두 명은 아닌 듯하였다.
“죽어.”
날카로운 검이 화린의 가슴을 노리고 일직선으로 뻗어 왔다.
화린은 검지와 중지를 이용하여 검을 잡은 후에 손목을 비틀었다.
화린의 손목 움직임에 따라 검이 비틀어지더니 검을 든 복면인의 팔도 따라 비틀어졌다.
쩌어어엉!
검이 뒤틀림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고, 복면인의 팔도 어깨에서 분리가 되어 떨어져 나가 버렸다.
“크아아악!”
복면인의 비명이 허공에 울려 퍼질 때, 화린은 손가락 사이에 있던 검의 파편을 고통스러워하는 복면인을 향해 던졌다.
검의 파편이 날아가 복면인의 기도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황 교위.”
“말씀하십시오.”
“자네가 볼 땐, 아우의 무공이 어떠한가? 쓸 만한가?”
“외람된 말씀이오나, 저의 수준으로는 구황자님의 무공을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강해서?”
“그렇습니다.”
“절벽에서 떨어져 기연을 얻었다고 하더니, 나도 한번 절벽에서 떨어져 봐야겠군.”
주영호는 화린이 절벽에서 떨어져 기연을 얻었다는 말을 믿었다.
“선배!”
남궁수연이 안채가 있는 곳으로 왔다.
“밖의 상황은?”
“내원은 정리됐는데 외원에서는 아직 싸우고 있나 봐. 제법 많은 수가 장원을 넘어온 것 같아.”
“그렇겠지. 작정하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이렇게 대낮에 남의 집 담장을 넘을 리 없을 테니까.”
“넌 여기서 형님을 지켜. 외원은 내가 가 볼게.”
“나도 가면 안 돼?”
“그럼 대신 가든가. 내가 여기 남을 테니.”
남궁수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내가 가는 걸로 해.”
화린은 남궁수연이 이렇게 대답할 걸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나중에 봐.”
목숨을 건 싸움을 하러 가는 사람치고는 너무도 해맑은 얼굴이었다.
“그저 싸움이라면…….”
화린이 주영호에게 다가가자 그가 물었다.
“저 여인은 누구냐?”
“남궁세가의 여식입니다.”
“남궁세가? 무림세가를 말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형님.”
“듣던 대로 무림인들은 미친놈들이 많은가 보구나. 사람을 죽이러 가는 데 저리 해맑은 얼굴로 갈 수 있다니. 미쳐도 제대로 미친 놈, 아니…… 년이로구나.”
화린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곧 상황이 정리될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느냐?”
“구룡루를 노리는 자들이 한 번씩 쳐들어오곤 합니다.”
“네놈도 피곤하게 사는구나.”
* * *
‘구룡장이 이런 여인이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하였는데.’
음사대의 대주 형도국은 자신을 몰아붙이는 한 여인의 등장으로 인해 당황스러워하였다.
체에에에엥!
“대낮에 남의 집 담장을 넘기에 조금 기대했는데 별것 없네.”
남궁수연의 말에 발끈하였지만 그녀의 말대로 공격을 막기에 급급한 형도국이었다.
“어디서 온 놈이냐?”
형도국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궁수연의 검을 막은 후에 뒤로 한 발 물러나 단전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가 내력을 검에 주입하자 검에서 옅은 푸른빛이 감돌았다.
“검기?”
검기는 보통 일류를 넘어 초일류 무인이란 소리를 들어야 사용할 수가 있는데. 때로는 내력이 너무 강해 이류, 일류 무인들도 검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건물 부수면 선배가 지랄을 갑절로 떨 텐데. 안 되겠다. 일단 자빠뜨려 놓고 다음을 생각해 보자.”
남궁수연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였다.
제비가 낮게 지면 위를 빠르게 날아가는 것처럼 낮은 자세로 순식간에 형도국의 앞에 도착한 남궁수연은 검파를 이용해 그의 명치를 강하게 찔렀다.
“으윽!”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자, 기혈이 꼬이면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워 그 자리에 엎드려 헉헉거렸다.
남궁수연은 자연스럽게 엎드려 있는 형도국에게 가서는 그의 위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편안한 자세로 사람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으윽!”
형도국은 인상을 썼다.
낭궁수연이 자신의 등에 걸터앉았을 뿐인데 천근, 만근의 무게가 자신을 짓누르는 고통이 밀려와서였다.
“담을 넘으려면 최소한 그 집에 누가 있는지는 알아봐야지. 그 정도도 조사를 하지 않고 무턱대고 담을 넘으면 어떻게.”
남궁수연은 한 손으로 엎드려 있는 형도국의 복면을 벗겼다.
“역시 내가 모르는 얼굴이군.”
그리고 다시 시선을 전장으로 돌리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
“누구야? 누가 사주를 하였기에 저 많은 인원을 데리고 담을 넘은 거지?”
형도국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안 하면 허리 부서진다.”
“으윽!”
더 무거워진 느낌을 받은 형도국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허리 부서지면 고자 되는 거 알지? 아니, 고자는 안 되나? 뭐, 허리를 움직일 수 없으니 고자나 다름이 없지. 안 그래?”
형도국은 이를 악물고 버틸 뿐이었다.
“입을 다물면 칭찬해 줄 것 같지? 그런데 막상 돌아가면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처먹는다. 생각해 봐라. 저 많은 인원을 데리고 담을 넘었는데 너 혼자만 살아서 돌아갔어. 그럼 널 보낸 자가 무슨 생각을 하겠어?”
형도국의 허리가 조금씩 꺾이기 시작하였다.
“배후를 불지 않았다고 칭찬해 줄 것 같아? 안 그래. 저 많은 무사들을 죽인 책임을 물어 단칼에 요절을 내 버리겠지.”
“으윽!”
“말하기 싫으면 계속 그러고 있어. 죽은 놈들 복면 벗겨 보면 아는 놈 한 놈이라도 나오겠지.”
남궁수연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거기 그렇게 앉아 있지 말고 와서 좀 도와주십시오.”
서대영이 편히 앉아 있는 남궁수연을 보고 말하였다.
“그럼 이놈은 어쩌고요.”
“그냥 죽여 버리십시오. 그놈 아니어도 여기 입 열 놈들 많은데.”
남궁수연은 고개를 돌려 엎드려 있는 형도국을 보았다.
“그럴까요?”
남궁수연의 손가락이 형도국의 목 뒤에 닿자, 반사적으로 말하였다.
“살려 주십시오. 음사문입니다. 음사문의 문주 사도형이 구룡루를 노리고 음모를 꾸몄습니다. 밖에는 혈사파의 무인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혈사파? 하남성의 그 혈사파?”
“그렇습니다. 구룡장주를 죽인 후에 혈사파에 뒤집어씌울 계획이었습니다.”
남궁수연은 형도국의 목에 가져다 댄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으윽!”
손가락이 목을 파고 들어가 목뼈를 부숴 버렸다. 그런 후에 몸을 일으켜 세우자 엎드려 있던 형도국이 쓰러졌다.
“총관님, 들었죠?”
“잘 들었습니다.”
“전 선배에게 전해 줄 터이니 여기 마무리하세요.”
“알겠습니다.”
* * *
남궁수연은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낸 다음 내원으로 와서는 화린에게 음사문의 사도형이 배후에 있다고 말을 하였다.
“한동안 조용하다 했어. 지난번에도 장원을 돌려달라고 생떼를 써서 혼내 준 적이 있는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네.”
“장원을 돌려달라고?”
“내가 옛날에 이곳에 자리 잡고 있던 흑사방의 장원과 사업체를 모두 인수한 적이 있거든.”
“인수한 것이 아니라 모두 빼앗았겠지.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혼을 내 줬지. 나한테 당한 후에도 꼼수를 부리기에 아주 탈탈 털어 버렸거든. 그랬더니 한동안 조용하다가 다시 지랄이네.”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지만 듣는 오황자 주영호는 뭔가 많이 달라진 화린의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혈사파도 한 손 거든 모양이던데.”
“하여간 이것들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 이번 기회에 싹 정리하는 것도 괜찮겠지. 구룡전단도 시험해 볼 겸 해서.”
“어디로 갈 건데?”
“너 집에 안 가? 왜 남의 집안일에 그리 신경을 써?”
“안 갈 건데. 나 여기 있을 거야.”
“왜?”
“집은 재미없으니까.”
“왜 재미가 없어. 그리고 넌 군대에서 전역했으면 집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시간도 보내고 그래야지.”
“에이, 집에 있어 봐야 혼례나 올리라고 닦달할 텐데. 난 그런 거 싫어.”
“아주 염병을 한다.”
“난 선배 곁에 있으면서 무공도 배우고 원하는 바를 이룰 거야.”
화린은 짜증 난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원하는 게 뭔데?”
“자고로 여자가 검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 봐야지.”
“그래서 뭘 원하는데?”
“무림여제.”
“아이고야…….”